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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파리에서 열린 ‘비벤디 게임페스티벌’에 초대받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접했다. 당시 비벤디 그룹은 ‘시에라’, ‘유니버설게임즈’, ‘밸브’ 등 굵직한 게임사를 아우르는 거대 게임유통사였다. [카스: 컨디션제로], [반지의 제왕], [크래쉬밴디쿳] 등 쟁쟁한 대작들이 페스티벌 메인을 장식했다. 블리자드는 행사장 구석에서 소박하게 신작을 시연하고 있었다.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한 콘솔게임에 비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첫인상은 초라해 보였다. 인상적인 장면이라곤 오우거(?) 비슷한 캐릭터가 뒤뚱뒤뚱 뛰어나는 장면이 고작이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장면은 오크의 시작지점인 크로스로드였다). 부스를 찾은 기자들도 시큰둥했다. 물론 워크래프트 후속작을 잔뜩 기대하고 온 필자의 입장에선 여간 김빠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누구도 몰랐다. 5년 후 이 게임이 천만 가입자의 대제국을 형성할지를. 와우는 온라인 게임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을 제시했다. 와우의 등장으로 세계 게임시장은 완전히 ‘리셋’ 됐다. 지금부터 [워크래프트]에서 와우까지 20년의 역사를 돌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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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용자 천만 명 이상을 달성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사진은 호드 대족장 스랄>



크리스멧젠, 아제로스의 서사를 창조하다


“스토리 작가는 단순히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발팀을 위한 지도와 나침반이 되어야 하죠. 때로는 암울한 개발기간 동안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며, 비전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치어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죠”
- 블리자드 크리스 멧젠 부사장(디스이즈게임 인터뷰 중)

네이버캐스트 게임백과에서 블리자드는 2번에 걸쳐 소개됐었다. [스타크래프트] 편에는 블리자드의 게임철학을 만든 ‘마이크모하임’ 대표가 등장했다. 또, [디아블로] 편에선 블리자드노스의 주역 ‘데이비드 브레빅’과 ‘빌 로퍼’가 소개됐다. 이번 와우 편에선 블리자드의 두뇌로 통하는 ‘크리스 멧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의 모든 스토리를 창조한 천재적인 스토리텔러로 [반지의 제왕] 이후 서양 판타지의 서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와우는 그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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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와우의 모든 스토리를 담당한 크리스 멧젠. 그래픽아티스트로 입사해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했다.>


사실 크리스 멧젠은 처음부터 스토리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그래픽 아티스트로 블리자드에 입사해 애니메이션 작업을 맡았다. 하지만 초창기 작품은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고, 그저 그런 그래픽디자이너로 회사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그는 그래픽 외에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야기를 만들고 글 쓰는 능력이다. 그는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를 바꿔보기로 했다. 때마침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블리자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오디션을 통해 팀원을 모으는데, 그는 시나리오 쪽으로 지원해 통과됐다.

[워크래프트]의 그래픽이 아닌, 스토리를 맡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크리스 멧젠 본인은 물론 블리자드에게도 행운이었다. 만약 그가 그래픽디자이너로 계속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리는 와우의 깊이 있는 서사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직원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블리자드와 다른 분야에 과감히 도전한 크리스 멧젠. 승리의 여신은 이미 그들의 편이었다.


워크래프트, 이야기가 경쟁력이다!

단언컨대, 와우 인기의 8할은 스토리가 차지한다. [워크래프트]와 와우가 이후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각자의 장르에서 정상을 차지하게 된 동력도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된다. 스토리작가로 합류한 크리스 멧젠은 장대한 세계관의 첫 장을 열었다.

