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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대의 기대작!까지는 아니었지만,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3년 동안 아껴가며 해오던 용과 같이 제로를 후다닥 마무리해버릴 만큼의 기대작이었던 게임, 바로 '드래곤볼Z 카카로트'입니다!!

 

▶'우리는 모두 손오공이다'라는 주제의 광고로 드래곤볼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기도 했죠!!!

 

 

출시된 날부터 지금까지 쭉 플레이해오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아껴가면서 즐기고 있는지라 이제야 기뉴특전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참입니다. 엔딩까지 마치고 쓴 리뷰가 수두룩한 시점이라 한참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저 나름대로 이 게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워드를 열었습니다. 뭐 그런 감상조차 남들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손오공이 되라고 했지만…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손오공이 되어 즐기는 RPG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드래곤볼Z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습니다. 원작 재현은 수준급이지만, '드래곤볼Z 카카로트'라는 게임의 이름에서 기대할 법한 것은 생각보다 부족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주인공 '손오공'의 일생을 그대로 다루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래곤볼Z'의 원작은 손오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긴 하지만, 셀 편까지는 손오반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큽니다. 라데츠가 쳐들어온 당시에는 어린 애에 불과했던 손오반이 여러 역경과 고난을 헤치며 지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커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죠.

 

그래서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정말 손오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그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즐겨본 게임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원작처럼 손오공보다는 손오반의 행적에 집중하고 있죠. 라데츠전 이후, 베지터와 내퍼 침공까지 1년이 남았던 때를 예로 들어봅시다. 손오공은 뱀의 길을 거쳐 계왕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웠고, 그냥 어린아이였던 손오반은 피콜로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훌륭한 Z전사로 거듭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여기서 손오공의 시점으로 손오공이 뱀의 길을 돌파하는 과정과 계왕에게 가르침을 받는 과정을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뱀공주의 궁전 같은 것도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손오반과 피콜로를 번갈아 조작하며, 손오반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뿐이었죠. 초조하게 손오공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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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반과 피콜로의 시점에서 플레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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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의 수련은 짧은 컷신으로 대체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추가된 전개가 시간 끌기를 위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습니다.

 

게임의 이름을 생각해보면 손오공의 시점에서 뭔가 이야기를 더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카카로트'는 왜 붙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심하게 말하면 '광고용 콘셉트'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예요.

 

 

제목만 제외하면 잘 만든 드래곤볼 게임

그래도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 흥미진진한 드래곤볼의 메인 스토리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 재현되어 있고, 드래곤볼의 세계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즐기는 오픈월드 콘텐츠도 즐겁습니다.

 

메인 스토리 외에 서브 퀘스트도 꽤 재미있습니다. 서브 퀘스트에서는 메인 스토리가 진행될 당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원작에서도 제대로 조명받을 일이 없었거나 메인 스토리 등장 이후 비중이 사라져버린 조연 캐릭터들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전투에서의 원작 재현도 상당합니다. 캐릭터들의 동작이나 필살기 애니메이션, 스턴 게이지를 모두 깎아내면 원작에서 봤을 법한 연출을 볼 수 있죠. 특히, 원작의 전투씬은 정말 잘 재현돼 있어 저도 모르게 필살기 이름을 따라 외치게 됩니다.

 

"갸리끄-호!!!!" … 더빙이 되지 않은 게 괜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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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이 이어지는 원작 재현. 화려하게 부활한 명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시절의 두근거림이 깨어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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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오반으로 오렌지 시티의 고등학교에 가보면, 자기도 언젠가 이런 학교에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손오반의 행적을 알고 있다면 흥미로운 대사죠. 그보다 사탄 시티였던 거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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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배맨의 자폭으로 사망한 야무치가 살아서 여자들과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는 서브 퀘스트가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헐 뭐지?'했는데 조금 더 진행해보니 무슨 일인지 알겠더라구요. 은근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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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면서 구슬 모으기, 사냥하기, 광석 채굴하기, 기탄으로 공룡이나 적 거점 잡기, 비공술로 날아다니기 등 떼어 놓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건 없습니다. 드래곤볼이라서 즐거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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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는 스턴 게이지를 깎아 브레이크하면 같은 필살기라도 특별한 연출을 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드래곤볼의 팬을 위한 게임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드래곤볼 팬에게는 정말 즐거운 게임이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한 구석이 없습니다.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게임 같지만 실상은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선형 진행 방식이기도 하고, RPG 요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정해진 필살기 트리를 따라갈 수 있을 뿐 특별한 건 없습니다. 엠블렘 메달을 모아 커뮤니티 보드에 적절히 설치해 부가 보너스를 얻는 정도가 그나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원작을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라 팬이 아닌 유저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다른 거 다 제쳐 놓고 즐길 정도로 재미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원작의 주요 필살기나 드래곤볼 하면 떠오르는 움직임은 잘 재현하고 있지만, 적과의 공방이 매우 단순해 전투 자체가 재미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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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공격하다가 적이 붉게 빛날 때는 뒤로 벗어나거나 막아야 합니다. 원래는 큰 경직을 주는 '보디 임팩트'도 이 상황에선 먹히지 않습니다(오른쪽). 붉게 빛나면 막거나 피한다, 이게 어렵진 않은데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단조롭죠.

 

 

드래곤볼Z 카카로트는 원작을 잘 녹여내는데 집중하고 있고, 게임 플레이 자체는 그저 원작을 체험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으로 만들어 뒀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의 드래곤볼 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선택과 집중을 잘 한 웰메이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문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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