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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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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최초로 실전 투입된 전차인 영국군의 마크 1(Mark I) 탱크.

 

1916년 9월 15일, 솜 전투가 한창이던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기묘한 병기가 나타났다. 무한궤도에 철판을 덕지덕지 붙인 형상의 이 병기는, 영국군이 독일군의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병기였다. 이 날 투입된 이 병기의 이름은 영국군의 마크 1 탱크(Mark I tank). 인류 최초로 전차가 지상전에 실전투입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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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이 이상한 병기가 전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솜 전투 이후 100여년동안 전차는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았다. 오늘날 지상전의 왕자는 단연 전차다. 전차는 전장 외에도 영화나 소설, 음악 등 다양한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게임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지상전의 왕자, 전차가 등장한 다양한 게임을 살펴보았다.


전차, 그리고 고전게임의 시대
전차가 등장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일찍부터 등장했다. 아타리에서 아케이드로 내놓은 ‘탱크(Tank, 1974)’나 아티리 VCS 기종으로 1977년 내놓은 ‘컴뱃(Combat)’ 같은 게임은 놀랍게도 전차전과 복엽기를 이용한 항공전을 하나의 게임에 묶어 놓은 형태였다. 지금 보면 매우 조악한 그래픽이지만, 일찍부터 ‘전차’에 게임 회사가 주목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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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리의 '컴뱃'에 등장하는 전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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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리의 '배틀존'은 이후 군사 시뮬레이터로 개발되기도 했다


아타리는 이후 1980년 1인칭 슈팅 게임(FPS) ‘배틀존(Battlezone)’을 내놓았다. 이 게임은 아예 1인칭 시점에서 전차를 조종하는 게임으로, 전차의 잠망경을 본뜬 화면을 보며 적과 교전하는 슈팅 게임이었다. 같은 해 일본의 남코는 전차를 소재로 한 2D 슈팅 게임 ‘탱크 바탈리온(Tank Battalion)’을 내놓았다. 이 ‘탱크 바탈리온’은 5년 후 닌텐도 패미컴 ‘배틀 시티(Battle City)’로 이식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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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코의 '배틀 시티'는 추억의 고전 게임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차가 주역인 게임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고, 이는 지금도 그렇다. 전차만 다루는 게임보다는 전체적인 전장의 일부로 등장하는 게임이 훨씬 많다. SSI가 1994년 처음 내놓은 ‘팬저 제너럴(Panzer General)’도 제목에는 전차(Panzer)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육해공을 통합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전장을 지휘하는 스타일의 턴 전략 게임이었다.


‘팬저 제너럴’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SSI의 스틸 팬더스(Steel Panthers, 1995)는 ‘팬저 제너럴’보다 더욱 하드코어 한 형태의 턴 전략 게임이었고, 지상전을 다루고 있는 만큼 전차의 비중은 더욱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차만이 주역’인 게임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전장에서 보병과 전차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전을 벌여야 하는지 알려주는 전형적인 워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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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I의 '팬저 제너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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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를 풍미한 걸작 턴 전략 게임, SSI의 '스틸 팬더스'


정말로 오로지 전차만 다루는 게임은 당연히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시뮬레이션 형태의 게임이 많았다. 이는 시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1991년 벌어진 걸프전에서 미 육군 1기갑사단과 3기갑사단은 이라크 육군 함무라비 기갑사단을 맞아 현대전 사상 최대의 전차전을 벌였다. 결과는 미군의 학살에 가까운 압승이었다.


이후 걸프전의 전차전을 배경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몇 개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은 대중적이기보다는 밀리터리 매니아나 살까 말까 한 존재가치가 희박한(?) 게임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 게임 기업들도 ‘팬저 프론트(Panzer Front, 1999)’ 같은 전차전을 테마로 한 게임을 가끔씩 가정용 게임기로 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시뮬레이션류의 게임은 앞서 언급한 ‘팬저 제너럴’이나 ‘스틸 팬더스’보다도 더 매니아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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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저 프론트


전차를 몰아볼 수 있는 좀 더 대중적인 게임의 등장
시뮬레이션만큼 하드코어 한 조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상전에서 좀 더 간편하게 전차를 몰아보고 싶다는 게이머의 열망은 재미있는 게임을 낳았다. 아직까지는 전차’만’ 등장하는 게임은 아니었다. 바로 2002년 다이스(DICE)가 내놓은 ‘배틀필드 1942(Battlefield 1942)’다. ‘배틀필드 1942’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다양한 전장에서 알보병부터 전차, 항공기, 전함까지 몰아볼 수 있다는 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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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필드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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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전차전의 느낌을 잘 살렸다.


‘배틀필드 1942’에는 그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름을 떨쳤던 ‘T-34/85’, ‘M4 셔먼’, ‘6호전차 티거’ 등 나름 다양한 전차가 등장한다. 이후 ‘배틀필드’가 ‘배틀필드 베트남’, ‘배틀필드 2’등 시리즈로 이어지며 각 게임의 배경에 맞는 전차가 꾸준히 등장해 활약한다.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인 ‘배틀필드1’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통틀어서도 귀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차를 몰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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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작인 '배틀필드1'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의 각종 전차를 전장에서 몰아볼 수 있다.


당연히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전차 시뮬레이션 게임은 꾸준히 등장했다.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지상전의 왕자인 전차를 더 사실적으로 ‘몰아보고 싶은’ 매니아는 꾸준했다. ‘스틸비스트(Steel Beasts, 2000)’ 시리즈의 경우, 실제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군용 훈련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공급되기도 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자신들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자부할 정도다.


