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에서 회색도시까지, 한국 게임을 이끄는 원화가 3인방 시대

게임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머가 게임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일러스트가 아닐까 합니다. 언뜻 봐도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 게임이라면, 아무래도 시선이 한 번 더 가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게임을 즐길 때에도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각종 일러스트는 게이머에게 큰 인상을 줍니다. 그만큼 게임의 원화라는 것은, 게임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 원화가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세대별 대표주자 3인방을 꼽아봤습니다.

 

한국 게임원화의 거장, 김형태

<엔씨소프트 AD 시절 ‘블레이드앤소울’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는 김형태>


한국 게이머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게임 원화가라면, 역시 김형태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게임 원화가를 꼽으라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게임원화가 경력만 15년이 넘는 베테랑 게임원화가이며, 참여한 게임들이 하나같이 굵직한 대작이기도 합니다. 나이 먹은 올드 게이머(?)에게는 소프트맥스의 걸작 RPG ‘창세기전3’(1999)와 ‘창세기전3 파트2’(2001)의 원화로, 요즘 온라인 게이머에게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앤소울’(2012)의 원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창세기전3 파트2(2001)>

 


<블레이드앤소울(2012)>

 
김형태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면, 역시 인물의 특정 부위를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강조한 특유의 개성적인 디자인에 있습니다. 김형태가 그린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캐릭터의 가슴과 허벅지를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아, 이건 김형태 그림이네’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합니다. 이러한 과장된 표현에 대해 ‘섹시함을 잘 드러낸 멋진 그림이다’라고 호평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섹시함을 강조해서 오히려 불편하다’는 불평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김형태라는 게임원화가가 차지하는 존재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한 예로, ‘블레이드앤소울’만 하더라도 ‘김형태 원화가 3D로 움직인다니!’라며 게임을 시작하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게임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말 한국 게임 업계에서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는 게임원화가는, 당분간은 김형태 외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김범
김범은 천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게임 원화가입니다. 19세의 나이로 넥슨에 입사해서 ‘마비노기 영웅전’ 원화를 담당한 경력만 봐도 천재라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김범이 게임 원화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바로 앞서 설명했던 김형태의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김형태가 담당했던 ‘창세기전3’과 ‘창세기전3 파트2’의 원화를 보고 학생시절부터 그림을 연습해 게임 원화가의 꿈을 이룬 것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초기부터 했다면 잊을 수 없는 그림>


김범의 그림은 넥슨의 액션 MORPG ‘마비노기 영웅전’ 초기 원화가 대표적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초기부터 한 게이머라면, 여검사가 칼과 방패를 들고 몬스터와 사물을 화끈하게 썰어버리던 유명한 그림을 기억할 것입니다. 바로 그 그림이 김범의 작품의 특징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둡고 진한 색감과 묵직한 느낌을 주는 명암과, 사물의 질감이 김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넥슨의 서바이벌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의 포스터.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김범은 ‘마비노기 영웅전’ 원화를 그린 후, 병역 문제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었습니다. 얼마 전, 넥슨이 공개한 서바이벌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의 초기 게임원화를 맡아 특유의 묵직한 그림을 또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초기 게임원화 작업 이후에는 프로젝트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떠오르는 샛별, 김현정(레피)
본명은 김현정으로, 레피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여성 게임원화가 입니다. 그녀를 일약 스타로 만든 게임은 2010년 EA에서 발매한 ‘검은방3’라는 게임입니다. 김현정은 ‘검은방3’(2010)과 ‘검은방4’(2011)의 원화를 담당해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검은방’의 경우, ‘검은방3’ 이후로 팬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풍문(?)이 있는데, 거기에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이 레피의 원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레피의 게임 원화를 높이 사는 게이머가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네시삼십삼분의 모바일 어드벤처 ‘회색도시’. 2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앞서 소개한 두 사람이 각각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원화를 맡아 유명해 졌다면, 레피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해 졌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최근에는 네시삼십삼분이 출시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인 ‘회색도시’(2013)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회색도시’ 특유의 하드보일드 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게임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회색도시’에서는 게임 분위기상 다소 어둡고 침울한 색상과 잘생긴 남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주로 여성 팬들의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살려냈습니다. ‘회색도시’의 하드보일드 한 분위기부터 미소녀 아이돌의 발랄한 분위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자라는 것이겠지요. 여기에 캐릭터의 의상에 달린 장식이나 주름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섬세한 면도 있습니다. 


<레피가 그린 ‘아이돌마스터’ 팬아트. 색상이 화려하다.>

  


<2014년 가을 공개 예정인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 ‘회색도시2’>

 
레피는 올해 가을에 공개될 예정인 ‘회색도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회색도시2’의 아트디렉터를 다시 맡아 다시 한 번 특유의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공개된 ‘회색도시2’의 티저 그림에서도 특유의 색감과 인물 표현으로 또 한번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김형태 작품처럼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 더욱 주목 받는 게임원화가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원화의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엄청난 양의 모바일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순간이나마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림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실제로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올라온 많은 게임이 더 귀엽고 예쁜 앱 아이콘을 사용한다든가, 게임 스크린샷보다 원화를 더 강조한다든가 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게임 내에서 게임원화의 역할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런 점에서, 앞서 소개했던 세 원화가가 모두 모바일 게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김형태는 최근 엔씨소프트를 퇴사해 모바일 게임 기업인 시프트업(SHIFTUP)을 설립했고, 김범 역시 넥슨의 모바일 신작인 ‘야생의 땅: 듀랑고’의 초기 원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김현정은 아예 모바일 게임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고 올 가을 공개 예정인 ‘회색도시2’의 네시삼십삼분의 대표작으로써 기대가 큽니다.

 

여전히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에 대해 볼륨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그 속에서도 속이 꽉 찬 명품 모바일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큰 활약을 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실력 있는 원화가들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모바일 게임 시대에도 게임 원화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것입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 세명이 그린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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