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발매되었던 게임 <커맨드 앤 퀀커 : 레드 얼럿 2(Command and conquer : Red Alert 2)> 이후, 영화와 같은 실사 화면을 동영상으로 사용하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D 기술의 발전 덕택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실사 화면 대신 순수하게 CG로만 이루어진 동영상을 사용하는 추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타리(Atari) 사에서 개발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액트 오브 워(Act of War)>는 여러 가지 면에서 C&C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성을 강조한 현대 전투 배경의 RTS란 점에서도 그렇고, 오랜만에 실사 화면을 동영상으로 채용한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1편인 <액트 오브 워 : 디렉트 액션>과 2편인 <액트 오브 워 : 하이트 리즌>은 각각 별도로 발매되었으나, 우리 나라에 발매된 <액트 오브 워 : 하이트 리즌> 패키지는 이것 하나만 구매해도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합본 버전이다. 따라서, 이 리뷰에서는 두 가지 버전을 한꺼번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대선을 앞두고 암살당한 미국 대통령.. 과연 음모는 어디까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들, 그리고 미션 진행


<액트 오브 워>는 실사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치 영화와 같은 장면들을 연출한다. 확장팩에서 추가된 미션들을 포함, 도합 36개의 각 미션이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매번 실사 동영상이 등장해 게이머에게 스토리를 전달한다. 영상은 저예산으로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촬영되었으며, 스토리 상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또한 실제 게임 화면의 그래픽 품질 역시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실사 동영상과 비교했을 때에도 크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기계 유닛이나 건물 등이 서로 공격하고 파괴될 때의 이펙트가 무척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긴장감이 높아진다. 게임에 사용된 동영상과 그래픽이 게임의 기본 컨셉인 ‘사실성’을 더욱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배경 음악이나 사운드가 모두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이러한 사실성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일 정도다.

미사일 폭격 세례를 받아라!


게임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테크노 스릴러(Technothriller:첨단 과학이나전문 지식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이 장르의 대표적인 예로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가 있다)이다. 백악관 직속 특수부대인 ‘기동부대 탈론(주인공이 소속되어 있다)’과 미 육군이 연합해, 세계를 뒤집기 위해 대통령을 암살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 집단 ‘컨소시엄’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몇 번의 예상을 뒤집는 반전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류의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즈 연재 작가인 테크노스릴러 전문가 데일 브라운(Dale Brown)이 감수를 맡았다.

 

다만, 지나치게 스토리 진행과 영화적 연출에 치중하다 보니 게이머에 대한 배려가 조금 소홀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사항들(건물을 짓는 규칙이라던가 포로 생포의 이점 등)을 미션에서 거의 안내해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매뉴얼을 한 번 읽어야만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RTS 게임의 싱글 플레이 미션들이 게임에 대한 가이드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안내 기능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긴다. 스토리 상 악역으로 등장하는 컨소시엄의 경우 미션에서는 플레이 해 볼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스커미쉬 모드(Skirmish Mode)를 통해 연습을 하거나 바로 멀티 플레이에 들어가야만 한다.


또 다른 옥의 티로, 종종 오역이 눈에 띈다. 물론 국내의 열악한 패키지 시장 사정을 생각할 때 한글화 작업이 된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Come on(진정해)”을 “이리 와”라고 번역해 놓은 것이나 “I see, too(나도 알고 있어)”를 “나도 본다”로 옮겨놓은 등 초보적인 수준의 번역 오류가 눈에 띄는 것이 아쉽다.

 

실감나게 표현된 폭발 이펙트. 그래픽의 디테일이 뛰어나다.

 

사실성을 강조한 전투 - 디렉트 액션(Direct Action)

 

