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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즐기다 보면, ‘왜 말을 저렇게 할까?’라는 생각하게 하는 유저를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채팅으로 하는 말들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완전히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 아닌 이상, 게임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다른 누군가에게 노출되기 마련이다. ‘게임은 게임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별 생각없이 말을 뱉거나 행동할 수 있지만, 자신이 게임에서 무심코 한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그런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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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게이머라면 주변의 유저나 기껏해야 작은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 당하고 끝이다. 하지만 게임이 직업인 프로게이머는 다르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물론, 다른 게임의 게이머, 심지어 게임을 즐기지 않는 대중들에게도 큰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비판으로 끝나는가? 종목사의 품위 유지 규정에 의거, 정도에 따라 사회봉사 이수부터, 벌금, 출전 정지 등 다양한 처벌을 받는다. 그 정도가 심하면 구단으로부터 방출되어 프로게이머 신분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최근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일반 게임에서의 비매너 행위로 경고 조치를 받은 'Gumayusi' 이민형 선수의 사례를 들 수 있다. T1 소속의 프로게이머인 이민형 선수는 연습생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고, 출전하는 일은 적어도 매 경기마다 벤치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팬덤은 돌아섰고, 앞으로 출전 기회가 있으리라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민형 선수가 스스로 제 앞길을 막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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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를 통해 경고 조치를 받은 후, T1에서도 별도의 징계를 내렸다. 이민형 선수 또한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고, 피해 당사자에게도 직접 사과했다(출처: T1 공식 트위터)

 

 

e스포츠의 역사는 20년이 넘었고, 그동안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한 프로게이머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례도 많지만, 관련 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종목사나 한국e스포츠협회, 구단 차원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먼저, 제일 처음 이야기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게이머들의 사례와 비슷하다.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게이머는 일반적인 스포츠 선수와 달리 같은 종목을 즐기는 일반 대중과 만날 기회가 정말 많다. 구단 차원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각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일반 게이머라도 실력이 된다면 인게임에서 프로게이머와 직접 게임을 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프로게이머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런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하나는 종목사에서 품위 유지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봉사활동 이수, 벌금보다, 선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바로 출전 정지를 적용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소양교육, 인성교육만으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정신적인 성장이 덜된 어린 나이의 프로게이머에게 한 번의 실수로 기회를 빼앗는 것이 가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다른 게이머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가볍게 다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일반 게이머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요즘에는 누구나 실력이 있으면 프로게이머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반대로 말하면,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실력이 좋아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경우,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보다 되기 이전의 행적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수' 김연우 선수가 있다. 챌린저 1위를 달성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던 김연우 선수는 프로게이머가 될 기회가 오기도 했지만, 그전부터 해오던 상습적인 욕설과 트롤링이 발목을 잡아 결국 프로게이머가 되지는 못했다. 이처럼 뛰어난 실력이 갖춘 인재가 과거의 행적으로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역시 종목사에서 욕설 및 트롤링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막는 방법도 있겠지만, 누구든 실력이 있다면 프로게이머가 될 기회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만 12세 이상, 다이아3 이상의 랭크가 최소 자격 요건으로 하는 아마추어 정규 대회 LCK 아카데미 시리즈다. 라이엇 게임즈는 대회 진행 과정에서 참가 선수의 경기 데이터를 축적해 프로 팀 스카우터에게 제공하고, 선수 등록 제도(준프로 자격증)를 적용해 아마추어 선수의 권익증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잠재력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일찍 e스포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LCK 아카데미 시리즈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잠재력 있는 게이머들이 프로게이머가 된 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일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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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으로 주관/주최하는 LCK 아카데미 시리즈. 

 

 

다른 하나는 8월 방영 예정인 프로게이머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LoL THE NEXT]다. 만 16세 이상, 다이아 1티어 이상, 과거 대리 및 욕설 제재 등의 결격 사유가 없는 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LoL e스포츠를 풍미한 'Wolf' 이재완, 'PawN' 허원석, 'MaRin' 장경환, 'PraY' 김종인 등 4인의 멘토들이 지원자들의 실력은 물론 프로게이머로서의 소양도 점검한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LoL THE NEXT]를 통해 잠재력 있는 게이머들은 물론, 이전에 있었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일반 게이머의 행동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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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THE NEXT] 제작발표회에서. 4인의 멘토는 현역 시절 실력이 뛰어났던 것은 물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지 않는, 그야말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들이다. 덕분에 프로그램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크다.

 

 

최근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승부를 낼 수 있는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한국에서도 프로게이머의 권익 증진을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면서 프로게이머를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화면 너머에 있는 상대가 누구든 존중할 줄 아는 태도가 더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런 태도야 말로 언택트가 기본이 된 코로나 시대에 더없이 중요해진 프로게이머의 소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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