1994년 발매된 [워크래프트: 오크 앤 휴먼]은 당시 RTS의 전설로 불리던 웨스트우드의 [듄2]를 상대해야 했다. SF 배경인 [듄2]와는 달리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점이 다르다([듄2]와 웨스트우드 이야기는 게임백과 [듄2] 편 에 나와 있다). 이때만 해도 [워크래프트]는 [듄2]의 아류작 취급 받았다. 인간과 오크의 전쟁은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서 우려먹은 설정이다.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듄2]의 스토리에 비한다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때문에 워크래프트 1편은 괜찮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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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전신격인 워크래프트. 잘 만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듄2의 아류작 취급 받았다.>


블리자드는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랜 고민 끝에 그들이 깨달은 것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워크래프트2]에는 이야기들을 가미했다. 1편에 등장했던 인간과 오크 외에 드워프, 엘프, 고블린, 트롤 등 다양한 종족을 추가했다. 크리스 멧젠은 각 종족마다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서로 증오하던 엘프, 드워프, 인간이 힘을 합치는 과정이나, 오우거, 트롤, 오크의 불편한 협력관계 등 종족간의 스토리들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등장시켰다.

아제로스 영웅 ‘안두인 로서’, 오크의 수장 ‘오드림 둠해머’, 대마법사 ‘카드가’ 등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한편의 멋진 드라마를 완성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블리자드는 게임계의 거성 웨스트우드에 도전장을 냈다. 두 회사의 한판대결은 1990년대 게임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상대는 커맨드&컨커! 강적과 맞서다

90년대의 게임계 유명한 라이벌전을 들라면 적어도 [커멘드&컨커(이하 C&C)]와 [워크래프트]간의 RTS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95년 웨스트우드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C&C를 출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C&C의 우세를 점쳤다. C&C가 보여준 비주얼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미션 중간에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FMV(Full Motion Video)동영상은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였다. 실사였던 덕에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났는데, 그 중에서도 악의 축으로 등장한 NOD의 지도자 ‘케인’은 지금도 회자되는 인기캐릭터다. C&C는 플레이하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이상의 RTS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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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터닝포인트가 된 워크래프트2. 100만장 이상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해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2: 타이드 오드 다크니스]를 내놓았다. [워크래프트2]는 C&C처럼 장황하고 화려한 동영상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짧고 간결한 비주얼로 승부를 걸었다. 쉽게 말해 C&C가 3시간짜리 장편영화라면, [워크래프트2]는 3분짜리 뮤직비디오와 같다.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 보여주면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블리자드식 스토리 전달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 덕인지 [워크래프트2]는 100만장 이상 팔렸다.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물론 C&C의 인기를 누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표면적인 결과일 뿐. 중요한 것은 게임 내부에 감춰진 이야기의 힘이다. 이것은 마치 화산폭발 직전의 마그마같이 활활 끓어오르며 때를 기다렸다. 그 힘은 [워크래프트3]를 만나면서 한꺼번에 폭발했다. 와우의 힘은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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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통하는 블리자드와 웨스트우드의 ‘RTS 전쟁’의 계보 (자료제공: 게임메카)>



스랄의 ‘열정’과 아서스의 ‘냉정’, 서사의 힘!


“얼라이언스에게 감사하라! 그들이 우리의 반대편에 서 있음을 고마워하라! 그들이 그렇게 멸시하고 우롱하는 호드가 가슴 속에 무엇을 품고 살아가는지를 전장에서 보여주자. 칼과 창을 맞대고 피바람이 이는 노래를 부르자! 우리의 피맺힌 한을 분노의 힘으로 이끌어내자! 스랄의 형제들이여!”
- 크리스 멧젠이 직접 쓴 스랄의 연설문 중

2002년 발매된 [워크래프트3: 레인 오브 카오스]는 시리즈의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편 또한 대박을 쳤다. 전 세계적으로 1,9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게임의 영웅시스템과 유즈맵 세팅 툴은 이후 [리그오브레전드], [도타] 같은 AOS장르에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은 워크래프트 이야기의 완성판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전쟁 이야기를 다뤘다면, 3편에선 인물간의 갈등과 내면의 고뇌 등 보다 치밀한 서사를 완성했다.

