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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네이버에 격투게임 포스팅을 해 오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 캐릭터였습니다. 사실 누가 써도 많은 관심이 몰리는 소재기는 합니다. 특히 ‘춘리’나 ‘시라누이 마이’처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여성 캐릭터 글은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공간에 게시됐던 글이라도 조회수 차이가 상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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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당시에는 평균적으로 10만 미만의 조회수를 보여줬었는데... 이것만 유독...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격투게임 속 여성 캐릭터'로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격투게임 속 최초의 여성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다들 1991년 3월 발매된 '스트리트파이터2'의 '춘리'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도 있었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격투게임 속 최초의 여성 캐릭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 왜 최초의 여성 캐릭터가 잊히고 춘리만 기억에 남았는지도 생각해보도록 하죠.

 

 

 

1. 격투게임에 대해

먼저, 격투게임에 대해 간단히 알아봅시다. 액션 게임의 일종인 격투게임은 자신의 조작하는 캐릭터로 상대(사람 혹은 AI)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체력을 모두 없애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대전 격투 게임', '대전 액션 게임'으로도 불리는 만큼, 보통은 누군가와 1 vs 1로 싸우는 게임이 많습니다. 게임에 따라서는 다수 vs 다수, 1 vs 다수로 싸우는 게임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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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도 격투게임이고, 오른쪽도 격투게임입니다. (왼쪽은 스트리트파이터2, 오른쪽은 나루토 질풍전: 나루티밋 스톰 4)>

 

격투게임 하면 1991년 스트리트파이터2가 정립한 형태가 딱 떠오를 텐데요, 이런 게임이 전조조차 없이 등장한 건 아니었습니다. 1984년 테크노스 재팬이 만든 '가라데', 1985년 코나미의 '이얼 쿵푸', 1987년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 등 격투게임보다는 액션 게임에 가까운 게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볼 수 있죠.
 
이번에 소개할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격투게임'은 '스트리트파이터2' 이전에 나온 게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보면 '어디를 봐서 이게 격투게임이냐' 싶은 것도 있죠. 하지만 본격적인 격투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2'가 나올 발판은 마련해 줬다 할 수 있겠습니다.

 

 

 

2. 적으로 등장했던 최초의 여성 캐릭터 'STAR'와 'FAN'

그럼 최초의 여성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먼저, 1985년 1월 가동된 이얼 쿵푸의 'STAR(스타)'와 'FAN(팬)'이 있습니다. 이 둘은 격투게임에서 여성 캐릭터가 적으로 등장한 최초의 사례로 꼽힙니다.
 
스타는 표창과 재빠른 공격이 특기인 여성 격투가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인 우롱이 두 번째로 만나는 라이벌이죠. 멀리 있으면 표창을 위아래로 던지는데, 막기만 하다가 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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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 들고 있는 무기가 캐릭터 이름이죠. '스타'란 던지는 수리검 모양이 별 모양이라서 그런가 싶습니다. 근데 지금 보니 별 모양도 아니네요(...)>

 

팬은 여덟 번째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부채를 무기로 사용하며, 격투 스타일은 스타와 비슷한 원거리 공격입니다. 다만, 부채를 날리는 개수가 많고, 부채가 날아가는 궤도도 다양해 훨씬 어려운 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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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보기만 해도... (출처: Kazu's Ice Box)>

 

두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였지만, '멀리서 공격하는 귀찮은 적' 정도로만 기억되는 일이 많습니다.

 

 

 

3. 격투게임 최초의 플레이어블 여성 캐릭터 '유키'

다음은 1985년 10월 가동된 타이토의 온나 산시로(女三四郞, 여성 유도가, 영문명 Typhoon Gal)입니다. 한국에는 '여삼사랑'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온나 산시로는 여고생 유도가인 유키를 조종해 다른 도장의 유도가들을 물리치는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몰려오는 도장의 문하생들을 물리치고, 모든 문하생을 물리치면 사범과 대결을 펼칠 수 있죠.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아무래도 유키는 도장깨기를 하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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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귀여운데, 일러스트는 살벌하네요.>

 

이 게임의 주인공 '유키'는 격투게임에서 직접 플레이 가능한 최초의 여성 캐릭터입니다. 혼자서 여러 유도가들을 격파해야 하는 만큼 유키의 스펙은 장난이 아닙니다. 자신보다 커다란 체구의 남성을 쉽게 들어올리는 건 물론, 도장 벽에 부딪힐 정도로 세게 날려버립니다. 거기에 유도 기술 말고도 브레인 버스터, 자이언트 스윙 등 프로레슬링 기술도 사용하는 만능 격투가죠.
 
하지만 정도를 걷는(?) 격투가는 아닙니다. 상대 캐릭터의 낭심을 수차례 연속 가격한다거나, 패배를 인정하고 도망가는 상대를 발로 차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혼자 여러 격투가를 쉴 새 없이 상대해야 하니 뭐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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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괴력과 인성을 가진 여성 캐릭터입니다.>

 

 

 

4. 왜 춘리만 기억에 남았을까?

보통 '최초'는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보셨듯 '격투게임 속 최초의 여성 캐릭터'인 스타나 팬, 유키는 잊혔습니다. 어릴 때 이런 캐릭터가 있었지 하는 정도로만 남았죠.
 
