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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리 메인 이미지

 

1945년 9월 2일.

 

전 인류를 화마(火魔)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던 2차 세계대전이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항복으로 끝남으로써 종식된 날을 우린 흔히 8월 15일로 알고 있지만, 공식적인 태평양 전쟁의 종전일은 바로 9월 2일입니다. 정식 항복 문서에 조인한 날이 바로 그 날이죠.

 

이 항복 문서를 조인한 장소는 미국 전함 미주리 호 선상. 그리고 8월 27일, 해상 전투 게임 ‘월드 오브 워쉽’(이하 워쉽)에 2차세계대전 종식을 기념하는 특별 이벤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오랜 기간 동안 판매가 중지됐었던 미국 9티어 전함 미주리가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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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복문서에 사인하는 순간의 귀한 컬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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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구경거리였음에 틀림없겠죠!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들, 특히 워쉽 게이머라면 미주리 호의 인기와 대표성을 잘 아실 겁니다. 미국 해군에게도 자랑스러운 배이기도 하며, 전쟁사에서도 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종식된 ‘거함거포주의’의 마지막 유산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배이기도 하구요!

 

‘자유를 위한 힘(Strength for Freedom)’이라는 멋지구리한 모토와 ‘마이티 모(Mighty Mo)’라는 간지 나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미 해군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전함, 미주리 호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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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인치 3연장 주포의 위력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월드 오브 워쉽에서 미주리 호의 위상

 

미국 9티어 프리미엄 전함인 미주리 호는 동급인 아이오와와 비슷한 스펙이면서 빠른 속도, 탄탄한 장갑은 여전해 워쉽 유저들에게는 꼭 구입해야 할 배로 꼽혔습니다. 특히 워쉽 게임 내 통틀어 몇 안 되는 ‘수색 레이더’ 소모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배이기도 해서 중요할 때 레이더를 이용해 맵을 ‘까고’ 상대를 일망타진하는 활용법이 매우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배를 ‘꼭 구입해야’ 할 이유는 다른데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적은 수리비와 월등한 크레딧 팩터.

 

자유 경험치(자경)로 구입할 수 있는 최초의 배였던 데다 타 9티어 프리미엄 배들보다 훨씬 크레딧 수익률이 높아 너도 나도 미주리를 보유, 한 게임에 아군과 적에 7, 8대의 미주리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자주 목격됐다거나, 능숙한 플레이어라면 한 게임에 100만 크레딧을 벌어들이는 게 소위 ‘껌’일 정도로 게임의 밸런스에 크게 문제를 일으켰던 겁니다. 개발사의 패치로 크레딧 수익률은 계속 낮아졌지만 게임의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여전, 결국 개발사는 미주리의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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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미주리 호

 

하지만 이번에 시작되는 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이벤트에 태평양 전투 임무가 추가되면서 미주리의 복귀를 알렸습니다. 물론 크레딧 팩터는 기존 다른 9티어 프리미엄 함선들과 같도록 패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미주리 전함은 고유의 능력치만으로 최고 수준이며, 역사적인 의미가 대단한 함선이므로 이번 재판매를 반기는 유저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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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미주리 호

 

미주리 호 주요 스펙

HP 78,300

최고속도 33knot

회전반경 990m

 

메인 무장

406mm 3연장 주포 X 3기 (총 9문)

발사속도 2발/분

재장전 시간 30초

사거리 23.35km

최대 확산 거리 293m

 

소모품

피해 복구반, 군함 수리반, 수색 레이더

 

 

‘미주리’라는 이름의 선배 전함들의 발자취

 

1776년 7월 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미합중국에 24번 째로 가입한 주가 미주리(Missouri) 주입니다. 잠수함 클래스 명엔 생선 이름을 열심히 갖다 쓴 미국이지만(^^) 전함에서만큼은 연방 주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무튼, 미주리 호가 하나가 아니란 걸 얘기하려고 사족을 붙여봤습니다.^^ ‘미주리’라는 이름을 받은 미국의 배는 모두 세 척. 우리가 제일 잘 아는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미주리 호(BB-63)는 3대 째이죠. 이에 앞서 미주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던 두 척의 배들도 나름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있는데, 내용을 잠깐 보면 흥미를 돋울 겁니다.

 

1대 미주리,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미국 증기선 전투함

1842년 취역한 1대 미주리 호는 ‘호위함’, 프리깃(Frigate)이었습니다. 당시 배의 동력 기관은 증기기관으로, 미주리 호 선체의 양 옆에는 증기 엔진의 구동력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바퀴가 달려있는 형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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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대 USS 미주리 호

 

전투의 기록은 아니지만 이 미주리 호는 특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교역 임무를 띤 대사를 태우고 미국 증기기관 전투함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기록이 그것입니다. 대서양을 막 건너 스페인 지브롤터에 도착해 항구에 정박했는데, 그날 밤 승조원의 실수로 배에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었다는 슬픈 에피소드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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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리 호 화재 기록화. 배 저장창고의 나무 수액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는군요

 

2대 미주리, 전세계에 아메리칸 파워를 몸소 보여준 ‘대 백색 함대’의 대표 전함

두 번째 미주리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전함은 1903년 12월 1일 취역한 메인급 3번함, BB-11 미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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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개장을 거친 미주리 호의 독특한 바스켓(케이지) 마스트. 초기 미군 전함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2대 미주리 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에 함적에서 제적될 까지 각종 호위, 정찰, 훈련 임무에 투입되었는데, 이 배가 참가한 세간에 가장 알려진 작전은 해전사에서도 유명한 미국의 ‘대 백색 함대(Great White Fleet)’입니다.

