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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일부분을 '밴드'로 태웠던 시절이 있다. 제법 오랫동안 '드럼'이라는 악기를 만졌고, 또 주제에 맞지 않게 크고 작은 공연을 몇 번 한 적도 있다. 재능은 부족했지만, 그 부분을 노력으로 열심히 메꿨다. 쿵짝 박자 감각은 그래도 일반인보다 좀 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리듬'을 나누고 쪼개는 게임은 잘하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메트로놈을 달고 살았어도, 리듬 게임의 엇박과 템포 변화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야 게임하고 실제로 악기 하는 거 달라'라고 변명했지만,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이후 심각한 '박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 재능도 부족하고, 피지컬도 안된다는 걸 느끼면서 관심을 갖게 된 물건이 바로 '런치패드'다. 정사각형의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소리가 나오고, 또 박자까지 맞춰주는 최첨단 장비다. 주로 'EDM'이라는 전자음악 장르에 자주 사용된다.

 

EDM에 관심이 생긴 이후엔 '디볼버'의 게임을 자주했다. 유튜브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게 '핫라인 마이애미'와 '카타나 제로'의 OST를 통째로 목록에 넣는 것이었다. 사실 게임도 좋았지만, 음악이 더 좋았다. '락 키드'에서 'EDM 어덜트'가 된 것은 게임의 OST 때문이다.

 

이런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노 스트레이트 로드'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컨셉은 한 마디로 '락 VS EDM'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나는 둘 다 좋아하는 장르인데 어느 편을 들어야 하지? 그리고 둘이 왜 싸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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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항상 뒤에 배경으로 깔리던 'BGM'을 앞에 내세운 게임이다. 즉, 게임 내의 '음악'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뜻이다. 사실 '배경음'이나 '효과음' 을 게임에 활용한 경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아마 '리듬 액션'이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어떤 느낌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플레이나 시스템이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디맥 리스펙트, 태고의 달인, 리듬 세상,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 처럼 '소리'와 '박자'라는 요소에 비중을 실은 게임이다.

 

'노 스트레이트 로드' 역시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메이데이'는 '주크'는 '벙크 베드 정션'이라는 2인 밴드에서 각각 기타와 드럼을 치는 캐릭터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바이닐 시티'는 '음악'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도시다.

 

게임은 '벙크 베드 정션'의 오디션 장면부터 시작된다. 두 주인공은 '바이닐 시티'를 운영하는 'NSR'에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벙크 배드 정션'의 음악은 나쁘지 않았고, 음악 에너지에 반응하는 '콰사'의 수치 역시 높게 나왔지만, 심사위원들은 이 둘을 탈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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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크 베드 정션'이 '락'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바이닐 시티'를 운영하는 'NSR'은 오직 'EDM'만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심지어 주인공의 오디션 이후 락을 금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동시에 NSR은 일반 시민들을 제외한 엘리트들에게만 전력을 공급한다.

 

'저항'은 락의 중요한 정신이다. 당연히 '메이데이'와 '주크'는 이런 NSR의 독점에 저항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EDM에 맞사기 위해 콘서트장에 난입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에서는 사실 락과 EDM이 대립하는 것처럼 내세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게 큰 의미 없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것이다. 이렇게 장르에 편을 나눈다는 것은 '락이 최고야. 아니야 EDM이 최고야' 하며 투기장을 열려는 것이 아니다. '어때 둘 다 들어보니까 괜찮지?'를 게이머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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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게이머라면 처음 NSR을 플에이하는 순간 '양키센스'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에서 '북미'쪽의 감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메이데이'와 '주크' 그리고 '바이닐 시티'를 그려낸 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보다 '카툰'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나쁘지 않다. '바이닐 시티'의 구성이나 오브젝트 등이 전체적으로 통일됐다. 딱 봐도 높은 수준의 디테일이다. 특히 NPC들의 개성이 다 살아있다는 점이 좋았다. 멀뚱히 서서 대사만 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게임의 세계관에 잘 녹아든 느낌이다. '양키 센스'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잘 만들었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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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 아토믹 슈퍼노바'는 '다프트 펑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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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아이돌 '사유'는 '하츠네 미쿠'와 닮았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보스 캐릭터들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개성도 훌륭했다. EDM 뮤지션을 잘 아는 편이 아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음악적 색깔까지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보스가 누구랑 닮았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을 정도. 딱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캐릭터 개성만큼 보스 스테이지에서는 이에 맞춰 컨셉을 확실하게 살렸고, 음악에 맞춰 배경이나 색감도 변한다. 스테이지는 구성은 한 번에 길게 가지 않고, 페이즈를 나눠 진행된다. 바뀌는 페이즈마다 변형된 패턴과 박자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맘에 들었다. 사이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컷신의 퀄리티도 높은 수준. 음악만큼 그래픽도 섬세하게 다듬은 노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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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을 오랫동안 들었고, 또 인생의 일부분을 밴드 생활로 태웠던 입장에서 듣기에 '노 스트레이트 로드'의 음악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펑크, 그런지, 스레쉬 메탈 같은 거칠고 '빡센'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은 '말랑'하고 대중적인 소리처럼 들렸다.

