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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개인 대출형 서비스로 시작한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의 개념을 기업과 소수의 재력가에서 일반 대중들로 크게 넓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인디고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등장하며 크라우드펀딩 개념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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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에서도 대중적인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의 후원자가 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열풍은 게임업계에도 불어왔습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은 투자를 받기 어려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고, 좋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게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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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유명한 ‘언더테일’ 역시 크라우드펀딩의 성공 사례 중 하나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은 특정 기업으로부터가 아니라 일반 유저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만큼, 그 규모가 한정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게임들은 펀딩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투자를 받으며 목표 금액을 가볍게 뛰어넘기도 합니다. 게임성만으로 많은 투자를 받았던 '언더테일' 같은 사례도 있지만, 이전에 나왔던 유명 게임의 개발자였다는 이유로 투자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증된 전작이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도 높다는 게 그 이유였죠.

 

 

악몽 같았던 ‘그 게임’

명성 있는 개발자를 내세운 크라우드펀딩은 다른 크라우드펀딩보다 안정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의 실패 사례 중 하나를 넘어 이제는 게임 크라우드펀딩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마이티 No.9'이 대표적인 사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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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크라우드펀딩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그 이름!

 

‘마이티 No.9’은 한때 캡콤을 상징하는 게임이었던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하며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록맨 팬들은 나오지 않는 후속작에 지쳐 있었는데요, '록맨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나후네 케이지가 직접 록맨의 정신적 후속작을 만든다고 해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죠. '마이티 No.9'이 제대로 나왔다면 유저들의 수요를 만족할 수 있는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의 사례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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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맨’ 시리즈에 목말라 있던 팬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던 그 작품

 

‘마이티 No.9'은 첫 목표 금액이었던 90만 달러를 가볍게 뛰어 넘었습니다. 적은 액수에서부터 많은 액수까지, 많은 유저들이 이나후네를 믿으며 새로운 ‘록맨’의 탄생을 기다렸고, 최종적으로 ‘마이티 넘버 나인’은 400만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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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팔을 포함하여 400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록맨의 아버지가 400만 달러를 가지고 만드는 게임! 좋은 게임이 나오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지만, 결과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좋지 않았습니다. 과거 캡콤 재직 시절, 이나후네 케이지가 다른 개발자의 프로젝트를 내치면서 했던 "무슨 판단이냐?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라는 말이 이번에는 후원자들을 향한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죠.

 

덕분에 좋은 마음으로 이나후네 케이지를 믿고 후원했던 유저들은 크라우드펀딩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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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은 그 발언

 

 

2019년 스타 개발자들이 보여준 두 가지 결과물

2019년에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많은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중 특히나 주목 받은 게임으로는 ‘쉔무 III’와 ‘블러드 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블러드 스테인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둘은 모두 스타 개발자를 필두로 내세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쉔무 III’는 한때 세가의 간판 타이틀 중 하나였던 ‘쉔무’ 시리즈의 3번째 작품으로, ‘쉔무’ 시리즈의 아버지 스즈키 유가 직접 개발에 나선 작품입니다.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을 진행한 ‘쉔무 III’는 목표 금액인 200만 달러를 9시간 만에 돌파하며 비디오 게임 크라우드펀딩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합니다. 최종적으로 720만 달러 이상이 모이며 킥스타터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펀딩 받은 비디오 게임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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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적으로 720만 달러를 모금했던 ‘쉔무 III’

 

그러나 그 이후 몇 번의 발매 연기, 떨어지는 퀄리티의 트레일러, 과도한 모금 유도 등으로 ‘쉔무 III’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떨어져만 갔습니다. 특히, 갑작스럽게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바뀌며 큰 논란을 불러왔죠. 여기에 국내 한정으로 한국어 미지원까지 이어지며 ‘쉔무 III’에 대한 믿음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그래도 출시된 게임은 호불호는 있어도 과거의 팬들은 만족할 수 있는 정도라 ‘마이티 No.9’을 뛰어넘는 최악의 사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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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쉔무 III’

 

‘악마성’ 시리즈의 정신적 계승작인 ‘블러드 스테인드’는 ‘악마성’ 시리즈의 개발진이었던 이가라시 코지가 펀딩을 진행한 작품입니다. 기존 목표 금액인 5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550만 달러를 후원받으며 게임 개발에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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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목표액의 10배를 모금한 ‘블러드 스테인드’!

 

‘블러드 스테인드’는 본편에 해당하는 ‘블러드 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 출시 1년 전, 스핀 오프에 해당하는 ‘블러드 스테인드: 커스 오브 더 문’을 출시합니다. 과거 패미컴으로 나온 '악마성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으로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죠.

 

나중에 나온 ‘블러드 스테인드’의 본편 역시 또 한번 호평을 받았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의 최적화 문제가 발목을 잡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악마성 드라큘라 팬들이 원하는 게임성을 충실히 재현했으니까요. 매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나름의 특색을 보여준 '블러드 스테인드'는 크라우드펀딩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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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크라우드펀딩의 성공 사례로 기억될 ‘블러드 스테인드’

 

 

명성은 꼭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해드렸던 세 작품은 모두 이름 있는 개발자를 앞세워 많은 금액을 후원받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면 개발자들의 명성이 꼭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분명 개발자가 가지고 있는 명성은 해당 펀딩의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그럼에도 후원자라면 개발자가 가진 구체적인 계획을 면밀하게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디까지나 개발자가 가진 명성은 참고사항이 되어야 할 뿐, 판단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데모 배포로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후원자들을 설득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영상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는 울트라마린소프트의 카르마 나이트

 

이름 있는 개발자들은 우리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추억에 흔들려서 쉽게 펀딩을 하게 되곤 합니다. 저 역시 한 명의 게이머이자 팬이기 때문에 후원하는 분들의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고 설레는 마음을 담아 후원을 할지 압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게이머들이 자신의 추억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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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과 추억이 있는 게임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그 간절한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글/D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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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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