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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싸웠던 슬픈 역사의 한 장인 6.25 전쟁.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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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국선열에게 묵념을…

 

한편, 6.25 전쟁은 전쟁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지난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벌어진 국제전이자 강대국들의 대리전이기도 했으며, 지난 전쟁에선 한편으로 싸웠던 이들이 이념으로 갈라져 공산권과 민주진영을 각각 수호하기 위해 맞붙었던 아주 복잡하고도 특이한 형태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던 위기에서 마치 초인과 같은 힘과 정신력을 발휘해 싸워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해준 모든 순국선열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한반도의 전장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해 대한민국을 구한 지상전의 왕자, 전차들의 면면을 밀리터리 게이머의 시각에서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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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는 그야말로 악몽이면서도 구세주!

 

 

개전 초기의 처참한 전력 차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38도선 전 지역에 걸친 북한군의 동시 기습으로 고통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생 북한군은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대가로 소련으로부터 무기 원조를 받았고 그 결과 2차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전차였던 T-34 전차를 주요 기갑전력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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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월이면 부산까지 점령 가능하다’며 내려오는 북한군 기계화 부대

 

당시 소련측의 생각으론 한반도와 같이 험준한 산과 계곡 등이 많고 개활지가 적은 지형에선 본격적인 전차 기동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지원 수량을 줄인 것도 있고, 자국의 최첨단 전차를 쉽게 지원해줄 리도 만무한 결과 T-34 전차 242대를 확보한 것으로 그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 6.25 전쟁 발발 당시 북한과 남한의 전차 전력차는 일방적인 스코어, 242:0이었다는 거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갈려나간’ M8 그레이하운드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새로 탄생한 나라인 대한민국은 공업력 등 전체적인 국력이 당시로서는 북한보다 약세였고, 미국의 군사적인 지원도 미미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6.25 전쟁 개전 때 국군의 기갑전력은 그야말로 제로. ‘제로부터 시작하는 국군’이었습니다. 때문에 엄청난 기갑전력으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을 방어하느라 우리 국군은 속절없이 갈려나가고 있었죠.

 

국군에서 보유한 것 중 장갑이 있고, 주포가 있고, 움직일 수 있는 바퀴가 있으니 ‘기갑전력’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 M8 그레이하운드 27대가 유일했습니다. 37mm 주포를 달고 있는 이 장갑차를 어떻게든 활용해 북한의 수많은 T-34 전차부대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물리적인 전력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다만, 여러 대의 그레이하운드와 보병의 합동공격으로 T-34 한 대를 불능으로 만들거나, 37mm 포로 북한군 보병들을 다수 사살하는 전과를 얻는 등 분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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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로 T-34에 부딪혔다는 얘길 들으니 눈물이… ㅜ_ㅜ

 

 

드디어 전차라고 부를 수 있는 놈이 오다

 

전쟁 초기에 다행히 미국을 포함한 UN군의 참전이 결정됐습니다. 최초로 참전한 미군 부대, ‘태스크 포스 스미스’가 북한군과 조우한 오산 전투에서 적의 전력이 심상치 않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가급적 빠른 전차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 처음 한반도에 ‘전차’라고 부를 수 있는 놈이 상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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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유명한 한국전 당시의 채피 전차 사진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M24 채피는 주력 북한군 전차와 상대하기 힘든 ‘경전차’였습니다. 본래 M3 스튜어트 경전차의 후속으로 개발됐고 1943년 실전 투입됐던 M24를 한반도에 배치한 건 미국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죠. 어떻게든 빨리 전차를 보내야 하는데 극동군 사령부가 설치된 일본에서 바로 공수할 수 있던 전차는 M24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M24 채피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미국 티어-6 경전차

HP 900

전면장갑 25mm

최고 속도 56km/h

76mm T94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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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하니 운동성은 좋죠. 하지만…

 

경전차건 어쨌건 그럼 이제 전차끼리 맞붙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북한군 주력 전차인 T-34/85는 어느 정도의 공/방 능력이 있었을까요.

 

T-34/85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소련 티어-6 중형 전차

HP 930

전면장갑 45mm

최고 속도 54km/h

85mm D5T-85BM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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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게임에선 후방으로 피해 다녀야만 하는 존재

 

게임에서도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되었지만, 일단 같은 티어라도 체급이 다르고 전면 장갑의 두께와 주포 구경과 위력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T-34-85는 경사장갑의 효율을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고 여기에 소련으로부터 전달받은 차체를 더욱 강화했다는 얘기까지 있을 만큼 M24 채피의 주포로는 차체에 흠집 정도 낼 만한 위력의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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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강한 아군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했습니다

 

 

운명의 다부동 전투

 

결국 압도적인 이 전력 차이를 뒤집을 수 있는 건 2차대전의 영웅 M4 셔먼이나 M26 퍼싱 전차 정도였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이 전차들이 공수되어 오는 사이, 북한군은 대구를 기점으로 한 낙동강까지 전선을 밀어붙였고 간신히 M26 퍼싱 전차가 낙동강 전선 사수 임무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광복절 8월 15일까지 부산을 점령하라’는 김일성의 추상 같은 명령에는 다소 늦었지만 낙동강 전선이 뚫리면 부산까지 곧장 아웃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북한군의 ‘영끌’ 8월 대공세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여기서 북한군과 국군/UN군 사이에 ‘본격적인 전차전’이 펼쳐졌고, 양측 전차들의 주포에서 발사된 철갑탄이 불을 뿜으며 교차하는 모습이 마치 볼링 핀을 맞추기 위해 맹렬하게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 후일 ‘볼링장 전투’라고 불린, 다부동 전투에서 M26 퍼싱 전차가 T-34/85 전차를 대규모로 관광 보내며 드디어 북한군의 진격을 멈춰 세우고 일대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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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티거 전차 잡던 퍼싱에게 T-34 정도는 ‘껌’!