 

많은 게이머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택했다. 락을 잘 모르거나, 단순히 '시끄러운 음악'정도로 생각하는 게이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 솔직히 작정하고 만든 인디게임이 아닌 이상 하드코어나 데스메탈같이 무시무시한 음악을 넣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락은 좀 안다고 해도 EDM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해봐야 '다프트 펑크'나 국내의 '이디오테잎' '글렌체크' 그리고 'J.E.B 요일바'의 음악을 들어본 것이 전부. 게임이라면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나 '핫라인 마이애미'의 OST 정도를 좋아하는 수준이다.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오 신난다. 심박 수 올라가는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DM이라고 단순히 '삐용삐용' 하는 기계음의 반복이 아니다. 게임의 상황과 페이즈의 변화에 따라 템포도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 No Straight Roads - Track DJ Subatomic Supernova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가 이 정도일 거라 생각하는 데, 이러면 충분하다. 락이나 EDM이나 전부 약간은 '대중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을 것이다. 이 두 장르는 특히나 매니아들이 많고, 또 같은 락과 EDM에서도 다양한 줄기로 갈라진다. 한번 파고 들어가면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대중적인' 코드를 선택했다. 어디까지나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아 이게 락이지, 이건 EDM'이구나 하고 납득하며 즐길 수 있는 사운드로 구성했다. 듣고 즐기며, 어깨 들썩이기에는 충분하다. 장르, 음악의 완성도나 예술성보다는 '게임' 을 보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락과 EDM 모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밴드의 소리 자체가 너무 '스튜디오'틱 하다는 것. 각각의 악기 소스를 조금은 투박한 느낌 혹은 공연장 라이브의 느낌이 살 수 있는 사운드를 따로 준비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vs. SAYU (From "No Straight Roads")

 

 

음악, 리듬을 풀어내는 게임은 '손은 눈보다 빠르다'가 중요하지 않다. 다른 게임과 반응하는 매커니즘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리듬 게임에서 피지컬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디맥 리스펙트'를 멋지게 플레이하는 게이머만 봐도 '그게 보여요?'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빠른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귀로 듣고 심장을 거쳐 손으로 반응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듬 세상' 이나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 같은 경우 정확한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다. 손이 좋고 반응이 빠른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나오는 음악에 자신의 템포를 맞춰야 한다.

 

게임에서 요구하는 리듬을 정확하게 지켜주면서 플레이하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들으며 심장 뛰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의 음악이 실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노 스트레이트 로드'의 EDM과 락은 어깨를 들썩이게만 할 뿐이다.

 

예를 들어 네크로댄서의 경우엔 기본적으로 음악의 박자에 맞춰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쿵짝쿵짝'의 템포면 방향키도 '쿵짝쿵짝'에 맞춰서 눌러야 한다. 하지만 '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쿵짝쿵짝'이 나와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즉, 음악은 특정 리듬으로 반복되고, 오브젝트들 역시 이에맞춰 움직이지만, 플레이어는 그 규칙을 어겨도 상관없다.

 

나쁘게 말하자면, 굳이 음악에 맞추지 않고,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쳐 게임처럼 '보고 반응'하면서 플레이 해도된다. 사실 EMD과 락만 나오는 일반 어드벤쳐 게임이지 박자와 리듬감을 무시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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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타격감도 괜찮고, 등장하는 적들과 보스의 공격 패턴, 오브젝트 활용과 스킬 이펙트는 괜찮은 수준이다. 다만, 색감 자체가 비슷비슷하다 보니 어떤 것을 피해야 하고, 어떤 것을 그냥 놔둬도 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박자 감각만으로는 반응하기 어려운 공격패턴도 종종 보이는데, 처음엔 별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맞고 트라이 하면서 알아야 한다.

 

한 가지 더 불편한 점은 '시점'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플레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게임은 한결같이 3인칭 시점을 잡아주는데, 간혹 그 거리를 너무 멀게 빼는 경우가 있다. 크고 넓은 배경을 보여주는 것도 한두 번이면 좋았을 것 같다. 시점을 이렇게 잡으면 게임 하는 입장에서 컨트롤하기도 까다롭고 박진감이나 몰입감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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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스트레이트 로드'는 락과 EDM이라는 음악 장르에 맞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잘 담아낸 게임이다. 어설프게 대충 버무리고 억지 부리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퀄리티를 갖춘 게임이다. 꼭 락과 EDM 장르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락과 EDM이 대중적인 장르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고, 국내의 게이머들에게 이런 식의 그래픽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있다. 기존의 '리듬 게임'과 비슷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특정 장르의 매니아,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듣고, 보고 신나게 즐길 준비만으로 충분하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글/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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