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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흘러가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그런 콘텐츠를 명작이라 일컫곤 하죠.

명작 콘텐츠는 세월이 흘러 리마스터 혹은 리포지드나 레저렉션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시 만들어집니다. 물론 리마스터라고는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픽 퀄리티나 인터페이스 정도만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이번에 리마스터 된 대항해시대4 역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제외하면 20여년전 그 게임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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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 대항해시대4

코에이는 역사전략시뮬레이션 장르로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개발사입니다. 역사 속 한 시대를 가져와 게임으로 엮어내는 기술이 탁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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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를 통해 바스코 다 가마와 희망봉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시리즈 역시 서구 열강들이 경쟁적으로 식민사업을 시작했던 이른바 대항해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4는 시리즈 2편 이후인 16말~17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대항해시대4는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에 해당합니다. 물론 대항해시대4이후에도 다양한 버전의 대항해시대 게임이 등장했지만 실망만 안겨주었을 뿐 정통성을 계승하지는 못했습니다. 대항해시대의 두 축인 모험과 교역을 그나마 잘 녹여낸 작품은 대항해시대4가 마지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명작으로 대항해시대2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험과 교역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훌륭한 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해 대항해시대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 놓은 명작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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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지리 공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대항해시대 시리즈

 

사실 대항해시대4는 대항해시대2의 명성을 넘지는 못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교역, 탐험 등 2편의 모든 것을 그대로 답습했지만 2편만큼의 짜임새와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예스럽고 불편한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는 앞서 언급한데로 그래픽 변화 말고는 크게 바뀐 점은 없습니다. 즉 20세기말 게임성과 불편함도 그대로라는 것이죠. (물론 그 시절 감성도 그대로입니다) 사실 대항해시대4는 상당히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플레이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죠. 뭐라 설명은 해주지만 그것만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냥 시도해가며 익혀 나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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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야 합니다

 

게임 진행 단서도 상당히 제한적이고 불친절하게 제공합니다. 동아시아 패자의 증표를 얻는 과정에서 중국 북동쪽 마을로 가라는 단서만 던져주는데 유저는 이 마을을 찾기 위해 중국 북동쪽 바다를 모조리 뒤져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거나 공략을 찾아봐야 합니다. 또한 한번 지나간 대화 속 단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단서를 놓치게 되면 한없이 헤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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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에 대한 대부분의 단서는 술집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종업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물이 필수죠.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초반 성장에는 다소 지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항해시대4 역시 무역을 통해 상단을 키워 나가는 과정은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죠. 요즘 게임은 오토 컨트롤이나 다양한 보상을 줌으로써 지루함을 최소화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게임 진행 자체도 훨씬 빠르죠.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는 지금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나 호흡이 빠른 패키지 싱글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겐 상당히 지루한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황금항로 등 원작보다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변화되었지만 그럼에도 초반 지루함을 크게 해소시켜주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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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상단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항해시대4를 다시 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를 다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물론 그 시절 추억 때문 아니냐는 물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 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20여년전 게임이 다시 리마스터 된 데에는 그만큼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고, 유저들이 사랑한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중해, 인도양, 신대륙 등 전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 그리고 작은 돛단배 한 척만 있었던 상단이 캐논포를 장착한 갤리온 상단으로 성장해 대양을 호령할 때의 감동은 세월이 흘러 다시 플레이해도 여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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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역시 등장합니다만... 20년 전에도 논란이 있었던 국적불명의 사림들과 복색이 리마스터 버전에서도 그대로여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7개의 패자의 증표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 캐릭터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대항해시대4의 최고의 재미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항해시대4를 다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항해시대라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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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브 캐릭터의 스토리도 흥미진진합니다

 

더불어 그동안 숱하게 출시된 대항해시대 이름만 딴 괴작들보다 차라리 조금 예스럽고 지루할지라도 오리지널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대항해시대4가 잘 만든 명작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대항해시대4가 리마스터 된 김에 대항해시대2도 이상한 손때가 묻지 않은 그때 그 게임성 그대로 꼭 좀 리마스터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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