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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게임은 대전격투게임 빼고는 다 잘나가는 느낌입니다.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격투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해진 거 같습니다.

 

최근 출시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이하, 백년전쟁)'만 해도 그렇습니다. PVP를 가장 앞세운 게임이고, 실제 게임도 PVP를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게임이지만, 출시 3일 째인 5월 2일 누적 매출 5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하거든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좋아하고, 시간은 물론 돈까지 쓰고 있다는 게 명확히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매년 성대하게 e스포츠를 진행하는 전작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의 인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게임 자체에도 대전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백년전쟁'은 어떤 게임이었을지 간단하게 즐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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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전쟁의 게임 화면.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부분은 우측 하단에 몰려 있습니다. 최대 4장의 카드를 핸드에 둘 수 있고, 그 아래 있는 마나 게이지가 카드 사용 비용만큼 차오르면 카드를 터치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핸드에 어떤 카드가 있는지는 물론, 전투에 따라 변화하는 마나 회복량도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백년전쟁'은 8마리의 몬스터 카드와 3개의 스펠 카드로 덱을 구성해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전을 벌이는 게임입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8마리의 몬스터는 자동으로 상대를 공격하는데요, 플레이어는 마나가 차오를 때마다 몬스터 스킬이나 스펠 카드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전투의 가장 큰 특징은 '카운터'입니다. 상대가 몬스터 스킬/스펠 카드를 발동하는 타이밍에 내 몬스터 스킬/스펠 카드를 발동하면 내 효과가 먼저 발동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제 몬스터들에게 걸린 디버프를 상대 진영에 옮기는 '전이' 스펠카드를 사용한 순간 상대가 제 몬스터들에게 지속 피해를 주는 '부식' 스펠카드를 사용했다면, 카운터 시스템에 따라 상대의 부식 스펠카드 효과가 먼저 발동된 뒤, 제 전이 스펠카드가 발동돼 결국 상대 진영에 부식이 걸리는 식입니다.

 

왜 이런 사례를 예로 들었냐면, 제가 '카운터 시스템 재미있다!'라고 느낀 지점이 바로 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이는 보통 상대의 디버프 스킬에 맞춰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우연으로 만들어진 상황이고 다시 없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실시간 게임인 만큼, 카운터 사용 타이밍에 따라 상대 스킬이 발동된 뒤에 내 스킬이 발동되기도 합니다. 상대 스킬을 보고 카운터를 했는데, 판단이 늦어 카운터로 스킬을 사용할 몬스터가 죽거나 스턴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생겨요. 중간에 잠깐 다른데 한 눈을 팔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도 막지 못하기도 하고요.

 

경기 내내 전투 상황에 빡! 집중해야 하는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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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처치 시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을 사용하려는 상대에게 카운터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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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결을 걸어 스킬 사용을 차단했습니다!

 

전투의 핵심이 되는 몬스터는 대전이나 영지전, 점령전 같은 싱글플레이, 영지에서의 임무의뢰소, 'TV'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경기를 응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핵심은 소환입니다. 영웅 등급이나 전설 등급의 몬스터는 주로 소환으로 얻게 됩니다.

 

획득한 몬스터는 같은 몬스터 조각을 합쳐 레벨을 올리거나 전용 스킬석의 장착, 룬 장착으로 강화가 가능합니다. 몬스터의 레벨이 오르면 몬스터 자체의 스펙이 올라가고, 스킬석은 단순히 스펙을 올려주는 것부터 스킬을 강화하는 것, 새로운 스킬을 추가해주는 것으로 나뉩니다. 몬스터의 조각과 스킬석 모두 소환이 주된 획득처입니다. 룬은 각 세트마다 각기 다른 세트 효과를 가지는데, 몬스터의 역할군이나 보유 스킬에 맞게 맞춰주면 됩니다. 영지의 룬 제작소나 임무의뢰소 등을 통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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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 화면. 몬스터 카드와 스펠 카드, 스킬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략도 전략이지만 몬스터 스펙, 스킬, 스펠의 성능도 중요하니 소환은 재화가 쌓일 때마다 해주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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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석. 스펙을 올려주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효과를 적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엄청 복잡한 게임인가 싶기도 하지만, 초반부터 이 모든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몬스터마다 사용하는 스킬이 정해져있으니 처음에는 어떤 외형의 몬스터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역할군이 너무 겹치지만 않게 적당히 덱을 짜면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나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가속' 스킬을 가진 몬스터는 꼭 하나 넣는 걸 추천합니다. 카운터 시스템 때문에 먼저 스킬을 사용하는 게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일단 마나가 많으면 높은 비용의 몬스터도 맘 편히 사용할 수 있거든요.

