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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어릴 적 보드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높은 이익을 위해 서울을 호시탐탐 노리던 부루마블, 게임을 넘어 교양이 되어버린 장기, 바둑, 체스 같은 보드게임들이 대표적이다.

 

개중에는 자기가 직접 보드게임을 만들어 플레이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 종이에 이런 저런 칸을 그리고, 6각 연필을 주사위 삼아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기곤 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인 필자도 할 수 있었던 보드게임 개발이, 오늘날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인들에게도 중요하다고 한다. 어째서일까? 보드게임 개발사 젬블로의 오준원 대표의 NDC 2017 강연 '보드게임 개발이 게임인에게 중요한 9가지 이유'를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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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블로 오준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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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원 대표는 먼저 자신이 보드게임 개발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준원 대표는 IT 기업을 다니며 자기 아이디어가 반영되기 어렵고, 자기 아이디어가 남의 것이 되기도 하고, 자기 아이디어가 금방 사라진다는 걸 느끼고 자괴감에 빠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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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02년 친구들과 보드게임 카페에서 현대적인 보드게임을 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게임마다 제작자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써져 있었고, 자신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궜다고 한다.

 

이후 오준원 대표는 회사를 다니며 남는 시간이나 주말에 보드게임을 개발했고, 2003년에는 젬블로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보드게임 카페가 줄줄이 망해나가던 시절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준원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30여개의 게임을 출시한 보드게임 회사의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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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준원 대표는 게임인이 보드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9개를 차례로 소개했다.

 

 

 

1. 디지털게임과 보드게임 간의 다양한 플랫폼 전환이 늘어난다.
요즘 보드게임들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으로 나오거나, 역으로 성공한 모바일 게임이 보드게임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물론, 보드게임과 PC게임 간 전환도 활발하다.

 

오준원 대표는 "유명 작가들은 보드게임을 개발하며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도 하며, 반대의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며, "여러분 정도의 기획력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보드게임도 '내가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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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임을 활용한 교육에 관심 있는 게임인들에게 보드게임은 필수다.

보드게임은 교육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드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일이 빈번하고, 이를 연구한 논문도 나와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에서는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의 사례가 굉장히 많다. 방과후수업, 자율학기제에도 활용되며,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교육해야 하는 안전, 코딩 등 다양한 테마로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한다.

 

보드게임은 기업 교육에서도 활용된다. 보드게임 제작사에 교육용 보드게임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통해 신입사원들의 아이스브레이킹(경직된 분위기의 해소)을 하기도 한다. 보드게임을 통해 회사의 시스템을 쉽게 배우고, 연구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느낌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상당히 늘었다.

 

오준원 대표는 네오플 직무연수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며 "안해봐서 그렇지 아이디어가 정말 아이디어가 많다는 걸 느꼈다."며, "게임사들도 보드게임을 활용한 아이디어 회의나 연수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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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의 결합이 활발하다.
보드게임은 교육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 결합되는 일이 많다. 더 지니어스처럼 연예인들이 두뇌 경쟁을 벌이는 방송 프로그램 같은 경우엔 보드게임 관련 아이디어들이 많이 채용됐다.

 

보드게임들은 레크레이션이나 무대 이벤트에 활용되기도 한다. 3~5명이 하는 보드게임을 동시에 100명 이상이 하는 게임으로 바꿔 레크레이션이나 무대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준원 대표는 "레크레이션 협회에서도 보드게임 연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고, MC나 사회자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달라며 연락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실제 방송에서 그 아이디어가 활용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동화, 소설, 영화와의 결합은 물론, 최근에는 AR, VR 분야에서의 보드게임이 많아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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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드게임 시장에는 8만 가지의 유용한 아이디어가 있다.
오준원 대표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가서 봐야 한다."며 '보드게임긱닷컴'을 소개했다.

 

보드게임긱닷컴은 8만 개 이상의 보드게임이 등록된 사이트로, 여기 등록된 보드게임 중에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퍼블릭도메인(공공저작물)'의 수도 상당하다. 개발자는 공공저작물인 보드게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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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긱닷컴(www.boardgamegeek.com)>

 


퍼블릭도메인 활용 성공 사례로는 루미큐브, Rolit 등이 대표적이다. 루미큐브는 1887년 등록된 보드게임인 RUMMY를 타일게임으로 만든 것이며, Rolit는 게임말의 형태를 구형으로 바꿔 4인용 오델로를 만들어냈고 크게 성공했다.

