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베어필드 


‘함대컬렉션’, 빈곤한 웹 게임의 이례적인 성공
2013년, 일본 서브컬처를 뒤흔든 최고의 화두는 역시 ‘함대컬렉션’이었다. ‘함대컬렉션’은 일본의 미디어그룹 카도카와 게임즈에서 제작하고, 일본의 온라인 콘텐츠 판매업체인 DMM에서 서비스 하는 웹 게임이다. 2013년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14년 8월 현재 가입자 수가 220만명을 돌파했다.


‘함대컬렉션’은 게이머가 제독(혹은 사령관)이 되어, 태평양 전쟁 당시의 함선(주로 일본 해군)을 의인화 한 캐릭터인 ‘칸무스’를 수집하고 해역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칸무스는 전투를 통해 획득할 수도 있으며, 게임머니라 할 수 있는 자원을 모아 뽑기 개념인 건조 시스템을 통해 제작할 수도 있다.

 


<함대컬렉션의 메인화면>


‘함대컬렉션’은 빈곤한 외형과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전체적인 그래픽과 게임의 볼륨은 전통적인 콘솔/PC게임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빈곤한 웹 게임이다. 차라리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게임은 다른 게임과 달리 매일 특정 시간대에만 신규 가입이 가능하게 제한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2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흥행했다. ‘함대컬렉션’ 게임 외에 판권을 주어 판매 중인 관련 캐릭터 상품도 수 백여 종에 이르며 애니메이션과 만화, 휴대용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이식되고 있다.

 

<2015년 1월 방영 예정인 함대컬렉션 애니메이션 PV>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함대컬렉션’은 다른 국가로도 퍼졌다.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중국과 홍콩 등 해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이머가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DMM 사이트가 아예 차단되어 있는 한국에서도 ‘함대컬렉션’을 즐기는 게이머가 늘어나고 있다.


‘함대컬렉션’의 성공은 과연 우연일까? 태평양전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해외 게이머까지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함대컬렉션’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 동력을 밝혀보려 한다. 또한, ‘함대컬렉션’의 주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몇 가지 논쟁 역시 함께 검토해 보려 한다.


이야기가 도통 보이지 않는 ‘함대컬렉션’
‘함대컬렉션’의 특이한 점은, 게임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내부에는 이야기라 부를 것이 거의 없다. 게이머가 ‘함대컬렉션’ 게임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이 어떤 나라의 제독이라는 점과, 심해서함이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적과 싸우고 자원을 모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개발과 건조를 통해 장비와 칸무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의 전부다. 칸무스와 장비는 태평양전쟁 시기의 일본해군이 사용하던 것이 주류를 이루며 다른 국가(현재는 독일만 구현)의 장비도 일부 구현되어 있다.

 


<이 칸무스는 구 일본해군 전함 ‘무츠’를 캐릭터화 한 것이다. 장비 역시 구 일본해군이 사용하던 장비다.>


게이머가 ‘함대컬렉션’ 내에서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는, 칸무스 카드를 조회하면 나오는 칸무스의 자기소개 형식을 빌린 몇 줄짜리 설정이나 대사 그리고 적인 심해서함의 몇 마디 대사가 전부다. 이야기의 배경(왜 칸무스가 탄생했는가?)도, 목적(왜 칸무스를 모아서 싸워야 하는가?)도, 적의 정체(적으로 등장하는 ‘심해서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터넷이 필수인 웹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함대컬렉션’ 게임 내에서 다른 게이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자기 소개를 바꾸거나 ‘연습전’을 통해 타인의 함대와 모의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전부다. 온라인에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함대컬렉션’은 철저하게 고립된 게임이다. ‘바츠해방전쟁’같은 게임 내 타 게이머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메뉴에는 타 게이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한 메뉴가 미구현으로 남아있다.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

 
‘함대컬렉션’의 이야기는 은폐되어 있다. 게임만으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파악한다면 칸무스의 자기소개나 외형, 목소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식이다. 결국 게이머에게는 이야기 없이 반복적인 전투를 통해 모에의인화 된 칸무스를 모으는 행위만 남는다.


그러나, ‘함대컬렉션’의 이야기는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함대컬렉션’의 정보를 다루는 사이트나 2차창작물을 다루는 사이트에서는 ‘함대컬렉션’ 자체에서 찾을 수 없는 은폐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등장한다. ‘함대컬렉션’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서로 합의한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에 설정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2차 창작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역사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역사왜곡(?)게임
‘함대컬렉션’ 내에는 눈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없다. 대신 ‘함대컬렉션’을 지탱하는 강력한 이야기는 외부에 존재한다. 바로 ‘함대컬렉션’의 소재인 태평양 전쟁이다. 이는 사극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한 다른 창작물과 유사한 구조지만, 작품 자체에 포함된 이야기는 최대한 줄이고 게이머에게 역사를 배경으로 인식할 것을 더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함대컬렉션’에서 태평양전쟁이라는 역사는 게임을 지탱하는 주된 축이다. 게임 자체의 이야기는 몹시 빈약하지만, 게임이 배경으로 두고 있는 태평양전쟁은 매우 강력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원작을 참고해 별도의 창작자가 재해석한 2차 창작물의 속성과 유사하다. 원작(역사)과, 자체의 이야기는 빈약하나 원작의 설정을 강력히 참조하고 있는 동인지(함대컬렉션)와의 관계로 볼 수 있다.

