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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잘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 반대의 경우, 만화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 성공하는 경우도 드문 편입니다. 드래곤볼만 해도 최근에는 드래곤볼 파이터즈나 드래곤볼 제노버스, 드래곤볼Z 카카로트처럼 잘 나온 게임이 많지만,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조금씩 나사가 빠져 있는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기대 속에 2월 27일 출시된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스팀판은 28일)는, 안타깝게도 잘 나온 사례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만화책, 블루레이를 구입한 입장에서는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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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대전 액션 게임은 아니다. 'PVE에 집중했으면...'

 

캐릭터 게임이라도 일단 중요한 건 게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멋진 연출이 등장하고 팬이라면 구미가 당길 만한 원작자 감수 오리지널 스토리 같은 게 들어가더라도, 적어도 표방하는 장르적인 재미는 보장하고 있어야 소용이 있는 법이죠.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는 3D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싸우는 대전액션게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공격과 점프, 가드, 대시, R1 + 전면 버튼 조합으로 사용하는 필살기, 특수 조작 없이 가드 버튼을 좀 더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는 것으로 회피기(저스트 가드)를 사용할 수 있는 등 간편한 조작으로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어 대전액션게임 초심자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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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렇게 설정하고 플레이했습니다.

 

개발사인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전작 '점프 포스'와 비슷하지만 좀 더 간소화됐다고 보면 됩니다. 각 캐릭터의 기본기, 필살기의 사용 용도나 기본기에서 필살기로 연결할 수 있는 루트 정도만 확인하면 일단 게임을 즐길 준비는 끝입니다. 저스트 가드가 거의 유일한 심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맞는 도중에도 땅이 발에 붙어 있으면 발동할 수 있으므로 신경 써서 타이밍을 외워두면 도움이 됩니다.

 

대전액션게임이라고 표방하고 있기도 하고, 출시 전 CBT를 진행하기도 했으니, 사이타마라는 조커가 있어도 랭크 매치는 의외로 즐길 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대전 시스템의 지나친 간소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방어 옵션이 극히 적습니다. 고속 회피, 고속 반격, 이스케이프 등 적에게 맞는 도중 빠져나올 방법이 많았던 점프 포스와 달리,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는 저스트 가드 하나뿐이거든요.

 

여기에 낙법이나 빠른 기상이 없어 다운을 빼앗기면 게임을 풀어나가기 매우 힘들어집니다. 일어나서 바로 가드를 하면 막을 수 있는 공격은 막지만, 다운되어 있는 시간이 길어 가드를 부수는  가드 브레이크 기술을 쉽게 깔아 놓을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판정이 강한 필살기로 빠져나올 수 있지만, 그것마저 없는 캐릭터라면 그냥 맞다가 끝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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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대처법을 모르겠는 지옥 회오리. 게임에서는 정말 '지옥의' 후부키입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도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점프 포스에서는 대기 중인 캐릭터를 불러내 어시스트 공격으로 견제하며 다가갈 수 있었지만,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에서는 그저 상대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원거리 공격도 문제지만, '연속 보통 펀치', '엔젤 러시'처럼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판정 강한 필살기도 문제입니다. 대시 중에는 바로 가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필살기 사용을 보고 막으면 이미 내 캐릭터는 다시 멀리 날아간 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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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 공격 계열 필살기를 상대 접근을 막는 견제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미지가 약한 것도 아니라 당하면 화가 나는데 대처법이 없습니다. 참고로 이런 계열의 공격은 투사체 판정이라 원거리 공격도 막아냅니다.

 

정리하면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의 전투 시스템은 공격하는 측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리는 쪽은 즐겁지만, 맞는 쪽에서는 진짜 대책 없이 맞을 수밖에 없는 게 문제죠. 맞을 때의 대처 방법도 생각해야 하는 대전액션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액션게임으로는 부적합한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의 전투 시스템은 CPU를 상대하는 싱글 플레이에서는 괜찮습니다. 일단 적을 띄우는데 성공하면 내 맘대로 공격을 맞힐 수 있고, 맞아서 쓰러지더라도 적들은 내 기상에 맞춰 공격을 깔아놓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적습니다. 사이킥 타입에 지옥 회오리 필살기를 얻는 순간부터는 거리 벌리고 평타, 평타를 맞히면 평타 콤보 이후 지옥 회오리라는 간단한 연계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정도고요.

