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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면 화난다! 적과 싸울 때 들어올 테면 와보라며 손을 까딱거리는 이소룡이나 긴박한 상황에서도 익살스런 표정과 행동으로 상대를 약 올리는 성룡.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한다면 당연히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느끼겠지만, 상대 입장에서 볼 땐 얼마나 얄미울까요.

 

프로레슬링에서도 볼 수 있는 도전자를 향한 위협이나 한 번쯤은 해 봤을법한 소싯적 치기어린 싸움에서 상대를 향해 내보이는 동작과 같이 도발은 게임 이전에도 많은 미디어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싸움에서 있음직한 행동을 옮겨오려는 의도에서였을까요, 격투게임에서도 도발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체력을 깎는데 필요한 공격이나 방어에 단 1g 의 도움도 주지 않는데 제작사는 왜 이 기능을 넣고 사용하도록 만들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여러 격투게임에 등장하는 도발과 도발이 논란이 되는 이유 및 도발을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의견을 함께 싣습니다.

 

도발을제안합니다.png

 

글/푸른(sf5.co.kr)

 

 

 

특수한 기능이 있는 도발

지금까지 무수한 격투게임이 발매되었습니다(위키피디아 격투게임 리스트). 그 중 최초로 사용자가 도발을 쓸 수 있었던 건 92년 발매된 용호의 권입니다. 그 이전에 CPU가 썼던 도발은 아랑전설에서 보스 기스 하워드가 쓰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용호의 권(92’)은 기력게이지가 있어서 필살기를 쓸 때 기력을 일부 소모합니다. 기력이 적으면 기술의 위력이 줄어드는데 호황권을 예로 들면 기력이 약간 모자라면 장풍 크기가 작아지고 많이 모자라면 손바닥 앞에서 사라지는 식입니다. 도발을 쓰면 상대방의 기력을 깎을 수 있는데 기력을 다시 채우려면 오랫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상대에게 틈을 강제하기 위해선 도발을 자주 쓰는 게 중요했습니다.

 

<미스터 빅이 그라운드 블래스터를 두 번 쓰고 도발로 로버트의 기력을 깎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3의 세 번째 작품 서드스트라이크(99’)는 아예 도발을 퍼스널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캐릭터별로 차별화시켜 전략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보통 공격력이 증가하는 옵션이 붙으며 Q는 회당 방어력이 증가하고 누적이 되는데 퍼스널 액션 3번을 허용하면 굉장히 뚫기 어려워집니다. 춘리는 퍼스널 액션 동작이 무려 4개나 있었죠.

 

<Q의 퍼스널 액션을 안전하게 쓰기 위한 다양한 방법입니다.>

 

 

철권에서도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도발이 있습니다. ‘도젯’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철권 프로인 무릎 선수의 대표 기술이 된 이 테크닉은 브라이언 캐릭터의 도발을 쓰고 즉시 제트어퍼를 써서 연속기나 단타로 잇는 방법을 말합니다. 필요한 순간에 도젯이 등장해서 관람하러 온 갤러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기도 하죠. 또 다른 캐릭터 샤오유의 경우는 도발을 할 때 약간 횡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연속기 도중 횡축 보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릎 선수의 전매특허! 도발-제트어퍼>

 

 

 

내가 하면 괜찮지만 남이 하면 기분 나쁜 것?

도발에 화가 나는 건 정정당당한 경기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기보다 낮잡아 보는 느낌을 받고 화가 나는 거죠. 요즘 격투게임은 멀티플레이가 대중적이기 때문에,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화는 언어가 30%, 비언어적 행동으로 70% 정도의 뜻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다고 쓰는 도발이나 진짜 얕잡아봤다거나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의도 등 어떤 의미로 도발을 썼는지 알기 어렵다는 거지요. 결국 도발이라는 모션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뉘앙스로 이해하게 될 뿐입니다. 
 

<도발도 이정도 수준에서야 퍼포먼스성으로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무턱대고 도발을 하면 이런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도발은 아닌데 도발처럼 보이는 것

도발은 아닌데 도발처럼 여겨지는 행동들도 존재합니다. 빠르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티백을 담갔다 빼는 모습처럼 보인다고해서 이름 붙여진 티배깅, 류의 점프 중손(엿먹으라는 포즈로 보인다고 합니다)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행동 중 하나였습니다.

 

<너클두의 티배깅 모음집. 그는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이러한 행동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류의 점프 중손이 흡사 욕과 닮았다고 하여....>

 

 

도발을 상대방을 분노케 하는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 도발이라는 기능은 제작사에서 시스템적으로 허용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스파4 시절에는 캐릭터 당 무려 10개의 도발모션이 - 45 캐릭터 모두 보려면 450개(....) - 존재했으니 말 다했죠.

 

<45개 캐릭터 전부 꼼꼼하게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도발은 시스템적으로 쓸 수 있냐 없냐의 문제보다는 대전하는 마음가짐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격투게임을 꽤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격투게임의 스포츠적인 면을 강조하기도 했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 되어야 재밌게 게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제가 도발을 쓸 수 있는 상황일 때 도발을 쓴다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겠죠. 유쾌하게는 못 받아들일 겁니다. 물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진 없진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을 것이란 건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

 

격투게임은 다른 게임보다 어쩌면 더 승패에 대한 감정이 직접 살갗에 닿는 게임입니다. 온 힘을 쏟아 이겼을 땐 어떻게 다 헤쳐 나왔나 싶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기도 하지만 활화산처럼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장을 좀 보태서 100연패를 해서 기분이 굉장히 나빠질지라도 게임에서의 100연패가 실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도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은 게임으로만 끝낼 수 있다면 게임 내에서 받은 분노로 자기 자신을 채우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악의가 심각하게 묻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도발은 유쾌하게 맞도발로 응수하거나, 차라리 그 시간에 한 번 더 공격하는 식으로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승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나와 싸우는 상대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격투게임은 일대일로 겨루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 점은 더욱 부각되고요. 상호 존중을 전제되어야 격투게임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된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언급하면서 이번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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