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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던 때부터 지금까지, 게임에서 은근 자주 보이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닌자' 캐릭터입니다. 몸에 쫙 달라 붙는 검은 옷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리검 같은 암기와 마법에 가까운 '인술'을 사용하는 게 왠지 멋있어보였죠. 아예 닌자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들도 여럿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닌자 중에서도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건 다름아닌 여닌자 '쿠노이치'였습니다. 남성 닌자들은 등장하는 게임은 달라도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쿠노이치' 만큼은 해당 캐릭터를 보면 어떤 게임의 캐릭터인지 바로 알 정도로 개성적이었죠. 기본적으로 높은 노출도, 예쁜 외형이 시선을 사로잡긴 했지만요.

오랜만에 돌아온 '이나게', 이번 주제는 '쿠노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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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란카구라 시리즈. 등장인물 대부분이 쿠노이치입니다. 대표이미지로는 딱이죠?>



쿠노이치, 어디서 왔을까?
일단 닌자는 중세 일본에서 첩보, 파괴, 침투, 암살 등을 도맡았던 집단의 명칭입니다. 일본 역사에도 그들의 계급이나 유파, 무기, 훈련법 등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실존했던 집단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으로 알려진 '핫토리 한조', 그리고 그가 이끌었던 '이가닌자'는 한국에서도 닌자 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합니다.

반면, 쿠노이치를 다룬 사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 휘하의 '걸음 무녀(歩き巫女)' 닌자로서 활동을 했다는 역사 기록도 있지만, 이것 외에는 대부분 전승일 뿐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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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에 활약했다고 전해지는 '걸음 무녀'의 그림. 다케다 신겐이 이들을 이용해 첩보활동을 벌였습니다. 경계 받기 쉬운 남성보다 활동이 용이했다고 하네요.>



그럼 지금의 쿠노이치는 어디서 온 걸까요? 놀랍게도 쿠노이치는 비교적 최근의 창작물을 통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 시초입니다. 여성 닌자에 대해 묘사하고, 나중에는 여성 닌자를 이르는 단어가 된 '쿠노이치'를 처음 사용한 건 전기 소설, 추리 소설, 역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일본의 소설가 '야마다 후타로'죠.

그는 1959년 출간한 '코우가인법첩'을 통해 이전까지 소설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닌자'의 이미지를 정형화했으며, '여성 닌자'를 등장시켰습니다. 이후 출간한 '쿠노이치 인법첩'을 통해 '쿠노이치'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죠. 또, '미인계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쿠노이치'가 처음 등장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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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바실리스크 코우가인법첩'. 소설 '코우가인법첩'을 원작으로 한 코믹스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으로, 한국에서도 정식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코우가인법첩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배틀물'의 원형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다만, 처음부터 여자 닌자를 직접 쿠노이치라 부른 건 아닙니다. '이가 닌자' 중 한 명이 여성의 정기를 흡수해 여자로 변신하는 술법인 '쿠노이치 화장'을 사용하며, "쿠노이치는 여자를 부르는 닌자의 암호다."라고 이야기하는 형태로 등장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쿠노이치는 왜 쿠노이치라고 부를까요? 가장 유명한 건 여자 녀(女)를 획순대로 く(히라가나로 '쿠'), ノ(카타카나로 '노'), 一(한자로 '한 일', 일본어 발음은 '이치')로 분해해서 만든 글자라는 것입니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에 구멍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아홉의(の,ノ는 '~의'로 해석) 하나]라는 의미로 '九(아홉 구)ノ一'로 썼다는 설도 있고, 음양도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지요.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검증된 것은 없습니다.


한편, 쿠노이치하면 떠오르는 노출도 높은 복장, 섹시한 이미지를 그린 최초의 매체는 1963년 토에이의 영화 '사나다풍운록'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니스커트에 망사스타킹을 입은 쿠노이치 '날다람쥐의 안개'가 등장했죠.

이후 여러 매체를 거치며 쿠노이치의 복장은 점점 더 대담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쿠노이치에 이르고 있죠.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쿠노이치가 희귀하고 독특한 존재가 됐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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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다풍운록 중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있는 여성이 쿠노이치 '날다람쥐의 안개'입니다.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미니스커트인 건 확실히 보이지요?>



게임 속 쿠노이치들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닌자는 서브컬쳐 문화의 큰 축 중 하나였습니다. 서문에서도 이야기했듯 닌자가 나오는 게임이 꽤 많았고, 유저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헐벗은) '쿠노이치'는 단골 소재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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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인공인 최초의 게임' 중 하나로 알려진 '닌자 프린세스(1985년작)'. 저 유명한 메트로이드보다 1년 앞서 있습니다. 일본 위키에서는 "당시엔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이 전무했는데, SF 게임, 판타지 게임이 메인이었던 세가가 갑작스레 닌자 프린세스를 내놓아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쿠노이치로 변신한 공주님 치마가 속바지가 보일 정도로 짧은 걸 보면, 당시 쿠노이치에 대한 인식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먼저, 대전격투게임에 등장하는 쿠노이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쿠노이치가 많은 장르이기도 하지요.

