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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에만 하더라도 거리에 카스텔라 냄새가 가득하더니, 이제는 인형 뽑기 기계들이 거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빙수집이 생과일 주스가게로 바뀌고, 주스 가게가 카스텔라 가게로 바뀌는 것이야 익숙해졌지만, 뽑기방은 볼 때마다 낯설기만 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최근 유행 하는 뽑기방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뽑기는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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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뽑기 기계들은 심플한 플레이 방식으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규칙은 게임을 정의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플레이어는 규칙을 파악해서 더 좋은 성과와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고자 한다. 규칙이 제대로 짜여 있지 않고, 불합리하거나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규칙들이 많을수록, 질 나쁜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뽑기 기계의 커맨드는, 뽑기라는 놀이의 순수성과 규칙에 대한 신뢰를 의심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기계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으며. 나의 실력이 나쁜 것인지, 기계가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인지 분간할 방법조차 없다. 

 

물론 인형이 집히는 족족 다 뽑혀진다면, 그건 그것 대로 재미가 없을 것이다. 수익성과 재미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제약과 난이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요소들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며, 어디까지 통보되느냐가 관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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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치노트에는 게임의 규칙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사용자와 운영자 간의 투명하고 명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게임에 비해서. 뽑기라는 행위는 기계(혹은 사업주)와 사용자 간의 암묵적인 합의를 기반으로 행해지는 놀이라고 본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기계가 제공하리라 예상되는 난이도를 추정하게 된다. 몇 번의 플레이 중에서, ‘꽤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뽑기 기계라 여길 것이며. 자신의 기대치를 벗어날 경우, 불합리한 난이도 혹은 불공평한 기계라고 여길 것이다.

 

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운빨X망겜’이라 불리는 게임들을 떠올려보자. 불합리하거나 운에 의존하는 규칙들이 게임의 긴장감을 살려주고 다양한 경우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규칙들이 정도가 지나쳐, 결과를 예측하는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라면, 게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도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운빨’이 강해질수록, 게임에 극적인 분위기가 강해지겠지만, 게임을 어설프고 불합리하게 만든다. ‘운빨’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게임들의 경우, 게이머들이 공략을 포기하고, 기도에 전념하는(?) 웃지 못할 신앙 간증이 이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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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이에 물 떠놓고 기도나 하라는 농담반 진담반이 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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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뽑기 기계들은 ‘운빨’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평범한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인형을 뽑기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방법은 없다시피 하다.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기계에 어떤 기믹(gimmick)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명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가져야만 되는 것인가? ‘마음을 곱게 가져야’ 된다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해줘야 하는가? 

 

 

 

 

 

 

 

숨겨진 공략법과 커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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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5조에 따르면, 등급 심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을 제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외에도 규정을 위반하여 게임물을 제작, 게임에 대한 표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벌칙의 대상이 된다. 즉, 등급 심의를 받았을 때와 ‘완전히 다른 난이도’의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방문했던 대부분의 가게들이 ‘공장 초기 출력 이후 난이도의 조작이 없다는 점’을 기계나 가게에 명시해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점이 명시되지 않은 기계나 가게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무허가로 영업이 이뤄지는 가게들이 생각보다 많은 만큼, 한탕 장사를 위해, 양심을 파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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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이런 메뉴얼들이 공공연히 올라올 정도라면...

 

몇 주전 화제가 되었던 ‘인형 뽑기 커맨드’ 사건은 뽑기방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시간 동안 200개의 인형을 뽑아간 것에 대하여, 기기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며, 업주가 이용자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황당한 사건이었는데. 기기를 관리 모드로 변경하는 커맨드를 사용했다는 업주의 주장과는 다르게, 본인의 실력으로 인형을 뽑았다는 것이 밝혀지며, 업주의 자폭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사건 자체도 황당하긴 하지만, 커맨드를 사용했다는 업주의 주장이 보도되기 시작하자. 뽑기 기계의 새로운 공략법(?)으로 커맨드가 등장하게 되었다. ‘4시 방향 탁탁탁’은 하나의 단어처럼 불리고 있으며, 커맨드와 관련된 단어들의 검색 횟수의 증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커맨드의 존재가 공론화되면서 뽑기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쐐기가 박히기도 했다. 사람들은 ‘운이 없어서’ 뽑기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으로 여기거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공략법이 존재함을 자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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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 뽑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재미 삼아'서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뽑기의 달인’의 경지에 비슷해진다면, 뽑기 기계들의 특성과 공략법을 제조사만 보고도 알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이용자에겐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뽑기의 기본적인 규칙이 단순한 만큼, 뽑기 기계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생겨 있는데. 인형 뽑기 기계들의 제조사와 특성을 구분하는 것보다, 피자를 자주 먹지 않는 사람에게 피자의 브랜드를 맞춰보라고 하는 쪽이 더 쉬울 것이다.
 

 

왜 뽑기 기계에는 인형 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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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제28조)에 의거하면 뽑기방이 제공하는 상품은 소비자 가격 5000원 이하의 문구, 완구류만 제공될 수 있다. 그 이상의 물품은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고, 놀이라는 행위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즉,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프라이스 피규어'와 고가의 오타쿠 굿즈 등을 경품으로 내는 것은 현행법상 위반이란 소리

 

2006년 바다 이야기가 기승하던 시절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현시점에서 맞지 않는 점이 좀 있긴 하다. 2006년 당시 5천 원은, 점심도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큰 돈이며, 성능 좋은 일제 문구류를 살 수 있을 금액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레토르트 음식에 턱걸이를 하는 금액이며, ‘선물’로 줄 만한 물건을 사기엔 부족한 금액이기도 하다.

