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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게이머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얼굴마담 마이크 모하임 전 사장을 비롯해 블리자드는 거대 게임 회사 치고는 드물게 게이머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 사태, ‘히어로즈 오브 스톰’ 리그 폐지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행보는 더 이상 소통이 아니라 불통으로 변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민 낯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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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폐지 사태 

 

지난 12월 13일, 블리자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OS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이 글에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e스포츠 리그인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이 2019년에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상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지원 중단 및 폐지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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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소식’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종사자와는 아무런 협의 없이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 격으로 일방적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책임자인 케오 밀커(Kaéo Milker)조차 이 소식에 당혹스러워하는 글을 배틀넷 포럼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상당수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개발진이 다른 부서로 이동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관계자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심했다. 프로게임단 중 상당수가 블리자드의 발표 당일 운영하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팀의 해체를 발표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 e스포츠 해설자로 활동하던 이대형 해설은 발표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어났는데 직장이 사라진 게임이 있다?”라는 글을 올려 씁쓸함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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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도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통보에 크게 분노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블리자드의 가장 큰 실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베타테스트 단계의 게임도 아니고, 엄연히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는 그리고 e스포츠 리그까지 운영하던 상태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과 혹은 게이머와 아무런 소통도 없이 하루 아침에 ‘우리는 e스포츠 쫑낸다’식으로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아무런 협의 없이 이메일 한 통, 포스트 한 개로 수십 수백명이 얽혀 있는 게임 생태계를 블리자드가 일방적으로 끝장냈다’는 비난이 잇달았다. 블리자드가 대놓고 이런 식으로 나왔으니, 앞으로 누가 블리자드를 믿고 블리자드 e스포츠에 열정을 쏟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지원 중단 소식에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과 팬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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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전 CEO 마이클 "마이크" 모하임(Michael "Mike" Morhaime). 고문으로 물러난 상태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이은 블리자드 역대 최악의 발표…블리자드마저 타락하나? 

 

블리자드의 이런 불통 행보는 지난 11월 ‘블리즈컨 2018’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로 엄청난 비난을 받은 뒤 채 두 달도 안 되어서 다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 큰 불길함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게이머와의 친화력으로 유명했던 블리자드의 공동 창립자 마이크 모하임 전 CEO가 지난 10월 고문으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한 직후부터 잇달아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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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내부 정치 투쟁에서 패배한 결과가 바로 마이크 모하임 전 CEO의 고문직 이동이며, 앞으로 블리자드의 경영 방향은 EA 같은 다른 게임 대기업과 비슷하게 철저히 ‘숫자에 기반한 경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 폐지 사태는 ‘경영적’ 측면에서 본다면 돈이 되는 일을 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을 단호히 접는 당연한 행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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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있는데 사서 매를 번다는 점에서는 EA 다이스 '배틀필드V' 사태와 꽤 유사해 보인다

 

재미있게도 블리자드가 갑작스레 벌이고 있는 일련의 불통 행보는 또 다른 게임 제국 EA의 행보와 유사하다. EA도 다이스의 총 책임자였던 패트릭 소덜란드와 다이스 개발자들이 ‘배틀필드V’를 놓고 잇달아 불통의 행보를 보이다 게이머의 반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아직까지 블리자드가 “못 배운 사람들” 수준의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EA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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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휴대폰 없어요?

 

블리자드 게임의 테마 중 하나는 바로 타락이었다. 멀쩡한 캐릭터가 순식간에 타락해 악당이 된다는 설정은 블리자드 게임에서 너무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블리자드가 갑작스레 보이고 있는 행보에 딱 맞는 이야기이도 하다. 자신들이 창조한 수많은 타락 캐릭터처럼 블리자드 역시 타락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블리자드의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블리자드 세계관 타락의 대명사(?)인 ‘워크래프트’의 아서스 메네실을 연상케 한다. 정의롭던 성기사이자 왕자가 서서히 타락해 가는 모습은 한 편으로는 인간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이도 하다. 블리자드도 타락해 흔하고 흔한 탐욕스러운 게임 회사 중 하나로 떨어질 것인가? ‘디아블로 이모탈’과 ‘히오스’ 사태는 시작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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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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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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