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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기 전 볼 수 있는 오프닝 무비는 게임을 하기 전 기대감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는 이를 홍보용으로 사용해서 좋은 효과를 얻곤 합니다. 

 

영상이 아무리 멋있어도 게임 자체가 훌륭하지 못하면 안 되겠지만, 멋진 게임 오프닝들은 비록 게임을 못해봤어도 수 십 년이 지난 후에도 게이머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 오프닝의 판도를 바꿨던 역사적인 게임 오프닝, 3040 게이머들이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봤을 오프닝들을 모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컴퓨터에서 애니메이션 오프닝 느낌을? 

 

지금 업계에서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은 30대~40대 게이머들로, 80년대에 청소년기를 지낸 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 적지 않은 개발자분들이 바로 이 게임의 오프닝을 보고 게임계에 뛰어들 것을 결심했다고 말하는 게임, 바로 <YS 2 (198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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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YS2를 하고 게임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YS 시리즈는 <영웅전설> 시리즈와 함께 팔콤 사를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입니다.  <YS 1: Ancient Ys Vanished>는 1987년 일본의 퍼스컴 시스템인 PC-8801용으로 처음 발매된 후, 국내에 꽤 널리 퍼졌던 MSX2(국내명 IQ2000)를 비롯한 많은 기종들로 이식된 액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1988년 발매된 YS II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당시 게이머들을 경악하게 만든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아케이드 게임기만큼의 성능이 나오지 않았던 당시 PC에 나왔던 게임들은 오프닝이라고 해봤자 정지된 화상을 연결하며 그에 대한 설명을 붙인다거나 하는 것뿐이었지만, YS2의 오프닝은 약 4분에 달하는 음악에 잘 맞춘 영상과 스태프 롤이 흐르는, 당시로는 대단히 충격적인 오프닝이었습니다. 

 

오프닝 음악인 TO MAKE THE END OF BATTLE은 당시 높은 수준을 자랑했던 팔콤의 게임 음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곡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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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이나 리메이크나 히로인인 리리아가 머릿결을 휘날리며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PC-8801을 가진 유저들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대우에서 발매한 MSX2(IQ2000)을 가지고 있었죠. PC-8801은 FM 음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훌륭한 음악을 들려줬으나, MSX2에는 FM 음원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별매하는 FM-PAC 이란 것을 장착해야만 했습니다. 

 

▶ 이스 2 오프닝 - PC-8801 버전

 

이후 YS2는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으며, 그중에서도 <YS2 이터널(2000)>의 오프닝은 세월이 흐른 만큼의 미려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는데요, 이 영상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가 팔콤에 입사했을 때 처음 만든 영상이기도 합니다.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해야 하나요? 

 

▶ YS2 이터널(2000) 오프닝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발전

 

1988년, 최초로 CD 매체를 사용하는 게임기인 PC 엔진의 확장 버전, PC-엔진 CD-ROM2가 발매되었습니다. 용량이 올라가면 가격이 상승하는 일반 게임팩과 달리, CD-ROM은 당시로는 엄청난 용량이었기 때문에 PC 엔진 CD-ROM2용 게임들 중에는 오프닝에 애니메이션을 집어넣은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국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마이너 한 게임기인데다가 고가였기 때문에 만져본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당시 용산 전자상가 등에 가면 PC-엔진 CD-ROM 용의 게임들을 틀어놓은 곳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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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어지간히 잘 사는 집안 아이들 아니면 구경도 못했을 PC 엔진 CD-ROM2. 

 

그중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었던 게임이 허드슨과 레드 컴퍼니가 제작한 <천외마경 II: 만지마루(1992)>입니다. 

 

<천외마경 II>는 비록 거친 움직임이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움직이며, 거친 샘플링이지만 음성이 직접 나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게임의 주역들을 소개해주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임에도 멈춰 서서 구경하는 이들이 많았죠. 