크리스 멧젠은 [반지의 제왕]부터 뿌리내린 ‘오크는 악, 인간은 선’과 같은 이분법적인 공식을 깼다. 예를 들어 잔인하고 흉포한 종족으로 비춰졌던 오크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적 종족으로 묘사했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고, 속으로 부패와 타락에 찌든 인간들의 이중성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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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3는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와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


무엇보다 ‘스랄’과 ‘아서스’라는 최고의 캐릭터를 유산으로 남겼다. 스랄은 전쟁에서 패해 인간의 노예가 되어버린 오크를 구하고, 호드 연합을 결성한 인물이다. 승전국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는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겨 자신의 왕국을 무너뜨린 비정한 캐릭터다. 두 인물은 이후 와우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게임의 흐름을 주도해 간다. 이처럼 겉모습은 가상의 판타지 공간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마치 현실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워크래프트의 서사가 대단한 것은 역사와 문학, 수많은 고전 등에서 모티브를 따와 이를 절묘하게 변주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절망에 빠져 있는 오크 종족을 이끌고 ‘오그리마’에 정착한 스랄의 이야기는 성서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는 출애굽기와 비슷하다. 자연을 숭배하는 오크의 토템사상은 과거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을 연상시킨다.

또, 아버지를 죽이고 얼어붙은 왕좌를 차지했던 ‘아서스’의 비극은 고전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가족과 연인, 고국마저 버리고 리치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서스의 내면적 고뇌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리어왕’ 같은 문학과 정서가 비슷하다. 아서스를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비교하기도 한다.

또, ‘불타는 성전’ 오프닝 영상에서 일리단이 굴단의 해골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은 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햄릿 왕자가 공동묘지에서 나온 궁정광대 요릭의 해골을 보면서 이야기 하는 장면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리단은 자신의 형과 연인에게 버림받고 감옥에서 갇혀 살다가 고향에서 추방당한 인물이다. 비극적인 운명 때문인지 지금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캐릭터다. 이밖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비수를 꽂아야 하는 ‘제이나프라우드무어’, 용맹한 엘프 전사에서 포세이큰의 여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실바나스 윈드러너’ 등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얼개처럼 엮여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한번 분출된 이야기의 스케일은 게임 하나로 담지 못할 만큼 차고 넘쳤다. 워크래프트 관련 소설과 팬픽 작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크리스 멧젠이 직접 쓴 소설도 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엄청난 이야기들을 담아낼 그릇을 나왔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블리자드의 운명을 바꾼 세 가지 결정


“10명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MMO를 만드는 것이 정말 좋은 생각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가장 큰 이유는 MMO 장르는 성공이 불확실했기 때문입니다.”
- 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석PD 셰인 다비리

블리자드의 운명을 바꾼 3가지 결정이 있다. 첫 번째는 [스타크래프트] 출시를 연기하고 게임을 다시 만든 결정, 두 번째는 턴 제로 만들어진 [디아블로]를 리얼타임RPG로 바꾼 결정, 그리고 세 번째는 [워크래프트]를 MMORPG로 만든 결정이다. 이 세 가지 결정들은 블리자드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90년대 말, 게임시장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었다. 온라인게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당시 온라인게임은 PC나 콘솔게임에 비해 비주류 취급 받았다. 한국에선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게임이 나와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콘솔강국 미국은 여전히 비주류 장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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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석 프로듀서 쉐인 다비리, 그는 워크래프트를 MMO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블리자드에서 온라인게임의 물결을 가장 먼저 체감한 인물은 당시 수석PD였던 ‘셰인 다비리’다. 그는 크리스 멧젠과 함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세상에 나오게 한 일등공신이다. 셰인은 워크래프트 1편의 베타테스터로 블리자드에 입사했다. 제작자가 아닌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을 테스트하고 리포터를 제출하는 일을 맡았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수석 프로듀서를 맡아 게임을 성공시켰다.

