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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고 게임 보는 게 직업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요즘 할만한 게임 뭐 있어?”
 
할만한 게임과 해야 하는 게임은 다른 법이다. 게임리뷰어로 산다는 게 그렇다. 또 여기에 취향이 들어가면 이야기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근래부터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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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게임이지만…(총 80기가 정도)

 

게임을 할 만하다, 혹은 재미있다고 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요소별로 나누는 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개괄만 추리면 대략 네 가지다. 그래픽, 컨텐츠, 장르 혹은 IP, 그 외의 특이점.

 
이 중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 가장 쉬운 건 아무래도 그래픽이다. 비주얼만큼 눈에 띄는 것도 없다. 티저영상으로 뽑았을 때 가장 삐까번쩍해야 하는 부분도 그래픽이다.
 
최근의 모바일게임에서 화려한 3d 그래픽을 차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5-6년 전 바야흐로 대 애니팡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에도 걸출한 그래픽을 선보인 언리얼엔진의 선구자격 게임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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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게임의 원조격 타이틀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 3편

 
당시 게임 좀 한다는 사람치고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에 인피니티 블레이드 안 깔아본 사람은 드물 정도였으니까. 무한반복이 가능한 구조와 한정적인 성장은 어느 순간 게임을 놓게 하기는 했지만, 그 걸출함만큼은 인정받아 3편까지 이르는 동안 꽤 좋은 성과를 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캐주얼에서 RPG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넘겼고 작년 말부터는 마침내 MMORPG의 시대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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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MMO가 출시됐다…

 
그리고 너도나도 앞다퉈 리얼한 그래픽을 앞세운 MMORPG를 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했다. 흥행한 IP가 하나 둘 모바일로 구현되는 걸 지켜보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게임에서 비주얼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정말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원하는 유저라면 모바일 플랫폼보다는 PC나 콘솔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한계는 명확하며 차이는 더 확실하다.
 
모바일게임에서 이 비주얼이란 요소가 지속적인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정한 연출을 통해 게임 전체에 녹아들어야 한다. 게임은 하나의 상품이지만, 총체적으로 한 몸의 구조를 갖추었을 때 우리는 그걸 게임인 동시에 작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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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흔히 말하는 타격감부터 타이밍 좋게 터지는 이펙트, 나아가 이 모든 시각적 효과들과 어우러지는 스토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똑같이 공주를 구하더라도 대사가 터져야 할 곳, 전투가 벌어져야 할 장소, 사운드가 강화되는 시점 등이 제대로 합을 이루면 흔한 클리셰여도 볼만한 시퀀스가 된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모바일게임에는 그래픽과 연출이 조화롭게 들어간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투나 액션씬을 먼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그 후에 기획이 들어가는 게 보통인 개발 프로세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스토리와 액션이 어우러지는 연출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다.
 
클리셰가 클리셰인 이유는 유구하게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때문이라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내용이라면 결국 참지 못하고 스킵을 누르게 된다. 하지만 다 똑같은 스토리라 하더라도 이 연출이 멋지면, 잠시 멈춰서 '감상'을 하게 된다. 볼만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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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지스타에서 선보인 넥슨의 신작인 '트라하'는 이 중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였다. 시장 초반만 해도 모바일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던 넥슨은 언젠가부터 걸출한 신작을 내놓고 있는데, 오랜만에 대작이라 할 만한 타이틀을 내놓은 셈.
 
티저영상과 시연영상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트라하'의 액션과 그에 따른 연출은 이제까지의 모바일 MMORPG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수준이다. 단순히 카메라 시점 이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투 액션에 있어서 유저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킬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진짜 손맛을 보여주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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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자유롭게 클래스 변경 혹은 무기 변경이 가능한 인피니티 클래스라는 독특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자유도를 높였고, PC판의 오마쥬를 넘어서 독자적인 IP를 선택해 모바일 플랫폼에 맞춘 기획을 했다는 언급도 있었던 바 이번에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유니티의 끝판왕이 다크어벤져였다면,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트라하'는 이제 언리얼의 끝판왕이라는 호칭을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로 시작된 언리얼엔진 작품이 '트라하'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아직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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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만으로는 유저를 사로잡기 힘든 시대다. 그래서 연출은 중요하다. 스샷 몇개로는 구분조차 잘 안 가는 게임이 대부분이고 컨셉은 거기서 거기인데다 연출은 따로 노는 경우가 수두룩하기에.
 
요지는 비주얼 그 자체가 아니라 비주얼과 게임 컨텐츠, 구조 등 전체와의 조합이다. 몰입하게 하는 컨텍스트, 그들이 모여 이루어진 스토리라인이 있을 때 게임은 마스터피스가 된다.
 
모바일게임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캐주얼을 벗어나 고사양 그래픽을 갖추고 수많은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한들, 몰입감 없이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게임에 유저가 원하는 것은 재미다. 어떤 재미이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전체 요소의 합이며 조화로움이다. 그 조화 속에서 유저는 게임 속의 어떤 가상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몰입하게 된다. 이 몰입 없는 화려함은 그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액션을 보여준 만큼 '트라하'가 모바일 MMORPG에서도 몰입감과 화려함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 보려 한다.
 
글/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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