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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온라인 게임이 대세이던 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모바일 게임은 성능적 한계는 물론 재미 역시 PC온라인 게임에 못 미치는 플랫폼으로 평가 받으며 유저들의 눈 밖에 나있었다. 그러던 중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터치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스마트폰 용 게임들도 등장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버튼 방식의 피처폰에서 즐기던 게임을 입력 방식만 터치로 바꾸어 옮긴 게임이 많았기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작은 개발사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앵그리버드]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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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버드]는 새총으로 새를 날려 알을 훔쳐간 돼지들을 물리치는 퍼즐게임이다.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설명한 스토리, 귀여운 캐릭터, 간단한 조작, 클리어는 쉽지만 정복은 어려운 절묘한 레벨 디자인에서 오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처음 등장 당시부터 쟁쟁한 스마트폰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으로는 전례 없는 큰 흥행을 이뤄내며 성공한 스마트폰 게임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앵그리버드]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파산 직전까지 갔던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앵그리버드]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개발사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어느 날 갑자기 [앵그리버드]를 세상에 내놓고 성공한 개발사가 아니다. [앵그리버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국내 유저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핀란드어로 모닥불이라는 뜻의 로비오(Rovio)는 사촌형제지간인 미카엘 헤드(Mikael Hed)와 니클라스 헤드(Niklas Hed)가 2004년 HP의 지원을 받아 세운 회사이다. 노키아와 HP가 주최한 모바일 게임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만들어진 회사였던 만큼 처음에는 게임 개발사로 시작했으나, 초창기에는 EA나 남코 같은 대형 개발사의 하청업무를 주로 맡으며 회사를 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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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카엘 헤드와 니클라스 헤드. 그리고 모닥불을 형상화 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회사 로고


하지만 당시 CEO였던 미카엘 헤드는 하청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독자적인 콘텐츠가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카엘 헤드는 로비오에 초기 자본 투자를 했던 아버지와 마찰이 생겨 2007년 로비오를 퇴사하고 말았다.

그가 퇴사하고 나서 로비오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2009년 초에는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까지 몰리게 됐다. 미카엘의 뒤를 이어 CEO를 맡은 니클라스 헤드는 로비오 퇴사 이후 출판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미카엘 헤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미카엘 헤드는 2009년 다시 로비오로 복귀했고 곧바로 파산 직전의 로비오를 일으킬 차기작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52번째 게임, [앵그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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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오의 전작인 [DarkestFear3]. 지금 로비오의 이미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게임들이다.


사실 로비오는 대형 개발사들의 하청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신들의 게임을 만들었다. [앵그리버드] 이전까지 무려 51개의 게임을 출시했다. 개중에는 현재의 로비오에서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무겁고 진중한 게임도 있었다. 이 게임들은 아쉽게도 큰 성공을 이루진 못했지만 이 때의 경험이 [앵그리버드]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다시 시작한 로비오는 하청 업무를 계속하는 한편,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한다. 많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로 한 그들은 먼저 당시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였던 '아이폰' 사용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클래식하지만 터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별 다른 설명 없이 조작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으며 잠깐의 시간이라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캐릭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캐릭터는 게임의 마스코트로만 쓰일 일회용 캐릭터가 아니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이후 여러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힘 있는 캐릭터를 원했다. 그러던 중 로비오의 디자이너 야코 이살로(Jaakko lisalo)가 그린 날개 없는 새가 눈에 들어왔다. 강렬한 빨강 색에 어딘지 매우 화가 난 표정의 이 날개 없는 새는 로비오의 개발진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들은 이 새가 화가 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냈다. 새가 화난 이유에서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9개월 후인 2009년 12월 11일, 핀란드의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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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새를 그린 야코 이살로(왼쪽)와 [앵그리버드]의 초기 콘셉트. 새총과 돼지는 보이지 않는다.



날개 없이도 힘차게 날아오른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는 핀란드 앱스토어에 출시된 이후 미카엘 헤드가 세운 전략에 따라 그리스, 체코, 덴마크 앱스토어에 차례대로 출시되었고 북, 동유럽에서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개월 뒤인 2010년 2월엔 유튜브를 통해 광고를 시작함과 동시에 영국에 출시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엔 미국 앱스토어에 올라가자마자 10위권 안에 들면서 대히트를 치게 된다. 인기는 꾸준히 이어져 안드로이드에서도 출시되었고 이후 다양한 OS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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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을 꽉 채우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게임뿐만이 아니었다. [앵그리버드]를 주제로 한 캐릭터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주인공 새들 뿐만 아니라 적으로 등장하는 돼지들을 소재로 한 '달걀 요리 요리법' 요리책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2년 4월 8일에는 세계최초의 [앵그리버드]의 테마파크가 개장했다. 2013년 3월부터는 전 세계에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툰즈]의 방영을 시작했다. 2016년엔 영화로도 등장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뽀로로가 지배한 국내의 캐릭터 시장에서도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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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버드] 기념품과 달걀 요리 요리책(위), 핀란드에서 개장한 [앵그리버드] 테마파크(왼쪽), [앵그리버드]의 기념품들(오른쪽)