 

이후에는 플레이를 거듭하며 몬스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갖춰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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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비용으로 가속을 걸 수 있어 애용한 버나드. 게임 시작 시점에 손에 들어와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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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마나 소모량을 1 감소하는 신속 룬 세트를 끼워주면 초반에 그야말로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사실 간단하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해보면 게임에 빠르게 익숙해지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전투는 실시간에 카운터도 펑펑 터지며 정신없이 흘러가고, 자동 전투는 물론, 덱의 자동 편성 기능, 스킬석이나 룬의 자동 세팅 기능 같은 것도 없거든요. 게임에 익숙해지는 방법은 일단 부딪히는 것뿐입니다.

 

싱글 플레이에서 익히면 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은 '백년전쟁'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단 처음에 할 수 있는 건 타인과의 대전 플레이 뿐이고, 싱글 플레이는 일정 이상의 티어를 달성해야 열리거든요. 개방된 이후에도 다음 단계의 콘텐츠를 즐기려면 대전에서 일정 티어를 달성해야 합니다. 아무튼 대전을 계속 해야하는 방식이죠.

 

대전 게임이 이러면 누가 계속 붙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생각보다 대전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실전을 뛰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가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격투게임을 권해본 경험을 생각하면, 대부분은 적당히 맘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해 바로 대인전에 돌입했다가 쓰라린 패배를 맛보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그에 반해 '백년전쟁'은 글로벌 50만 매출이 나올 정도면 플레이어들이 첫 대전 이후에도 그대로 잔류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편입니다. 일단 부딪혀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니 지금의 방식도 의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서비스 초기라 많은 플레이어가 몰린 상황이란 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유입이 적어지는 때를 대비해 대전 외에 초보 플레이어를 끌어올려 줄 다른 방법의 도입도 고민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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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 모드는 대전을 통해 일정 이상의 승점을 모아야 열립니다. 대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싱글 모드도 즐길 수 없죠. 그리고 싱글 모드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백년전쟁'을 즐기며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내 플레이를 복기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TV'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의 대전을 볼 수 있는 방식이라 당연히 내 플레이도 다시 볼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런 기능은 없었습니다. 대전 게임에서는 남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큼 내 플레이가 어떤지 복기하는 것도 중요한데 말이죠.

 

특히, 카운터가 실시간으로 복잡하게 얽히는 '백년전쟁'에서는 매 플레이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때가 많아서 '대체 이 상황에 뭐가 어떻게 된 거지?'하고 궁금해질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판이 또 항상 있는 건 아니니 매 대전마다 스마트폰 자체 녹화를 켜고 끄고 하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죠.

 

앞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생길 기능 같긴 하지만, 'TV'라는 기능도 있으면서 왜 처음부터 넣지 않았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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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플레이어의 경기를 보며 이길 것 같은 상대에게 응원을 보내거나 상위 플레이어의 경기를 볼 수 있는 'TV'. 사실 초보자 입장에서는 TV도 별로 쓸모는 없습니다. 아무 경기나 무작위로 보여줄 뿐이고, 정작 내가 가진 몬스터를 사용하는 다른 플레이어의 경기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등의 기능은 전무하거든요. 카드 보상을 받으려고 억지로 남의 전투를 보는 게 그리 즐겁진 않았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전에만 초점을 맞춘 '백년전쟁'은 카운터의 도입으로 실시간 대전의 재미는 살렸지만, 그만큼 전투 상황이 급박하고 정신없이 돌아가 익숙해지기 어렵습니다. 대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대전을 해야 하는 콘텐츠 구성은 '남을 사람만 남아라'라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게다가 리플레이처럼 좀 익숙해지고 싶은 플레이어가 활용할 만한 수단이 없어 게임에 적응한 플레이어가 실력을 키워 정착하도록 돕는 장치도 부족합니다.

 

지금이야 서비스 초반이라 플레이어가 많아서 대전 게임을 꾸준히 즐기는 원동력인 '이기는 경험'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 플레이어가 '이기는 경험'을 할 확률은 점점 낮아질 겁니다.

 

그러니 '백년전쟁'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보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싶네요. 나중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될 거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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