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캐릭터 뽑기(이른바 ‘가차’)가 있는 게임이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환영 받는 인기 캐릭터가 있는 반면. 누구에게나 저주 받고(?) 버림 받는 이른바 ‘꽝 캐릭터’(주로 별을 1개나 2개 달고 있다)가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 사는 누군가는 ‘별 5개 가즈아!’를 외치며 캐릭터 뽑기를 하고 있을 터이지만 명심하자. 너. 나. 우리. 그리고 이 세상 모두가 뽑기로 만나는 캐릭터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꽝 카드’일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운명. 거스를 수 없는 확률 99%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뽑힌 ‘꽝 캐릭터’는 오늘도 유저들의 한탄을 받으며 인벤토리 한 구석에 버려지거나, 게임 내 자원으로 환원되어 그 짧은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이야기할 캐릭터는 바로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 가장 대표적인 ‘꽝카드’로 취급 받는 한 캐릭터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변에 대한 이야기다.  
 

1-1.jpg

▶ 최근 2.0 마인드맵 업데이트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유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XD글로벌의 모바일 전략 게임 소녀전선.

 

 
아이디따브류다냐!
 
소녀전선은 다양한 총들이 의인화(모에화)해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전 세계의 유명 총들의 이름을 그대로 딴 캐릭터들(전술인형)이 게임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제일 꼴도 보기 싫은 캐릭터가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지목할 것이다. 바로 별 2개(2성) 전술 인형인 ‘IDW’(아이디더블유)가 그 주인공이다.
 
2-1.jpg
▶ (다른 의미로) 게임의 얼굴마담이기도 한 IDW. 오늘의 주인공 되시겠다.
 
이 전술 인형의 모델이 되는 IDW 실제 총은 지난 1990년대 초, 영국의 부시맨(Bushman)사가 개발한 PDW(Personal Defense Weapon - 개인 방어화기) 중 한 모델을 말한다. 사실 원본이 되는 총기는 수차례 개량을 거쳤음에도 영국군의 제식화에 실패했으며, 상업적으로도 판매가 부진했던 ‘실패한’ 총기다.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그런 총이 있었어?” 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0에 가까우며, 현대전을 소재로 하는 게임에서도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도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2-3.jpg

▶ 실제 총기 IDW의 모습. 개인 방어화기로 극히 짧은 총열과 전기모터를 통한 준수한 발사속도 등이 특징이지만… 실제 총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0에 가깝다. 

 
하지만 소녀전선 게임 내에서 만큼은 같은 2성은 물론이고 쟁쟁한 5성들까지 모두 합쳐도 (안 좋은 쪽으로)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 대충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묘하게 무성의한(?) 일러스트 - ‘고양이 귀’가 특징인 동물계 캐릭터로써 캐릭터성이나 개성은 뚜렷한데 묘하게 일러스트의 품질이 좋지 못하다. 사실 대부분의 2성 캐릭터들은 일러스트 품질이 좋지 못하지만(낮은 등급의 캐릭터들은 더 높은 등급의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IDW의 경우 캐릭터성과 맞물려 그것이 묘하게 튀어 보이는 데다가 하필이면 표정 조차 “게이머를 비웃는” 모습이라 아래 3번과 맞물려 나쁜 쪽으로 시너지를 낸다.
 
[2] 쓸데 없는(?) 고 퀄리티 더빙 - IDW의 성우인 ‘이토 아스카’는 소녀 전선 내에서 IDW 외에도 PPK, M60 등의 캐릭터들을 맡았으며 모두 캐릭터성을 잘 살린 뛰어난 목소리 연기로 호평을 받는다. 문제는 IDW의 경우 ‘고양이 캐릭터’라는 캐릭터성을 지나치게 살리다 보니 너무나도 ‘튀는’ 목소리로 연기했다는 것. 대표적으로 캐릭터의 등장 대사이자 IDW의 상징인 “아이디따브류다냐”는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튀는 하이톤에 내지르는 음성이라 게이머들한테는 ‘청각테러’ 취급을 받는다. 등장 대사뿐 아니라 게임 내 거의 모든 대사가 하이톤에 ‘내지르는’ 음성이기 때문에 ‘얘 때문에 씨끄러워서 사운드 끄고 게임한다’는 게이머들의 감상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 영 좋지 못한(?) 제조시간 - 소녀전선의 캐릭터 뽑기(인형 제조)는 다른 여타의 게임들과 다르게 바로 뽑기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인형 별로 고유의 ‘제조 시간’이 표기되고. 그 시간 만큼 기다려야 어떤 인형이 나오는지를 알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IDW의 고유 제조시간인 ‘1시간 10분’은 하필이면 5성 캐릭터인 ‘그리즐리’와 정확하게 겹친다. 즉 유저 입장에서는 제조시간 “1시간 10분’이 떠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꽝 캐릭터인 IDW가 (문제의 “아이디따브류다냐!” 괴성과 함께) 등장하더라… 라는 시추에이션을 정말 많이 보게 된다는 것. 
 

2-4.jpg

 소녀전선 굿즈디자인 창작 공모전의 당선작 중 하나. 이 정도로 ‘꽝 캐릭터’, ‘함정 카드’ 로서의 IDW의 인지도는 게임 내 최고수준이다. 

 

 
사실 IDW라는 캐릭터 자체는 게임 내에서 ‘상위권의 회피 성능을 가진’ 준수한 2성 SMG 캐릭터로서, 성능까지 못 써먹을 정도의 글러먹은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위의 이유들로 인해 게임 내에서 ‘꽝 캐릭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 받고 있으며, 오늘도 게이머들에게 무참히 자원으로 환원되거나 다른 인형의 경험치로 먹히는(?) 신세가 되고 있다. 각종 2차 창작에서도 인기 만점. 조금만 검색해도 IDW와 관련된 각종 팬아트, 만화, 이미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너무 빨리 나왔냐?
 