전략 시뮬레이션,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게임에서는 ‘전차’는 여전히 필수요소 였다. 오로지 전차전만 다룬 게임은 극히 드물었지만, 적어도 전차는 게임 내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서든 스트라이크(Sudden Strike, 2001)’ 시리즈나, ‘전격전(Blitzkrieg, 2003)’,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Company of Heroes, 2006)’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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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렐릭의 RTS,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도 전차가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온라인 전차전의 여명기, 그리고 월드 오브 탱크
21세기 들어 온라인 게임의 시대가 열렸다. 그 중에는 온라인을 통한 전차전을 테마로 한 게임도 끼어 있었다. 지난 2005년 모웰소프트가 개발하고 한게임이 서비스했던 ‘블리츠 1941’은 독특한 시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유저끼리 전차전을 벌여 전장의 흐름을 바꾼다는 참신한 컨셉을 내세웠다. 안타깝게도 ‘블리츠 1941’은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한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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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츠 1941


한편 지구 반대편의 벨라루스라는 나라에서는 워게이밍이라는 회사가 턴 전략 게임 ‘매시브 어썰트(Massive Assault, 2003)’시리즈를 만들며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가고 있었다. 이들은 200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오더 오브 워(Order of War)’도 만들었지만 그저 그런 게임에 지나지 않았고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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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게이밍은 2010년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온라인 탱크 게임인 ‘월드 오브 탱크’다. 3D 그래픽 기반의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전간기(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경전차, 중형전차, 중전차, 구축전차, 자주포 등의 기갑 차량만 게임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밀리터리 게임, 그 중에서도 비교적 마이너한 전차를 소재로 삼은 ‘월드 오브 탱크’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워게이밍이 동유럽의 벨라루스에 있는 썩 유명하지는 않은 게임회사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놀랍게도 예상을 깨고 ‘월드 오브 탱크’는 서비스 시작과 함께 빠르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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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1년도 되지 않아 ‘월드 오브 탱크’의 가입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러시아에서는 동시접속자수 9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MMORPG도 아니고, MMO 슈팅 게임이 말이다. 전차의 외형은 고증을 살리고, 게임 자체의 내용은 전차전의 핵심을 살리면서도 게임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밸런스를 잡은 점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이후 워게이밍과 ‘월드 오브 탱크’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 ‘월드 오브 탱크’ 전 세계 가입자수는 6천만명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의 아픔을 겪는 반면, ‘월드 오브 탱크’는 서비스 8년차인 여전히 인기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국민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워게이밍은 모바일 게임인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그리고 가정용 게임기용 ‘월드 오브 탱크’까지 내놓으며 꾸준하게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시작 8년여만에 1.0 버전 대규모 업데이트를 내놓아 호응을 얻고 있다. 아무도 성공하리라 예측하지 못했지만, ‘전차’ 하나로 밀어붙인 워게이밍의 뚝심이 놀라운 성과를 낳은 셈이다.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 ‘워 썬더’와 ‘아머드 워페어’
‘월드 오브 탱크’는 온라인에서 전차전을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게임으로 각광받았다. ‘월드 오브 탱크’의 경쟁자도 하나 둘 등장했다. 2014년에는 가이진 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인 ‘워 썬더(War Thunder)’에 지상전 모드를 추가했다. ‘워 썬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각국의 전투기가 격돌하는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지상전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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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 썬더


‘워 썬더’의 강점은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 외에 시뮬레이션 성향이 아주 강한 ‘히스토리컬 모드(현재는 리얼리스틱 모드)’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캐주얼한 온라인 슈팅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아케이드 모드’를 즐기고, 실제 고증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히스토리컬 모드’를 즐기는 식으로 여러 유저의 입맛을 한번에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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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월드 오브 탱크’보다 정교하고 세세한 게임 시스템도 ‘워 썬더’만의 강점이다. ‘워 썬더’ 역시 당시 러시아에서 빠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었고, 지상전 시스템 추가 이후 ‘워 썬더’ 특유의 리얼리스틱 배틀 시스템으로 온라인에서 좀 더 사실적인 전차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많은 게이머가 주목했다. 이후 ‘워 썬더’는 온라인에서 ‘월드 오브 탱크’와는 색다른 전차전을 즐길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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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머드 워페어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시기가 아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 전차 게임도 등장했다. ‘아머드 워페어(Armored Warfare)’다. ‘네버 윈터 나이츠2’와 ‘폴아웃: 뉴 베가스’ 등을 만든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러시아의 포털 회사 Mail.ru와 협력해 제작한 게임이다.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개발에서 손을 떼고, 현재는 Mail.ru가 직접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아머드 워페어’는 구 소련의 ‘T-55’부터 미국의 ‘M1A2 에이브람스’, 독일의 ‘레오파르트’ 시리즈 전차까지 다양한 현대 전차를 게임 내에서 다루고 있다. 현대 주력 전차(Main Battle Tank)에서 빠질 수 없는 경사 장갑과 공간장갑, 그리고 장갑의 재질과 각종 탄까지 세세한 요소를 게임에서 구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게임은 전반적으로 캐주얼한 전차전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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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머드 워페어’는 러시아 외의 지역에서는 아직 인기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덜한 편이다. 2015년 10월부터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개발 주체에서도 알 수 있듯 여전히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지역에 서비스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 전차의 고증을 위해 해당 전차 제작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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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한(?) 전차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차를 의인화 한 모바일 게임인 '강철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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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4로 한국어화 되어 발매된 '걸즈 앤 판처 드림 탱크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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