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보수언론, 근거 없는 주장으로 여론 조성…동네북 게임업계 ‘삥’ 뜯기나?

작년 12월 19일 대구 덕원중학교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이후 다시 한번 게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가상 현실 속 게임의 잔혹성이 우리 아이들의 폭력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에 비유하는 기사를 1주일 내내 일면에 배치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지난 1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은 “게임은 학교 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며 규제 의지를 분명히 했고, 지난 2월 1일 일정 시간 게임을 플레이 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쿨링오프제’ 추진 예고와 함께 종래 게임물등급위원회 소관이었던 게임 등급 분류에까지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게임 중독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하게 지시했다.

 

< 2일, 학교폭력 근절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李 대통령 >

 

이것은 과거 여성가족부가 게임 셧다운제를 추진하면서 게임업계로부터 게임 중독 예방 기금을 요구한 것과 거의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보수 언론을 이용해 소위 ‘과학적인 근거’로 포장했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그 근거 역시 부족하기 짝이 없다. 대표적인 여성부 내부인사로 알려진 김현수 교수와 권장희 소장은 몇 년 전에 논파 당했던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며, 조선일보는 해외 연구 자료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이 모든 주장이 허구, 혹은 막연한 공포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 괴담 러시, 첫 번째 목표는 공포감 조성

 

현재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강력한 화두는 ‘입시’다. 입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청소년들의 본분은 공부가 되었고, 입시 경쟁에 참가하지 않는 청소년은 패배자나 낙오자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입시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과거 국가적 기반 시설(Infra-Structure)도, 부존 자원도 열악했으나 오로지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강한 교육열만으로 만들어진 인적 자원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모든 역량과 담론이 입시에 집중되는 것 자체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부모들에게 자식의 교육 문제는 절대적인 문제고, 내 자식이 공부를 잘 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금과옥조로 여겨질 정도다.

 

그런 학부모 세대에게 게임은 이미 충분히 자식의 학습 시간을 앗아가는 공포스러운 존재이며, 타도되어야 할 대상이다. 단지 등을 떠밀어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번 교과부의 개입도 이런 이유에서 바라봐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게임 중독 문제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19일부터 계속된 조선일보의 보도와 26일 발표된 교과부의 ‘게임업계 구타’는 이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얼핏 보면 과학적으로 보이는 임상 결과물, 그리고 조작된 인터뷰를 통해 게임 중독은 보다 공포스러운 허상으로 포장된다. 한 두명의 극단적인 사례가 과대 포장되어 ‘게임을 하면 짐승이 된다’는 논리를 만들고, 이와 같은 허상은 사회적인 공포심을 조장하게 된다.

 

조선일보의 이런 프레임 만들기를 통해 게임 업계는 학부모가 타도되어야 할 악으로 규정되고, 교과부는 학교폭력을 계도해야 할 책임을 게임업계로 전가시킬 수 있게 된다. 여성가족부 역시 근본적인 청소년 탈선이나 문제의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소속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각종 셧다운제 관련 토론회에서 “우리가 공격해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게임 업계”라고 말한 바 있다.

 

< 게임산업 진흥법 공청회가 열리는 날, 날치기 처리된 토론회 >

 

그것뿐이 아니다. 거기다 두 부처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기금과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기금이란 명목으로 게임 업계에 손을 벌릴 정당한 명분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게임 중독 가설, 본질을 봐야 한다

 

한 목사는 “최근 청소년이 친구들과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회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기독교계의 최고 화두는 ‘학생 신도의 이탈’이다. 10여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학생 신도층은 2012년 현재, 학생 신도층 자체가 없어질 정도로 교계 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청소년 커뮤니티가 교회 활동을 (특히 밴드 활동) 중심으로 뿌리내렸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학생 신도의 이탈은 교회가 커뮤니티로써의 가치를 상실했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반면 그 빈자리는 인터넷과 게임이 가져갔다. 보건복지부의 아동청소년종합실태조사보고에 따르면 빈곤층의 경우 학교 동아리에 이어 사이버 동아리 및 모임이 13.9%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차상위의 경우 11.5%, 차상위 이상의 경우 12.8%로 소득계층 및 지역수준과 관계 없이 청소년의 네티즌화는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인터넷 실태조사 보고서 중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 항목 >

 

실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조사한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의하면 게임 및 오락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10대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독교적 가치에 중점을 둔 교회 커뮤니티가 게임이 중심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로 넘어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교회가 게임을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여성가족부와 손잡고 게임을 공격하는 대부분의 단체가 기독교계, 혹은 기독교 관련 단체와 연결되어 있는 사실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관련기사 : 여가부, 토론회서 ‘게임과의 성전’ 선포)

 

교과부와 여가부는 게임을 공격해서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돈과 힘, 그리고 표라는 이득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청소년 및 2~30대의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학부모층의 결집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이보다 더욱 크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교계는 이미 주적으로 굳어진 게임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죄면서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청소년 커뮤니티가 와해되었기에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설교 내용 중 일부 >

 

조선일보는 이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자극적인 기사로 보수층 재결집과 더불어 도덕성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통해 ‘청소년이 게임을 즐길 권리’를 주장하는 ‘종북 좌파’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비판할 명분이 생기는 것은 덤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런 공격은 세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하나의 ‘희생양 찾기’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비난, 목표는 있으나 대안은 없다

 

일부 게임 콘텐츠가 청소년 정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은 수용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예로 든 게임인 <맨헌트2>의 경우 과도한 폭력 묘사로 인해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판매 금지 조치를 받은 일도 있었다. (물론, 폭력 묘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한국에서도 수입 및 판매 불허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어떻게 단돈 300원에 수입 불가 게임을 구해서 플레이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사항을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 전반에 적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청소년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 하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교육이 가져야 할 목표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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