 

참고로, 천외마경 시리즈의 제작사인 레드 컴퍼니는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 원작가 등으로 유명한 히로이 오지가 설립한 회사로, 이후 레드 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꾸며 <사쿠라 대전> 시리즈로 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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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외마경 2 만지마루(1992)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일본, 기술의 미국?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 비해 비슷한 시기의 미국산 게임들의 오프닝은 주로 게임의 배경, 발단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앞서나가는 회사가 있었으니, 당시 롤플레잉 게임계를 평정했던 울티마를 만든 오리진 시스템이었습니다. 

 

<울티마 6>의 인트로 영상 등은 그럴싸한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조화가 뛰어났지만, 배경을 설명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에 비해 당시 최고의 기술력과 ‘최고의 사양’을 요구했던 윙 커맨더 시리즈의 발달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때 16비트 퍼스널 컴퓨터 쪽에는 사운드 블래스터라는 음악 카드가 슬슬 보급되고 있었는데요, 훌륭한 음원에 음성 지원도 되었기 때문에 슬슬 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발매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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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티마 6(1990) 인트로 

 

1991년, <윙 커맨더 2>편의 오프닝은 사운드 블래스터가 있다면 풀 음성을 지원하는 오프닝 영상을 즐길 수 있었으며, 1994년 <윙 커맨더 3>의 오프닝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를 연기한 배우 마크 해밀을 기용해서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실사와 CG를 혼합한 오프닝은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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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윙 커맨더 2(1991) 오프닝의 일부

 

▶ 윙 커맨더 2(1991) 인트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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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윙 커맨더 3 오프닝에는 마크 해밀(루크 스카이워커)가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 윙 커맨더 3: 하트 오브 타이거(1994) 인트로 시네마틱

 

 

도트 애니메이션의 절정에 달하다

 

슈퍼 패미컴(SFC)은 1990년에 닌텐도에서 발매한 16비트 게임기입니다. 단 매체가 롬(ROM)을 이용하는지라 화려한 애니메이션 등은 구사하기가 어려웠고, 대신 SFC의 기능 중 회전, 확대, 축소 기능을 이용한 오프닝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중에서 <파이널 판타지 6(1994)>의 오프닝은 지금까지도 많은 유저들이 기억하는 오프닝입니다. 구성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마법이 죽고 기술이 발달한 시대임을 알려주는 배경 설명이 지나간 후, 한 소녀와 제국군 병사가 탄 3기의 마도 아머가 나타난 후 음악이 흐르며 스태프 롤과 함께 대화 후에 마도 아머 3기가 눈이 휘날리는 설원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때 나오는 아름답고도 비장한 배경음악과 SFC의 기능을 활용한 영상이 잘 어울려서 좋은 평가를 받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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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원 위를 걸어갈 때 흐르는 티나(주인공)의 테마가 유명합니다. 

 

▶ 파이널 판타지 6(1994) 인트로

 

바로 이듬해에 발매된 <크로노 트리거(1995)>의 오프닝은 게임 화면을 짜깁기한 내용이지만, 훌륭한 음악과 연출이 어우러져 이 게임의 오프닝을 SFC의 최고로 꼽는 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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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퀘스트의 호리이 유지, 드래곤 볼의 토리야마 아키라, 파이널 판타지의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한데 모여 만든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크로노 트리거> 

 

▶ 크로노 트리거(1995) 오프닝 영상

 

 

오프닝에 주제가를 넣었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점점 게임 매체가 CD-ROM으로 바뀌면서 용량이 큰 음성 추가가 비교적 자유로워지자 게임들은 오프닝 주제가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한 최초의 CD-ROM 게임기인 PC 엔진 CD-ROM2로 발매된 <코스믹 판타지 – 모험소년 유우(1990)>라는 게임이 최초의 주제가 삽입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 게임은 따로 오프닝 영상은 없고 타이틀 화면에 보컬이 흘러나왔습니다.  

