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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하는 첫 키스의 짜릿한 순간! 심즈는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인생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심즈]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게임이었다. 일반적인 흥행공식에서 벗어난, 어딜 봐도 재미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유저는 자신이 만든 ‘심’들이 게임 안에서 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심들의 생활은 현실과 똑같다. 배고프면 먹고, 급하면 화장실가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화끈한 전투도 없고, 멋있는 주인공도 안 나온다. 그렇다고 가슴 찡한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별 볼일 없는 일상의 생활들이 아무렇지도 않게(뻔뻔스러울 정도로) 모니터 속에서 반복된다. ‘윌 라이트’가 [심즈]의 기획의도를 처음 설명했을 때 회사 임원들은 “지금 제정신이냐”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만해도 [심즈]는 말도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 '구박데기' 게임이 게임판을 뒤엎는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발매되자마자 입소문을 타더니, 곧이어 업계에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왔다. 60개 국가에서 22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출시됐다. [심즈]는 전 세계 1억장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비유하자면 미국인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심즈]를 구매한 것이다. 가장 부정적인 인식으로 시작한 [심즈], 역사상 가장 성공한 타이틀로 기록됐다. 자극적인 흥행요소는 없지만 그 안에는 가족과 인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다. 그것이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게임의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위대한 [심즈] 신드롬의 동력이 됐다.


심시티 이후 또 한 번의 위기
[심즈]는 윌 라이트의 전 작품 [심시티]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심즈]를 만든 윌 라이트는 이미 [심시티] 시리즈로 이름을 떨친 유명 크리에이터다(윌 라이트와 [심시티] 이야기는 게임백과 [심시티]편에 나와 있다). 그는 갖은 고난과 역경 끝에 맥시스를 설립해 [심시티]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이어 출시된 [심시티2000]의 대박으로 그는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 크리에이터 반열에 올랐다. 그는 [심시티] 이후 다양한 ‘심’시리즈를 만들었다.

농장을 관리하는 [심팜], 국립공원을 경영하는 [심파크], 개미의 세계를 창조하는 [심앤트] 등 수많은 심(Sim) 게임들이 나왔다. 그러나 ‘심’ 시리즈는 회를 거듭 할수록 인기가 사그라졌다. 윌 라이트는 지구와 행성을 관리하는 방대한 규모의 [심어스]를 내놓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게임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저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심시티] 후속작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그를 더욱 압박했다. 결국 회심의 역작 [심콥터]의 실패로 회사 제정이 바닥나고, 맥시스는 EA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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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의 3D버전으로 알려졌던 [심콥터]. 그러나 잦은 버그와 실망스런 게임성 때문에 실패하고, 맥시스는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다.>



EA의 후원으로 윌 라이트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 자본을 확보했다. 사람들은 그가 [심시티]의 3D 버전을 만들길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윌 라이트가 내놓은 신작은 이런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그는 거대한 도시가 아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었다. 건물을 짓고, 토지를 개간하는 토목건설 대신, 한 사람의 인생을 시뮬레이트 하는 작은 게임이다. 원래 그는 [심시티2000]을 개발하기 전부터 ‘인형의 집’이라는 비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가 개인적인 취향으로 만든 ‘인형의 집’은 [심즈]의 모태가 된 게임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 괴상한 게임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두에게 외면 받았던 심즈, 세상을 바꾸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영화처럼 기승전결의 구조를 바탕으로 제작됩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그럴 필요는 없죠. 저의 게임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장난감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마치 장난감 같이 계속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이죠. 그것이 [심즈]의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피시파워진> 윌 라이트 인터뷰 중-