당시 블리자드는 유목민을 뜻하는 ‘노매드(Nomad)’라는 비밀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워크래프트]와 연결시켜 MMO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당연히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비슷한 후속작만 찍어내도 수 백 만장은 팔릴 워크래프트 IP를 검증도 안 된 MMO 장르로 만든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경영진은 “누가 이걸 하려고 한 달에 15달러를 내겠는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꾸준히 경영진들을 설득한 결과 프로젝트를 허가받았다. 처음 프로젝트에 동원된 인원은 10명 정도였다. 물론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워크래프트: 어드벤처]처럼 쓰레기통 신세를 각오해야 했다.


놀이동산과 같은 게임!


“우리는 놀이동산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게임이란 놀이동산 안에 퀘스트, 던전, PVP, 공격대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놓아두었죠. 최종적인 목표는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 와우 수석 프로듀서 셰인 다비리

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3D기술력이 부족했던 블리자드는 ‘게임브리오’ 엔진을 구입해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브리오 엔진은 가격은 저렴했지만 최상의 그래픽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포기하는 대신,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엔진을 완전히 뜯어고쳐 게임에 맞게 적용했다.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보기에 편한 그래픽이 나왔다. 또 다른 문제는 스토리 구현이다. 워크래프트의 방대한 스토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녹여 넣느냐가 관건이었다. 와우는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싱글게임과는 스토리 전달방식이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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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미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까지 석권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고민에 빠진 개발자들은 퀘스트에서 답을 찾았다. 퀘스트를 해결하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 방식을 택했다. 와우 디렉터인 알렌 블렉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뭐든 할 수 있는 오픈월드를 제공하고, 동시에 그 안에서 즐길 거리가 끊임없이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퀘스트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퀘스트는 금방 깰 수 있도록 길이가 적당하면서 ‘딱하나만 더 해 볼까’하는 심리로 게임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와우는 내부 테스트를 엄격하게 거쳤다. 아직 직원들이 온라인게임의 패러다임을 몰랐기 때문에 테스트는 더욱 까다롭게 진행됐다. 게임의 진입장벽도 낮추고, 캐릭터 성장방식도 바꿨다. 다른 게임은 레벨을 다 올리면 시시해지지만, 와우는 만렙 이후에 진짜 게임이 시작 될 정도로 콘텐츠가 많다. 물론 워크래프트가 물려준 스토리의 유산은 고스란히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켰다. 2005년 5월,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정식서비스 됐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판타지 벨트!


“어느 날 회사 창업자 앨런 애덤이 우리 팀을 격려해준다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언젠가 이 게임은 월정액 이용자가 백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요. 그 당시 우리는 피식 웃고 말았죠. 우리가 만들던 게임이 그 열 배인 천 만 명을 넘는 게임이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거든요.”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석 프로듀서 알렌 블렉

미국의 와우 돌풍은 엄청났다. 블리자드의 첫 번째 온라인게임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 시켰다. 서버가 열리자 몰려드는 유저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픈 때 사용할 서버 20대 외에 20대를 따로 비축해 놨지만, 24시간 만에 40대 서버를 풀 가동시켜야 했다. 1년 치 서버를 하루 만에 써버린 것이다. 블리자드는 혼비백산했다. 와우 수석 개발자 알렌블렉은 이때를 회상하며 “게임의 인기를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다고 밝혔다. 와우의 성공으로 블리자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이름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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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는 서양식 RPG의 무덤이라는 한국과 중국에서 성공하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MMORPG 지존으로 등극했다.>


와우는 바다 건너 아시아시장도 평정했다. 당시 아시아시장은 서양게임의 무덤으로 통했다. [에버퀘스트], [울티마온라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등 와우 이전에도 수많은 명작 들이 문을 두들겼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레벨노가다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스토리를 살린 와우의 게임성은 충격이었다. 촘촘하게 설계된 퀘스트와 장대한 스토리, 광활한 인던까지…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즐길 콘텐츠가 무궁무진했다. 2005년 1월, 와우는 한국에 오픈되자마자 엄청난 광풍을 몰고 왔다. 서비스 초기에는 다소 비싼 요금으로 원성을 들었지만, 곧 가격을 인하하면서 인기를 회복했다.