 

▶ 코스믹 판타지 – 모험소년 유우(1990) 오프닝

 

 ‘미연시’라는 장르를 널리 퍼지게 만든 <두근두근 메모리얼(1994)>의 PC 엔진 CD-ROM2 버전에도 보컬이 들어갔는데요, 바로 이듬해(1995)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은 근사한 애니메이션까지 넣어 미소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 두근두근 메모리얼(1995, PS 버전) 

 

롬팩으로는 슈퍼패미컴 용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1995)>가 최초의 시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용량에 제한이 큰 롬팩이라서 깔끔한 음원은 아니었지만, CD-ROM이 아닌 게임기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게임이죠. 

 

하지만 이 게임은 SFC의 거의 마지막 시기였으며, 이미 플레이스테이션 등 32비트 게임기가 나오던 시기인지라 색다른 시도로만 여겨질 뿐 더 이상 이런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1995) 오프닝. 음성 샘플링 레이트가 낮아 잘 안 들리지만 그래도 보컬이 들어간데 의의를.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시기에 가장 임팩트 있던 애니메이션 + 보컬 오프닝은 역시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1997)>을 들 수 있습니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는 일본의 록 밴드 DEEN의 ‘꿈인 것처럼(夢であるように)’을 주제가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프로덕션 I.G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선보여서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이 게임을 안 해봤어도 오프닝을 안 본 게이머는 없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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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영상에 잘 어울리는 주제가가 주목을 끌은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1997) 오프닝

 

이외에도 당시 애니메이션을 쓴 게임 오프닝들을 일본 게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PS 용 <와일드 암즈(1996)>에는 보컬은 없지만 뛰어난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선보였습니다. 오죽하면 2002년에는 국내 모 가수가 이 주제가를 표절해서 노래를 내놓았던 적도 있었죠. 

 

한편 세가 새턴용의 <루나 더 실버스타(1996)>의 오프닝도 훌륭한 보컬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지만, 국내 한정일지 모르겠지만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의 임팩트가 더 컸습니다. 

 

▶ 서부 영화 느낌의 주제가가 잘 어울렸던 와일드 암즈 오프닝

 

 

오프닝을 위해서 주변기기를 산다?

 

앞서 말한 <루나 더 실버스타>는 1992년 메가 CD 용으로 나왔던 RPG를 1996년, 세가 새턴용으로 리메이크한 것이었습니다. 1992년의 원작도 보컬이 들어간 오프닝을 선보이긴 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천외마경2> 같은 도트 그래픽을 이용한 영상이었죠. 

 

그런데 <루나 더 실버스타>의 오프닝을 완벽한 퀄리티로 보기 위해서는 확장 카드인 ‘무비 카드’가 있어야 했습니다. 원래 비디오 CD를 새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주변기기였던 무비 카드는 이걸 이용해서 MPEG 포맷으로 저장된 게임 영상들도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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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더 실버스타 컴플리트 오프닝(1996)

 

무비 카드가 있으면 지원하는 게임들은 오프닝 영상을 고퀄리티로 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유명한 것이 앞서 말한 루나 더 실버스타도 있지만, <건그리폰(1996)>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건그리폰>은 ‘하이맥스’라는 보행 병기를 타고 싸우는 3D 슈팅 게임인데요, 오프닝은 풀 3D 그래픽으로, 주역 기체인 하이맥스(High-Macs)가 공중에서 투하되며 전차들을 종이짝처럼 부숴버리는 멋진 출격 영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비 카드는 게임 오프닝 등에만 적용되었고, 그나마 대응하는 소프트도 많지 않았던 것이 함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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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는 높은 퀄리티였던 건그리폰의 오프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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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새턴용 무비 카드입니다.

 

▶ 건그리폰(1996) 오프닝

 

 

3D 오프닝의 시대로 접어들다

 

<건그리폰>처럼, 1990년대 중반부터 3D로 만들어진 영상을 이용한 게임 오프닝들이 점차 많아지게 됩니다. 

 

이때의 선두 주자는 단연 남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남코는 1995년, <철권 1>의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을 내놓으면서 ‘초월 이식’이라는 용어가 게임계에서 유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케이드의 보스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때 아케이드(오락실)에는 없는 3D 오프닝 무비가 들어갔으며, 각 캐릭터별 엔딩 영상도 3D로 제작해서 넣었습니다. 