맥시스 개발자들은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 보다 “이게 게임이 될 수 있냐”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즈]의 기획 의도는 너무 황당했다. 사람의 인생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자체가 너무 막연했고, 지루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을 게임에서 대리만족한다. 자기 자신을 게임 속 멋진 주인공에 대입해 신나게 때려부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런데 [심즈]는 이런 요소를 다 무시해버렸다. 현실의 자기 인생도 피곤한데, 게임 속 별 볼일 없는 캐릭터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다니, 과연 누가 흥미를 느끼겠는가. 회사 사람 중 아무도 [심즈] 개발에 합류하려 들지 않았다. 망할 게 뻔히 보이는 프로젝트에 누구도 참여하려 들지 않았다. 차라리 [심시티] 후속작을 개발하는 게 훨씬 안전한 선택이었다. 그의 게임은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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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라이트는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그래머와 단 둘이 [심즈]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윌 라이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프로그래머 한 명만 붙여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EA는 귀찮다는 듯 적당한 프로그래머 한 명을 뽑아 프로젝트에 배정해 주었다. 윌 라이트에게 이건 굴욕이었다. 그는 [심시티]를 개발한 사람이 아닌가? 한 명만 붙여 달랬더니, 정말로 한 명만 파견한 EA도 황당하지만, 그 한 명이 희대의 천재 프로그래머였다는 것이 더욱 드라마틱하다. 그가 만난 파트너가 [심즈] 수석 프로그래머이자 천재 개발자로 유명한 ‘제이미 둔보스’였다. 윌 라이트는 친구 ‘제프 브라운’과 단 둘이서 [심시티]를 만든 것처럼, 이번에도 사무실 한쪽에서 제이미 둔보스와 [심즈] 개발에 몰두했다. 사실 윌 라이트는 아이디어의 천재였지만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아니었다. 제이미 둔보스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프로그래머로 [심즈]를 개발하면서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윌 라이트의 머릿속에 있던 모든 구상들을 전부 게임 코드로 실현해 냈다. 그들은 불과 1년 반 만에 [심즈]의 알파버전을 내놓았다. EA 경영진은 또 한번 놀랐다. 제풀에 지쳐 포기할 줄 알았는데 진짜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도 보수적인 EA는 [심즈]를 출시하는데 망설여 했다. 이때 EA에서 맥시스 책임자로 온 ‘뤽 베테렉’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심즈]는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뤽 베테렉은 EA 경영진을 찾아가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심즈]를 발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면 윌 라이트의 게임은 늘 좌초 위기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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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장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게임 [심즈].>



이렇게 발매된 [심즈]의 성과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발매되자 마자 천 만장을 가볍게 돌파하더니 5년 만에 5,400만장이 팔려나갔다. 그리고 2008년에는 PC게임 사상 최초로 1억장 판매고를 돌파했다. [심즈]는 총 7개 확장팩을 내놨는데 모든 시리즈가 200만장 이상 팔렸다. 지금도 [심즈] 시리즈는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지금의 [심즈]는 EA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간판 타이틀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심즈]의 위대한 아이디어는 윌 라이트의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나왔다. 윌 라이트는 게임업계에 보기 드문 로맨티스트 중 한 명이다. 대학시절 그는 친구 누나이자, 12살 연상인 부인 ‘조엘 존스’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다니던 대학까지 포기하고 부인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살았다(캘리포니아는 그에게 [심시티]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부인과 함께 외동딸 ‘캐시 라이트’와 오순도순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 그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실제로 그가 만든 게임 중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 많다. 특히 [심즈]는 딸이 인형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즈]의 초창기 프로젝트명을 ‘인형의 집’이라 지은 것이다.

원래 그는 [심즈]를 가족용 건축시뮬레이션으로 만들려고 했다. 집안에 가구들을 배치하고 정원을 가꾸며 살림을 꾸미는 게임을 구상했다. 그런데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캐시는 “중요한 건 살림살이가 아니라, 엄마아빠와 떨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또는 사람간의 관계야 말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행복의 기준인 것을 딸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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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윌 라이트는 실제로 딸의 이야기를 듣고 [심즈]의 아이디어 구상했다고 한다.>



그가 전에 만든 [심시티]는 물질 만능주의적인 게임이었다. 건물을 짓고, 세금을 걷고,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면 성공이다. 그러나 [심즈]의 게임 목표는 [심시티]와 달랐다. 한 가정의 행복을 책임져야 한다. 그 행복은 비싼 가구나 화려한 정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관리해 줘야 한다. 만약 [심즈]가 단순한 가구배치 게임에 만족했다면, [심시티]의 아동용버전으로 그쳤을 것이다. [심즈]가 [심시티]를 뛰어넘은 배경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긍정적으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이 진정성있는 게임방식은 유저들을 감동시켰다. [심즈]로 인해 사람들은 게임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말초적인 재미를 넘어, 인간과 가족에 대한 관계를 다시 한번 성찰하게 됐다.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심즈]의 세계처럼 지루한 허드렛일의 반복과 시간을 쪼개가며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갑갑한 삶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기리라”
-게임칼럼리스트 정상진 (<피시파워진> [심즈] 리뷰 중)