한국을 거쳐 중국에서도 대박을 쳤다. 중국에선 동접자 100만 명 이상 몰리면서 글로벌 게임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후 많은 국산 MMORPG가 ‘한국형 MMORPG’의 틀을 깨고 와우 같은 퀘스트와 스토리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처럼 와우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거대한 판타지 벨트를 형성했다. 판타지의 고전 [반지의 제왕]도 이루지 못한 기념비적인 성과다.


천만 제국의 탄생, 불타는 성전


“많은 유저들이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플레이했고, 프로즌 쓰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죠. 우리가 할일은 다시 RTS 게임의 미션들로 돌아가 그 때 일어났던 일들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 검토하는 것이죠. 워크래프트의 스토리가 얼마나 충실하게 와우의 세계에서 펼쳐지는지를 바라보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죠.”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석 디자이너 코리 스탁턴(IGN 인터뷰 중)

‘불타는 성전’의 오프닝 영상이 공개됐을 때,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영상 끝부분에서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고 포효 할 때는 정말이지 머리가 쭈뼛 서는 전율을 느꼈다. 앞으로 펼쳐질 엄청난 이야기로 가슴이 벅찼다. 2007년 와우의 첫 확장팩이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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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성전 확장팩에 추가된 종족 블러드엘프(좌)와 드레나이(우). 종족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블리자드는 2년마다 확장팩 하나씩을 추가하며 세계관을 넓혀 나갔다. 쉽게 말해 미드의 시즌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각각의 확장팩은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주제가 바뀐다.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은 아제로스를 침략하려 하는 ‘불타는 군단’을 막는 이야기다. 기존 와우의 배경인 아제로스에서, 오크의 고향이었던 ‘아웃랜드’가 확장됐다. 종족도 드레나이와 블러드 엘프가 추가됐다. 비운의 캐릭터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메인으로 등장한다.

‘불타는 성전’은 그 명성답게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발매 첫날 200만장이 넘게 팔려 가장 빨리 팔린 PC게임으로 기록됐다. 2008년 1월에는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천 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기록을 경신했다. 불타는 성전은 그 인기만큼이나 말도 많은 시리즈였다. 한국에선 심의문제가 걸려 미국보다 한 달 늦게 서비스 됐다. 또, 오크의 고향인 ‘아웃랜드’의 설정이가 워크래프트 설정과 일치하지 않아 혼란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일리단을 너무 빨리 죽였다는 이유로 ‘불타는 성전’을 최악의 확장팩으로 꼽는 유저들도 많다. 어쨌든 와우는 ‘불타는 성전’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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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주인공 ‘일리단 스톰레이지’. 비록 악당이지만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다.>



시리즈 최고의 전성기! 리치왕의 분노


“하지만 아들아, 진정한 승리란 백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란다. 기억하거라. 나의 시대가 끝나는 그날, 너는 왕이 되리라”
- 테레나스 왕의 독백(리치왕의 분노 오프닝 무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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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왕의 분노. 자신의 왕국을 파멸시키고 노스렌드를 지배한 리치왕 아서스. 시리즈 사상 최고의 캐릭터다.>


