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봉이
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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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을 찍으면 내려 갈 일만 남았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이치다. 대제국을 형성했던 로마가 그랬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정복했던 몽골제국도 멸망했다.

마을에서 흔히 보이던 오락실도 PC의 등장과 함께 하나 둘씩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으며 PC게임 역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제는 키보드 혹은 게임패드보다 이 자세가 익숙하다

 

한국의 모바일게임도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구조에 맞서, PC, 콘솔 쪽으로 방향을 튼 개발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한국게임 시장을 지배했던모바일 만능주의도 빛이 바래 지고 있다.
 
탈모바일이 시작됐다
이번 지스타2019를 통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개발사는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섀도우 아레나, 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까지 무려 4종의 신작을 공개하는 괴력을 보였는데 신작의 개수보다 중요한 점은 모바일 게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도깨비의 경우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려던 계획을 PC, 콘솔 플랫폼 게임으로 바꿨다고 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더 이상 모바일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펄어비스가 자체엔진을 만들 정도의 개발력을 가지고 있으며 검은사막의 성공으로 자본력도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대세인 모바일 시장을 외면해도 될 정도의 위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작 모두가 비모바일 게임인데다 모바일 게임으로 기획했던 도깨비마저 계획을 바꿨다는 것은 모바일 시장이 저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모바일 계획을 접고 PC,콘솔 플랫폼으로 바꾼 도깨비.


펄어비스 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사들도 비모바일 게임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네오위즈의 경우 로그라이크 게임 스컬의 배급을 맡았으며 자체적으로는 콘솔 MMORPG 블레스 언리쉬드를 개발 중에 있다.
 

PC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이 모바일 러쉬를 이뤘던 과거와는 다르게 PC플랫폼 그대로 개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역시 모바일이 아닌 PC로 개발 중이다.

 

라인게임즈는 콘솔게임 베리드스타즈를 지스타에서 공개했으며, 미스트 오버, 블레이드2는 닌텐도 스위치로 이미 발매되었다.

프로젝트 이브, 어비스리움도 콘솔과 PC로 개발 혹은 컨버전 중에 있다.

 

경계가 무너지는 플랫폼
플랫폼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모바일 게임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엔씨 퍼플의 경우 4K지원까지 하며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콘솔 게임 역시 인터넷 통신과 만나 PC온라인게임처럼 다른 유저들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넥슨의 V4 역시 PC버전이 12월 중에 출시될 예정이다. V4가 모바일로 출시된 지 한 달도 안된 상태에서 PC버전을 출시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될 전망이다. 붕괴3rd로 유명한 중국 개발사 미호요는 붕괴3rd PC버전을 발표함과 동시에 신작 원신 역시 모바일과 PC의 다중 플랫폼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이처럼 모바일 플랫폼만으로 개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가 PC게임 수준으로 올라갔고 이미 블루스택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모바일을 키보드와 마우스로 즐기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보편화 될 경우 플랫폼간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게임을 다운받는 것이 아닌 구독해서 바로 하는 방식으로 바뀔 경우 플랫폼의 경계는 사실상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플랫폼간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것이다. 사진은 구글 스태디아

 
왜 모바일 엑소더스(탈출)가 시작된 것일까?
모바일 게임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자본으로 빨리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다양한 소자본 개발자 혹은 개발사들을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게 만들었고 그 중 몇몇 게임이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성공은 모바일 게임이 PC게임의 그것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고 당연히 많은 자본이 몰려들게 되었다.

헬로히어로의 성공은 자본이 모바일 게임에 몰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자본이 모이게 되자 산업은 거대화 됐다. 그리고 게임의 규모는 PC게임의 규모를 따라잡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모바일 게임이 PC게임 규모로 커지자 모바일에만 한정 지을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여기에 더해 언리얼, 유니티 등 게임엔진에서 멀티플랫폼 지원을 상당히 잘 해주기 때문에 모바일 전용으로만 내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에 있다. 중국 게임이 대거 매출순위를 점령하면서 대기업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시장상황이 됐다. 반대로 모바일 게임 최대 시장인 중국은 판호 발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수출도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 개발사의 경우 중국 수출이라도 되야 숨통이 트이는데 그 길이 막혀 있으니 더더욱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시장도 있다. 하지만 일본시장은 모바일 게임보다는 콘솔시장이 강세며 유럽이나 북미시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들 시장은 우리나라 형식의 모바일 게임은 잘 먹히지가 않는다. 동남아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형식의 모바일 게임이 먹히는 중국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시장이 작은 국내시장만으로는 승산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이나 북미 시장을 공략해야 하고 이들 나라는 상대적으로 PC나 콘솔시장이 게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PC와 콘솔로 옮겨가고 있다.

대륙의 거대한 바람은 대한민국 게임지형마저 바꿔 놓았다

 

여기에 더해 근래 들어 적극적인 한국어화로 인해 콘솔이나 PC게임의 소비가 증가한 것도 한 몫을 했다. 한국어화를 통해 콘솔, PC게임 판매량이 늘었다는 사실은 모바일 보다는 아직 작지만 콘솔이나 PC 게임 시장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줬고 이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소비자 뿐만아니라 개발자들까지 양산형 게임에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있다. 모바일이 대세가 된 지 10여년동안 게임은 그래픽과 확률 계산을 제외하면 달라진 것이 없다. 따라서 개발자들 역시 항상 같은 일을 10여년 동안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저들로부터 좋은 소리 한번 못 들으면서 계속 판에 박힌 일만 한다면 일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없으며 나아가서 직업적 고민까지 하게 된다. 이런 고민들이 탈모바일화를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펄어비스에 입사하고 싶은 개발자들이 많은 것도 항상 같은 일만 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개발이 아닌 콘솔이나 PC 즉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탈모바일의 함정
만약 대박을 치는 콘솔 혹은 PC게임이 나온다면 탈모바일화는 급속도로 일어날 것이다. 돈이 되는 곳에 당연히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모바일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유저들이 모바일 게임을 욕하는 것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늘푸른나무처럼 한결 같은 게임성에 있다.

이는 다른 플랫폼으로 진출해서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콘솔로 가던 PC로 가던 지금의 모바일 게임처럼 한결 같은 게임만 주구장창 나온다면 얼마 못 가 그 플랫폼에서도 엑소더스는 일어날 것이다.

무색무취의 게임들만 계속된다면 어느 플랫폼에서도 엑소더스는 일어날 것이다. 사진은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어쨌든 플랫폼의 다양화는 우리 게임산업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일임엔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 중에 꼭 성공하는 게임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고여 있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물꼬가 확 트이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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