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타이쿤’부터 ‘아이러브 커피’까지…우리는 왜 소소한 경영게임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과거 피처폰 시절 즐겼던 모바일 게임의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초기에는 본래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 있던 장르를 어쩔 수 없이 모바일로 다운그레이드 해 이식했다가 나중에는 그게 모바일 고유의 장르로 정착하는 식이 많았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이러브 커피’나 ‘룰 더 스카이’ 같은 소셜 게임도 원류를 생각해보면,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모바일 시대를 거쳐 소셜 게임까지 발전했던 것일까?


 

원조의 등장, ‘레일로드 타이쿤’부터 ‘롤러코스터 타이쿤’까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미 1980년대 등장한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르다. 하지만, 본격적인 흥행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1989년 등장한 ‘심시티’는 이후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의 전설이 되었고, 1990년대 천재 개발자 시드 마이어의 이름을 달고 등장한 ‘레일로드 타이쿤’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 있어서 거대한 이정표가 된다. 시드 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걸출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타이쿤’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였을 정도다.

 


<최고의 고전 경영 게임 ‘레일로드 타이쿤’>

 


<지금 보기엔 웃긴 모습이지만, 당대 최고의 게임이었다.>

 


여기서 ‘타이쿤(Tycoon)’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자로는 ‘大君’이라 쓰는 이 단어는 일본을 다스렸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쇼군들이 자신을 칭할 때 쓰던 말이다. 19세기 말 일본의 개항과 함께 이 호칭이 서양으로 건너가 쇼군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인을 칭하는 단어가 되었고, 다시 ‘레일로드 타이쿤’의 흥행과 함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상징이 된 것이다.


아무튼,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경영 시뮬레이션의 직계는 ‘트랜스포트 타이쿤’과 ‘캐피탈리즘’ 시리즈, ‘롤러코스터 타이쿤’까지 이어져 나가다 90년대 말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장수하고 있는 시리즈인 ‘A 열차로 가자’ 등 마니아 계층을 위한 경영 게임은 이어지고 있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마냥 경영 게임이 국민 게임 취급 받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단순한 돈벌이에서 경영으로, 모바일의 ‘타이쿤’
한편,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 컴투스는 ‘붕어빵 타이쿤’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사실 ‘타이쿤’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 ‘붕어빵 타이쿤’의 추억을 잘 생각해보면 이 게임은 경영 게임이라기 보다는 타이밍 맞게 붕어빵을 뒤집는 액션 게임에 가까웠다. 후달리던(?) 피처폰의 사양으로 경영 시뮬레이션에 꼭 필요한 복잡한 연산을 하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차도 떼고 포도 떼고 액션이 주가 되고 단순한 돈벌이만 남긴 모양이 되어버렸다.

 


<컴투스의 ‘붕어빵 타이쿤’…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붕어빵 타이쿤에서 ‘타이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이 소개로 잘 알 수 있다.>

 


아무튼, 컴투스의 ‘붕어빵 타이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도 그렇듯 패스트 팔로어들이 왕창 나타나 온갖 ‘타이쿤’이름이 붙은 게임이 모바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붕어빵 타이쿤’보다 나을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경영 시뮬레이션을 비슷하게라도 구현하려는 시도가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경쟁작(?)이었던 ‘짜요짜요타이쿤’이다. 이 게임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경영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짜요짜요타이쿤’ 제목을 단 아동용 서적이 나왔을 정도니, ‘짜요짜요타이쿤’의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타이쿤’에서 ‘소셜 게임’으로
그렇게 한 시절을 풍미했던 피처폰의 시대가 끝나고, 강력한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타이쿤’류 게임은 색다른 방향으로 전환했다.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셜 게임’으로의 진화다. 이들 소셜 게임은 처음에는 싸이월드, 후에는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에 얹힌 웹게임 형태로 등장했다.


‘타이쿤’류의 게임이 모두 소셜 게임으로 진화했다거나 소셜 게임이 모두 타이쿤 류의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소셜 게임이 더 넓은 개념이다. 다만,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와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본질적인 면에 있어, 경쟁보다는 협동의 가치가 더 큰 ‘타이쿤’류의 게임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어졌다.

 


<JCE의 ‘룰 더 스카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본격적인 대박을 터트린 소셜 게임이 바로 JCE의 ‘룰 더 스카이’다. 공중에 떠 있는 자신만의 섬을 가꾼다는 컨셉의 ‘룰 더 스카이’는 2011년 봄 런칭 이후 1년도 안 되어 일일 접속자 수 30만명을 달성했으며 1년 가까이 구글 스토어 매출 1위를 굳게 지켰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회사들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컴투스도 2011년 ‘타이니팜’을 출시해 농장게임 붐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두었으며,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 역시 대박을 터트리며 SNG 신화를 이어갔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게임은 대부분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했지만, 특정 지역을 경영한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 훨씬 가깝다는 점이다. 정통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까다로운 예산관리나 재무상태표 같은 것은 없지만, 피처폰 시절 경영 ‘흉내’를 내던 ‘타이쿤’류 게임에 비하면 조상(?)에 훨씬 가까워진 모습이다.

 


모바일 경영 게임은 이제 어디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레일로드 타이쿤’ 이후, 먼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소셜 경영 게임까지 대략 20년 정도가 걸렸다. 한 국가를 배경으로 사업을 벌이던 ‘레일로드 타이쿤’에서, 놀이공원을 경영하던 ‘롤러코스터 타이쿤’, 이제는 각자의 농장이나 까페, 음식점을 경영하는 스타일의 소셜 게임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사양도 몇 세대 전의 PC와 비슷해 졌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지만, 소셜 게임은 ‘가벼운’ 경영 게임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 경영 시뮬레이션 시절 자금의 흐름을 꿰뚫고 시장 전략을 세우던 하드코어 게이머보다는, 생각 날 때 잠깐 접속해 자신의 농장이나 까페를 가꾸는 라이트 게이머들이 소셜 게임의 주류가 되었다. 경제 불황의 영향인지, 이들이 선호하는 종류의 경영이 까페나 레스토랑 같은 낭만적인(?) 자영업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이러브 커피’의 게임 소개. 이제 우리 시대의 로망은 자기 점포를 가진 사장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모바일 경영 게임들은 주춤한 상태다. 이제는 마켓 매출 상위권에 RPG 계열의 소셜 게임들이 자리잡고 있다. 당장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목록을 봐도, 상위권에서 경영 게임을 찾기는 힘들다. 한 때 ‘~타운’, ‘~팜’의 이름이 붙어 쏟아져 나오던 그 많던 경영 게임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재 모바일 경영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형식이 완전히 고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방식의 경영 게임이 쏟아져 나오며 게이머는 서서히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 계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는 ‘아이러브커피’도 그렇다. 전작은 성공했지만, 후속작인 ‘아이러스파스타’는 영 신통찮은 반응이다. 전작과 똑같은 패턴에 가게의 종류만 달라졌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정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제 모바일 경영 게임이 도전해야 할 과제는 지금 게이머가 가지고 있는 ‘이런 게임은 다 똑같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다. 단순히 유명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를 가져오거나, 액션 요소를 좀 가미한 미니게임을 넣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다른 게임이 보여주지 못했던 경영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게이머의 눈길을 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도 이런 귀여운 아가씨들 데리고 파스타집 하고 싶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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