 

대 백색 함대란 미국이 남북전쟁 이후 은둔(?)하며 내치에 힘을 쏟은 이후 본격적으로 식민지 지배 등 세계 열강으로서의 팽창주의를 시작한다는 걸 널리 알리는 일종의 ‘해상 무력 시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총 16척 강철제 전함에 수많은 보조함이 두 개의 전단으로 구성, 1907년 12월부터 1909년 2월에 걸쳐 세계 일주 항해를 하며 많은 국가를 방문하며 화력 시범 등을 보이는 등 활동을 한 겁니다. 이때 모든 배들을 흰색으로 도장해서 ‘백색 함대’라는 이름이 붙은 거죠. 2대 미주리 호는 이 백색 함대의 주 전함 중 하나로 참가했습니다.

 

참고로, 이때도 미국과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일본은 당시 러일전쟁 승리로 들떠 있어 미국과의 전쟁 불사론 등이 나오고 있었으나, 대 백색 함대의 위용을 본 후 바로 ‘찌그러졌다’는 일화도 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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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릴 건들면 아주 X되는 거야’의 적절한 예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USS 미주리, ‘거함거포주의 만세’의 산 증인

 

이러한 선배들의 업적(?)과 함께 세 번째로 미주리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BB-63 3대 미주리 호는 만재 배수량 57,000톤급 아이오와 클래스의 3번함으로 1944년 6월에 취역, 거의 전쟁의 끝자락에 참전했습니다. 실제 태평양 전선에 도착한 건 취역 이후 파나마 운하를 지나고 돌도 돌아 1945년 1월에서였죠. 물론, 이 때는 진주만의 참패를 넘어 미드웨이 해전을 기점으로 일본 패망의 시점도 가까워졌을 때지만,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악에 받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이오지마(유황도) 전투 등 다양한 작전에서 항공모함 호위, 화력 지원 등에 나선 미주리 호는 오키나와 전투를 거쳐 일본 본토로 향했는데, 이 때 그 유명한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의 ‘카미카제’ 공격에 직격 당합니다. 선체 옆면의 가솔린 저장고에 전투기 파편이 튀어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화재는 곧바로 진압되었고, 함체에는 약간의 피해만 발생하고 인명 손실은 없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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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미카제 공격을 당하는 미주리 호. 저걸 눈앞에서 직접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요? 끔찍하군요…

 

이후 도쿄 폭격 작전에 투입되는 항모를 호위하는 임무 등을 계속하던 중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두 발로 일본이 항복, 도쿄만에 진입한 뒤 9월 2일 일본군과 정부 수뇌부가 배에 올라 항복문서에 서명함으로써 기나긴 전쟁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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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리 호 항복문서 조인했다는 장소 마킹 사진

 

대전이 끝난 후에도 미주리 호는 주로 대서양을 중심으로 여러 임무 및 훈련을 하다 1950년 6월 25일,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UN군에 합류하기 위해 다시 거함의 시동을 겁니다. 그렇게 미주리 호는 625 전쟁에서 처음으로 한국 영해에 진입한 미군 전함이 되었습니다. 사실 미주리 호의 주 전장은 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이 아니라, 625 전쟁이었다고 해도 될 것 같군요. 비록 전함 끼리의 본격적인 해전은 치르지 않았지만요.

 

1950년 9월 삼척 앞바다에 함포 사격을 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주리 호의 첫 주포 발사 기록을 작성했고, 전쟁 내내 북한 땅을 향해 주포를 가동시키며 한국군과 UN군의 공격을 도왔습니다. 중공군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철수하는 미군 제3보병사단의 철수작전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흥남 철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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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남 철수 작전 당시 불을 뿜는 미주리 호의 16인치 주포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주리 호는 미국으로 귀환해 1955년 퇴역하고 항구에 정박해 살아있는 전함 박물관으로서 수십 만의 관광객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노인 학대’는 이제 막 시작됩니다.

 

80년대 신 냉전 체제를 맞아 때마침 당선된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미 해군 함대 부활 프로젝트에 메인 타겟이 된 미주리 호는, 대대적인 현대화 개장을 거친 후 퇴역 30년 만인 1986년 재 취역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각종 대공포와 부포 일부를 철거하고 현대적 대공방어 시스템인 CIWS 20mm 팔랑스 4문,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32발, 하푼 대함 미사일 16발 등 최신형 공격 시스템을 갖춥니다.

 

재 취역한 지 얼마되지 않은 1990년, 걸프전이 발발합니다. 다시 한번 미주리 호의 위력이 발휘될 때가 왔다고나 할까요?

 

그 해 11월 아라비아 해로 급파된 미주리 호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포함해 거함거포주의의 유산이었던 16인치 주포까지 재가동하며 걸프전 승리에 크게 공헌한 후 드디어 1992년 3월 재 퇴역함으로써 길고 긴 49년 간의 생애를 마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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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프전 당시 토마호크 발사장면이라고 합니다

 

BB-63, 3대 미주리 호는 지금은 미 해군의 영욕이 고스란히 담긴 진주만에 정박되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4대 째 미주리 호는 SSN-780, 버지니아 급의 공격 핵잠수함으로 지금도 활발히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주리 호의 역사는 아직 ‘현재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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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강해 보이는 주포탑과 솟아오른 함교는 게이머의 마음에 불을 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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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를 누비던 미주리 호는 이제 바닷속에서 항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글/ 베이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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