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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출시된 '바람의 나라: 연'이 한국 최초의 MMORPG의 직계 후속이라는 상징성, 대대적인 홍보 등에 걸맞는 초반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작이 되는 '바람의 나라'는 199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입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유저라면, 바람의 나라를 모르는 유저는 거의 없을 거고, 추억을 하나쯤 갖고 있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 홍보영상에 잭스키스의 '폼생폼사'를 사용한 것도 노렸다고 볼 수 있겠죠. 

 

'바람의 나라: 연'을 시작하는 유저 대부분은 과거의 추억을 갖고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당장 저만 해도 바람의 나라와는 아무런 ‘연’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바람의 나라: 연'이 그런 유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본 기사는 플레이 캐릭터 중 전사 위주의 감상임을 알려드립니다)

 

 

화면 전체, 게임 전체에 풍기는 90년대의 향취

 

 

요즘 게임은 화려한 비주얼과 특수효과가 기본입니다.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요즘, ‘바람의 나라 연’(이하 바람: 연)을 보면 ‘이 무슨 시대착오적 게임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매우 제한적이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있고, 세트 장비나 어느 정도 강력한 장비는 캐릭터의 외모도 변경됩니다. 국내성, 부여성 등 한국적인 건물을 오랜만에 펑퍼짐한(?) 2D 화면으로 보니 정겹고 아기자기하죠.

 

일일이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이펙트는 2D가 기본임에도 아주 그럴싸하고 보기도 좋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말풍선으로 스킬명을 외치는 것도 구닥다리스러우면서도 정감 있죠. 특히, 전사 스킬인 ‘건곤대나이’를 쓸 때 ‘건곤대나잇~~!~!’이라 외치는 그런 ‘귀여움’들은 게임 곳곳에 넘쳐 날 정도로 산재해 있습니다.

 

이외에 왈숙이, 성황당 할머니 등 다양한 NPC는 외모보다는 대화에서 보여주는 개그나 위트 덕분에 나중에 다시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광고 멘트로도 쓰일 정도였죠. 여기에 흑왕쥐, 평웅 등 사냥감 몬스터들의 네이밍도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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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도 화면 전체를 도트로 수놓은 2D 기반 게임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의 수고가 녹아들어 있을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게이머 여러분이라면, 바람: 연의 그래픽에 무조건적인 야유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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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신장개업한 나이트?

 

저는 그 옛날 바람의 나라를 직접 해보지 못했지만, 그래픽이나 게임 시스템, 콘텐츠 곳곳에 포함된 구식 개그 요소는 당시 게이머로서 어느 정도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 연을 즐기며 볼 수 있었던 이런저런 요소들이 '24년 전 소년, 소녀들을 PC 모니터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라며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최신 기술을 버린 대가로 얻은 쾌적함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발열이나 과부하를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게임일수록 그 걱정은 커지죠. 하지만 바람: 연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겉보기에도 알 수 있듯, 요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비주얼은 없는 게임이니까요. 실제로 출시 2년이 넘은 아이폰8정도의 성능으로 욕을 먹었던 제 아이패드 7세대에서 2~3시간을 즐겨도 약간의 미지근함만 있을 뿐, 발열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수많은 유저가 모여 왁자지껄한 왈숙이네 주막이나 국내성 게시판 등의 장소에서도 이동이나 NPC 클릭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원작과 달리 바람: 연에서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간 충돌이 없어 길막으로 인한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습니다.

 

만 명 이상 단위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몰린 각 서버에서도 대기열만 늘어날 뿐, 실제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있지 않았고 그런 보고도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모바일 게임 런칭 직후 늘상 벌어지는 서버 접속 장애 같은 이슈도 별로 없었죠).

 

시대와 맞지 않는(?) 바람: 연의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장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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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북적임이라면 왈숙네는 갑부임에 틀림없어(!)

 

 

2020년 한국형 모바일 게임의 모든 것이 망라된 콘텐츠

 

올해로 24년을 맞는 바람의 나라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역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람: 연에는 원작에 있었던 요소 외에도, 2020년 한국형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콘텐츠와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10레벨 달성 시마다 개방되는 추가 콘텐츠에 맞춰 유저와 함께하는 '튜토리얼', 캐릭터의 성장 과정에서 달성할 수 있는 수많은 '도전 과제', 사냥터마다 일정 수 이상의 몬스터를 잡으면 캐릭터의 성능을 높여주는 '도감', 무기, 장비의 강화와 각인, 수호/탑승/변신으로 구분되며 이동을 돕거나 강한 옵션 수치가 붙어 있는 '환수', 돈이나 아이템, 재료를 수급하는 '요일 동굴'과 '심연의 탑' 등등... 한국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익숙한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눈 여겨 볼만한 것은, 이 모든 콘텐츠들이 MMORPG의 왕도인 '레벨을 높여 더 강해진 캐릭터를 만들고,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중심으로,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잘 짜여 있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가장 정성을 들였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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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상하지만 또 없으면 아쉬운 게 도전의 탑 같은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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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드 1회차는 수동공격으로 컨트롤해야지만 클리어 한 다음 회차부터는 자동의 은총이…

 

 

