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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2012년부터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에 연재되는 기획을 시대 순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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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닌텐도의 기반을 다진 게임, [동키콩]. 동키콩은 고릴라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스토리를 가미했다


게임사를 이야기할 때 ‘닌텐도’란 이름은 빠질 수 없다. 닌텐도는 [동키콩],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당대 최고의 작품들을 내놓은 회사다. 휴대용게임기 NDS와 동작인식 게임기 ‘위(Wii)'로 세계 게임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또,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를 배출한 회사이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회사들이 닌텐도의 게임철학과 경영방식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닌텐도의 모습은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지금의 닌텐도가 있기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뒤따랐다. 한때 엉뚱한 사업으로 손해를 보고 회사가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었고, 짝퉁 게임을 만들어 연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수많은 실수와 과오를 고치고 다듬어 결국 완성된 회사가 지금의 닌텐도다. 이번 호에는 닌텐도의 초창기 시절과 희대의 역작 [동키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패전국 일본과 한 젊은이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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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 지금의 닌텐도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출처: (CC)BAPTISTE9922 at Wikipedia.org>



잠시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자. 1889년 창립된 닌텐도는 화투, 트럼프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그러다 야마우치 가문 3대 ‘야마우치 히로시’부터 게임회사로 전환했다. 야마우히 히로시는 지금의 닌텐도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그의 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그는 일본 와세다 대학 출신의 부잣집 아들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돈 많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였다.


하지만 그는 고급슈트를 입고 멋지게 경영일선에 나선 ‘젠틀맨’이 아니었다. 그는 회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할아버지가 사준 외제차를 몰고 돈만 펑펑 쓰는 부잣집 망나니에 불과했다. 얼마나 흥청망청 했으면 이웃 사람들이 야마우치를 밀수꾼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그는 집에서도 내놓은 자식 취급 받았다.


세상에 알려진 모습과는 달리, 야마우치의 가정사는 불행했다. 그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가출해 버렸다. 후계자가 사라지자 돈을 노린 일가친척들이 닌텐도의 경영권을 노리고 회사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런 아수라장에 염증을 느낀 야마우치는 회사경영에 아예 신경을 끊어버렸다.


그가 방황하던 시절, 1940년대 말 일본은 패전의 늪에 허덕이고 있었다. 2차 대전 패전으로 일본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패전국의 좌절은 일본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때 일본 사람들에게 파고든 사업이 도박이다. 사람들은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도박에 빠져들었다. 야쿠자들이 개입한 일본 도박사업은 시대의 좌절을 먹고 거대한 괴물로 성장했다. 닌텐도가 만든 화투와 트럼프는 도박물결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도박은 엄연히 음지의 산업. 도박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해지자 닌텐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아마 야마우치는 도박 산업에 의존했던 선친의 경영방식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가업을 등지고 제멋대로 산 것이다. 이때 ‘야마우치 히로시’의 가슴속에는 회사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돈이나 쓰는 부잣집 망나니였다면, 이후 닌텐도의 변화를 주도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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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회장 ‘야마우치 히로시’부터 게임회사로 전환하기 전까지, 닌텐도는 화투, 트럼프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도박, 러브호텔, 택시사업... 닌텐도의 방황


1949년 야마우치는 할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 닌텐도 창업주인 ‘야마우치 세키료’는 임종 직전까지도 손자에게 가업을 이어 받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21살의 나이로 가출한 아버지 대신 기업을 이끌어야 했다. 야마우치가 지휘봉을 잡은 닌텐도는 그야말로 변화의 회오리 속에 빠져들었다. 그는 내부정리부터 들어갔다. 먼저 회사에서 야마우치 일가의 모든 친척들을 해고시켰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인척이나 족벌경영을 철저히 배제했다. 나중에 회사를 승계할 때도 그는 자식들이 아닌 직원 출신인 ‘이와타 사토루(현 닌텐도 대표)’에게 물려준다.


조직 정비를 마친 그는 사업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우선 카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꿨다. 도박용 카드가 아닌, 수집용 카드로써 가치를 키웠다. 닌텐도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카드를 발매해 히트 쳤다. 카드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야마우치는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그의 사업은 격동기 일본의 변화와 보폭을 같이 했다. 1960년대 경제가 회복되고, 인스턴트 시대가 오자 즉석밥 사업을 시작했다.


1964년, 동경 올림픽 이후 숙박업에 관심을 가진 그는 러브호텔과 택시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발 빠르게 장난감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울트라 핸드’라는 장난감을 만들어 히트 시켰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자 장난감 사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비록 실패를 겪었지만 이러한 변화 끝에 닌텐도는 ‘도박사업에 의지하는 회사’라는 기존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



짝퉁으로 전전긍긍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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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피버] 천하의 닌텐도도 짝퉁을 만든 시절이 있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그대로 모방한 [스페이스 피버]


회사를 정비하고 사업을 키웠지만, 그래도 뭔가가 부족했다. 회사의 주력사업이 없었다. 초창기 화투로 재미를 봤지만 이것은 버려야 할 사업이었다. 장난감 사업은 시장에서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이거 했다 저거 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절이 계속됐다. 뭔가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핵심사업이 필요했다.


야마우치 회장은 당시 새로운 오락문화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게임에 주목했다. 전자게임이 미래 생활에 가져올 엄청난 변화를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닌텐도는 곧바로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게임판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게임은 첨단 산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의 각축장이었다. 100년 가까이 된 닌텐도의 기업문화로 따라잡기엔 너무나 빠른 시장이었다. ‘아타리’, ‘타이토’, ‘남코’ 같은 벤처기업이 흥행작들을 쏟아낸 반면, 닌텐도는 이들 게임의 짝퉁이나 만들며 전전긍긍했다.