 


<게임 내 도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의 자기소개.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사실 이게 전부다.>

 
‘모든 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라는 말은 이 지점에서 ‘태평양 전쟁이 원작이지만, 세부적인 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로 수정해야 한다. ‘함대컬렉션’은 게이머가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인 태평양전쟁을 먼저 찾아보고 게임에 등장하는 칸무스의 배경설정으로 이해한 다음, 더 세부적인 부분은 각자 상상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 동의하지 못하는 게이머는 ‘함대컬렉션’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원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2차 창작된 동인지를 본다면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 배경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함대컬렉션’도 동일한 구조다.

 


<역사적 배경을 제외하고 캐릭터만 남겨놓는다면 이 캐릭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정리하자면 ‘함대컬렉션’ 내부에서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지만, 게이머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역사에서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으로 끌어와서 ‘함대컬렉션’의 일부로 소비하도록 강요받는다. 이것이 없는 ‘함대컬렉션’은 그저 미소녀 캐릭터의 합집합,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멸칭으로 불릴만한 캐릭터만 남은 빈 깡통이 된다. 게이머는 자발적으로 외부에서 소재가 된 역사(태평양전쟁)를 끌어와 게임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 캐릭터는 왜 ‘3번포탑’을 이야기하는가?
게임 상에서 이런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함대컬렉션’에 등장하는 칸무스인 전함 전함 무츠를 살펴보자. ‘역사상’의 전함 무츠는 1943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의문의 화재로 폭발해 침몰했다. 이 사실은 ‘함대컬렉션’에 등장하는 전함 무츠의 게임 내 자기 소개에도 ‘응? 주포화약고 폭발사고? 뭐, 숨겨도 소용없겠지. 이번에는 괜찮아!’ 라는 대사로 달려있다. 이 지점이 바로 게이머에게 역사를 끌고 오도록 강요하는 부분이다.

 


<도대체 이 캐릭터는 왜 주포화약고 폭발사고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만일, 태평양 전쟁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게이머가 이 칸무스 ‘무츠’의 외형을 보고 대사를 들었다고 치자. 이 게이머는 도대체 무엇이 폭발했으며, 무엇을 숨겼다는 것이며, 이번에는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지 이 캐릭터가 이야기 하는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


대사가 아닌 외형만을 소비하려 해도, 포탑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칸무스의 외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미소녀 캐릭터가 되었다 해도, 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기록된 역사를 알아야만 하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역사를 가져와 의미를 부여하고 이해하도록 강제된다.

 


<실제 역사에서 전함 무츠는, 수병의 고의적 방화로 추정되는 3번주포의 폭발사고로 침몰했다. 사진은 1970년 해체 직전까지 남아있던 무츠의 잔해>


‘함대컬렉션’내 캐릭터인 무츠가 이야기하는 ‘주포화약고 폭발사고’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태평양 전쟁이라는 역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역사를 끌어들여 캐릭터를 이해하게 된다.


어떻게든 역사의 개입을 거부하고, 칸코레 안에 있는 미소녀 캐릭터인 칸무스만을 소비하려 시도한다 하여도, 결국 칸코레가 역사를 참조한 2차창작물의 형태인 이상 완전하게 소비하기 위해서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바깥의 역사를 끌어와서 ‘배경설정’으로 이해해야 하는 모순이 일어난다.

 


<게임 내의 도감. 그러나, 이 도감에도 설명 자체는 불충분하다.>

 
바로 이 부분이 ‘함대컬렉션’에서 가장 교묘한 부분이다. ‘함대컬렉션’ 게임 자체에는 이야기가 은폐되어 있다. 대신, 어떤 작품보다도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역사를 게이머가 자발적으로 원작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함대컬렉션’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칸무스의 애매한 자기소개, 각 해역마다 붙어 있는 이상한 이름, 게이머의 ‘계급’까지 ‘함대컬렉션’의 모든 부분이 역사를 끌고 들어와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왜곡한다는 게임이 실제로는 역사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구조인 셈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댓글 0
1 - 19 - 44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7 주요뉴스
넥슨,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넥...
넥슨은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판교 넥슨 사옥에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7(NDC 2017)을 개최...
최신 뉴스
최신 댓글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