반면, 춘리는 스트리트파이터2에서 처음 등장한 뒤 ‘스트리트파이터 3 뉴 제네레이션’, ‘스트리트파이터 3 세컨드 임팩트’를 제외하면 시리즈 내내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다른 미디어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도 류와 함께 스트리트파이터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등장하죠. 게임을 제외하고 봐도 춘리는 코스프레 단골 소재이기도 하고, 흔히 '만두머리'라고 하는 중국식 헤어스타일은 '춘리머리'라는 대명사가 생길 정도입니다. 덕분에 게임은 몰라도 춘리가 누군지는 알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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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춘리머리’를 검색해보면 상당히 많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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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춘리가 1999년 우표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그 인기를 알 수 있겠죠? (출처: computer-stamp.com)>

 

그럼 왜 이전 캐릭터는 사람들의 기억에 안 남고, 춘리는 남았을까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1) 스트리트파이터2의 유명세
먼저, 춘리가 등장한 '스트리트파이터2' 자체가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리트파이터2는 격투게임의 틀을 정립한 게임이자, 당시 아케이드 시장을 격투게임판으로 바꿔버린 게임입니다. 스트리트파이터2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격투게임이 있을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유명해지지 않는 건 엄청 이상한 일일 겁니다. 특히, 춘리는 홍일점이었으니 다른 캐릭터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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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남정네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춘리의 자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2) 파격적이지만 매력적인 춘리의 복장
춘리의 복장은 특징이 잘 드러나는 모양새입니다. 스트리트파이터2 캐릭터 중에서도 확연히 돋보이죠. 춘리의 복장은 중국식 의복인 '치파오'의 치마 부분을 과감히 뜯어내고 커피색 팬티스타킹으로 감싼 다리를 드러냈습니다. 또, 단화가 아닌 종아리까지 오는 하얀 부츠를 신어 포인트를 줬죠. 덕분에 지금은 춘리의 상징이 된 튼실한 하체가 더욱 부각됐습니다. 또, 손목에는 가시가 달린 커다란 팔찌를 달아 눈길을 끕니다. 앞에서 말한 만두머리도 빼놓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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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2의 춘리. 사실 이 하얀 부츠, 가시 팔찌, 만두 머리 등은 해상도가 떨어지는 당시 모니터 환경에서 캐릭터의 각 부위가 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춘리의 복장을 이야기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죠.>

 

 

당시에는 '어디의 중국 사람이 이렇게 입느냐'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춘리의 상징처럼 굳어졌죠. 그래서일까요? '스트리트파이터 제로'에서 춘리의 복장이 바뀌었을 때는 "예전 복장을 돌려내라"라는 반발이 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후속작인 ‘스트리트파이터 제로 2’에서는 기존 복장도 선택할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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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제로 2는 물론, 같은 그래픽을 쓰는 X맨 vs 스트리트파이터, 마블 슈퍼 히어로즈 vs 스트리트파이터에서도 혼자만 복장이 두 개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2D 격투게임 최초의 복장 선택 가능 캐릭터는 춘리가 아닐까'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복장 선택이 가능한 2D 격투게임을 떠올려보려고 하면... 의외로 없죠?>

 

 

최신작인 스트리트파이터5에서도 춘리의 상징이 된 복장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춘리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저는 힘들었을 거라고 봅니다.

 

 

3) 엔딩에서...춘리가 벗는다고요?
마지막은 국내 한정일지도 모릅니다. 스트리트파이터2의 캐릭터들은 생김새가 다른 것은 물론, 엔딩을 통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줬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또 다른 강자를 찾아 나서는 류처럼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한 엔딩도 있었지만, 러시아의 ‘고르바쵸프를 쏙 빼닮은 높은 사람’과 코사크 댄스를 추는 장기에프 같이 코믹한 엔딩도 있었습니다.
 
춘리 역시 엔딩에서 캐릭터의 고유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춘리는 (별로 그래보이진 않지만) 사실은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인터폴 국제경찰이 되어 수사 중인 형사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실종의 단서를 쥐고 있는 베가(영문명 M.바이슨)를 추적하고 있었죠. 그래서 춘리 엔딩에서는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복수가 끝났음을 알리고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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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리의 엔딩 이미지. 뭘 입어도 참 예쁘네요>

 

 

그런데 다른 의미에서 춘리의 엔딩은 상당히 화제가 됐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장면과 관련해 요상한 소문이 하나 퍼졌거든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종 보스를 상대할 때,

1라운드를 퍼펙트로 이기고,
2라운드를 퍼펙트로 진 뒤,
3라운드를 퍼펙트로 이기면
.
.
.
엔딩에서 춘리가 옷을 벗는다(!)

 

기억하는 분들 있으신가요?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국내 한정으로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을 것이라 봅니다.

...아닐까요?

 

 

 

5. 마치며

지금까지 격투게임 속 최초의 여성 캐릭터와 그런 캐릭터들을 묻어버리고 가장 인기 있는 격투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된 춘리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솔직히 격투게임 속 최초의 여성 캐릭터의 정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춘리가 왜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한 자료가 없었거든요.

 

결국은 제 생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부족한 글이 되어버렸지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격투게임백서 으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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