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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 게임'이라는 단어를 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가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굳이 '4X'를 잘 몰라도 '문명 같은 게임'이라고 한다면 대충 어떤 식의 게임인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육각형 타일 위에 도시를 세우고, 자원을 모으고, 각종 학문을 연구하고, 군대를 성장시키며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 바로 '문명 같은 게임'이다.

 

이 장르는 '타임머신'이라고 부를 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게임의 호흡이 굉장히 길다. 하나의 종족, 국가를 운영하는 게임인 만큼 짧은 시간에 결과를 보는 것은 어렵다. 게임을 하다 보면 '뭐야 벌써 이만큼 시간이 흘렀어?' 할 만큼 알아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게이머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고, 극도의 '뇌지컬'을 사용해야 하는 장르지만, 사실 이 장르의 진짜 재미는 이런 하나하나의 과정에 있다. 나의 국가와 시민, 군대를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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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 장르의 게임은 오직 '문명'밖에 몰랐다. 아주 오래전 '시드 마이어의 문명 2'를 시작으로 간디의 '유혈사태' 밈이 유행하던 때까지 오로지 '문명'을 플레이했다. 그러던 내가 실제 역사가 아니라 완전세로운 세상의 '4X'를 접하게 된 계기는 '스팀 세일' 이었다.

 

스팀 덕분에 게임은 직접 하는 것도 재밌지만, 라이브러리에 수집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걸 알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조금씩 맛보게 됐다. 그중에서 이 '문명 같은 게임'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시작은 '엔들리스 레전드'라는 게임이다. 당시엔 한글 패치를 따로 받아서 플레이했는데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엔들리스 레전드'에서 신선했던 것은 하나의 영웅을 RPG 처럼 키운다는 것과 팩션 간의 특징이 확실하다는 부분이었다. 특히, 인류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엔들리스 레전드'의 개발사 '앰플리튜드 스튜디오'가 '문명' 처럼 '인류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알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4X'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과 '엔들리스 레전드'의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게임의 이름은 '휴먼카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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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알파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첫 시나리오는 '휴먼 카인드'의 전반적인 도시의 개발과 운영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병종과 지형에서의 전투, 마지막은 다른 도시의 점령이다.

 

'휴먼카인드'라는 게임이 어떤 형식인지,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게이머들을 마주하게 될지 미리 체험해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알파 버전의 제한된 플레이인 만큼 한국어의 지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 장르의 게임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텍스트도 방대한 편이다.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이상에야 대충 '눈치껏' 파악하고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영어라고는 토익을 800 겨우 넘기는 실력이라, 도시의 발전 부분을 완전히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은 '전투'에 집중해서 플레이했다. 이번 리뷰는 언어의 장벽이 그나마 덜했고, 직관적이었던 '휴먼카인드의 전투'를 다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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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의 전투에서 느낀 점은 굉장히 디테일하다는 것이다. 전투 방식은 기존의 '엔들리스 레전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영웅을 따로 성장시키는 요소는 없다. 대신 병종에 대한 정확한 상성과 지형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첫 번째 이집트와 히타이트 전투에서는 부대 간의 상성과 배치의 중요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내가 가진 부대가 근접 공격을 하는지 원거리 공격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기본적인 요소들을 직접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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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의 전투는 지도상에서 하나의 부대로 움직이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개별 유닛으로 쪼개지는 방식이다. 싸움이 시작되면 따로 전투를 위한 타일이 열리며, 유닛을 배치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진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같은 전차부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강'과 '언덕' 타일에서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턴 없이 정확하게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처음의 부대 배치가 중요하다.

 

부대에 대한 정보는 '밀리 형태입니다. 가까이에서 싸우는 것이 좋아요. 대신 기병에는 약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교전을 하기에 앞서 어느 정도의 병력손실이 예상되는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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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의 전투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 하나는 '대충 양으로 비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따윈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어진 병력과 조건은 한정적이지만, 어떻게 판을 짜고 이끌어 갈 것인지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대충 어택땅' 같은 마인드는 안 통한다.

 

병력의 상성뿐만 아니라 '지형'도 큰 변수가 된다. 특히 언덕과 강 같은 요소들은 이동에 급격한 제한이 되기도 하고, 병력의 특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그리고 지형도 알아야만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이 점은 두 번째 전투인 '언덕의 지배자' 미션에서 더 확실해진다. 타이틀처럼 '페르시아' 부대를 언덕 위에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전투에서는 병력이 부족해도 유닛의 특성과 지형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페르시아의 '불멸자' 유닛은 높은 지형에서 공격할 경우 보너스가 있다. 초반의 좁은 협곡을 기병들이 교란하면서 차근차근 언덕을 점령해간다면, 부족한 병력이어도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하는 AI들도 만만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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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의 전투와 병력 운용이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지 느낄 수 있었던 미션은 일본의 조선 침략이다. 이 미션에서는 '일본군을 다루며 조선을 침략'하는, 썩 내키지 않는 전투를 플레이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다. 한 시간을 넘게 해도 '이걸 어떻게 이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선의 반격'은 매섭다.

 

전장 자체가 중간에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배치를 하든 '일단 맞고' 시작한다. '사무라이' 유닛의 특성을 활용해보기도 전에 안개 너머에서 화포의 탄알 맛을 먼저 보게 된다. 화포의 사정권 안에 병력을 유지하며 거리를 벌리는 AI를 상대하다 보면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할 경우 세이브-로드 엄청 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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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리스 레전드'에서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 매직' 처럼 각각의 영웅들을 키우고, 부대의 레벨을 올리는 재미가 있었다. 나 역시 그런 RPG 요소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 '휴먼카인드'의 전투는 '영웅빨' 같은 요소를 덜어내고, 전략에 더 무게를 실은 느낌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번에는 그 호흡이 더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도시 발전과 내정 관리'에서도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전투'까지 길어진다면, 한 턴을 넘기는데 1시간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잘못된 전투로 다시 불러오기까지 한다면, 온종일 붙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게임이 완전히 공개된 수준이 아니고, 이런 유형의 게임들은 힘이 아닌 다른 방법의 '승리 조건'이 주어진다. 하지만 '문명'과 '엔들리스 레전드'의 끝을 봤던 게이머라면 분명 몰입할만한 전투요소들이 많다. 그만큼 시간을 녹이는 '타임머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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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한글화'의 타이밍이다. 이 시기가 늦춰진다면, '엔들리스 레전드'처럼 많은 번역가분들과 성우분들의 재능기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게임의 정식 공개 시점에 한글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휴먼카인드'는 이 장르의 팬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게임이다. 물론 초반의 진입장벽은 어느 정도 넘어야 하겠지만, 그 벽 뒤에는 '타임머신'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들이 많다. 다닥다닥 붙은 텍스트, 다양한 테크트리 선택지, 각종 특징의 유닛들을 운영하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휴먼카인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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