서문에서 언급했듯, 액트 오브 워는 RTS 중에서도 국내 유저에게 익숙한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류의 게임보다는 사실성을 강조한 C&C 스타일에 가깝다. 보병들이 긁어대는 기관총 정도로는 탱크에 흠집조차 내기 힘들며, 그나마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대전차병들 역시 버기 카에 치이는 것 만으로도 저 세상 행이다. 제 아무리 땅개가 많더라도 최첨단 무기 앞에서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냉혹하게(?) 반영한다고나 할까. 초반 미션에서도, 대 보병용으로 업그레이드 한 스트라이커 단 한 기만으로도 적 보병 2부대 이상을 몰살시킬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줄창 자원을 모으며 탱크 대부대를 모을 때까지 서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액트 오브 워의 맵 요소요소에는 건물이나 수풀, 덤불 등 보병들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다. 한 번 건물에 진입한 보병은 건물이 파괴될 때까지 보호를 받으며, 건물의 맷집이 대단한 편이기 때문에 대전차병들이 지키고 있는 건물 근처에서 얼쩡대는 장갑차들은 별 소득도 거두지 못하고 박살이 나버리기 쉽다. 또한 맵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 은행 건물을 점거할 경우 마치 유전을 차지한 것처럼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을 둘러싼 기동 타격대 및 호위 부대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건물 안에서 쏘아대는 대전차병의 포격은 무시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 번 건물에 진입한 보병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가? 건물에 진입한 보병들은 창문 쪽에 붙어서 바깥의 적에게 사격을 하는데, 저격수(Sniper) 들을 동원하면 이렇게 창문에 붙어 있는 적들을 단 한 방으로 사살할 수 있다(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액션 영화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스나이퍼들이 건물 안의 적들을 적당히 처리하고 나면 근접 전투 능력을 지닌 아군 보병들이 돌입해 대신 건물을 점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로 각 유닛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짜여 있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만 한다.

 

자원 획득과 전투 사이의 밸런스도 잘 짜여 있다. 이 게임에서 유일한 자원인 돈을 얻는 방법은 3가지로, 앞서 언급한 은행 건물을 점거하는 방법과 일반적 RTS에서 볼 수 있는 자원(석유)을 채취하는 방법, 그리고 적의 포로를 생포해 수용소에 가두는 마지막 방법이 존재한다. 수용소에 들어간 포로는 마치 자원처럼 일정량의 돈을 무한정 생산해내기 때문에, 단순히 자원을 모으는 것보다 적과 적절히 교전을 하면서 포로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포로는 돈 외에도 특정 지역의 시야를 밝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쓸모가 있다.

 

노란색으로 빛나는 유닛을 생포해 포로로 만들자. 짭짤하다 이거야~

 

해상전과 용병 시스템의 등장 - 하이 트리즌(High Treason)

 

한편, 확장팩인 하이 트리즌에서는 시가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원판에서 범위를 넓혀 해상전을 지원하는 미션 및 맵들이 등장한다. 항공 모함, 구축함, 잠수함 등 실제 해전에서 사용되는 전함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강력한 기관총과 미사일을 동시에 보유한 이들 함선의 위력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다. 대형 함선들의 움직임이 매우 굼뜬 편이라 다소 답답한 감은 있지만, 이러한 요소도 사실성을 살리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용병 시스템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전술에 유연성을 더한다. 용병 커맨드 포스트란 건물을 지으면 용병을 고용할 수 있으며, 낙하산을 타고 전장에 돌입한다(커맨드 포스트에서의 거리에 따라 용병이 투입되기까지의 시간이 정해진다). 건물 점령용 특공대, 의무병 등에서 스텔스 비행기나 핵 무장 트럭에 이르기까지 게이머의 테크 업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빌드 오더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용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돈을 지불해야 하며 이들이 죽어버리면 보험료조차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에 유의를 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확장팩의 가치를 높여주는 사실은 싱글 플레이 미션이 대거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원판인 디렉트 액션의 경우 스테이지 구성이 10~12개 정도로 다소 맥 빠지게 끝나는 감이 있었으나, 여기에 이어지는 24개의 미션 덕택에 스토리 역시 줄기차게 진행되며 게임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원판과 마찬가지로 추가된 미션에 모두 상당량의 실사 동영상이 추가되어 있어 제작진의 성의를 느끼게 만든다. 물론 합본 버전인 한국 발매 패키지에서는 이런 것을 신경 쓸 필요 없이 게임을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실제 해전을 충실히 재현한 해상전 모드. 항모와 구축함이 보인다.

 

소장 치가 충분한 게임, 액트 오브 워


이상과 같이 살펴본 바, 액트 오브 워는 수준급의 그래픽 뿐 아니라 흥미로운 게임플레이, 그리고 나름대로 공을 들인 스토리까지 지니고 있어 충분한 소장가치를 지니고 있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밀리터리 소재의 컨텐츠를 좋아하거나 과거 C&C 류의 RTS를 재미있게 즐겼던 게이머라면 더없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RTS를 접해보지 못했던 유저나 게임을 하기 전 매뉴얼을 읽는 것에 질색하는 게이머라면 게임에 적응하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플레이 아타리에서 28,000원에 제공하는 다운로드 서비스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싱글 모드로 해상전을 즐길 수 없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다고 한다. 만약 DVD 플레이어를 지니고 있는 게이머라면 조금만 더 돈을 들이더라도 DVD 판을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리뷰에 사용한 DVD 버전은 튕김 현상이나 클라이언트 지연과 같은 버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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