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img01.jpg
[파이널 판타지7] 게임 화면.

1996년 미국 게임쇼 E3에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당시로서는 첨단 게임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게임기 만큼이나 미국인들의 혼을 쏙 빼놓은 것이 있었으니, 이 게임기를 통해 소개한 3D애니메이션 영상이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7]이다.

[파이널 판타지]는 1987년부터 스퀘어가 제작한 게임 시리즈로, 탄탄한 스토리와 독자적인 게임 시스템을 구축해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7번째 시리즈는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7]은 일본 안방에서만 유행했던 [드래곤 퀘스트]로 대변되는 '일본 RPG'라는 장르를 글로벌 게임팬에게 널리 알린 게임으로, 그리고 2D게임 시대가 가고 3D 시대가 왔음을 알린 게임으로 게임사에 의미가 있다.


미국-유럽 팬을 사로잡은 첫 ‘일본 RPG’

img02.jpg
북미판 [파이널 판타지7] 커버.

아는 사람끼리 책상에서 역할을 나눠 이야기를 하는 ‘테이블(보드) RPG(TRPG)’는 가정용 컴퓨터의 출현과 함께 ‘컴퓨터RPG(CRPG)’로 재탄생된다. RPG 장르는 특히 미국에서 많이 개발되었으며,[위자드리], [울티마], [디아블로] 시리즈 등의 RPG 게임들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도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중심으로 독창적인 일본 RPG 장르를 구축해 가고 있었다. 특히, 게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드래곤 퀘스트]다. 이 게임은 [울티마] 시리즈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동작과 [위자드리]의 첫 대면자 무작위 전투를 모두 결합하여 독창적인 일본 RPG 장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7]이 E3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미국에 상륙할 때까지 미국 게이머들에게 일본 RPG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게임의 자유도를 중요시하는 미국 게이머들에게 일본 RPG는 단순히 정해진 플레이만 해야 하는 어드벤처 게임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당시 일본 RPG는 통상 서양의 RPG 개념인 “아무 데나 가서 아무 것이나 해라”는 개념이 없어 마치 다른 장르처럼 오해되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 RPG는 개방된 오픈월드가 아니라 일방통행이다. 게임을 하다가 옆길로 빠지거나 한눈을 팔지 않는 원레일(One Rail) 게임이다. 마치 일본만화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직선 방향의 스토리 구조가 특징이다. 반면, 서양의 RPG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게임으로 자유도와 현실적인 느낌을 게임 속에서 담는다.

[파이널 판타지7]은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스토리에 대한 몰입,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다는 일본 RPG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 미국과 유럽의 게이머들을 공략했고, 미국에서만 100만 장이 팔려나가며 크게 성공했다. 자, 그렇다면, 글로벌 팬들을 사로잡은 [파이널 판타지7]의 특징에 대해 살펴 보자.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다

img03.jpg
닌텐도의 패미콤을 통해 처음 공개된 [파이널판타지] 북미판 커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모두 별개다. 작품마다 각기 다 완결을 갖고 있다. 가령 1편을 해보지 못했다고 해도 다른 편을 플레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도 6~8명으로 그중 몇 명의 세계관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르고 겹치지 않는다. [파이널 판타지7]은 마황 도시를 배경으로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나리오, 아름다운 배경 음악 등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7]은 닌텐도(패미콤-슈퍼패미콤)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말을 바꿔 탄 첫 작품이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파이널 판타지7] 독점을 통해 비로소 게임기 시장의 메인스트림에 진입할 수 있었다. ‘닌텐도 천하’에서 다른 브랜드의 게임기가 최초 성공 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7]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으로 닌텐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파이널 판타지7]은 원래 닌텐도64용으로 개발 중이었지만 갑작스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플랫폼을 이동하면서 닌텐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7]은 모든 캐릭터들이 3D로 구현된 최초의 시리즈였다. 비록 게임화면은 2D였지만 전투 장면 등 부분적으로 3D가 구현되었고, 게임 내 3D 동영상은 [파이널 판타지7] 명성을 전세계로 드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파이널 판타지7]은 기존의 게임과 대비해 게임 제작비를 크게 줄인 사례로 기록되기도 한다. 게임팩을 600~700메가 용량의 CD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전작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이 책정되며 총 328만장이나 팔리는데 큰 기여했다. 로딩 시간이 길어진 단점이 있긴 했지만 용량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 동영상이 들어갈 수 있었다.


패키지만 1억 개 이상 팔린 [파이널 판타지]

img09.jpg
[파이널 판타지] 주요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대해 언급하자면, [파이널 판타지]는 일본뿐인 아니라 세계 게임사를 관통하는 게임으로 족적을 남겼다. 1987년 첫 작품을 발매해 현재 14까지 출시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시장에서 패키지만 누계 1억 개 이상 판매되었다.

패미컴 시절에 100만개, 슈퍼패미컴 시절 200만개,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드디어 300만장을 돌파한다. 시리즈는 게임기를 통해 연대기가 구분된다. 10-2 같은 경우는 10의 뒷이야기고 13-2 같은 경우는 13의 뒷이야기다. 넘버링 뒤에 ‘-2’가 붙은 것만 전작에 해당하는 스토리가 있다.

