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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PC MMORPG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들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흥행작 '리니지M'과 같은 모양새가 된다는 점이다. 원작 고유의 특징이나 게임성은 게임의 초반, 튜토리얼에서 잠깐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며, 이후에는 닥사나 필드 PVP가 주가 되는 '리니지M'과 비슷해진다. 때문에 원작에 추억이 있는 팬들은 크게 실망하는 일이 많다.

 

엔씨소프트가 5월 20일 0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트릭스터M'도 그와 완전히 같은 사례의 게임이다. 귀여운 도트 캐릭터, 드릴로 대표되는 발굴과 탐험, 그리고 스토리를 기억하던 팬들에게 '트릭스터M'은 겉모습만 그 시절과 비슷한,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래도 원작의 명성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게임에 비하면 솔직한 편이다. 처음부터 '귀여운 리니지'라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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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M'은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리니지M 냄새가 난다. 리니지M을 처음 시작하면 과거 리니지의 네임드 유저의 닉네임을 한 캐릭터들과 지룡 안타라스를 잡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트릭스터M도 꿈속에서 보스 몬스터 크로노스와 싸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돈 까발리에가 남긴 유산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캐릭터를 선택하기도 전에 나오는 이런 프롤로그는 적절하지 않다. 스토리 완결을 기대하고 온 원작 팬을 생각했다면, 원작에서는 홈페이지에서 소설과 만화로 상세하게 소개했던 '각 캐릭터가 돈 까발리에의 유산을 노리는 이유'(클릭하면 해당 내용을 아카이브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를 프롤로그에 녹여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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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격투가' 캐릭터가 되어서 정체불명의 레이드 보스와 전투를 벌인다. 트릭스터라는 이름을 내세웠으면서 이러는 건 성의가 없는 거다.

 

 

다행히 이후 나오는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퀄리티가 크게 올라간 일러스트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에 접속하면 요즘 모바일 MMORPG를 즐긴다면 익숙하나 원작 팬의 기대를 벗어난 화면이 반겨준다. 까발라 섬과 기간틱 폴리스(예전엔 메갈로 폴리스였던)의 모습도 그대로고, NPC들도 변함이 없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트릭스터M이 아니라 리니지M을 하는 기분이다.

 

트릭스터의 핵심 시스템이었던 '드릴을 통한 발굴'이 추가되긴 했지만, 결국은 유물을 모아 '아카데미'에 등록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으로 귀결된다. 아카데미에서 각 아이템이 어디서 발굴되는지 파악하고, 거기 가서 자동으로 발굴하게끔 해두면 플레이어가 할 일은 끝난다. 고급 드릴부터 숨겨진 발굴 지역을 찾아내는 '다우징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 번 사용하면 쿨타임이 360분이 넘고, 숨겨진 발굴 지역이라는 것도 유물이 더 잘 나오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뿐이라 탐험의 두근거림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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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드릴질을 해서 유물을 모으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아카데미는 유물뿐만 아니라 무기, 방어구, 장신구, 드릴 등도 수집을 요구하는데, 리니지M의 아이템 수집 도감이 떠오른다.

 

 

그 외에는 사냥, 사냥, 사냥이다. 퀘스트의 대부분은 몬스터 사냥, 몬스터를 사냥해 아이템 수집, 발굴의 세 종류인데, 사냥 퀘스트는 리니지M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빨간... 아니 핑크포션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속 앰플이나 음식, 각종 강화 주문서로 캐릭터를 일시적으로 강화시킨 뒤 자동 전투를 돌리면 된다. 장비 강화도 필수인데, 리니지M에서 6검 4셋을 맞추는 느낌으로 장비를 갖춰 나가니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전투를 할 때 내가 받는 대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내가 몬스터에게 주는 대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로 보여주지도 않고, 포션의 회복량도 알 수 없어서 자동 사냥을 돌려두기 전에 핑크포션으로 버틸 수 있는 정도인지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선공 몬스터가 둘 이상 나오는 곳이면 버티기 어려우니, 선공 몬스터가 덜 몰려 있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자동 전투를 돌리는 곳에 자리를 잡는 게 좋다.

 

리니지M 하면 떠오르는 변신은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있다. 직업 별로 착용 가능한 패션이 세분화되어 있지만, 패션을 뽑을 때는 다른 직업의 패션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패션을 얻기 어렵다. 마법 인형은 '펫'이고, 펫을 소환하면 해당 펫의 능력치 보너스가 적용된다. 패션이나 펫 모두 특정 종류를 모으면 능력치 보너스를 받는다는 점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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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에 있는 무수한 버프들. 여기에 자동 사용은 불가능해도 회복력이 높은 포션과 순간이동 주문ㅅ..아니 순간 이동 티켓과 마을 귀환 티켓을 퀵슬롯에 올려놔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의 공격부터 자동 전투 AI가 꼬여 벌어지는 의문의 자살 행위를 피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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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의 변신과 동일한 콘텐츠인 패션. 퀘스트 진행 중에 얻는 고급 패션의 컬러링이 원작 트릭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점은 재미있다.

 

 

이쯤되면 내가 트릭스터M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리니지M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그래픽이나 음악이 아기자기하고 귀엽다는 것만이 확실한 차이점인데, 그런 면에서 '귀여운 리니지'는 트릭스터M을 표현하기에 정말 적절하기 그지없다. '트릭스터M: 귀여운 리니지'라는 게임 제목이어도 어색하지 않다.

 

'트릭스터M'은 트릭스터라는 이름에 기대할 건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럼 '리니지M'으로서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혈맹처럼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는 핵심 커뮤니티가 되어야 할 '컴퍼니'는 정원을 늘려도 사원을 더 받을 수 없는 버그로 진통을 앓고 있는데, 사전예약부터 대대적으로 컴퍼니 사전 생성을 받은 데다가 한 차례 출시 연기까지 했던 게임에서 나올 문제인가 싶다.

 

엔씨소프트는 출시 직후 업데이트 안내를 통해 컴퍼니 기능의 개선 및 확장, 맵 내에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는 탐험 요소의 추가, 절전 모드 기능 추가 등 월별 업데이트 계획을 공개하긴 했지만, 이건 애초에 적용하고 나왔어야 하는 내용들이 아닌가? 무엇을 위한 출시일 연기였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월별 업데이트 소개 영상. 여러모로(?) 반응이 뜨겁다.

 

 

현재의 트릭스터M은 '귀여운 리니지'라는 이름값은 확실한 게임이나, 트릭스터를 좋아하던 플레이어도, 리니지M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게임이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엔씨소프트 게임들처럼 서비스를 지속하며 점차 개선되리라 믿는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트릭스터 팬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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