 

오준원 대표는 "이렇게 활용 가능한 퍼블릭 도메인이 많다. 이런 아이디어를 주워 활용하고, 매출을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에 많다. 우리도 이를 활용해 실제 게임을 만들 때 활용해야 한다."며 퍼블릭도메인 활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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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0여 가지의 보드게임 메커니즘은 게임인에게 좋은 무기가 된다.
지금 나오고 있는 게임들은 보드게임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역사, 구현 방법,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를 알고 있다면 당연히 게임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오준원 대표는 "메모리 방식, 롤 플레잉 방식, 셋 콜렉션 방식 등 50여 개가 넘는 보드게임의 메커니즘을 공부하고 이와 관련된 게임을 해보면 얼마든지 이를 활용해 다른 게임을 만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메커니즘 강의의 예시를 두 가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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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다이스 롤링 메커니즘이다. 2개 이상의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무작위의 숫자 속에서 전략을 찾는 방식이다. 게임의 전략은 선택이므로, 선택할 것을 얼마나 넣어주느냐에 따라 전략성이 달라진다.

 

두 번째는 액션 포인트 시스템이다. AP 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 액션 포인트 시스템은, 행동횟수에 제약을 두고, 여러 액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만큼 전략성은 상당하지만, 난이도도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오준원 대표는 "꼭 많은 주사위가 있을 필요는 없다. 주사위 하나로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며, "최소한의 표현으로 최대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연습이 보드게임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아주 복잡한 전략 게임보다는 구성물 하나를 다채롭게 쓸 수 있는 함축적인 보드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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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는 보드게임의 메커니즘이 다수 활용된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는 실시간으로 싸우는 '리얼 타임', 다양한 아이템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액션 포인트 시스템', 기능의 차이가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사용하는 '롤 플레잉', 명중률, 대미지에 활용되는 '다이스 롤링' 등이 적용된 게임이라 볼 수 있다.


오준원 대표는 "보드게임이 가진 요소와 메커니즘이 무엇이 있는지 공부를 많이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온라인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플랫폼을 크로스오버할 때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6. 해외의 많은 게임인들이 기획에 보드게임 프로토타입을 활용한다.

오준원 대표는 해외에서 보드게임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게임 기획을 하는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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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흔히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이라 부르는데, 기획 회의에서 아이디어의 빠른 시각화와 의견 공유에 매우 유용하며 많은 기업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오준원 대표는 게임 개발에도 이런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에 50여 가지의 게임 메카니즘을 살짝 입혀주면 바로 보드게임이 된다."면서 이를 많이 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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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보드게임은 아이디어를 강탈하는 자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여기 할리갈리와 '할니갈니'가 있다. 모바일 게임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면 이를 차용하는 경우가 보드게임에도 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모바일 게임은 조금 비슷하더라도 직접 해보고, 모두가 혐오스러워하진 않는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들 따라하고, 결국 뭐가 처음인지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원조가 나와서 알려지면, 짝퉁은 사람들이 알아서 피한다. 아이디어가 먼저 나오면 사람들이 알아서 인정해주고 찾아준다.

 

오준원 대표는 "그래서 내가 보드게임 시장을 좋아한다. 게임업계에서는 드문 일."이라며, "그래서 보드게임 시장에서는 뭐든 아이디어가 있다면 빨리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만든 한글 타일 게임 '라온'의 예를 들며, "아이디어가 많으면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작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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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소셜 펀딩으로 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요즘엔 킥스타터, 텀블벅 같은 소셜 펀딩을 통해 많은 이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드게임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킥스타터 닷컴 CEO 얀시 스트리클러는 "2015년 1천 억이 보드게임에 몰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소셜 펀딩에 보드게임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텀블벅을 예로 들면 보통 1천만 ~ 3천만 정도가 모이는데, 이걸로 요즘엔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도 벅차다. 하지만 보드게임이라면 가능하다. 펀딩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최근 킥스타터 닷컴을 통해 한국인들이 보드게임으로 도전 중이기도 하고, 텀블벅에서의 소셜펀딩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오준원 대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여러분의 이름에 소셜 펀딩에 올라가길 바란다. 성공하면 부수입, 실패하면 평생 이력이 남으니 손해볼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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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금은 보드게임의 황금기. 경제적 성공을 실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보드게임의 황금기다. 전세계에서 보드게임으로 경제적 성공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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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원 대표는 보드게임으로 성공한 여러 사례를 소개한 뒤, "보드게임 성공 사례는 늘고 있고, 꼭 성공하지 않더라도 보드게임의 아이디어는 게임화에도 많이 필요하다. 굉장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 다음에는 여러분의 이름이 여기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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