 

▶ 콤보 짜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초반에 얻는 다섯 개 타입의 간단 콤보들을 모아봤습니다.

 

그러니까 '원작의 캐릭터와 그들의 액션을 체험할 수 있다', '신입 히어로가 되어 원펀맨의 세계를 탐험하자!' 같은 PVE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의외로 빠져드는 싱글 플레이, 원작 재현은 '글쎄'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의 핵심은 싱글 플레이입니다. 게임의 배경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만드는 신입 히어로가 주인공이라 원작과 아주 동일한 전개는 아닙니다. 원작 주요 장면 곳곳에 플레이어 캐릭터가 끼어드는 장면은 꽤 재미있죠.

 

플레이어 캐릭터는 히어로 협회로부터 여러 일을 받아 해결하고,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히어로와 교류하며 성장해나갑니다. 캐릭터의 능력 자체가 강해지는 것은 물론, 사이킥 타입, 무기 타입, 파워 타입 등 다양한 공격 형태와 다른 캐릭터들의 필살기를 입수해 자유롭게 세팅할 수 있죠. 캐릭터의 겉모습도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목소리나 얼굴까지 말이죠. 여기에 방도 꾸밀 수 있어서 '이게 뭐가 원펀맨이야'하면서도 꽤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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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국에 어울리는 패션부터 날개를 잔뜩 붙인 괴인 같은 코스튬까지 다양한 코스튬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멋진 명장면들을 게임으로 다시 보기 위해 이 게임을 구입했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이 달라 모든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그나마 나오는 장면들도 만화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너무 조악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파트인 아수라 풍뎅이와의 전투가 펼쳐지는 진화의 집 파트를 예로 들어봅시다. 해당 파트에서는 아수라 풍뎅이가 사이타마를 공격하려고 하다가 사이타마의 강함을 눈치채고 멀리 도망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아수라 풍뎅이가 순식간에 사이타마 등 뒤로 돌아갔다가 멀리 도망가며 사이타마의 강함에 전율하는 장면이었지만, 게임에서는 갑자기 전투에 들어갔다가, 멋대로 전투가 종료되고, 아수라 풍뎅이가 멀리 도망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도 어색하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색한 장면입니다.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사이타마가 강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믿지 않은 아수라 풍뎅이가 아수라 모드로 변신해 사이타마를 마구 공격하고, 아수라 풍뎅이의 강함에 눌린 듯 마구 공격당하던 사이타마가 슈퍼의 세일 날짜를 착각했다는 절규와 함께 한 방에 아수라 풍뎅이를 해치우는 장면이죠.

 

원작에서는 사이타마가 마구 공격당하는 장면과 함께 사이타마가 마치 아수라 풍뎅이의 아수라 모드 설명과 그로 인한 강함에 당황한 듯 착각하게 만드는 연출이었지만,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와 제노스를 제압한 뒤 사이타마와의 전투에 들어가고, 전투에서 무슨 기술이든 한 방에 아수라 풍뎅이를 날리면 아수라 풍뎅이를 원작의 그 대사와 함께 터뜨리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비중을 잡아주기 위해 원작의 매력을 희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원작 소재 게임이 원작을 꼭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그 방향이 원작 팬에게는 납득이 가는 방향이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게임의 출시 전 홍보에서 원작의 여러 장면을 게임으로 옮긴 모습을 숱하게 보여준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게임

 

처음에 저는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를 원작의 팬 입장에서는 몰랐으면 좋았을 게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원작을 잘 모르거나 지나가며 가볍게 접했을 정도라면 의외로 만족할 수도 있으니까요. 대전액션게임이라고는 하기 애매한 게임이지만, 싱글플레이는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원작의 열성팬이라면 그냥 지나가는 게 좋을 게임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원작을 잘 모르는 이라도 게임을 살 돈으로 원펀맨 만화책을 구입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네요. e북이라면 게임 가격에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나온 분량을 전부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기대가 컸던 만큼,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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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에서는 조명 받을 일이 거의 없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건 좋았습니다. 플레이어가 신입 히어로인지라 선배 히어로들의 사람 됨됨이를 볼 수도 있죠. 다음 작품은 오히려 이런 부분에 더 집중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글/ 문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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