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스마트폰을 빼놓고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 2017년. 다들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진 않더라도, 나름대로의 용도에 맞게 ‘사용’은 하고 있으며. 이렇게 일상 속에 녹아든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유행이 만들어지고 있다.

 

1.jpg

 


<‘포켓몬 GO’의 개발자 메시지>


사족이 길었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요 몇 년간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유행들 중에서 가장 화려했으며, 돌이켜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함만 남겼던 유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일본에서의 ‘포켓몬 GO’의 유행에 대해서다.


글/믐늠음름 

 

 

2016년 8월: 일본에서 느꼈던 ‘포켓몬 GO’의 광풍 


때는 2016년 8월. 1년 반만에 도쿄를 다시 여행한다는 설렘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 산 카메라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나는 이번 여행(이라 하기에는 46일 동안 있었다만) 동안 최대한 많은 것들과 일본인의 생활들을 찍어보고자 노력했다.

 

2.JPG

 

오랜만에(?) 들른 도쿄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포켓몬 GO’의 열풍을 기사로만 접했던 나로는, 포켓몬의 고향, 일본에서의 인기와 유행이 이정도 일 거라곤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일본에는 원래 조깅을 즐기는 사람이 많긴 하고, 한국보다 날씨와 일조량이 좋다 보니 야외 활동을 즐기기도 편하긴 하지만. 아침 6시 45분에 휴대폰을 바라보며 공원을 조깅하는 모습은 낯설다 못해, 충격적으로만 다가와졌다.


3.JPG

 

물론 아침 7시에도 저렇게 날씨가 좋다는 게 더 믿기지 않긴 했다만. 모두가 가방에 보조배터리를 챙긴 채, 공원을 돌며 ‘포켓몬 GO’를 하는 모습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는 공원에 뿌려진 수많은 양의 루어에 감탄하며, 한국에선 즐기지 못했던 ‘포켓몬 GO’를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피서지에서도 포켓몬 GO


그때 당시 일본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끔찍하다 못해 경악할 수준으로 ‘포켓몬 GO’가 유행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산의 날이었던 8월 11일은 2016년 부로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는데. 며칠간 계속되던 폭염도 잠잠해진 탓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휴일을 보내기 위해 도쿄 근처의 피서지로 발을 향했다.

 

4.jpg

 

문제는. 즐기기 위해 온 피서지 임에도, 다들 ‘포켓몬 GO’를 하는 데에만 여념이 없었던 것이었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한국의 ‘흡연 장소’를 한번 떠올려보자. 기댈만한 곳이란 곳에는 모두 사람들이 기대어있고, 흡연자들끼리 서로 대화하는 그 풍경을 말이다. 여기서 담배를 ‘포켓몬 GO’로 바꾼다면 풍경이 완전히 똑같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8월 11일 에노시마 섬에서 앞을 똑바로 보고 다니던 사람들은 현지인이 아닌, 나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뿐이었다. 


좁디좁은 길에서 촘촘하게 모여 ‘포켓몬 GO’를 하던 모습은 관광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더 많은 인파와 더 많은 기념비는 곧, 더 좋은 포켓몬을 얻기 위해 좋은 장소인 셈이다. 하지만 굳이 기념비를 찾아갈 필요 없이. 포켓몬을 유인하는 향로와 루어만 충분하다면 한 장소에서 가만히 있어도 되었던 것이 과거 ‘포켓몬 GO’이기도 했다.

 

 

포켓몬 GO의 좀비들


5.JPG

 

2주일 정도가 지난 8월 24일. ‘나츠마츠리(夏祭り)’라고 불리는 여름행사 기간 동안에는, 일본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곤 한다. 익히 알려진 신사에서의 행사라거나, 동내 단위로 벌어지는 축제나 기원제들은 여행객의 입장에선 더없이 좋은 볼거리이기도 하다.


그런 행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모일수록 ‘포켓몬 GO’를 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만히 선 채 휴대폰만 만지며 ‘포켓몬 GO’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봐라.


공원을 찾아온 관광객도, 가족과 같이 나온 초등학생도, 업무를 끝마치고 공원에서 동료와 축제를 즐기던 회사원도, 심지어 공원에서 음식을 팔던 상인들도 스마트폰의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간에 오고 가는 대화는 개체치와 몬스터 볼이 몇 개 남았느냐 정도였고. 그들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포켓몬 GO’만 자리에 앉아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 나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던 슬로베니아인 친구는 그 모습을 보며 ‘좀비 같다’고 표현했으니, 실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몇 차례의 폭우가 지나가고, 여름휴가 기간이 끝난 9월이 되자. ‘포켓몬 GO’의 광풍은 조금은 사그라졌다. 휴가가 끝난 사람들은 다시 학교로, 회사로 돌아갔고, 피서지는 다시 한적해졌다. 이때를 전후로 ‘포켓몬 GO’를 하던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준 것도 느껴졌다. 

 

 

‘포켓몬 GO’ 유치해서 더 이상 못하겠다. 