[심즈]는 간단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게임이다. 유저들은 게임 속 아바타 개념인 ‘심’들의 삶을 관리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겉보기엔 평범한 일상이지만, 직접 관리하려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먼저 집을 짓고, 심들이 자신의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려줘야 한다. 심들이 졸리면 침대로 이끌어 잠을 재워야하고, 배고픔을 느끼면 식사를 제공해 줘야 한다. 이밖에 샤워하기, 용변보기, 뽀뽀하기, 심지어 아이를 낳기 위해 사랑(?)하기 등 다양한 욕구를 해결해 줘야 한다. 그 뿐만 아니다. 이웃과 만나 친분을 쌓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 공부도 시켜야 한다. 허기, 에너지, 편안함, 재미, 위생, 사교, 용변, 공간 등의 9가지 욕구를 충족해 주지 못하면 금방 거지꼴이 되는 자신의 심들을 보게 될 것이다. 심들을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늘 행복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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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심들의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그렇다면 [심즈]의 세상에선 단란한 가족과 마음씨 좋은 이웃들만 사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 환상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의 아바타의 비루한 인생에 절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심즈]의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만약 아바타가 가족을 이루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간다면, 이웃과 친해질 겨를도 매일 허덕이면서 살아야 한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을 어떻게 아껴서 사용하느냐가 게임의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좋은 직업을 갖고, 멋진 배우자를 얻고, 화려한 집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실처럼 뼈 빠지게 일해야 한다. 때문에 유저는 넓은 정원에서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가족들보다, 조그만 원룸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심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돈이 많아야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이웃과 친분을 맺을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시간을 쪼개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돈이 있어야 인생도 즐길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현실이나 게임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심즈의 이중성

“이 게임이 혁명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이 게임은 사람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 윤리와 도덕은 가장 중요한 이슈다. 에일리언 괴물이 레이저포에 맞아 죽더라도 어느 누구 하나 마음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심을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윤리적인가, 혹은 디자이너가 게임에서 나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인가와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 플레이어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게임연구가 곤잘로 프라스카(‘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 중)

[심즈]는 유저의 이중적인 심리를 반영하는 게임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테마로 만들어졌지만, 플레이하는 유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심즈에선 윤리적인 논쟁이 됐던 부분이 많다. 게임 안에서 아내를 방에 가두어 굶겨 죽인 후 또 다른 배우자를 만나 똑같은 방식으로 죽일 수 있다(이런 엽기 플레이는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행했었다). 심지어 다양하게 심을 죽이는 방법이 인터넷에 공유되기도 했었다. 또, 도둑이 되어 이웃의 물건을 훔치는 범죄행위도 가능하다.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유저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내면의 어떤 악마 성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피가 튀는 폭력적인 장면은 없지만, 행위에 따라 얼마든지 비윤리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즈]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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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볼 수 있다. 인간의 관음증을 자극한다고 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저는 화장실, 샤워실, 침실 등 심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남녀가 침대에서 애정행위를 하는 장면은 비록 모자이크 처리 됐지만 상당히 리얼하게 표현됐다. 이밖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 샤워실에서 목욕하는 장면 등 은밀한 사생활들이 모니터에 그대로 노출된다. 때문에 [심즈]는 인간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게임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요소도 추가, 다양한 인생을 담은 확장팩들
이후 심즈는 다양한 테마의 확장팩들을 추가해 심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출시된 확장팩 ‘심즈: 별난 세상’은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시키고,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요술램프가 등장한다든지, 심이 죽으면 좀비가 되어 살아나는 등 비현실적인 요소도 추가됐다. 또한 시리즈에서 가장 큰 이슈를 끈 '진동침대'도 등장한다.

두 번째 확장팩 ‘신나는 파티’는 파티와 다양한 여가문화가 추가한 콘텐츠다. 집에서 파티를 열수 있는데, 최고의 파티를 열면 유명인사가 찾아오기도 한다. 세 번째 확장팩 ‘두근두근 데이트’는 연애와 사랑에 초점을 둔 타이틀이다.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이성에게 고백할 수도 있다. 특히 연인에게 프러포즈할 때의 설렘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 ‘두근두근 데이트’는 유저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확장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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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는 7개의 확장팩이 출시됐다. 마술을 소재로 한 ‘수리수리 마수리’, 심들이 휴가를 떠나는 ‘지금의 휴가중’.>



네 번째 확장팩 ‘지금은 휴가중’은 휴식과 여유를 테마로 한다. 심들이 ‘휴가의 섬’이란 곳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담았다. 가족끼리 휴가를 떠나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다섯 번째 확장팩 ‘멍멍이와 야옹이’는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으며, 정원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팜류 게임처럼 밭에 비료를 주고 물을 뿌리면 농작물이 자라난다. 넓은 정원에서 애완동물과 뛰어노는 현대인의 소박한 꿈을 표현했다.