2008년 11월, 팬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리치왕’이 강림했다. ‘불타는 성전’을 성공시킨 블리자드는 또 한 장의 비장의 카드 ‘리치왕의 분노’를 발매했다. 이 게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아제로스 북쪽에 위치한 노스렌드가 배경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노스렌드의 광활한 평원은 사람들의 모험심을 자극했다. ‘죽음의 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추가됐고, 리치왕과의 전투도 스펙터클하게 표현했다. 각 종족의 탄생에 대한 비밀과 고대신에 대한 스토리도 공개되어 시리즈 중 가장 잘된 확장팩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하이잘산 전투’, ‘스트라솔름 학살’ 등 워크래프트 시절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현해 볼 수 있는 ‘시간의 동굴’ 등 깨알 같은 콘텐츠들도 추가됐다. 전작이 공대위주의 높은 난이도를 보였다면 이번 작품은 초보유저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 ‘리치왕의 분노’는 와우 확장팩 중 가장 성공한 타이틀로 평가받는다. 발매 당일 270만장을 판매해 2년 전 ‘불타는 성전’이 세운 기록을 경신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블리자드는 연매출 1조 5천억 원을 벌어들였고, 최다 이용자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어떤 훌륭한 왕도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다!” 아서스의 유언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리치왕의 영광 뒤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시절부터 쌓아왔던 이야기의 힘을 너무 빨리 소진해 버렸다. 특히 게임의 핵심 인물들이 마치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듯 죽어나가는데, 이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죽음의 성전에선 ‘킬제덴’과 ‘일리단’을 죽이더니, 리치왕에선 ‘켈투자드’와 ‘아서스’까지 최후를 맞았다. 특히 아서스를 너무 빨리 죽인 건 실수라는 지적이 많다. 리치왕 아서스는 시리즈를 통틀어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아서스의 존재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퇴장하면서 게임의 스토리는 힘이 빠진 느낌이다. 필자 또한 아서스가 너무나 허망하게 죽어 나가는 장면을 보고 와우를 당분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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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스의 최후. 아버지 테레나스의 영혼이 나타나 그를 위로한다. 볼바르의 희생으로 리치왕의 힘을 봉인한다.>


견고했던 아시아 시장에도 균열이 생겼다. 그 징조는 전초기지 한국에서 시작됐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나오면서 와우의 인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시장 중국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리치왕의 분노'는 중국에서 심의보류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비스 업체를 더나인에서 넷이즈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블리자드는 더나인과 법적분쟁에 휘말렸다. 결국 넷이즈로 바뀌고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인기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당시 와우는 마치 폭주기관차 같았다. 핵심 콘텐츠를 너무 빨리 소모하다보니 다음 확장팩에서 써야 할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잠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리치왕이 죽자 그의 아버지 테레나스의 영혼이 나와 이렇게 말한다. “어떤 훌륭한 왕도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단다.” 그러자 아서스는 “이제 제가 가야 할 곳은 끝없는 어둠뿐이군요.”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어쩌면 죽은 아서스가 와우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언일지도 모른다.


3세대 영웅들의 미완의 혁명, ‘대격변’


“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창조의 욕구가 큽니다. 물론 기존의 콘텐츠가 사장되거나 소모되는 것은 아쉽지만 게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격변’ 수석 레벨 디자이너 제시 맥크리(2010년 블리츠컨 인터뷰 중)

와우가 달라졌다! 2010년 12월 와우는 ‘대격변’이란 타이틀로 돌아왔다. 출시 하루 만에 330만장을 팔아치우며 흥행에 성공했다. 늑대인간과 고블린 종족이 새롭게 합류했다. 아제로스 대륙이 데스윙의 공격을 받고 대격변을 맞는 다는 내용이다. 아이템 능력치나 전투 시스템 등을 완전히 바뀌었고, 데스윙이란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콘텐츠의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격변은 시스템적인 ‘격변’은 있었지만, 유저의 마음을 ‘격동’시키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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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왕이 죽은 후, 아제로스는 데스윙의 공격으로 대격변을 맞는다. 규모면에서 최고의 확장팩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변화시켜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람들은 데스윙의 엄청난 위용에 흥분했지만 얼마 안가 시들해졌다. 너무 많이 뒤집어엎은 게 화근이었다. 일단 주요인물들이 완전 교체됐다. 전작에서 일리단, 아서스 같은 주요 인물들이 죽어 없어졌고, 그나마 남은 영웅들도 현역에서 물러났다. 아서스와 함께 시리즈의 주인공격인 스랄도 호드의 대족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가로쉬 헬스크림이란 인물이 그 뒤를 이었다. 새로 추가된 늑대인간 종족도 기존 와우의 역사로 본다면 뜬금없다는 지적이다. 시스템 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다. 고렙 콘텐츠가 빈약해 그동안 와우를 즐겼던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격변 이후 와우의 상승세는 꺾이기 시작했다. 서버인구가 감소했고, 게임에 대한 평가 또한 호불호가 갈렸다. 결국 몇 년간 지켜왔던 북미 온라인게임 1위 자리를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신참내기에게 내어줘야 했다. 와우는 ‘대격변’을 통해 워크래프트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 했다. 그래서 워크래프트 시대의 인물들을 배제하고 신인들을 내세웠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는 미숙했다. 부모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세대들의 성장 통을 보는 듯했다.


