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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로의 궤적’은 타임 라인상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 이후에 위치해 있으며 새로운 에피소드, 배경, 주인공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와는 완전 별개의 새로운 에피소드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생각 이상으로 ‘하늘의 궤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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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상 ‘하늘의 궤적 the 3rd’ 이후 시점입니다 (‘하늘의 궤적 the 3rd' 중)

 

‘제로의 궤적’에는 ‘하늘의 궤적’ 주인공인 에스텔과 요슈아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등장이 가벼운 특별 출연 형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캐릭터들은 ‘제로의 궤적’ 속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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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서비스가 좋긴 한데 입문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또한 스토리적으로도 ‘하늘의 궤적’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언급에는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의 스포일러성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제로의 궤적’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는 비슷한 타임라인을 공유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입문자도 수용 가능한 ‘섬의 궤적 I’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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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의 궤적’을 플레이하기 전에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는 것은 권장이 아닌 필수에 가깝습니다 (‘하늘의 궤적 SC’ 중)

 

이 리뷰 역시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와 ‘제로의 궤적’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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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궤적

형을 동경하던 로이드 배닝스는 신입 수사관이 되어 고향 크로스벨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는 신설된 특무지원과에 소속되게 되며 또 다른 신입 경찰 엘리 맥도웰, 티오 플래토, 랜디 올랜도를 만나 팀을 이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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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하던 형을 따라 수사관이 된 로이드

 

‘제로의 궤적’은 여러 면에서 다른 ‘궤적’ 시리즈 작품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작품입니다. 우선 독특한 무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로의 궤적’의 무대가 되는 크로스벨 자치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치주이지 하나의 국가가 아닙니다. 제국이라는 큰 국가를 무대로 삼는 ‘섬의 궤적’ 에피소드나 작지만 마냥 약하지만은 않았던 리벨 왕국을 무대로 삼은 ‘하늘의 궤적’ 에피소드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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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격사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그들만의 차별성이 존재하는 특무지원과

 

단순히 보면 무대가 그냥 작아졌다 정도로 끝날 것 같지만 크로스벨 자치주가 가진 상황은 조금 더 특수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무역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내부는 제국과 공화국이 점령한 상태로 두 국가간의 패권 싸움에 의해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게다가 크로스벨의 결정권마저 시장과 의장에게 나누어지며 크로스벨은 힘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현재를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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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과거 한반도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크로스벨

 

이런 절망적인 현실에 특무지원과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로의 궤적’의 진정한 빌런은 특정 단체나 인물이 아닌 현실 그 자체이며 그 현실 속을 살아가며 성장하는 특무지원과의 모습이 진정으로 이 작품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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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 딱 여기에 들어맞지 않을까요?

 

또 다른 차별성은 멤버 구성입니다. 기본적으로 ‘궤적’ 시리즈는 4명이 한 팀을 이루는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궤적’ 시리즈에서 확실하게 4명이 한 팀을 이룬 경우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매번 스토리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고 그들에게 맞는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짜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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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파티 캐릭터는 있지만 일시적입니다

 

하지만 ‘제로의 궤적’은 처음부터 확실한 4인 팀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는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 그 빈도수가 낮으며 합류하는 시간도 짧기 때문에 거의 팀원 교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다양성을 해친다고도 풀이될 수 있지만 이들이 특무지원과라는 하나의 팀이 되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에서는 이게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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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이 네 명 사이의 밸런스마저 상당히 좋습니다

 