여섯 번째 확장팩 ‘슈퍼스타’는 청소년 시절 누구나 꿈꿔 봤을 법한 ‘연예인’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게임이다. 자신의 심에게 춤과 노래 연기를 가르쳐 연예인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마릴린 먼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에이브릴 라빈’, ‘전지현’(게임 속 이름은 전지헌)실제 슈퍼스타 NPC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확장팩 ‘수리수리 마수리’는 다양한 마법 아이템들이 추가됐다. 심들은 마법을 배워 서로 실력을 겨룰 수 있다. 마법 유원지가 추가됐는데, 이곳에서 심들은 잭과 콩나물, 해리포터처럼 판타지세계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수리수리 마수리’ 확장팩까지 나오면서 [심즈]의 인기를 그야말로 절정에 이른다. 심즈 관련 모든 확장팩은 각각 200만 장 이상 팔리는 경이로운 판매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심즈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든 ‘심즈 온라인’은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심즈 온라인의 실패 원인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심즈는 플레이어의 성격이 반영된 극히 개인적인 공간이고, 이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온라인게임 주류인 지금 나왔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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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게임의 인기와는 달리 온라인게임 심즈는 유저들의 외면을 받고 실패했다.>



심즈2, 행복은 돈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심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정과 창의성을 공유하는 멋진 게임입니다. 집짓기, 이웃과 사귀기, 첫 키스, 아기들의 첫 걸음, 부엌의 화재, 유령출현에 이르기까지, [심즈]의 재미있는 스토리들은 전 세계 1억 명의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심즈 스튜디오장 로드 험블(2008년 심즈 1억장 판매 기념축사)

2004년까지 2천만장 이상 팔린 [심즈]는 당시 최고의 히트작인 [하프라이프], [GTA3] 조차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전례 없는 성공에 힘입어 2004년 2편이 발매됐다. 물론 [심즈2]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진행됐다(그러고 보면 사람 일은 참 모르는 법이다). 2편은 1편과 달리 풀 3D그래픽으로 제작됐다. 심들의 체형과 표정, 아이부터 노인까지 나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표현해 놓았다. 심을 만드는 과정은 전작과 비슷한데, 눈에 띄는 차이점은 캐릭터 얼굴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 자녀양육 개념이 도입되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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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그래픽을 도입한 [심즈2]. 캐릭터의 감정표현이 더욱 다양해졌다.>



2편은 1편의 반성에서부터 시작했다. 무엇보다 행복의 조건이 다르다. 1편에선 오직 돈이 행복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2편부터는 돈 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행복의 척도가 됐다. [심즈2]에선 ‘인생점수’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도입됐다. 돈을 벌기 위해 나쁜 짓을 하는 것 보다, 가난하더라도 성실하게 사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 심들은 인생에서 최초로 겪은 일에 대해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첫 키스, 첫 출근, 첫 출산, 첫 걸음마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이런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은 ‘스토리 앨범’에 기록되어 나중에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심들의 감정표현도 세밀해졌다. 3D로 표현된 심들은 사랑, 증오, 질투, 거짓, 욕망, 만족, 야망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감정이 풍부해지면서 가끔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도 연출해낸다. 예를 들어 남편이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당장 쫓아가 머리카락을 뜯어놓을 수 있다. 또, 할아버지가 가정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심장마비로 복상사(?)하면, 자식들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재산다툼을 하는 스토리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마치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흥미롭다. 단, 아무리 감정이 풍부한 게임이라도 근친간의 사랑, 10대 임신, 중년과 10대의 로맨스 등 사회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부분은 배제했다(그런 점에서 요즘 나오는 막장드라마보다는 건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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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선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표현과 연출이 가능해졌다. 엄마가 아이를 낳고, 친구끼리 싸움도 벌어진다.>



[심즈2] 관련 다양한 UCC 작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게임 콘텐츠를 이용해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서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만화가 이명신 작가가 만든 순정만화 [티미&마리]가 유명하다. 순수한 시골소녀 ‘마리’와 까칠한 도시소녀 ‘티미’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영화처럼 표현한 화면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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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2]를 이용해 만든 순정만화 [티미와 마리], 소녀적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료출처: 게임동아>>



