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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서비스 개시, 기네스 월드레코드에 등록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 국내 최장수이자 글로벌 최장수, 유명 만화가 김진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바로 그 게임. 바람의 나라다.

 

20년 넘게 서비스를 해 오면서 초창기의 모습은 기본적인 프레임 몇 가지 말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환골탈태했지만, 늘 그렇듯 초창기 그 시절의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은 '클래식'한 <바람의나라>를 그리워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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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람의나라: 연>은 주목받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중후반 MMORPG 시장을 주름잡았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클래식 서버라는, 일부 시스템 외에는 초창기와 완전히 똑같은 버전의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대는 더욱 커졌다. 클래식으로의 회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그 시절의 추억.

 

향수를 자극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바람의나라: 연>에 대다수의 올드비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바로 클래식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의나라: 연>은 지난 일주일간 파이널 CBT로 마지막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올드비, 그리고 뉴비

넥슨은 PC 플랫폼에 비해 유독 모바일 플랫폼에서 타율이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작 모바일게임을 생각한다면, 기존 IP를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정답이었을지도 모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이후 클래식으로의 회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바람의나라: 연> 역시 이런 기대감을 함께 받게 된 타이틀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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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부터 서비스를 해 올해로 장장 24년째인 이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온다고 했을 때, 올드비 유저들만을 상정하고 게임을 디자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고 플랫폼과 장르의 상황도 많이 달라져 있다. 원작 <바람의나라>조차 초창기 월정액에서 부분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상태이며 비주얼이나 시스템 면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업데이트되었다. 

 

이 개선의 방향이 모든 유저에게 긍정적이지는 않았고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요소도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시점'의 <바람의나라>를 가져올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바람의나라: 연>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두 계층의 유저, 즉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들을 매료시켜야 하는데 과연 어떤 요소가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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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근래의 모바일게임, 그것도 모바일 MMORPG에는 이미 프레임처럼 굳어져 버린 장르의 공식 같은 요소들이 여러 가지 있다. 그 중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자동이동과 자동전투이며, 기본 무료 플레이를 전제로 하기에 인앱 결제라는 추가적인 과금을 요구하는 매출 구조도 이런 부분 중 하나다.

 

 

클래식 감성 디테일, 피드백 반영까지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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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숙이모 잘 있었어?

 

게임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클래식 감성을 최대한 살리되 현재 시장 트렌드에 맞게끔, 유저의 요구에도 적합하게끔 재탄생하게 하는 것이다. 원작의 디자인이나 컬러, 성황당 할머니나 왈숙이 같은 NPC도 그대로 적용했으며 동동주와 막걸리도 여전히 같은 기능의 아이템으로 사용 가능하다. 또한 <바람의나라>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도토리와 다람쥐 역시 자주 볼 수 있다는 점도 추억을 자극하는 면모다.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메인테마송도 그대로다. 신수와 국적도, 별다를 것 없는 커스터마이징 역시 그대로 들어가 있다. NPC에게 말을 걸면 까칠한 대답을 던지는 요소도 여전해, 바람의 나라 좀 했던 유저라면 예전 추억의 서랍을 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요컨대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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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려오는 향수병

 

최종 CBT인 이번 버전에서는 이전 테스트에서 지적받았던 퀘스트가 서브임무와 조사, 점령 추가 등으로 좀 더 다원화되는 한편 이해하기 쉽고 플레이하기 편하도록 간소화되었고, 바람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인 체력/마력 변환 랭킹도 유저랭킹 시스템에 추가되어 보다 게임의 특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집중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레이드 추가에 발맞춰 그룹 플레이가 용이하도록 인터페이스 개편 및 기능 추가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원하는 지역과 원하는 사냥에 적합하도록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사냥터 확인도 더 쉬워졌고, 전반적으로 파티플레이 시스템을 개선해 호평을 받았다.

 

 

환수, 각인, 그리고 황돋의 날카로운 추억..?

클래식한 느낌의, 그 시절의 '바람'의 감성을 살리는 데는 성공했다.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개선을 거쳤다. 하지만 다수의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부분은 그대로였다. 바로 '환수'와 '각인'이 여전히 콘텐츠 중 하나로 들어가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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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는 '펫'개념의 애완동물이지만 일반적인 펫 개념은 아니고, 최대 20마리까지 보유할 수 있었던 '대신 싸워주는' 전투보조 아이템 같은 개념이다. 유체에서 태어난 강아지나 뱀, 거북, 호랑이 등을 성장시켜 최종단계인 환수로 거듭나게 하는 시스템인데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속성이나 전투타입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었다. 강력하게 성장시키면 전투에 엄청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환수를 키우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으나 성장 과정에서 그만한 비용(재화부터 시간까지 아주...)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콘텐츠다.

 

각인은 장비에 추가효과를 부여해 능력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으로 여느 게임에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캐릭터에 적합한 능력을 상위 수치로 얻기 위해서는 황금돋보기(보통 황돋이라고 부른다) 작업을 거쳐야 하고 이 황돋은 캐쉬템이기 때문에 시간도 비용도 알 수 없다. 이 머나먼 과정을 경험해 본 유저라면... 클래식 그 감성의 바람! 이라고 했을 때 각인과 환수가 필수가 아니었던 옛날이 그리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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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돋이 털어간 주머니 찾습니다

 

이 두 가지는 장기적인 노력과 과금이 필요한 콘텐츠라는 점과 모바일게임이라는 플랫폼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의 과금이 게임의 서비스에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조금 다른 방식이나 시스템을 보여줄 거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면 유저들의 반응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불어 자동사냥과 자동이동, 즉 오토 플레이 기능에 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모바일게임, 그것도 넓은 오픈필드를 무대로 하는 MMORPG 장르라면 자동이동과 자동사냥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라면 모를까, 그룹 플레이와 상위 목표를 제시하는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모든 부분에서 수동을 강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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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모바일 MMORPG는 말 그대로 콘텐츠가 많다 못해 인플레이션 상태다.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는 기존 IP 팬들의 요구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 모른다. 일일 퀘스트와 성장을 위한 단계, 즉 '숙제'라고 불리는 일들이 너무 많아져 있다.

 

RPG의 최종단계라 불리는 장르인 MMORPG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유저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채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게임과 게임 플레이에 여백이 없어지면서 재미로 다가와야 할 콘텐츠 플레이가 숙제라는 부담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은 비단 몇몇 게임만의 딜레마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숙제가 덜하고 콘텐츠가 적었던, 좀 더 여백의 미가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유저들이 많고 실례로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포팅한 게임들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플랫폼도 다르고, 매출 구조도 다르고, 게임의 장르적인 매력도 다변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지점의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가져올지는 언제나 IP 재활용의 가장 깊은 고민거리였다.

 

무엇이 옳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어쩌면 유저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예전의 게임 그대로라기보다는 이 게임에서 공유했던 어떤 추억의 단편일지도 모른다. 그 추억을 어떻게 자극하고 어떻게 꺼내 놓을지는 개발사의 몫이다. 하지만 때로는 클래식함 그대로가 답일 수도 있다. 당장의 플레이가 불편하거나, 조금 험난할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본연의 매력은 가장 최초의 순간에 더 강렬했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필자: 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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