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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8일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바일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이하, 와일드 리프트)'의 한국, 일본 CBT가 시작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플레이 감각을 모바일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개발된 게임으로, 원작이 워낙 인기 있는 게임이다 보니 이번 CBT를 반기는 플레이어도 적지 않았다.

 

반면,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룰은 알지만, 플레이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롤알못'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룰은 알지만 각 챔피언의 성능이나 아이템 효과 같은 건 전혀 모른다고 봐도 좋다. 그런 롤알못이 즐겨 본 와일드 리프트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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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입문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챔피언 수도 세 자릿수를 넘어가고, 각 챔피언의 성능, 다양한 아이템의 효과 등 배워야 할 게 많기도 하다. 여기에 컨트롤도 받쳐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5:5 팀전이라는 부분도 입문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분명 상대팀이랑 싸우는 게임인데, 게임을 하다 보면 아군이 더 미웠다.

 

와일드 리프트를 시작할 때도 당연히 그런 우려들을 안고 있었다. 개발자가 인터뷰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라고 했는데, 이게 나에게는 '모바일에서도 아군과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로 비치기도 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CBT 플레이 영상(30fps)

 

 

하지만 그런 건 기우였다. 채팅을 하는 게 어려운 환경인 것도 이유겠지만, 팀원끼리 싸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플레이 타임이 짧았던 것이 크다. 와일드 리프트의 평균 플레이 타임은 10분에서 15분 사이다. 포기를 할 줄 모르는 AI와의 싸움에서는 15분을 조금 넘기는 일이 많았지만, 판세를 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항복하는 플레이어끼리의 싸움에서는 10분 남짓한 시간에 대전이 끝났다.

 

신기한 건 한 판의 대전 중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할 만한 것들은 모두 충실하게 끝냈음에도, 대전 후 시간을 보면 10~15분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한 판에서 해온 것들을 되돌아보면, CS를 먹으며 캐릭터를 성장시켰고, 죽거나 귀환을 통해 우물에 오면 아이템을 적당히 사 입었으며, 타워도 부수고 상대도 죽이고(혹은 죽거나) 하다가 넥서스를 부수거나 항복을 얻어낸다(혹은 하거나). 내셔 남작이나 드래곤이 나타났을 때는 팀원이 한데 모여 보너스를 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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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넥서스를 직접 파괴해서 마무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짧은 플레이 타임에 맞게 게임 전체의 밸런스를 조정한 결과다. 개발자 인터뷰에서는 짧은 플레이 타임을 목표로 축소, 변경한 사항들(작아진 맵, 공격 목표 감소, 아이템 구입 간편화 등)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그런 점들을 하나씩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건 미니언 막타를 치기 쉽다는 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초반 성장에서 미니언의 막타를 잘 치는 것이었다. 미니언이 죽을 때 근처에 있으면 소량의 골드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만, 막타를 치는 것보다는 효율이 낮다. 그래서 잘 몰라도 일단 노려보는데, '지금 때리면 막타겠지'하고 때리는데 죽이지 못하는 때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캐릭터가 한 대만 때리면 죽는 정도의 체력을 가진 미니언의 체력바가 하얀색이 된다. 이를 보고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면 초보자라도 초반 라인전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원작에 비해 레벨업 속도도 빨라지고 궁극기를 배우는 레벨도 낮아진 데다가 미니언의 막타도 더욱 쉽게 칠 수 있어서 초반 캐릭터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물론, 컨트롤 실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얀색이 된 후에 공격이 늦으면 내 공격이 닿기 전에 아군 미니언의 공격에 죽어버리기도 하고, 아직 하얀색이 되지 않았지만 다음 미니언의 공격을 예측해 공격을 눌러 놨더니 내 공격이 먼저 닿아서 아군 미니언이 막타를 치기도 한다. 플레이어의 실력이 반영될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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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렌 앞에 있는 공성 미니언의 체력이 하얀색이 됐다. 평타 한 대로 죽일 수 있다는 뜻.

 

 

아이템과 관련된 편의성도 좋았다. 상점에 가면 소지하고 있는 골드에 따라 화면 왼쪽에 구입 추천 아이템을 보여준다. 단순히 '이 아이템이 제일 좋아요!'라며 하나만 보여줄 법도 한데, 그 안에서도 나름 선택지를 준다. 원작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전황에 따라 구입하는 아이템 트리를 다르게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와일드 리프트에서도 좀 더 간편하게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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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의 성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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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피언을 선택할 때 사전 구성된 아이템 세트를 선택할 수 있다. 덕분에 고민 없이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의외로 인상적이었던 건 '스마트 핑'이다. 스마트 핑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공격하자고 하거나 위험을 경고할 때, 적이 사라졌다고 알릴 때 사용하는 소통 수단이다. 채팅 대신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원작에서는 소리나 맵에 찍히는 모양을 보고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하는 유저가 쉽게 배우기 어렵다. 게다가 실제 게임에서는 스마트 핑을 의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플레이어도 있어 더욱 까다롭다.

 

반면,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누군가 스마트 핑을 사용했을 때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군이 상대 챔피언을 공격하자고 스마트 핑을 사용했다면, 화면 가운데에 누가 누구를 공격하라고 지시한 것인지 보여주고, 맵에는 아군이 찍은 공격 대상의 위치가 표시되며, 음성으로는 '이 챔피언을 공격하세요!'라고 알려준다.

 

스마트 핑을 봤을 때 원작에서는 '이 사람이 뭐라는 거야?'라는 마음이 앞섰다면,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확실하게 '저 사람을 공격하자는 것이군!'하고 알고 대응할 수 있었다.

 

▶ 와일드 리프트 스마트 핑 영상. 원작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나는 그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를 봐오며 '저건 대체 뭘까?'하는 궁금증들을 와일드 리프트를 하며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직접, 열심히 플레이했다면 더 빨리 알 수 있었겠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개발자는 와일드 리프트에 대해 '더 많은 플레이어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성을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한 게임'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엔 '에이 말로만 그렇겠지' 싶었는데 직접 즐겨보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짧은 체험 기간이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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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

 

사실 내가 '와일드 리프트'를 시작한 건 라이엇 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활용해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 L' 때문이기도 하다. '원작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원작을 알면 재미있고, 원작을 즐기던 사람이면 더 재미있다.'라는 나름의 생각 때문에,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와일드 리프트'는 그런 나의 바람을 현실적으로 만들어 준 게임이다. 테스트 기간이라 지금 느낀 것들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와일드 리프트'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나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못했던 이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자. 리그 오브 레전드가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

 

글/문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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