2편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7개의 확장팩이 나왔다. 각각의 주제를 내세워 매주 방영되는 시트콤처럼 구성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못 말리는 캠퍼스’, 심들의 우정과 애정관을 다룬 ‘화려한 외출’(유저가 중매쟁이 역할을 할 수 있다), 회사와 조직생활을 다룬 ‘나도 사장님’, 애완동물이 대거 추가된 ‘펫츠’,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심들의 생활을 다룬 ‘사계절 이야기’, 해외여행을 테마로 한 ‘여행을 떠나요’, 다양한 취미생활이 추가된 ‘자유시간’, 시리즈 중 최초로 아파트 공간을 다룬 ‘알콩달콩 아파트’가 출시됐다. 2편 역시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100만장 이상씩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작을 계승 발전시킨 심즈3
2009년 발매된 [심즈3]는 전작에 비해 한층 세밀해진 그래픽과 캐릭터 꾸미기 기능으로 발매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작들이 워낙 완벽해서 그런지, 3편에서는 특별히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전작을 충실히 계승했을 뿐 유저들을 매료시킬 새로운 면이 없어서 아쉬웠다. 오히려 버그가 많아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3편은 가정생활보다 사회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됐다. 심들의 활동범위를 가정에서 사회로 확대시킨 것이다. 가정생활도 충실해야 하지만, 사회에서의 위치와 성공도 중요하다.

캐릭터의 감정도 더 다양해 졌다. 3편은 전작에서 쓸데없는 부분을 줄이고, 꼭 필요한 부분을 강조했다. 난이도는 2편보다 더 쉬워져서, 게임을 처음 접한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특히 EA의 확장팩 우려먹기 상술은 3편에서도 여전했는데, 지금까지 [심즈3]에서만 8개의 확장팩이 발매됐다. 확장팩의 개성도 밋밋했다. 대부분 연애, 여행, 애완동물 등을 다룬 전작의 확장팩들과 비슷하지만, 이중에는 클럽, 바, 술집 등 심즈 세상의 밤 문화를 다룬 ‘모두 잠든 후에’ 같은 독특한 타이틀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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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 좀 더 쉽게 개량된 심즈3. 새로운 요소가 없어 전작만큼의 이슈를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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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 세상의 밤 문화를 ‘모두 잠든 후에’. 그나마 3편에서 가장 독특한 확장팩이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액션이나 전쟁게임들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제작한 작품은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는 그런 종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치 [심시티]가 다른 모든 건설시뮬레이션의 원조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마디로 지금까지 게임상으로 잘 표현되지 않았던 ‘새로운 부분’들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심즈] 발매 당시 윌 라이트 인터뷰 중(<피시파워진>)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필자가 잡지사 신입기자로 일했던 시절, 당시 [심즈]를 발매한 윌 라이트와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심즈]의 차기작으로 완전 새로운 게임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저 사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심즈]는 당시 사람들이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새로운 게임이었다. 이런 참신한 게임을 내놓고도 또 뭐가 모자라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는 어느 한곳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그에게 있어서 [심즈]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윌 라이트는 [심즈2]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게임에 대한 컨셉과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다시 소규모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신작개발에 몰두했다. 언론들은 윌 라이트의 차기작에 관해 수없이 물어봤지만 그때마다 그는 ‘거대하다’는 말 외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2008년 마침내 그의 ‘거대한’ 차기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물의 진화과정을 게임으로 묘사한 시뮬레이션게임 [스포어]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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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에서 시작해 생물의 진화과정을 그린 [스포어]. [심시티], [심즈] 만큼 성공하진 못했지만 윌 라이트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가장 잘 보여준 타이틀.>



[스포어]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다. 조그마한 세포가 다양한 생물로 진화하며 생태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스포어]는 [심시티], [심즈]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저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게임은 오직 윌 라이트만 구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는 것에 도전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위해 어떠한 굴욕도 참았다. 사실 그는 편하게 게임을 만들어도 되는 위치다. 개발자로서 돈과 명예는 충분히 얻었다. 가만히 앉아서 [심시티] 3D버전을 만들면 되는데도 그는 다른 게임을 만들었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심즈2]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또 다른 영역에 도전했다. 주위의 냉소나 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용기의 이면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무작정 찾아온 ‘캘리포니아’라는 도시에서 그는 [심시티]의 영감을 얻었다. 어린 딸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심즈]의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어릴 적 아폴로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고 [스포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최근 그는 게임에 SNS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신작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한편 심즈 관련 캐스트가 나간 후 5월 6일 저녁, EA와 맥시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 [심즈4]를 현재 개발 중이며, 2014년 중으로 PC와 맥킨토시용으로 발매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2009년 [심즈3] 발매 이후 5년만의 정식 후속작이다. [심즈4]는 게임 플레이가 좀 더 풍부해 질 것이며, 얼마 전 [심시티5]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온라인 인증방식은 완화 혹은 폐지 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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