오토의 힘을 빌려 없앤 레벨업의 지난한 과정, 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핵심이자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과거 MMORPG에서 필수였던 '레벨업'은 바람: 연에도 여전합니다. 상당한 반복 작업이라 유저들 사이에서는 '노가다'라고 부르곤 했죠. 바람: 연에서는 상당 부분 자동 사냥으로 대체돼 직접 반복 작업을 하는 수고는 덜었지만, 이 '노가다'의 근본적인 스트레스는 여전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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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 자체는 나름 박진감도, 타격감도, 스킬 쓰는 맛도 풍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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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 50부터는 스킬 공부, 전략적인 배치 등의 머리 쓰는 맛도 쏠쏠합니다

 

바람: 연의 여러 육성 요소 중 하나인 '도감', 그 중에서도 사냥 도감은 한 사냥터 전체의 도감을 100% 완수할 때마다 치명 확률, 체력 재생 등의 혜택을 줍니다. 과금 유저는 물론, 과금 없이 게임을 즐기거나, 게임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후 과금할 계획을 갖고 있는 잠재적 과금 유저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죠.

 

문제는 여기서 드러납니다. 도감 하나를 채우기 위해 잡아야 하는 몬스터의 수가 정말 어마무시하거든요. 도감을 채우는 데는 총 5단계를 거치는데요,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략 300~800마리 사이의 몬스터를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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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 라구요? 한번 해보십쇼. 토 나옵니다…

 

오토 지원하니까 괜찮다구요? 초보자 사냥터를 벗어나 12지신 동굴로 가봅시다. 각 던전(굴) 마지막 사냥터의 도감에서는 각 단계의 마지막마다 해당 던전의 보스를 사냥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던전 최종 보스는 항상 나와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에 리젠 시간, 리젠 위치도 알 수 없습니다. 도감 1단계에서는 한 마리만 잡으면 되니 어찌어찌 타이밍 맞춰 잘 잡을 수 있어도, 다음 2단계, 3단계는? 올라갈 때마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를 최종 보스를 몇 번이나 더 잡아야 합니다.

 

사냥터 구조도 문제입니다. 몇몇 사냥터는 아주 좁으며 몬스터 리젠도 충분치 않거든요. "도감작 좀 하게 몬스터 좀 뿌려라"라는 채팅이 여기저기서 올라올 정도죠. 도감을 채우려는 유저들끼리만 모여도 팍팍한데 여기에 장비 파밍을 위해 사냥터를 찾는 유저들까지 생각하면... 이 노가다는 언제 끝날지 알 수조차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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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이런 사냥터만 있는 건 아니죠

 

 

소소한 과금? 그런 게 있나?

 

잠재적인 과금 유저를 위해 바람: 연의 과금 요소도 살짝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과금 재화는 ‘붉은 보석’으로 한 개에 27원~28원 꼴입니다. 바람: 연에서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보좌역인 환수를 한번 소환하는데 120보석이 드는데요, 수호나 변신 환수는 경험치 획득 퍼센트 증가 및 파괴력/체력/마력 증가율 등의 옵션이 있어 소중하지만, 탑승 환수는 이동 말고는 별로 쓸 데가 없습니다. 근데 뭐가 나올지 모르는 환수 1회 소환이 3천 3백원 꼴입니다.

 

요즘 모바일 MMORPG에서 ‘기본’이 되어가는 각종 버프 제공이나 기본 아이템을 매일 무료 제공하는 상품은 어떨까요? 바람: 연에서 ‘태고의 보물’이라는 녀석이 그 역할을 하는데, 기간은 14일밖에 안 되는데 33,000원입니다. 한 달에 66,000원... 과거 정액제 MMORPG에서 1개월 이용에 2만원 넘게 가격 책정을 하면 유저들로부터 정신 나간 회사로 ‘찍혔던’ 옛날이 그리워질 정도로 세상은 각박해진 걸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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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승 환수 ‘고급’을 뽑아봤자…

 

 

절반의 만족, 그리고 절반의 아쉬움

 

20년 이상 롱런하고 있는 국내 최고령 온라인 게임에 대한 경의를 담아 맵 구석구석, 도트 한땀 한땀 채워 넣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바람: 연.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과거의 향수 그대로였고, 방대한 콘텐츠는 게임을 붙잡고 있는 동안 몰입도를 높여줬습니다. 원작의 향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불편함은 대폭 개선하고, 올드 게임이 장점으로 가져갔던 원활한 커뮤니티성을 스마트폰으로 잘 옮겨오기 위한 세로모드 채용 등 공들인 흔적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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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과 협력 콘텐츠, 커뮤니티성 등 많은 부분에서 돋보입니다

 

이런 장점들이 많았던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과금으로 결코 게임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들 만큼, 확실한 유저들의 ‘초반 돈 박기’를 강요하는 듯한 콘텐츠 설계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게임에 제공되는 콘텐츠를 적절한 속도로 소비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도 찾고 스트레스도 풀고 추억도 되새기는 ‘휴식 같은 게임’을 바랐지만, 그런 바람은 절반만 충족된 것 같습니다. 롱런을 목표로 긴 걸음을 걸어야 할 바람: 연,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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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의 길이 멀고 험하듯, 바람의 나라: 연도 앞에 긴 길이 놓여있지 않겠습니까?

 

글/ 베이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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