 

M26 퍼싱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미국 티어-8 중형 전차

HP 1440

전면장갑 102mm

최고 속도 48km/h

90mm T15E2M2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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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속에서는 동 티어 전차들에 비해 약간 열세인 퍼싱 전차

 

게임에서도 같은 중형 전차로 분류되지만 티어가 2급이나 나는 만큼 그야말로 ‘클라스가 다른’ 전차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티어 중형 전차들 사이에선 약체로 평가받지만, 몇 체급 아래인 T-34/85와 마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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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싱에게 당한 T-34인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만들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전차입니다

 

M4 셔먼 전차도 많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수많은 셔먼 전차의 바리에이션 중 ‘이지 에잇’으로 불리는 M4A3E8 형이 한국전에 참전했는데, 이 전차는 특유의 ‘샤크마우스’ 도장으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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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6.25 전쟁에서 가장 유명한 탱크 사진이 아닐까요?

 

셔먼 M4A3E8은 주무장인 76mm 주포 자체는 약간 아슬아슬했지만 새로 개발된 철갑탄을 이용해 T-34/85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퍼싱보다는 훨씬 오랜 기간 종군했으며 생산량 자체도 많았기 때문에 이 전차에 숙련된 전차병들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우수한 전과를 기록했습니다.

 

M4A3E8 셔먼 이지에잇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미국 티어-6 중형 전차

HP 980

전면장갑 64mm

최고 속도 48km/h

76mm M1A2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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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게임 속에서도 구현되어 있어 반가운…

 

 

뒤늦게 데뷔한 ‘최신’ 전차들

 

전쟁 초반이었던 1950년에서 1951년에 걸친 시기 이후로는 전쟁의 양상이 본격적인 전차전을 포함한 전면 대공세보다는 소규모 국지전투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개전한 해에 북한군 자체 기갑전력은 소멸 상태에 이르렀죠. 그래서 이 이후로는 등장하는 전차들이 조금 달라지게 됩니다.

 

국군과 UN군이 낙동강 전선을 수복해 내고 바로 이어지는 9월의 인천 상륙작전 성공으로 거의 압록강 끝까지 북한군을 밀어내 북진통일을 눈앞에 둔 10월, 기어이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합니다(그 전부터 이미 개입해 있었다고 하죠). 6.25 전쟁 직전까지 이어졌던 국공내전으로 단련된 전투 경험치 만렙에 가까운 중공군들이 가지고 온 신형 전차는 바로 2차대전 서유럽 전선에서 독일을 끝장낸 주역, IS-2 전차였습니다.

 

IS-2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소련 티어-7 중형 전차

HP 1400

전면장갑 100mm

최고 속도 34km/h

122mm D-25T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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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진공 당시 아군 항공기의 오폭을 방지하기 위한 흰 십자가 마킹 버전 역시 게임 속에서 타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적할 만한 미국의 신형 전차는 M46 패튼. 2차대전 전후인 1948년과 1949년 사이에 생산된 이 전차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적의 T-34/85을 사냥하고 다녔습니다.

 

M46 패튼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미국 티어-9 중형 전차

HP 1650

전면장갑 102mm

최고 속도 48km/h

105mm T5E5M2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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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46과 M48 역시 ‘패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IS-2와 M46 패튼 전차가 직접 맞붙은 전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데, 다만 미군의 정찰 데이터에 따르면 IS-2 전차 다섯 대로 구성된 최소 4개의 전차소대가 관찰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전장에 소련과 중공, 미국의 전차들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UN 연합군 측에서 ‘전차왕국’이라 불릴 만한 영국의 전차들도 참전했지요. 그 중 가장 최신형이자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차가 바로 센츄리온 Mk.III 전차였습니다.

 

센츄리온 Mk.III in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영국 티어-7 중형 전차

HP 1450

전면장갑 76mm

최고 속도 40km/h

20파운더 OQF Type-A 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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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의 시초 격 될까요? 게임 내에서의 활약도 준수합니다

 

보병전차와 순항전차로 나누어 전차를 운용하던 영국군이 이 두 개념을 통일한 ‘유니버셜(다목적) 전차’로 개발한 최초의 사례로, 최초의 현대적인 MBT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전차가 바로 센츄리온. 디자인도 그 전까지의 전차와는 사뭇 다른 세련된 외모를 가지고 있죠. 전후 공산권의 IS 전차 등에 대적하기 위해 주포를 강화한 버전이 Mk.III 입니다.

 

한국전에서는 상대의 전차가 거의 남지 않은 시기에 투입되어 본격적인 전차와의 전과는 알려진 바 없으며 대 보병 전투에서 활약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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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제 보병전차 아니라니까, 왜 이래!

 

산과 계곡, 좁고 굽이진 도로라는 악조건에서 전차의 효용성이 의심되었지만 그 사정에 맞는 임기응변을 보여주면서 활약한 6.25 전쟁에서의 전차들. 초기 242:0이라는 절망적인 전력 속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국군 장병들.

 

이러한 수많은 좌절과 분투를 자양분으로 삼아 2021년도 현재의 한국군은 많은 이들로부터 ‘화력덕후’, ‘포방부’라는 장난 섞인 표현을 들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기갑전력을 구축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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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글/베이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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