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모’부터 ‘야생의 땅: 듀랑고’까지…앞으로의 모바일 MMORPG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최근에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성공 이후, MMORPG 장르는 대한민국 게임 시장 그 자체를 가리키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최신 기술과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소위 ‘대작’ MMORPG에 도전하는 게임이 1년에 한 두 개씩은 꼭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한편, 국내외를 막론하고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던 MMORPG 장르의 다른 길을 모색한 게임 회사들이 있었다. 바로 모바일로의 진출이다. MMORPG가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만큼, 모바일에서도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모바일 MMORPG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는 생각만큼의 인기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 게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MMORPG를 짚어보고, 모바일 MMORPG의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 해 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모바일 MMORPG, ‘아이모’

 

 


어떤 게임이 세계 최초의 모바일 MMORPG인가는 다소 이견이 있겠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모바일 MMORPG는 확실해 보인다. 바로 컴투스가 2006년 내놓은 ‘아이모: The World of Magic’(이하 아이모)다.


2006년이라는 출시연도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당시는 피처폰의 낮은 사양에 맞춘 간단한 퍼즐 게임이나 액션 게임이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4인치 대화면’이라고 선전하던 시기였고 정전식은 고사하고 감압식 터치스크린조차 드물었다. 게다가 값비싼 데이터 통화료 덕분에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모바일 게임은 거의 없었다.

 


<피처폰 버전 ‘아이모’의 화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모’는 감히(?) 정통 MMORPG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아기자기 한 2D 그래픽에, 채팅을 포함해 MMORPG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갖춘 모바일 MMORPG의 등장에 모두들 놀랐다. 부담스러운 데이터 통화료는 월정액 부가서비스로 묶어서 해결했다는 점도 당시에는 주목 받던 부분이었다.


수명이 짧은 것으로 여겨지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드물게 ‘아이모’는 시대의 변화에도 적응해 살아남았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아이모’는 2010년 iOS용으로, 2011년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하면서 글로벌 서비스까지 개시했다. 첫 서비스를 시작한지 8년,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한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모’는 여전히 서비스 중이다.

 


<스마트폰 버전 ‘아이모’의 모습>

 


본격 모바일 3D MMORPG,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

 

 


스마트폰 사양이 점점 올라가면서, 이를 활용한 고사양 3D 모바일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당시나지금이나 3D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게임 회사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곳이라면 역시 게임로프트다. 우리에게는 모바일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 시리즈와 모바일 FPS 게임 ‘모던 컴뱃’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게임로프트는 2011년 3D MMORPG를 내놓는데, 이것이 바로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이다. 이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은, 출시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 인기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분위기에,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괜찮은 3D 그래픽을 갖춘 MMORPG로 입소문을 타며 게이머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의 게임플레이 모습. 모바일 치고는 괜찮은 3D 품질이다.>

 


<사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너무 흡사한 탓에 표절 논란까지 일었었다.>

 


놀랍게도,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은 과금 시스템도 PC 온라인의 그것을 흉내 낸 방식이었다. 먼저, 스토어에서 처음 앱을 다운 받을 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다시 매 달 일정 계정비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게임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고,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은 모바일 MMORPG로는 드물게 성공을 거두었다.


 

PC 온라인 게임의 모바일 이식, 모바일 버전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을 리뉴얼한 ‘라그나로크 영웅의 길’>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걸출한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 회사들은 이 IP를 어떻게 모바일 시장에서 써먹을지 고민했다. 특히, 2012년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이후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제작사인 그라비티 역시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모바일 MMORPG인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을 내놓는다.