 

이때의 오프닝 무비의 3D 캐릭터들은 프리렌더링(Pre-Rendering) 된 영상을 트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캐릭터들도 투박했지만 당시에는 매우 신기하고 멋지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딱 1년 뒤에 발매된 <철권 2>에서는 니나의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CG로 재현했는데요, 당시 남코의 CG 팀은 전 세계적인 CG 관련 상을 휩쓸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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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의 흩날리는 머릿결은 당시에는 상상도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 철권 2(1996, PS)  오프닝 영상

 

그러나 영상미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철권 2>가 나온 후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소울 엣지>의 오프닝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울칼리버> 시리즈의 전신인 이 게임도 역시 아케이드로 먼저 발매되었다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초월 이식된 게임인데요, PS 버전에 추가된 오프닝은 호쾌한 음악과 연출이 잘 어우러져 당시 게임 상가의 어딘가에는 꼭 이 게임의 오프닝이 틀어져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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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6편이 발매될 소울칼리버 시리즈의 최초의 작품, 소울엣지

 

▶ 소울엣지(1996) 오프닝 영상

 

 

시대의 괴작 오프닝

 

플레이스테이션 시대였던 1990년대 중~후반,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게임 오프닝이 있습니다. 바로 1996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1편의 오프닝입니다. 

 

캡콤의 실험적인 작품이었지만, 훌륭한 게임성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고를 올려 지금까지도 장수하는 게임 시리즈가 된 <바이오하자드>. 그러나 그 시작은 무명 배우들을 써서 B급 감성 넘치게 실사로 촬영한 매우 괴이한(?) 오프닝으로 장식됩니다. 

 

영화처럼 만들고자 했던 것 같지만, 배우들의 매우 어색한 발연기와 어설픈 대사, 쌈마이한 연출 등으로 인해 냉정하게 보면 좋게 평가하기 힘든 오프닝이었지만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서 지금까지도 오랜 바이오하자드 팬들이 기억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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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사로 만나보는 크리스 레드필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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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 발렌타인. 리메이크 등 이후에 나온 작품에서는 CG 영상으로 대체됩니다. 

 

▶ 바이오하자드(1996) 오프닝. 

 

 

CG 시대의 연인이 탄생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1990년대 후반의 컴퓨터 그래픽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습니다. 당장 1996년에 CG로 머리카락을 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두었던 <철권2>의 오프닝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그냥 털실 뭉치였거든요.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1998년의 니나의 머리카락은 보다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1998년, 한국에서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이 나올 정도로 3D CG를 이용한 기술들은 눈부시게 성장해나갑니다. 그리고 다음의 게임들은 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사이버 연인들을 탄생시킵니다. 

 

남코의 레이싱 게임 시리즈, <릿지 레이서> 3편인 <레이지 레이서>부터 등장한 시리즈의 마스코트 캐릭터, 나가세 레이코는 숏컷의 미인으로 당시 인기 있었던 일본의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를 모델로 한 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98년, <릿지 레이서 Type 4>의 오프닝에 나온 나가세 레이코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심멎을 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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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중인 자동차도 멈추게 하는 너란 여자...하...

 

▶ 릿지레이서 타입 4(1998) 오프닝

 

당시 또 한 명의 게이머들의 연인은 <파이널 판타지 8(1999)>의 히로인, 리노아입니다. 심각한 내용과 달리 만화 풍의 캐릭터를 채용했던 <파이널 판타지 7>과 달리 <파이널 판타지 8>은 게임과 영상 모두 8등신의 캐릭터들이 등장했던 것도 눈에 띕니다. 

 

어쨌든, 리노아는 많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는 압도적인 미모를 뽐내며 오프닝과 무도회 씬 등, 주요 장면의 CG 영상에서 많은 게이머들의 심장을 훔쳐 갔습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임팩트가 영상만큼 크지 않아 직접 게임을 해본 이들에게는 생각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히로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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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널 판타지 8(1999) 리마스터 오프닝. 