인기 캐릭터(?) IDW의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은 “Ki桑” 닉네임을 쓰는 중국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런데 2016년 IDW를 그린 Ki桑은 그 이후로 무언가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 아니면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 각성이라도 한 것인지 이후에 작업하는 캐릭터들에서는 ‘비교도 안되는’ 고품질의 일러스트를 그려 내어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잡게 된다.
 
당장 소녀전선만 봐도 IDW 이후 약 1년후인 2017년에 Ki桑이 그린 ‘M500’ 샷건의 경우, 똑 같은 고양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IDW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준수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내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인 인기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碧蓝航线)에 등장하는 최고의 인기 캐릭터. 경순양함 ‘벨파스트’(HMS Belfast)가 바로 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당장 IDW와 벨파스트를 비교해보면 “같은 일러스트레이터 맞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3-1.jpg

▶ 소녀전선의 샷건 M500과, 벽람항로의 인기 캐릭터 벨파스트의 일러스트. 둘 다 Ki桑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소녀전선을 하는 게이머들은 “제발 IDW 일러스트 다시 그려주세요” 부터, “차라리 스킨이라도 내주세요” 라며 투정을 부려왔다. 그리고 그 바람을 개발사에서 들었는지 2018년 1월. 마침내 IDW에도 대반전이 일어나게 되는데…
 
 
IDW의 인생역전. 마인드맵 업데이트
 
꽝 카드의 대표로서 안 좋은 의미로 게이머들에게 학대(?) 받던 IDW에 드디어 볕들 날이 왔으니. 바로 지난 1월에 진행된 ‘소녀전선 2.0 마인드맵’ 업데이트다. 이 업데이트에서 추가된 시스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마인드맵’은 바로 IDW 같은 비인기 2성 전술인형들의 등급을 올려주고 훨씬 고품질의 일러스트로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2성 꽝 캐릭터인 IDW가 4성의 준수한 SMG로 새롭게 재탄생하게 된 것. 물론 IDW 외에도 FN-49, M1911, 64식 등 다른 2성 캐릭터들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의 향상을 노릴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인지도와 인기 때문에 다른 모든 캐릭터들보다 IDW가 게이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4-1.jpg

▶ 한층 귀엽고 든든해진(?) IDW의 4성 일러스트

 

4-2.jpg

▶ 마인드맵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외 받던 2성 인형들의 등급을 4성까지 올릴 수 있고, 각 인형들과의 개인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인드맵 시스템은 우선 ‘모의작전’에 새롭게 생긴 ‘마인드 회랑’에서 기억 파편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모의작전 점수를 소비해서 마인드 회랑에 입장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일정량의 ‘기억 파편’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억 파편을 모은후 만렙을 달성한 IDW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IDW를 강화할 수 있다. 최대 3번까지 기억 파편을 투자해서 강화 단계를 올릴 수 있으며, 한 번 강화할 때마다 최대 레벨이 올라가고 새로운 스킬이 추가된다. 마지막 3단계까지 강화하면 일러스트가 바뀌고 최종 강화가 완료되는 형태. 
 
그리고 이렇게 강화된 ‘최종 강화형’ IDW는 준수한 4성 SMG로서 드디어 게임에서도 주력으로 활약할 수 있는 수준의 강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3단계까지 강화한 IDW의 회피 능력치는 소녀전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중 최상위권이다. 스킬과 전용장비로 얻는 보너스까지 합치면 다른 건 몰라도 ‘회피’ 만큼은 모든 인형 중에서도 원탑인. 극한의 ‘회피탱’ 캐릭터로서 변모하게 된다.
 
물론 다른 스탯에서는 여전히 5성 캐릭터와 비교하자면 아쉬움이 있는 데다가, 특히 회피가 특화된 캐릭터임에도 기타 보조 스킬들이 ‘사속과 화력’을 올려주는 형태라 컨셉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여전히 최상위권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2% 정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소녀전선 게임의 특성상 이 정도 단점은 ‘애정’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한 수치며. 실제로 전략적으로 쓰면 특정 전장에서는 극한의 회피와 준수한 대미지로 되려 5성 캐릭터들을 뛰어 넘는 활약을 보여주기도 한다. 
 

4-3.jpg

 애정만 있다면 2성 캐릭터들도 이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그 ‘애정’의 유무 여부겠지만…

 

 
다만 최종 강화형태의 IDW를 만들려면 마인드 회랑에서 모아야 하는 기억 파편의 수가 총 2000개에 달하는데, 이건 일절 과금을 하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1달 이상은 꾸준하게 파밍을 해야 간신히 모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양이다. 게다가 기억 파편을 모으는 동안은 다른 모의 작전을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손해도 막심하다. 레벨을 120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경험치량 또한 어마무시한 수준. 
 
이런 여러 사항들을 고려하면 2성 IDW를 4성까지 키우는 것은 그냥 준수한 성능의 5성 캐릭터를 하나 키워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기에 일부 유저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투자해서 키울 필요 없다”고 판단해 마인드맵 업데이트 시스템을 시큰둥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꽝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그래도 발버둥 치고 애정을 가지고 투자하면 언젠간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마인드 맵 시스템을 통해 기존에 버림받았던 다른 ‘꽝 캐릭터들’도 얼마든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소녀전선 게임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5성이 아닌 2성 캐릭터를 뽑았다고 해도 무시하지 말고 한 번쯤 애정을 갖고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IDW처럼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4-4.jpg

 소녀전선은 IDW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의 마인드맵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시나리오상 ‘주인공’에 해당하는 M4A1, ST AR-15 등의 캐릭터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글/ 깨쓰통



댓글 0
1 4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