Downgrade & Upgrade

‘제로의 궤적: Kai’는 PS Vita로 출시된 ‘제로의 궤적 Evolution’을 리마스터한 작품이 아니라 그보다 더 과거에 PSP로 출시되었던 ‘제로의 궤적’을 리마스터해서 이식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제로의 궤적 Evolution’에 있었던 요소들을 ‘제로의 궤적: Kai’에서는 만나보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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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의 궤적 Evolution’의 요소인 일부 OST와 미니 게임 등은 이번 작품에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제로의 궤적: Kai’에게도 차별점은 존재합니다. 우선 휴대기에서 거치형으로 이식되는 만큼 리마스터 형태로 이식되었습니다. 60 프레임을 지원하게 되었고 해상도와 음질이 올라갔습니다. 또한 쾌적한 플레이를 도와줄 하이 스피드 모드가 탑재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기존에 ‘제로의 궤적 Evolution’의 요소였던 메인 스토리 풀보이스가 예외적으로 ‘제로의 궤적: Kai’에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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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궤적: Kai’는 리마스터 작품으로써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예상대로 진행을 빠르게 해주는 하이 스피드 모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궤적’ 시리즈는 템포가 빠르지 않으며 플레이 타임도 짧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게다가 ‘제로의 궤적: Kai’에는 달리기 기능도 따로 없어서 충분히 답답함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이 스피드 모드는 이러한 상황을 급반전시키는 사이다 같은 요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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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스피드 모드로 쾌적한 전투 환경을!

 

그렇다고 해서 ‘제로의 궤적: Kai’가 완벽한 리마스터 작품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해상도는 괜찮았지만 모델링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또한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폰트 역시 조금 더 세련되게 바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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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링 이건 좀…

 

편의성 측면에서도 개선되었으면 좋았을 부분들이 몇 가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로의 궤적’ 속 메인 퀘스트와 대부분의 서브 퀘스트들은 수행 방법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정말 일부 서브 퀘스트의 경우, 수행 방법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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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감 넘쳤던 후반부 연출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아츠를 발동해야 하는 서브 퀘스트가 있었는데 이 NPC는 그 아츠의 이름도, 획득하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론 ‘궤적’ 시리즈 속 아츠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러한 서브 퀘스트를 어렵지 않게 통과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걸 잘 모르는 분들이 풀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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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에서도 전지전능한 그 분의 모습…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위력 표기 부재입니다. 모든 ‘궤적’ 시리즈가 각 크래프트와 아츠의 위력을 표기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작품들에서는 이를 표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위력이 표시되었을 경우 각 크래프트/아츠의 CP/EP 대비 데미지를 계산하여 상황에 맞게 CP/EP를 배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 ‘제로의 궤적’도 위력을 표기하지 않았으며, 시행 착오를 통해 위력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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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이번 ‘제로의 궤적: Kai’가 보여준 리마스터는 어디까지나 ‘제로의 궤적’을 PS4에 이식하는데 집중한 리마스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리마스터의 가장 중요한 점은 프레임과 해상도를 높이는 것일 수 있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것 역시 리마스터의 의미라는 점에서 ‘제로의 궤적: Kai’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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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장면에서만큼은 컷신을 통해 연출을 극대화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volution vs Kai

2019년 10월 31일. 두 게임이 기습적으로 한국 PS 스토어에 등록됩니다. 그 게임의 이름은 ‘제로의 궤적 Evolution’와 ‘벽의 궤적 Evolution’. 일본에서 발매된지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 게임의 PS 스토어 진출은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게임은 공식 한글화를 거쳐서 등록되는 것이었고 이는 황무지가 된 PS Vita의 땅에 마지막 단비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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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된 PS Vita의 마지막 대작! (출처: Playstation 공식 블로그)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인 같은 해 12월. 팔콤은 자사의 주주총회를 통해 ‘궤적’ 시리즈 신작인 ‘시작의 궤적’과 ‘제로의 궤적: Kai’, ‘벽의 궤적: Kai’를 발표했습니다. 이런 짧은 발표 텀과 앞에서 언급한 차이점들 때문에 유저들은 ‘Evolution’과 ‘Kai’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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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빨리 공개된 ‘제로의 궤적: Kai’

 

사실 이 선택에 대한 정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취향 차이만 존재할 뿐입니다. 만약 PS Vita의 휴대성과 ‘Evolution’만이 가지고 있는 OST를 즐기고 싶으신 분이라면 ‘Evolution’이 그 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빠른 플레이를 통해 ‘궤적’ 시리즈 최신작 진도를 따라가는 게 목표이거나 높은 해상도와 프레임을 중시하신다면 그 답은 ‘Kai’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신작이라고 바로 구매하지 마시고 부디 본인의 취향을 깊이 생각해보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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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일단 가격적으로 ‘제로의 궤적: Kai’가 더 저렴하긴 합니다 ㅎㅎ;;;

 

글/D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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