그렇다면 [앵그리버드]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게임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대단히 쉽다는 것이다. 터치스크린 만을 활용한 직감적인 조작법, 우스꽝스러운 분위기의 캐릭터와 게임의 분위기는 게임의 장벽을 매우 낮췄다.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만 설명되는 스토리, 언제든 간편하게 꺼내 플레이할 수 있는 짧은 플레이 타임, 플레이는 쉽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하는 절묘한 레벨 디자인, 꾸준한 업데이트도 이러한 인기에 한 몫 했다.

또한 로비오는 [앵그리버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10위권 안에 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홍보 전략을 구사했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만들거나, 가능한 모든 문의 메일에 대한 답장을 하거나 유저들의 의견을 게임 내의 콘텐츠로 차용하는 등 유저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5살짜리 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앵그리버드]의 레벨 디자인이 게임 내에 콘텐츠로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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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짜리 아이가 보낸 아이디어. 해당 아이디어가 들어간 8-3 스테이지에 표시되어있는 ‘Ethan’이 5살짜리 아이의 이름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앵그리버드]는 스마트폰 게임으로써는 원로 격이면서도 현재까지도 다양한 시리즈를 내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앵그리버드] 성공의 숨은 공신, 핀란드의 스타트업 지원
[앵그리버드]의 세계적인 성공이 로비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면, [앵그리버드]가 처음 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로비오의 자국인 핀란드와 핀란드 최대 기업이었던 노키아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기업인 노키아는 1998년 세계 1위의 모바일 기기 개발사로 등극한 이래 2007년까지 핀란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을 떠맡았던 국민기업이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급격히 몰락하게 된다.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핀란드의 경제가 무너졌냐면 그건 또 아니다. 노키아 몰락 후에도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은 EU 평균을 웃돌았고, 실업률은 계속 낮아졌다. 이는 핀란드가 노키아 살리기 보다는 노키아의 몰락을 핀란드 창업 중흥의 기회로 삼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해 벤처캐피탈펀드인 핀베라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네트워크 형성까지 창업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러한 지원을 받아 탄생한 기업 중에는 로비오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핀란드의 지원을 받은 ‘로비오’의 세계적인 성공은 핀란드 자국 내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있어 하나의 롤 모델이 되었다. 노키아를 살리는 것보다 더 생산적인 결과를 창출해 낸 것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는 본편의 업데이트 외에도 다양한 시리즈를 전개했다. 20세기 폭스사의 영화 “리오”를 바탕으로 한 [앵그리버드 리오]를 비롯해 세계의 축제를 바탕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한 [앵그리버드 시즌],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스타워즈의 설정에 [앵그리버드]의 캐릭터를 적용한 [앵그리버드 스타워즈], [앵그리버드]의 피규어를 게임 내로 전송시키는 '텔레포드' 기술이 적용된 [앵그리버드 스타워즈2]가 메인 시리즈로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레이싱 장르인 [앵그리버드 고!]를 출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돼지들을 불쌍하게 여긴 팬들의 요청을 수용해 돼지들을 주인공으로 한 외전 [배드 피기스], 페이스북과 연동해 점수 경쟁 기능과 아바타 기능을 지원하는 [앵그리버드 프렌즈]와 같은 파생작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식 시리즈와는 무관하지만 북한에서는 [고무총 쏘기]라는 이름의 표절작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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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버드] 시리즈 중 하나인 [앵그리버드 리오]. 본편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시리즈로 파생되어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앵그리버드]가 나오길 바라며
[앵그리버드]는 스마트폰 게임이라도 얼마든지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게임이다. 게임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전개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앵그리버드]는 20년 전 [슈퍼마리오]가 보여주었던 패러다임과 닮아있다. 혹자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우리의 다음 세대는 '슈퍼마리오'보다 [앵그리버드]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평할 정도이다.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으로써 성공한 스마트폰 게임은 많지만 [앵그리버드]처럼 콘텐츠로써 성공한 스마트폰 게임은 아직 없다. 한 게임의 성공은 그저 그 게임의 성공으로만 끝났을 뿐이다. 현재 쏟아지고 있는 단기간의 수익에만 집중한 단발성 게임이나 다른 게임을 적당히 따라한 카피 게임들을 무너뜨릴 [앵그리버드]와 같은 스마트폰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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