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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메인.png2015년 상반기 MMORPG는 독특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점이 자유로운 풀 3D MMORPG가 주를 이뤘지만, 넷마블의 엘로아, 넥슨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메이플스토리2 등 최근 공개된 MMORPG들은 고정된 쿼터뷰 시점에 기껏해야 줌인, 줌아웃 정도만 가능하다.

더 특이한 것은, 모두 키보드 조작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이 모두 가능한 엘로아를 제외하면, 마우스는 메뉴를 선택할 때나 쓰이고, 이동부터 공격, 스킬, 퀘스트 수행까지 모두 키보드로만 조작할 수 있다.

왜 다시 키보드 조작이 대세가 됐을까? 복고 열풍의 일환일까? 조작이 게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렇게 단순한 이유는 아니다. 먼저, 그 동안의 MMORPG의 조작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어떻게 조작 방법이 바뀌어왔는지 알아보자.


키보드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바람의 나라’, 마우스 조작이 주가 되는 ‘리니지’
대표적인 초창기 MMORPG인 ‘바람의 나라’는 키보드로 게임의 거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동과 공격, 스킬 사용은 물론, 감정 표현, 다른 유저와의 거래, 지역 이동 등 여러 가지 조작을 키보드 만으로 해낼 수 있었다. 특히, NPC와의 거래나 창고에 물건을 맡기는 행동도 채팅으로 할 수 있어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리니지’는 블리자드의 액션 RPG ‘디아블로’처럼 마우스로 이동과 공격을 하고, 키보드에는 단축키에 포션, 스킬 등을 올려두는 식이다. 마우스 클릭을 자주 해야 하는 게임이었고, 그로 인한 피로감에 마우스 클릭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마우스’도 암암리에 쓰이곤 했다. 물론 불법이었지만. 리니지 이후에는 한 동안 리니지와 비슷한 방식의 조작법을 따라가는 게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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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먹튀' 등의 제목이 붙곤 하는 유명한 스크린 샷. 본의아니게 NPC에게 물건을 팔거나 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WASD + 마우스’의 FPS 조작 방식을 MMORPG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0년대 초반까지 MMORPG의 조작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쿼터뷰, 2D를 벗어나고 시점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풀 3D 게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작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풀 3D 게임에서 마우스는 이동, 공격뿐만 아니라 시점 이동까지 해야 했고, 좁은 길이나 몬스터가 몰려 있는 곳에서는 조작 실수가 빈번히 발생했다. 

그러던 2005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장으로 MMORPG의 조작 방법은 전환점을 맞는다. FPS에서나 쓰이던 ‘WASD + 마우스’ 조작 방식을 MMORPG에 구현한 것이다. 화면에 뭐가 있던 간에 캐릭터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이동과 함께 시점 변환과 공격도 가능했다. 그 동안 MMORPG에서 볼 수 없었던 조작이 가능해졌고, 캐릭터의 스펙, 장비와 함께 조작 실력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물론, 게임이 나오기 전에는 유저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한 번 접해본 유저들은 WASD + 마우스 조작법을 찬양하기 바빴다. 이후 등장한 MMORPG는 대부분 WASD + 마우스의 조작을 채용했으며, 기존 MMORPG에서도 필요에 따라 WASD + 마우스 조작을 추가로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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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ASD + 마우스 조작을 대중화시킨 MMORPG로 유명하다.>


2015년, 다시 키보드 조작 방식으로…
‘이카루스’를 시작으로 ‘검은사막’까지 2014년까지 등장한 MMORPG의 대부분 WASD + 마우스 조작법을 고수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이니만큼, 2015년에는 더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조작을 지원하는 게임이 나올 법도 한데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게 흘러가진 않는다. 2015년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낸 신작들은 제대로 역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퀄리티는 좋아졌지만, 시점은 다시 옛날의 쿼터뷰로 돌아갔고, 조작도 간단한 키보드 위주로 돌아갔다.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엘로아는 클래스당 3가지의 전투 형태로 변환하는 ‘태세 변환 시스템’과 회피 등 강한 액션성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마우스 이동/공격 + 키보드 단축키 형태의 조작은 물론, 키보드로 이동하고 공격하는 과거 콘솔 액션 게임 같은 조작도 지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작키는 유저 마음대로 세팅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조작을 지원하게 된 것은 유저에게 조작에 대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다. 

넷마블은 “엘로아는 액션이 강한 게임인 만큼 조작에 민감하다. 마우스가 익숙한 유저가 있는가 하면, 키보드 조작이 익숙한 유저도 있다. 조작을 강요하지 않고 유저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마우스 조작 외에 키보드 조작도 지원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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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로도, 키보드로도 조작이 가능한 엘로아. 디아블로처럼 할 수도 있고, 키보드 액션 게임처럼 즐길 수도 있다.>



지난 15일부터 18일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도 게임의 액션성을 위해 키보드 조작을 채택했다. 김학규 대표의 전작 ‘라그나로크’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2D 그래픽과 80여 종의 클래스가 보여주는 개성 있는 전투가 특징이다.

게임을 개발한 IMC게임즈는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는 타이밍과 위치, 방향이 게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우스로는 키보드로 이동하고 공격과 점프를 하는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돼 인터페이스 조작 외에는 마우스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1차 테스트에서는 과거 라그나로크처럼 마우스 조작을 원하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IMC게임즈가 “마우스 버전을 개발해 시험해봤지만, 게임이 너무 어려워져 포기했다.”고 전한 만큼 구현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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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라 할 수 있는 라그나로크와 달리 키보드 조작만 가능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 별로 액션성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손이 상당히 분주해진다.>


21일부터 25일까지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메이플스토리2는 조금 특별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귀여움, 사다리, 점프, 제한이 없는 세계관 등 ‘메이플스토리’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을 게임에 구현한 결과 중 하나가 바로 ‘키보드 조작’인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개발 소개 영상에서 개발자는 “전작을 즐겼던 유저들에게 익숙한 방법을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천연덕스럽게 “마우스 쓰면 메이플 아니지 않아요?”라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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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키보드 조작이 주가 되는 메이플스토리2.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좋은 맵 덕분에 조작이 즐겁다.>



조작 방식의 변화는 결국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과학이 미래를 개척하는 시대, 예전에 유행하던 키보드 조작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는 것은 여기서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아닐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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