 

즉 뽑기방에서 제공되는 인형들은 소비자가격 5천 원 이하의 물건들이라는 소리다. 5천 원을 넘기는 제품은 위법이며, 모조품을 상품으로 내거는 것 또한 저작권법을 위법하는 행위다.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을 주는 제한 금액이긴 하지만, 법은 법이다. 결국 법을 지켜가며 사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세심한(?) 선택이 요구된다. 아니면 배 째고 위법을 저지르거나.
 

 

수익의 투명성

 

뽑기방의 수익을 정확히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당 고정 매출이 존재하는 PC방이나 한 명당 최소한의 기대 매출이 존재하는 요식업과 달리. 뽑기방은 한 명이 얼마나 많은 게임을 할지도 미지수이며, 매장 방문자들이 게임을 한다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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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내용의 스팸 메일들이 하루에도 몇 통씩 날라오고 있다.

 

그렇기에, 뽑기방의 월 매출은 불확실한 추측이나 점주들의 언급으로만 유추가 가능한 실정이다. 창업 중개인들은 이 점을 이용하고 있으며, 현금장사를 사업의 가장 큰 메리트로 내 새우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는데 영수증을 발행할 필요도 없으니, 창업 중개인들과 예비 창업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법도 하다.

 

사업자등록의 ‘간이과세자’가 악용되고 있다는 파이낸셜뉴스의 기사가 있듯. 뽑기방의 사업구조는 취약점이 많으며, 미세먼지와 꽃가루로 범벅이 된 차 유리보다, 투명성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업주들을 보호하고, 과열된 뽑기방 창업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관련된 법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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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가 뽑기방만 알았어도…!’

 

최악을 가정해보자. 다른 뽑기방보다 방문자와 사용수가 현저히 적은 가게가 있다고 하자. 인파가 자주 들리는 장소도 아니며, 위치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장소도 아니다. 그러나 이 가게에서 월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면? 과연 그 돈은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빠져나가는 것일까? 
 

 

하얗고 반짝이는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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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수집은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내 안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

 

대부분의 뽑기방은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다. 06년도에 유행했던 경품 교환 뽑기와 바다 이야기에 대한 반발 때문일까, 시공하기 단순하면서 시선을 끌기 좋아서 일까? 뽑기방의 인테리어 철학이 어떻든, 뽑기방의 인테리어들을 보고 있으면 단순하면서 깔끔하고 간결하다는 느낌이 든다.

 

간결하고 단순한 뽑기방의 인테리어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인테리어를 하려는 것의 산물이기도 하다. 벽지를 도배할 필요도 없으며, 페인트는 단색들로 칠하기만 하면 된다. 매장 크기에 맞게 스피커를 달아주고, 곳곳을 감시하며 경각심을 줄 수 있게 CCTV를 설치하기만 하면 끝이다. 남은 것은 기기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일과 건물 밖에 광고판을 세워두는 일이다.

 

뽑기방의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모습이나, 뽑기방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가게를 본 적이 있다면. 뽑기방의 인테리어가 얼마나 활용성과 적응력이 강한 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에 텅 빈 공간을 만들 수만 있고, 외부에 간판을 부착할 수 있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이는 달리 말하면 뽑기방이 매각되더라도, 다른 가게가 쉽게 들어설 수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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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았다 뜨면 새로운 가게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

 

이전에 유행하던 요식업종들은 장비를 중고로 매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주방 장비들은 타 업종에서도 요긴하게 쓰이니 중고 매물의 처분은 어떻게 든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뽑기방은 이야기가 다르다. 인형 뽑기 유행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그때가 되면 창고에는 중고 뽑기 기계들로 가득해질 것이다. 중국 혹은 동남아시아에서 유행이 불어 한국의 중고 기기를 수입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고 매물의 처분과 재 유통의 경쟁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결국 뽑기방은 없다시피 한 인테리어 말고는 매각 시에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시기적절하게 치고 빠진다면, 권리금과 인수비를 두둑하게 챙겨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고, 대다수의 창업자들은 A4에 인쇄된 ‘매물’ 종이를 붙여둔 채, 새로운 창업자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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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으로 운영되는 가게에서 접객을 따지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오히려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이 의외로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업주의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점은 절대 무시 못 할 장점인데. 아직도 ‘혼밥혼술’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무인 운영은 인건비 절약 말고도 의외의 장점이 있는 셈이다.

 

 

 

◀ 관리 인원이 상주할 필요가 없으니, 접객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뽑기방의 깔끔하고 간결한 인테리어는 접객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손님을 맞이할 때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접객의 기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뽑기방의 ‘깨끗하고 간결함’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손님보다 다음 창업자를 위해 청소를 해 뒀다고 해도 될 만큼 뽑기방은 잘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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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뽑기방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지는 모르겠다만) ‘탕진 잼’이라는 단어나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경기 불황과 제한된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유행하기 새로운 오락 문화는 우리의 지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간단하고 별생각 없이 즐길 수 있고 금액이 적어 가볍게 여겨지는 만큼, 무관심 속에서 점차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다. 

 

뽑기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냉소적인 인식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게, 뽑기방 유행은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있고 멈출 줄을 몰라 보인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뽑기방이 언제 어떻게 몰락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뽑기방의 열풍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금주의 ‘믐늠의 게임만사’는 어떠셨나요? 다음에도 시니컬한 게임 이야기들을 전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D    

글/ 믐늠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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