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Dreamworks), <슈렉> 1, 2편의 연이은 대성공으로 디즈니와 픽사에 이어 일약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불리게 된 영화 제작 회사의 이름이다. 이들은 2006년 여름 시장을 겨냥해 CG 애니메이션 <Over the Hedge(이하 헷지)>를 내놓았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5월 31일에 개봉된 바 있다. 인간들에게 식량과 터전을 빼앗기게 된 동물들이 인간의 마을을 털어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세운다는 컨셉의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DOOM>,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사 액티비전의 손을 거쳐 귀여운 동물들이 활보하는 액션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게임으로 이식된 경우를 살펴보면, 대체로 영화의 내용을 표현하기에 바쁠 뿐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를 구현하는 일에는 실패해 정작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에 등장한 <헷지> 역시 이러한 실패작의 하나일 뿐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의외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보인다.

 


저사양에서도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화려한 풀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채 등장하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할 때, <헷지>의 그래픽 수준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게임은 낮은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가며, 비싼 그래픽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게임 화면을 제공해준다. 다만, 카메라 시점이 2인 플레이 지원을 위해 조금 애매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유저는 시점에 적응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은 경쾌한 템포로 흥을 돋우며, 사운드 효과 역시 캐릭터가 적을 공격할 때, 함정에 걸릴 때, 점프를 할 때 등등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연출되어 현장감을 살려준다.

 

 

동물들이 벌이는 <미션 임파서블>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동물들의 거주지 근처에 어느날 갑자기 울타리(Hedge)가 나타났다. 이것은 인간들이 토지 개발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로, 동물들은 보금자리를 잃은 채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 나타난 것이 바로 울타리 밖에서 나타난 꾀돌이 너구리 ‘알제이(RJ)’! 그는 울타리 너머 인간 세상에 넘쳐 나는 먹을 것을 훔쳐오자고 제안한다. 쿠키에서 시작된 이들의 인간 세계 약탈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인간들에게 고용된 동물 퇴치 전문가와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게이머는 숲 속의 동물들을 대표하는 ‘알제이’, ‘번’, ‘해미’, ‘스텔라’ 4명의 캐릭터 중 2명을 골라 인간 세계에서 음식을 약탈한 뒤 무사하게 귀환해야 한다. 인간들이 설치한 레이저 감지 장치를 피해 음식을 훔쳐낸 뒤 RC 비행기를 타고 마을에서 탈출하는 등, 이들이 벌이는 약탈 작전은 흡사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한다.


게임에는 인간 세계 약탈을 위한 35개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으며, 각 미션마다 요구되는 필수 목표(Objective)를 달성하면 미션을 완수하고 다음 차례로 넘어갈 수 있다. 미션은 상당히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는데, 잠입, 시간 싸움, 호위, 탈출, 전투 등 다양한 요소가 매 미션마다 뒤섞여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작감 역시 훌륭한 편이다. 공격 버튼을 연타하면 360도 방향으로 무기를 휘두르면서 무려 8번이나 연속으로 전방위 전진 회전 공격을 가하는데, 이 때 느껴지는 손맛이 남다르다. 또한 이단 점프나 살금살금 걷기 등으로 함정을 피할 때에는 전신에 긴장감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도 눈에 띈다. 일단 전투의 손맛은 나쁘지 않지만, 방식이 단조롭다. 공격 버튼을 연타해 적을 몰아 붙인 뒤, 딜레이 시간 동안 특수 공격 버튼을 눌러 주변의 적을 모두 쓰러뜨리는 식의 패턴을 반복하면 거의 대부분의 전투를 해결할 수 있고, 원거리 공격이라던가 돌진 공격 등 다른 공격 기능들은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때문에 비슷한 전투의 반복이 많은 미션에서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캐릭터가 4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에게 고유한 특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매 미션마다 똑 같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떤 캐릭터는 움직임이 날렵하면서 평타 공격이 강력하고, 어떤 캐릭터는 돌진 공격이 무척 쓸만하다는 식으로 특징을 부여했다면 전투의 단조로움이 다소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플레이 시간의 아쉬움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하는 데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미션을 모두 클리어 해 버리고 말 것이다. 때문에 제작사에서는 미션 외에 여러 가지 서브 컨텐츠를 준비해 패키지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아이템/캐릭터 콜렉션 기능, 컨셉 아트/무비 등의 엑스트라 컨텐츠 콜렉션 기능, 그리고 미니 게임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아이템 및 캐릭터 컬렉션 기능이다. 아래 쪽 화면에 보이는 것이 일종의 로비 기능을 하는 숲(The Woods)인데, 이 곳은 본래 플레이하길 원하는 미션이나 미니 게임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이 숲이 텅 비어있지만, 미션을 진행하면서 특별한 아이템을 손에 넣거나 인간들에게 잡혀 있는 동물들을 구출하면 숲 화면에 해당 아이템/동물이 추가된다. 텔레비전, 노트북 컴퓨터, 영사기 등 인간 마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숲에 끌어와 전시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별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몇 번씩 미션을 다시 플레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수집에 특별한 취미를 지니고 있는 게이머를 제외한다면, 한 번 클리어 한 미션을 다시 플레이 해 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asy, Normal, Hard의 3가지 난이도 모드가 존재하지만 적 캐릭터의 체력이나 공격 AI가 약간 상승할 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 유저가 즐기기에는 2% 부족, 그러나..


이상에 살펴본 바, <헷지>는 여러 가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미션의 완성도가 높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조작감도 뛰어나지만, 게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 시스템이 지루한 편인데다가 정작 미션 클리어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패키지의 소장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일반적인 유저가 33000원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기에는 부족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조카, 자식, 혹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등을 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은 상당히 귀여운 편이며, 아기자기한 조작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미션 구성은 어린 연령대의 유저에게 적합하게 되어 있다. 성인 유저가 으레 느낄만한 전투의 지루함 역시 어린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난이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더구나 이 게임은 USB 단자를 통해 조이패드를 연결할 경우 2인 플레이 모드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컴퓨터 앞에 또래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드문 요즘, 이 게임은 어쩌면 당신의 귀여운 지인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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