[파이널 판타지]는 일본의 ‘국민게임’이라 불리는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드래곤 퀘스트]는 매주 80만부를 발행한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 게임 제작 과정을 연재했던 개발자 호리 유이지, [드래곤볼] 캐릭터를 그려준 토리야마 아키라 콤비가 1986년 만들어낸 게임으로 당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인 150만장을 판매를 기록했다. 명실상부 국민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80년대 스퀘어는 게임의 연속 실패로 회사가 큰 위기를 맞았다. 대표 개발자 사카구치 히로노부도 게임계를 떠날 결심을 했다. 운명이었을까. 그는 그때 [드래곤 퀘스트]를 만났다. 그는 [드래곤 퀘스트]를 엔딩까지 수십 번 플레이 해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나의 혼을 다 바쳐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이게 마지막이다. 모든 걸겠다”는 뜻으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판타지’에다 ‘마지막 각오’를 합성한 게임 명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파이널 판타지]는 처음 나왔을 때 [드래곤 퀘스트]를 베낀 아류작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점점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전투 등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웰메이드 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파이널 판타지]는 첫 발매 52만장, 두 번째 타이틀 76만장(1988) 이어 세번째는 140만 장(1990)으로 밀리언셀러로 등극해 [드래곤 퀘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드래곤 퀘스트]가 세계화에 관심이 없는데 비해 [파이널 판타지]는 적극적으로 진출해 해외 인지도가 높다. 마치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 온라인게임 1위로 400만 동접을 기록하지만 한국에서는 큰 히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img04.jpg
[파이널 판타지]를 탄생시킨 당시 스퀘어의 대표 개발자 사카구치 히로노부. <출처: (CC)Gamerscore Blog at Wikipedia.org>

img05.jpg
[드래곤 퀘스트3] 북미판 커버.


영화 [파이널 판타지], 천당에서 지옥으로
지금은 [와우], [아이온], [테라] 등 오픈월드의 온라인게임 MMORPG가 속속 등장하면서 일본 RPG는 한국에서마저도 낡은 장르로 전락했다. 그렇지만 [파이널 판타지]의 명성은 결코 죽지 않았다. 특히 ‘추억장사’에 능수능란한 스퀘어가 ‘최후의 보루’처럼 꿀단지를 모셔놓은 게임이 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7]과 [파이널 판타지10]이다. 이 두 작품은 팬들 사이에서 ‘파이널 중의 파이널’로 빠짐없이 지목된다. 스퀘어도 이 두 작품은 섣불리 리메이크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수준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 하나고, 이 둘이 ‘최후의 보루’라는 상징이기 때문이리라.

img06.jpg
영화 [파이널 판타지]의 실패는 스퀘어를 몰락시킨 무시무시한 재앙이 된다.

그런데 이 금지옥엽의 [파이널 판타지7]이 스퀘어를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뜨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게임 [파이널 판타지7]을 토대로 한 영화 [파이널 판타지](2001)였다. 스퀘어는 [파이널 판타지7]를 본따 제작비 1700억이 든 영화를 만들었다. 윤회가 들어가고 생명이 흘러가는 이름만 들어갔지만 실제 게임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었다. [파이널 판타지]라는 네임 밸류로 미국의 2400여 개 영화관에서 개봉되었지만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순식간에 스퀘어도 몰락했다. 재정난에 빚더미에 올라 회사는 사라질 처지가 되었다.

다행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덕분에 게임기 전쟁에서 승리한 소니가 1500억원을 긴급 지원해 위기는 탈출했지만, 2003년 끝내 스퀘어는 재정난을 타개하지 못하고 에닉스와 합병했다. 한때 표절 시비로 옥신각신하던 두 라이벌 게임은 스퀘어 에닉스란 지붕 아래 한 식구가 되는 운명으로 바뀌었다.

[파이널 판타지7] 이후 이야기가 담긴 풀 3D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7-어드벤트 칠드런](2005)은 전작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원작 게임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강력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이 시리즈를 거듭해 장수하는데 반해 영화 성적이 신통치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7] 그 후의 이야기

img07.jpg
온라인게임 버전으로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11]

[파이널 판타지] 10~12 3편의 특징은 게임에 음성이 제대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CD에서 DVD시대로 환경이 바뀌며 동영상은 거의 영화 수준급이 되었다. 그 중 11편은 온라인게임 버전이다. 한국 유저들은 일본 결제가 불편해 많이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콘솔 일색에서 벗어나 온라인 버전을 개발했다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유저들은 “왜 온라인화하느냐” “도전이 멋지다” 등의 엇갈린 반응을 드러냈다. 현재 새 온라인게임인 [파이널 판타지14]는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서비스 중이다.

그런가 하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식된 [파이널 판타지]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소셜 게임 [파이널 판타지 에어본 브리게이드]는 일본 디엔에이(DeNA)를 통해 지난 1월 출시돼, 4개월 동안 250만 명 유저를 만났다. 지난 8월 일본 이외 한국에서만 출시했다. 11월에는 100% 한글화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한 [파이널 판타지](액토즈)가 나와 이통 3사 오픈 마켓 모두에서 1위를 석권하면서 어떤 플랫폼에 내놓아도 [파이널 판타지]는 ‘명품타이틀’이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다.

img08.jpg
PC 용으로 재발매된 [파이널 판타지7]의 이미지 컷.


“플레이스테이션 최고의 명작”
[파이널 판타지]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과거에는 집에서 콘솔로만 즐겼던 [파이널 판타지]는 이제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RPG 중의 RPG’로 불리는 [파이널 판타지7] 역시 PC판이 재발매되었다. “10번 넘게 엔딩 본 플레이스테이션 최고의 명작!”, “오프닝이 환상적인 제 인생 최고의 게임”, “죽기 전에 한번 더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등 [파이널 판타지7] 유저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찬사 일색의 열렬한 지지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