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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카페에 앉아있는 여성의 손에 닌텐도 DS가 들려있다. 게임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녀는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을 하며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옆에 앉으며 닌텐도 DS를 꺼낸다. 두 게임기의 화면에는 그들의 캐릭터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커플들의 필수 게임, [동물의 숲]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의 숲]은 국내에는 닌텐도 DS와 함께 처음으로 소개됐다. 느긋한 분위기의 마을, 귀여운 동물 주민들, 평범하지만 자유로운 일상이 특징이며, 멀티플레이를 지원해 자신의 마을에 친구를 초대하거나 자신이 친구의 마을을 놀러갈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데다가 쉬운 게임성 덕분에 여성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쟁 요소가 거의 없음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물의 숲]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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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3DS용으로 출시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생각 없이 던진 말에서 시작된 기획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스타폭스], [피크민], 닌텐도의 유명 게임들은 닌텐도의 가장 큰 게임 개발 부서인 ‘닌텐도 EAD(Entertainment Analysis and Development, 엔터테인먼트 분석과 개발)’에서 개발되고 있다. 게임의 신으로 추앙받는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도 닌텐도 EAD 소속이다. [동물의 숲] 역시 ‘닌텐도 EAD’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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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EAD 소속의 개발자 테즈카 타카시(왼쪽)와 에구치 가쓰야


시작은 닌텐도 EAD의 본부장인 ‘테즈카 타카시’가 별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였다.

“어머니가 플레이한 뒤에 아이가 플레이하면,
어머니가 한 일이 아이의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이런 물음은 같은 닌텐도 EAD의 ‘에구치 가쓰야’와 ‘노가미 히사시’의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팀 내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에구치와 노가미는 테즈카의 이야기에 대해 서로 편하게 잡담하며 아이디어를 서로 제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에구치는 한 장의 기획서를 만들었고 노가미와 함께 이 기획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내용의 기획서를 만들기로 한다. 98년 6월, [동물의 숲]이라고 이름 붙여진 신규 프로젝트의 기획서가 만들어졌다. 닌텐도64의 대용량 통신 단말기인 ‘64DD’의 장점을 살려 ‘커뮤니케이션’을 테마로 한 게임을 만든다.

이것이 프로젝트명 [동물의 숲]의 근간이었고 여기에는 ‘수집 요소’, ‘다른 사람과의 플레이’, ‘추가 데이터’와 같은 현재 [동물의 숲 시리즈]의 모든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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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동물들과 함께하는 RPG였던 [동물의 숲]


맨 처음의 [동물의 숲]은 여러 동물들의 힘을 빌려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RPG 요소가 주가 되는 게임이었다. 64DD의 큰 용량을 살려 다양한 필드를 넣고, 동굴을 넣고, 다양한 마을을 넣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64DD의 사업이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끝나버리고, [동물의 숲] 기획은 닌텐도 64 용으로 변경된다.

줄어든 용량에 따라 다양한 필드를 돌아다니는 RPG 요소는 삭제되었으며, ‘유저의 행동이 게임에 반영되어 다른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 것’, ‘두 명 이상의 유저가 한 공간에서 플레이한다.’라는 콘셉트만 남겨놓고 개발을 재개한다. 다른 유저와 감동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마을의 경치나 동물 주민, 집 안 가구의 배치 등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200여 마리의 동물 주민과 500개 이상의 가구가 만들어졌다. 동물들의 언어인 ‘동물어’ 역시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음악담당인 토타카 카즈미의 건의로 추가된 ‘동물어’. 동물마다, 그리고 동물의 기분에 따라 목소리의 톤이 달라진다. 자세히 들어보면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01년 4월 14일, [동물의 숲]이 세상에 등장했다. [동물의 숲]은 일본 발매 첫 주 동안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TV광고를 통해 2~30대의 여성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초기 물량인 20만장이 모두 매진되었다. 하지만 그 해 9월 14일 게임큐브가 발매되면서 닌텐도64로는 게임을 더 이상 낼 수 없었기에, 이를 게임큐브로 이식한 [동물의 숲+], [동물의 숲 e+]를 출시하게 되었다.


[동물의 숲],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다.
[동물의 숲]은 시리즈를 이어갈수록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가며 닌텐도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물의 숲]의 플랫폼인 게임큐브가 그렇게 인기 있는 기종은 아니었기에 인지도와 판매량 역시 특정 국가에 제한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러 플레이어가 함께 즐거움을 공유한다는 [동물의 숲]의 기본 콘셉트를 구현하기에도 게임큐브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2005년 11월 23일,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 듀얼 스크린과 터치스크린, 근처의 유저는 물론 전 세계의 유저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무선 통신 기술로 무장한 ‘닌텐도 DS’로 등장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전 세계에 [동물의 숲] 열풍을 일으켰다. 용량 차이로 인해 전작의 주요 콘텐츠 몇몇이 사라졌지만, 무선 통신 기술을 활용한 유저들 간의 멀티플레이는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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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휴대용 게임기로 등장한 최초의 [동물의 숲] 시리즈로 2007년에는 8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다. 당시 이 게임을 모티브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2008년 11월 16일엔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Wii’로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 용량 문제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에서 삭제 됐던 콘텐츠들이 다시 부활했으며, 마을 외에도 새로운 공간인 ‘타운’이 등장해 보다 다른 마을의 주민(유저)과 소통하거나 가구를 구입하고 캐릭터를 꾸미는 등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11월 8일엔 ‘닌텐도 3DS’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 그래픽이 크게 발전된 것은 물론이고 게임성에 있어서도 기존의 [동물의 숲] 시리즈를 망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은 주민이던 유저가 촌장이 되어 각종 조례와 공공사업을 통해 마을을 보다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되었다. 캐릭터 역시 3등신으로 만들어지면서 모자, 상의의 구분만 있던 의상들도 상의, 하의, 모자, 양말, 신발로 세분화되었다.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과 동물 주민들의 행동 패턴이 다양해졌으며, 기존의 멀티플레이 외에도 닌텐도 3DS의 엇갈림 통신 기능과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기도 했다. 벽걸이 가구가 추가되어 집안을 더욱 다양하게 꾸밀 수 있게 됐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3DS는 물론 [동물의 숲] 시리즈 최초로 첫 주 판매량 60만을 달성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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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가장 최신작인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그래픽의 발전은 물론 콘텐츠의 발전도 눈부시다