 


<PC 버전 MMORPG를 모바일로 이식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앞에 소개한 ‘아이모’나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과 비교하면 비교적 늦은 시기에 모바일 MMORPG를 내놓은 셈이지만,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현재는 ‘라그나로크 영웅의 길’로 서비스 중)은 유명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이식해 내놓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할 수 있다.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은, 원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시스템을 모바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아직 기억하고 있던 게이머들에게 환영 받았다. 아기자기 한 2D 그래픽과, ‘라그나로크 온라인’ 초창기의 대표 직업인 검사, 복사, 법사를 골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하는 모바일 MMORPG

 

<‘Elemental Knights Online’>

 


물론 앞서 소개한 ‘아이모’,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 ‘라그나로크 발키리의 반란’ 외에도 다양한 모바일 MMORPG가 등장했거나,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선 자세히 소개하지 않았지만 아기자기 한 3D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아 한글판이 출시되기도 한 Winlight사의 ‘Elemental Knights Online’이나, 위메이드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아크스피어’ 등 나름 선이 굵직한 모바일 MMORPG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MMORPG는 흥행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게이머들이 많다. 앞에서 이야기 한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도, 처음에는 엄연히 유료+월 정액(!) 방식을 선택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결국 무료로 전환해 게이머를 끌어들이려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분명 해당 장르의 게임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대규모로 흥행한 게임은 매우 드문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모바일 MMORPG다.

 


<‘아크스피어’>

 


모바일 MMORPG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를 지적하자면, 오랜 시간 레벨링과 아이템 파밍을 요구하는 MMORPG라는 장르 그 자체의 특성과 짬 날 때 간단히 즐긴다는 모바일 게임의 속성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MMORPG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게이머들이 모바일 게임에서 기대하는 것과 장르 자체의 속성이 시작부터 어긋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경쟁심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 게이머들에게 MMORPG를 잠깐씩 즐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게이머는 일단 경쟁이 붙으면 하드코어하게 파밍해서 끝장을 보는 것이 특징인데, 모바일 게임에 그렇게까지 하드코어하게 몰입하느니 차라리 기존의 PC 온라인 MMORPG를 하드코어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게이머도 많다.

 


<‘오더 앤 카오스 온라인’의 경우 PC 온라인 MMORPG와 비슷하게 UI를 꾸며놨다.>

 


조작의 불편함도 한 원인이다. 많은 모바일 MMORPG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가상패드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마우스와 키보드로 하는 것 보다 조작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터치 스크린 조작을 위해서는 화면 일부를 손가락으로 가려야 한다는 점은 덤이다.


특히, 레이드나 PvP 같은 고급 컨텐츠를 위해서 게이머는 좀 더 정교한 조작을 원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가상패드 외의 다른 대안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콘을 큼직하게 하거나 정교한 조작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게임을 짜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기존에 PC 온라인에서 MMORPG를 즐기던 게이머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새로운 모바일 MMORPG의 이정표가 될 것인가, ‘야생의 땅: 듀랑고’

 

 


이러한 약점 때문에, 모바일에서 굳이 MMORPG를 고집하기 보다는 오히려 고전적인 싱글 플레이 RPG를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4:33의 ‘블레이드’의 경우 MMORPG로 내놓을 법한 컨텐츠지만 싱글플레이의 비중이 높은 고전적인 액션 RPG로 설계되어 ‘원할 때 즐기고 끈다’는 모바일 게임의 미덕(?)을 충족하고 있다. 굳이 멀티플레이가 필요한 사람은, 별도의 실시간 PvP 기능을 즐기면 되는 식이다.


한편, 아예 발상을 전환해 고전적인 MMORPG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모바일 MMORPG도 있다. 현재 넥슨에서 개발중인 ‘야생의 땅: 듀랑고’가 그런 시도다. 모바일에서 오픈월드(!) MMORPG를 구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목표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게임 내 퀘스트가 없고 NPC가 극단적으로 적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전적인 MMORPG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딱 봐도 기존의 MMORPG와는 좀 다르다.>

 


대신, ‘야생의 땅: 듀랑고’는 극한상황에서 게이머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게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템을 활용해 살아남고, 공룡 같은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물론 게임이 개발 중인 만큼, 개발 과정에서 변할 수 있지만 컨셉 자체를 고전적인 MMORPG에서 다소 벗어난 형태로 잡아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2014년 중 테스트 예정인 ‘야생의 땅: 듀랑고’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 모바일 MMORPG라는 장르 자체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게이머들도, 개발자들도 ‘야생의 땅: 듀랑고’의 독특한 시도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만일, ‘야생의 땅: 듀랑고’가 이런 독특한 시도를 통해 흥행한다면, 고전적인 MMORPG의 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야말로 고전하고 있는 모바일 MMORPG 장르의 해법이라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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