먼저, '아랑전설 2'부터 'KOF 시리즈'까지 꾸준히 등장하는 '시라누이 마이'가 있습니다. 시라누이류 인술의 정통 후계자로, 불과 부채를 다루는 기술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색의 노출도 높은 복장은 닌자가 맞나 싶을 정도지만, 격투게임이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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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누이 마이. 여담이지만 의외로 자신이 닌자라는 자각은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마이의 복장 역시 임무를 위한 복장이라고 하지요.>



남코의 대전격투게임 '소울칼리버'에도 시라누이 만큼이나 매력적인 쿠노이치 '타키'가 있습니다. 온 몸을 타이즈로 꽁꽁 싸매고 있지만,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 신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개발사인 남코가 '타키의 매력포인트는 가슴이다'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아끼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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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 일러스트만 봐도 그녀의 매력포인트가 어딘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최신작인 '소울칼리버5'부터는 타키 대신 그녀의 제자인 나츠가 등장합니다. 나츠 역시 타키처럼 전신 타이즈 속성이지만, 타키에 비해 부족한 무언가(...) 때문에 타키의 재등장을 희망하는 유저들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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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 개인적으로는 나츠를 더 좋아합니다.>



이외에도 코에이테크모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카스미와 아야네,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이부키, 네더렐름 스튜디오의 '모탈컴뱃 시리즈'의 키타나, 제이드, 밀레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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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OA의 카스미, 모탈컴뱃의 키타나, 스트리트파이터의 이부키. 참고로 카스미와 이부키는 직업이 닌자지만, 키타나는 에데니아의 공주일 뿐, 직접적으로 닌자란 언급은 없습니다.>



쿠노이치가 등장하는 액션게임도 있습니다. '변신닌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테크노스재팬의 '쉐도우포스', 코나미의 횡스크롤 액션 '미스틱 워리어즈'가 대표적입니다. '쉐도우포스'의 블루넷은 초상화만 보면 얌전하지만 인게임 그래픽에서 깜짝 놀랄만한 노출도를 보여줬고, '미스틱 워리어즈'의 유리는 종종 보여주는 뒷태가 상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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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쉐도우포스의 블루넷과 미스틱 워리어즈의 유리. 두 캐릭터 모두 하이레그를 입고 과도한 하반신 노출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슈퍼패미컴으로 출시한 '파이널 파이트2'에는 '겐류사이 마키'가 있습니다. 시라누이 마이를 의식한 듯 붉은 계통의 복장에 시원한 하반신 노출이 인상적인 캐릭터로 선택률도 꽤 높았습니다. 뭐 외형 이전에 성능도 좋았지만요. 나름 인기가 있었는지, 격투게임인 캡콤 vs SNK 2,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3 더블 어퍼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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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류사이 마키. 아쉽지만 위에 소개한 게임 외에는 출연이 없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에는 이름부터 '쿠노이치'인 액션 게임도 있었습니다. 남자 닌자가 주인공이었던 전작 '시노비'의 후속작으로, 전신 타이즈에 망사라는 전형적인 쿠노이치 복장의 주인공 '히바나'를 조종해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보다도 유통사인 YBM 시사 닷컴에서 진행한 '쿠노이치 걸 선발 대회'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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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노이치의 패키지와 스크린샷. 평소엔 가면을 쓰고 다니지만, 가면을 벗은 채로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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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노이치 걸 선발대회 후보들의 코스프레. 한국어화 타이틀이 많아진 요즘에도 보기 힘든 이벤트가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온라인게임에서도 쿠노이치를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펄 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 네오플의 횡스크롤 MORPG '던전앤파이터'에는 클래스 중 하나로 등장하기도 하고, 라이엇게임즈의 MOBA '리그 오브 레전드' 아칼리, 씨웨이브소프트의 횡스크롤 MOBA '하이퍼유니버스' 쿠레나이 같이 쿠노이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죠. 캐릭터마다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 다를지 몰라도, 겉모습 만큼은 쿠노이치의 기본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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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의 쿠노이치. 남성형 캐릭터 '닌자'에 대응해 나온 여성 캐릭터입니다. 생김새는 쿠노이치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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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파이터의 쿠노이치. 사실 쿠노이치 자체보다 사유리를 기용한 CM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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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칼리'. 핏빛 아칼리(하단)은 조금 섬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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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유니버스의 '쿠레나이'. 어쩐지 소울칼리버의 '타키'가 떠오릅니다. 하이퍼유니버스의 '쿠레나이'. 어쩐지 소울칼리버의 '타키'가 떠오릅니다. 스토리를 보면 '암살도구'로써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감정, 생각이 지워지는 과정이 나오는데,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번 주제인 게임 속 쿠노이치는 어떠셨나요? 대부분 높은 노출도라는 공통점 때문에 조금 진부해보이기도 합니다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들 나름 특색이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이럴 때는 '쿠노이치'라는 강렬한 포장지가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나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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