 

 

게임 오프닝, 영화를 넘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약간 시대를 앞으로 가볼까요? 게임 매체의 대용량화와는 상관없이 영화와 비슷한 오프닝을 추구하는 게임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대단한 영화광이기도 한 그는 게임들에 영화적인 요소를 삽입하길 좋아했는데요, 초창기 작품인 <스내쳐>부터 여러 영화들의 오마주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오프닝도 영화의 그것처럼 연출하길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PC-88 기종으로 발매된 <스내쳐>와 <폴리스너츠>는 이후 CD 매체로 이식되면서 오프닝이 더욱 화려해지는 한편, <폴리스너츠>의 3DO(1993년 발매된 32비트 게임기) 버전의 오프닝에는 시작 부분에 마치 영화관에서 안내 멘트를 하는 것 같은 장면을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폴리스너츠가 상영됩니다-"

 

▶ 폴리스너츠(1995, 3DO버전) 오프닝

 

코지마의 영화 같은 오프닝의 완성은 먼 뒷이야기지만 PS2로 발매된 <메탈기어 솔리드 3: 스네이크 이터(2004)>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상은 주로 게임 화면을 편집한 것이었지만,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상케 하는 연출과 음악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 메탈기어 솔리드 3: 스네이크 이터(2004) 오프닝.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편, 서양에서는?

 

지금까지 소개한 일본 게임의 오프닝들이 영상과 음악을 조화시켜서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을 주었다면, 북미 시장의 게임 오프닝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게임 세계관을 설명하고, 게이머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죠. 

 

그러나 3D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영상미도 점점 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있었습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2 어둠의 물결(1995)>부터 3D 영상을 오프닝은 물론 게임 중간의 이벤트에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디아블로 1(1996)>이나 <스타크래프트(1998)> 등, 점점 시네마틱의 명가로 자리 잡아가기 시작하죠.

 

보통 다른 게임 회사들은 외주를 통해 게임 오프닝 영상을 만드는 것에 반해 블리자드는 시네마틱 팀이 회사 안에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 내부팀이다보니 게임 제작진과 잦은 소통을 할 수 있고, 회사의 분위기에 맞는 영상을 아무래도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그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지금은 <오버워치> 등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진가를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 <워크래프트2>와 당시 경쟁했던 전략 시뮬레이션 <커맨드 앤 컨커>의 웨스트우드는 또 다른 방향으로 게임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실사와 CG를 조합한 영상으로 약간 쌈마이 한 느낌이 나면서도 게임의 분위기에 묘하게 어울리는 효과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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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블리자드의 오프닝 영상들. 사진은 워크래프트 3 오프닝의 한 장면. 

 

▶ 워크래프트 3 오프닝 영상

 

▶ 커맨드 앤 컨커 골드 오프닝 영상. 마치 TV 채널을 돌리는 듯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점점 실사에 접근하는 오프닝 영상들

 

2000년대 초반 이후, 게임 동영상들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게 됩니다. 그 전환점이 된 시기는 200X년대 중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PS2 용의 <귀무자 3(2004)>의 오프닝은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CG 스튜디오인 로봇에서 외주를 담당해서 무려 8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봐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 수준의 CG를 보여줍니다. 물론 지금은 저 정도 이상의 수준을 실시간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겠지만요. 

 

▶ 귀무자 3(2004) 오프닝 영상

 

같은 시기의 PC 게임 오프닝으로는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프닝을 들 수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매번 확장팩을 낼 때마다 뛰어난 영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역시 그 시초가 되었던 오리지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프닝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죠.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4)

 

 

맺으며...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오프닝을 다 살펴보려면 턱도 없이 부족한 양이었죠. 그래서 2000년대 이전의 오프닝을 중심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거나 당시 화제를 모았던 영상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과거 오프닝들은 한정된 스펙 안에서 얼마나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했지만, 동영상을 넣기만 하면 되도록 게임기와 PC가 발전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영상의 기술력보다는 연출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상이 발전해서 실사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투박한 게임 오프닝을 보면서 과연 어떤 게임일지 상상해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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