와우의 성찰 “우리는 왜 싸우는가?” 판다리아의 안개


“우리가 왜 싸우냐고? 낙엽이 왜 떨어지냐 묻는군.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진정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걸세. 무엇이 싸울 가치가 있는가!”
- 판다리아의 안개 오프닝 영상 중(판다렌의 대사)

2011년 블리즈컨에서 ‘판다리아의 안개’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건 와우가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 눈앞에 펼쳐졌다. 장엄한 아제로스의 성곽대신 동양풍의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더 가관인건 워크래프트 세계에서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급인 ‘판다렌’이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승려와 비슷한 ‘수도사’라는 직업이 새롭게 추가됐으며, 새로운 전장들이 업데이트 됐다. 서로 다른 서버의 유저들끼리 지역을 공유 할 수 있는 서버간 지역공유 시스템도 추가됐다. 4번째 확장팩 ‘판다리아의 안개’는 와우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다. 전작인 ‘대격변’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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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4번째 확장팩 ‘판다리아의 안개’. 분위기가 너무 많이 달라져 팬들에게 충격을 준 작품이다.>


당연히 발매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커뮤니티에선 ‘쿵푸팬더 온라인이냐?’, ‘게임 그만 두겠다’, ‘와우는 죽었다’ 같은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심지어 배경을 동양풍으로 바꾼 이유를 중국시장에 잘 보이기 위한 상술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중국시장에 잘 보이려고 게임의 정체성까지 바꿀 만큼 블리자드는 하수가 아니다.

필자는 ‘대격변’을 통해 얻는 와우의 새로운 비전이 ‘판다리아의 안개’에 투영됐다고 본다. 대격변이 무언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여유와 성찰이 녹아있다. 대표적으로 게임 안의 유머와 패러디가 그렇다. 게임은 코믹적인 요소가 곳곳에 흘러넘친다. 심지어 이전 작품들을 패러디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오프닝 영상은 그 유명한 [워크래프트3] 오프닝을 패러디 한 것이다. 워3 오프닝에선 인간과 오크가 서로 싸우다 불타는 군단의 습격을 받고 죽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과 오크가 싸우는 설정은 똑같지만 ‘불타는 군단’의 무지막지한 공격대신, 우스꽝스러운 판다렌이 난입해 ‘무엇이 싸울 가치가 있는가!’라고 훈계한다. 어쩌면 이 대사야 말로 동양으로 무대를 옮긴 와우의 변화를 설명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지난 20년간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처절한 싸움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와우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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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족 판다렌과 수도사 직업이 추가됐다. 분위기를 완전히 동양풍으로 바꾸었다.>



새 시대, 새 영웅을 기다리며

올해 블리즈컨 2013에서 와우의 새로운 확장팩이 공개된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와우를 꾸준히 지켜본 팬으로써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와우의 역사도 진화했다. [워크래프트1], [워크레프트2]에선 1세대 영웅들의 시대였다. 이들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서로를 증오했다. [워크래프트3]에선 ‘스랄’과 ‘아서스’로 대표되는 2세대 영웅들이 나온다. 이들은 1세대 영웅과는 달리 지극히 인간적이다. 욕망과 분노, 배신과 복수와 명예와 화해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이때부터 와우는 [반지의 제왕]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판타지의 서사를 보여주었다. ‘판다리아의 전설’에선 3세대 영웅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조명 받지 못한 캐릭터들을 파격적으로 발탁해 메인 무대에 새웠다. 과연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영웅들이 와우의 역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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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업데이트 된 오그리마 공성전, 스랄을 이어 호드의 대족장이 된 가로쉬 헬스크림이 보스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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