8월 6일부터 시작해 46일간의 일본 여행은 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행의 마지막은 TGS 2016기간이라 대부분 일을 하며 보냈다만) 딱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 재미있게 놀았던 만큼. 짧게라도 도쿄를 한번 더 가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게 문제였다만 말이다.


한국에서 귀국한 뒤 3개월 동안 ‘포켓몬 GO’에 대한 전 세계적 인기는 예전보다 확실히 사그라졌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한심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한국형 AR 게임들도 여러 개 등장하였으며. 닌텐도와 나이안틱의 주가도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게 되었다.

 

<오다이바에 라프라스가 출몰한다는 루머에 많은 인파가 몰렸던 ‘라프라스 패닉’ 사태>


한편, 일본에 있는 동안 내가 체감했던, 일본의 ‘포켓몬 GO’의 인기 하락에 관련된 글들을 읽고 있으니 꽤나 흥미로웠다. 일본에서 ‘포켓몬 GO’의 유행이 끝나게 된 것은 새로운 포켓몬 업데이트가 늦어서도, 주변에 포켓 스톱이 없어서도, 귀찮아서도 아닌. ‘포켓몬 GO’를 하는 게 유치해 보인다는 이유였으니 말이다.


특히 일본 내 ‘포켓몬 GO’의 주 연령층이던 20대에게, ‘유치해 보인다’는 말은 아주 치명적이다. 한국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좀 더 민감한 일본에서, 그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20대에게 ‘유치하다’는 이미지는 쉽게 용납하기 힘든 것이니 말이다. 물론 ‘유치하다’라는 말은 연령을 무관하고 매우 강력한 욕(?)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2017년 1월: 3개월 만에 다시 찾은 도쿄


6.JPG

 

지난 1월. 3개월 만에 다시 찾은 도쿄에서, 일본에서 ‘포켓몬 GO’의 인기가 하락된 것을 다시 체감할 수 있었다. ‘포켓몬 GO’를 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쉽게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시부야의 하치 동상 같은 장소나, 오다이바의 해변 공원 같은 장소가 아닌 이상은. 예전처럼 ‘포켓몬 GO’를 하기 위해 공원을 돈다거나, 에노시마 같은 곳 삼삼오오 모여 ‘포켓몬 GO’만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광지에서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싫증을 느꼈던 나로는, ‘화면’ 말고도 ‘눈앞’과 일행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편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4개월 전만 해도 분명 ‘포켓몬 GO’의 광풍으로 인해, 아예 다른 곳에 왔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다시 찾아온 도쿄는 어째 2년 전 같은 시기에 여행 갔을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굳이 차이가 난다면, ‘난데모나이야(なんでもないや)’가 곳곳에 재생되고 있었다는 점이겠다만) 일본에 몰아닥친 ‘포켓몬 GO’의 열풍은 어느새 잠잠해지고 만 것이다.

 

 

한국의 포켓몬 GO, “부장님 때문에 더 이상 못하겠다”


7.jpg

<포켓몬 GO의 테스트를 위해 연평도에 갔다 오기도 했다.>


이래저래 늦긴 했지만, 한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 GO’. 동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운 겨울에도 이불 밖을 나가게 만든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높게 생각하고 있다. 허나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판을 치고 있는 ‘포획 대행’과 ‘계정 거래’ 등에 대해서 씁쓸함 또한 느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내가 개인적으로 ‘포켓몬 GO’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나는 ‘포켓몬 GO’가 한국에서 큰 흥행과 오랫동안 유행을 했으면 하는 바이지만. 일본에서 ‘포켓몬 GO’의 유행이 사그라지듯, 한국 역시 일본과 같은 길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들고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국에서 ‘포켓몬 GO’는 유치하다거나, 귀찮다거나, 언론의 보도로 유행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포켓몬 GO’는 여러분의 부장님들로 인해 유행이 끝날 것이다. ‘포켓몬 GO’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일과 중에도 물어보며, 주말에 포켓몬이나 잡으러 산이나 가자고 하며, 저녁에는 내가 좋은 포켓 스톱 위치를 안다고 당신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면, 예전에 유행해왔던 ‘스마트폰 게임’을 떠올려보자. 당신에게 시도 때도 없이 하트를 보내며, 기록 경신을 자랑하고, 때로는 게임 내에서 다단계 홍보를 강요하는 당신의 부장님, 부모님, 그리고 지인들. 우리는 이런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아 싫증을 느껴, ‘하트가 없는’ 게임으로 도망쳐 오지 않았는가.


4~50대 ‘포켓몬 GO’ 유저 수 증가는 게임의 인식을 바꾸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소식이다. 당신이 ‘부장’이 아니더라도, 만약 다른 사람과 ‘포켓몬 GO’를 즐기고 싶다면, 개인의 여가와 자유 정도는 꼭 존중해주자. 이건 서로 간의 관계 유지를 떠나, 한국에서 ‘포켓몬 GO’의 유행에도 영향을 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지우’가 되고 싶지, 누군가의 ‘웅이’가 되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8.jpg 9.jpg

 

 



댓글 0
1 6 - 47
최신 뉴스
최신 댓글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