매일매일 놀 수 있는 재미있는 세상, [동물의 숲]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유저는 마을의 주민이 되어([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에서는 촌장이 되어) 특정한 목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다. 폭력적인 요소는 아예 배제했으며 동물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특정 콘셉트의 가구를 수집해 방을 꾸미고, 다양한 방법으로 마을을 꾸미는 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는 것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다.

또한 유저가 게임 안에서 하는 행동들은 게임 내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주로 동물 주민들의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유저와 친해진 동물 주민에게 자신을 부르는 별명이나 말버릇을 정해줄 수 있는데, 그 동물 주민이 다른 동물 주민들에게 퍼뜨려 하나의 유행어가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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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주민들에게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거나, 유저와 편지를 주고받는 등 사소하지만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많다.


위의 요소들은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게 되면서 꽃을 피우게 된다. 자신의 마을에 친구를 초대해 함께 놀러 다니거나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할 수도 있다. 친구가 왔다간 뒤에도 동물 주민들이 다녀간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친구의 마을에 살고 있던 동물 주민이 이사를 오는 등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동물의 숲]의 즐거움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거창한 콘텐츠는 없지만 유저들이 언제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이 [동물의 숲]의 특징이자 가장 큰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어지는 유유자적한 생활
한국 닌텐도가 출범하고 닌텐도 DS가 정식 발매되면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시작으로 [동물의 숲] 시리즈도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당시 장동건, 이나영 등의 스타 마케팅으로 폭발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던 한국 닌텐도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광고에 ‘송혜교’를 기용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는 그동안 게임에 관심이 없던 여성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고, [동물의 숲] 특유의 게임성과 맞물려 한국에서의 닌텐도 DS 보급 확대에도 기여했다.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시작으로 [포켓몬스터]나 [젤다의 전설] 같은 닌텐도의 대표작들이 한국에 정식 발매되면서 닌텐도 DS의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국에 불어 닥친 이른바 ‘닌텐도 열풍’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는 발언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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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CF를 촬영한 배우 송혜교. 송혜교 본인도 게임에 열중했다는 후문이 있다


2010년 1월 28일엔 Wii로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이, 2013년 2월 7일엔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정식 출시됐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의 경우, 부진했던 국내 닌텐도 3DS의 구세주로 평가될 만큼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게임이었다. 발매 당일에는 주요 게임 판매점에 구매 대기열이 생길 정도였으며, 구매 대기열에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여성 유저들이 상당수 있어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포켓몬스터 X·Y], [몬스터 헌터 4]와 같은 쟁쟁한 타이틀이 나온 지금에도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으며, 많은 유저들이 [동물의 숲]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


닌텐도의 성공으로 불거진 한국의 불법복제 문제
씁쓸한 이야기지만 국내에서의 [동물의 숲]과 닌텐도 DS의 성공을 통해 국내 게임시장의 어두운 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바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때문이다. 한국에서 닌텐도 DS의 판매량은 2010년 기준 300만 대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우 10만 개 이상 판매된 타이틀이 16개에 불과할 만큼 저조한 판매량을 보여줬다.

불법복제칩 하나면 수많은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살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불법복제칩을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많은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게임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2009년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불법복제가 가장 심각한 게임은 ‘닌텐도 DS’의 게임들이었으며, 그중 가장 많이 적발된 것은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이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었다.

‘닌텐도 열풍’에 자극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국의 닌텐도’ 발언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의 열악한 소프트웨어 환경에서는 유명무실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뛰어난 게임기를 만들어도 그를 받쳐 줄 소프트웨어가 없는 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닌텐도 DS의 성공은 한국 게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어두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모두가 함께 놀 수 있는 진정한 ‘자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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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U로 서비스 중인 [동물의 숲: 코모레비 광장]


그동안 자유도를 추구한 게임은 많았다. 락스타 게임즈의 [GTA 시리즈]나 세가의 [쉔무 시리즈]와 같은 콘솔 게임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처럼 온라인게임에서의 자유도를 추구한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의 대부분은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 자극적인 묘사 때문에 '자유도'는 어른의 전유물로만 남아있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은 이러한 자유도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것으로 바꿔놨다. 항상 누군가와 싸우고 죽이고 하던 유저들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가르쳐줬다.

에구치 가쓰야는 “재미의 원점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매일 놀고 싶다는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동물의 숲]은 모두가 함께 놀 수 있는 진정한 ‘자유도’를 추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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