닌텐도는 타이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모방한 [스페이스 피버]와 남코의 [갤럭시안]을 흉내 낸 [레이더스 스코프]를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처음엔 잘 나가는 듯 했으나 금방 사그라졌다. 닌텐도 게임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미국에 진출한 [레이더 스코프]는 3,000개의 물량 중 1,000개밖에 못 팔아 엄청난 적자를 봤다. 닌텐도는 재정상 큰 위기에 빠졌다. 게임기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 임대료도 지불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닌텐도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베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 변화무쌍한 게임시장에서 단순한 모조품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교훈이다. 닌텐도는 지금까지 해온 게임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초심을 찾은 닌텐도는 게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다.



닌텐도를 구한 동키콩


1981년 닌텐도를 실패의 늪에서 구원해준 역사적인 게임이 등장했다. [동키콩]이 출시된 것이다. 어리석다는 뜻의 동키(Donkey)와 킹콩의 콩(Kong)을 합쳐 [동키콩]이라는 제목을 만들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인기만화 ‘뽀빠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동키콩]을 만들었다. 콧수염 난 주인공이 납치된 공주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프로그램만 빼고 기획부터 그래픽, 음악까지 미야모토 시게루가 직접 맡아 개발했다.


동키콩은 출시되자마자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동안 나왔던 게임과 전혀 다른 구조의 게임이었다. 우선 게임에 스토리텔링이 도입됐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미녀와 야수’에서 [동키콩]의 스토리를 가져왔다고 한다.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목표의식을 부여했다. 사실 [퐁], [팩맨],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이전 게임들은 스토리가 없었다. 그러나 [동키콩]부터는 플레이어가 왜 게임을 해야 하는지 스토리를 통해 동기부여가 제공된다.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오프닝화면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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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에게 희망을 준 동키콩. 아케이드판은 미국에서 5만대 이상 팔렸다(출처: Joshua Driggs at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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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동키콩 주니어는 동키콩의 자식이 마리오에게 잡혀간 아빠를 구하러 간다는 내용. 기가 막힌 반전이다


게임 오프닝화면에서 고릴라가 공주를 납치해 가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영화 ‘킹콩’을 연상시킨다(실제로 [동키콩]이 성공하자 킹콩 제작사 유니버설은 닌텐도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다. 결과는 닌텐도의 승소).


플레이어는 평범하게 생긴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여 덩치 큰 고릴라와 맞서야 한다. 여기에 반전 스토리까지 더했다. 후속편인 [동키콩 주니어]에서는 1편의 악당이었던 고릴라의 자식이 주인공으로 나와 마리오에게 납치된 형제들을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다음 편도 고릴라가 악당으로 나오겠지’라고 생각한 플레이어의 고정관념을 재미있게 비틀었다. [동킹콩 주니어]는 전작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캐릭터를 강조한 점도 이전과 달랐다. 게임 속 주인공은 물론 고릴라, 공주, 심지어 고릴라의 자식까지 등장해 활약한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게임속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특히 고릴라의 공격에 악전고투하는 무명의 주인공은 이후 게임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 ‘슈퍼마리오’로 성장한다. 또, 악당으로 등장한 고릴라 가족들은 그 후 닌텐도의 인기캐릭터로 등극해 게임마다 단골 출연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동키콩]에서 마리오가 구하려던 여자 캐릭터는 마리오의 영원한 연인 ‘피치공주’가 아닌 ‘레디’라는 여주인공이다. 따지고 보면 마리오의 첫사랑은 ‘피치공주’가 아니라 ‘레디’인 셈이다.


닌텐도는 아예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재미'를 주는 게임을 넘어 '감흥'을 주는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재미 있는 게임은 많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미는 기본이고 감흥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게임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런 실험을 거쳐 나온 게임이 [동키콩]이다.



재미 이상의 감흥을 주는 게임을 만들다.


완성된 [동키콩]을 보고 닌텐도 직원들은 대부분 실망했다고 한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처럼 화끈하게 부수고 파괴하는 슈팅게임도 아니고, 주인공이너무 볼 품 없이 생겼다. 못생기고 뚱뚱한 아저씨가 ‘호잇! 호잇!’ 소리를 내며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는 장면은 그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뽀빠이를 모델 삼아 만들었다는데, 이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누가 이런 배나오고 볼품없는 캐릭터를 좋아하겠냐?’는 불만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심지어 [동키콩]에 실망한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망할 줄 알고 다른 직장을 알아볼 정도였다. 미야모토 시게루도 당시 닌텐도 내부의 반응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캐릭터 이름도 없이 게임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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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콩 리턴즈. 동작인식 게임기 닌텐도 Wii용으로 나온 동키콩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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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콩 컨추리. 동키콩의 고릴라 가족들은 많은 게임에 등장해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야마우시 히로시’ 회장은 게임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미야모토 시게루를 끝까지 믿었다. 게임이 완성되고 오락실에 [동키콩]게임기를 시험 삼아 한 대 설치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하루 만에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올랐다. [동키콩]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아케이드용 [동키콩]은 미국에서 1년 만에 5만대가 팔렸다. 매출도 1억 달러를 넘겼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볼품없다고 비아냥거렸던 무명의 아저씨 캐릭터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마리오’라는 것을. [동키콩]으로 데뷔한 마리오는 이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캐릭터로 성장한다.


동키콩은 1983년 가정용 게임기 패미콤으로 나와 또 한번 대박을 쳤다. 이후 [동키콩 주니어], [크레이지 콩], [동키콩 클래식], [슈퍼 동키콩], [동키콩 랜드] 등 다양한 후속작들이 나와 인기를 끌었다. [동키콩]은 닌텐도에게 게임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가지게 한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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