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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테프트 오토(이하 GTA)]는 두 가지 이름표가 따라다닌다. 폭력성 강한 최악의 ‘문제작’이자, 게임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다. 한쪽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폭력게임의 대명사로 불리고, 다른 한 쪽은 천만 장 이상 판매되는 메가 히트게임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GTA’란 이름만 언급해도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누구나 친숙한 대중적인 성인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케이블TV의 한 오락프로에서 GTA를 패러디한 코너가 등장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GTA는 세계 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오픈월드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비디오게임 표현의 한계를 한 차원 높였다. GTA 만큼 다른 게임들에 영향을 준 타이틀도 드물 것이다. GTA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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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역사상 최악의 문제작이자 최고의 흥행작인 GTA 시리즈. 사진은 GTA5.>



하우저 형제, 기타 대신 게임을 잡다!

GTA 시리즈는 락스타게임즈를 창립한 하우저 형제가 만들었다. 형 ‘샘 하우저’가 락스타 대표를 맡고, 동생 ‘댄 하우저’는 부사장이자 GTA의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지금은 성공한 개발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20년 전만해도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태어난 하우저 형제는 재즈클럽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라난 환경 덕분인지 그들은 음악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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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시리즈를 개발한 락스타게임즈의 하우저 형제. 형 샘 하우저(왼쪽)와 동생 댄 하우저. (출처: 디스이즈게임)>


젊고 혈기왕성한 그들은 고리타분한 재즈 대신, 80년대 유행한 록음악과 힙합에 관심을 가졌다(록음악을 너무나 좋아해 게임회사도 락스타게임즈라 지었다고 한다). 그들은 지인들과 록그룹을 결정할 정도로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우저 형제는 음반사 BMG 뮤직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뮤지션들을 스카웃하고 음반계약을 맺는 일을 맡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한다. 1993년, BMG그룹은 BMG인터렉티브라는 게임회사를 차렸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온 하우저 형제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1990년대는 문화의 황금기였다. 특히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산업이었다. 하우저 형제는 이때가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들은 음악과 게임을 접목시킨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 위해 BMG인터렉티브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BMG에서 유통하는 게임은 대부분 허접한 삼류게임이었다. 하우저 형제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며 때를 기다려야 했다. 아직 그들은 GTA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게임의 신’에게 거절당한 사나이

여기 한명의 사나이가 있다. 데이비드 존스. 초창기 GTA를 기획한 또 하나의 주역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게임을 직접 만들 정도로 촉망받는 프로그래머였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몇 군데 게임개발사에 취업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다. 1987년 그는 ‘DMA 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3번째 작품 [레밍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일렬로 행군하는 작은 캐릭터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끌어야 하는 퍼즐게임이다. [레밍즈]의 성공으로 그는 촉망받는 개발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닌텐도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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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의 골격을 만든 데이비드 존스와 그가 만든 퍼즐게임 레밍즈.>


DMA디자인은 닌텐도64 동시발매 타이틀을 개발하게 됐다. 이것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데이비드 존스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유저가 게임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오픈월드게임이다. 그는 우주를 배경으로 외계인과 인간의 전투를 그린 [바디하베스트]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그래픽도 풀 3D로 제작됐다. 특히 이 게임은 자유도가 높다는 게 특징으로 GTA의 조상과도 같은 게임이다. 독창성으로 보나, 완성도로 보나 [바디하베스트]는 닌텐도 게임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바로 게임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가 승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미야모투 시게루는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라 가족용 게임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닌텐도에서 미야모토 시게루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닌텐도는 수정을 요구했지만 데이비드 존스는 거부했다.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닌텐도64 동시발매는 좌절됐다.

혹자는 만약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 게임을 승인했다면, GTA가 닌텐도에서 나왔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데이비드 존스가 승복하지 않을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닌텐도의 정서와 GTA의 정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관계다. 어쩌면 이후 수많은 비난과 탄압을 받으면서도 게임성을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GTA의 뚝심은 여기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닌텐도에게 퇴짜 당한 데이비드 존스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하우저 형제와 만났다. 하우저 형제는 데이비드 존스가 기획한 [레이스 앤 체이스](GTA의 전신)라는 작품을 보고 무릎을 쳤다. 완벽한 자유도에 과감한 표현, 그들이 평소 꿈꿔왔던 게임과 일치했다. 데이비드가 기획했던 자유도 높은 게임 디자인은 하우저 형제의 감각적 연출력과 만나 완벽한 오픈월드게임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에 휘몰아친 GTA 열풍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차원이 다른 폭력, GTA가 욕먹는 이유


“나에게는 좋은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이 있고, 멋진 오토바이와 개인 락밴드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는데 충분하죠. 성공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게임을 만들 때 ‘성공하는 게임’보다는 ‘튀어 보이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샘 하우저(영국 게임매거진 GMR 인터뷰 중)

어쨌든 하우저 형제의 ‘BMG인터랙티브’와 데이비드 존스의 ‘DMA디자인’은 서로 의기투합한다. 성공하는 게임보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 33개월 만에 게임개발을 마무리하고, 1997년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란 제목으로 첫 작품이 출시했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는 미국 사법당국에서 쓰이는 자동차 절도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GTA 1편은 고전적인 탑뷰 시점으로 제작됐다. 주인공이 차를 훔쳐 타고 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설정은 1편부터 확립됐다. 유저는 갱 조직의 일원이 되어 보스의 지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리버티 시티’, ‘산 안드레아스’, ‘바이스 시티’ 등 이후 작품에서 나오는 지명들이 1편에서 모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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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1편. 2D 그래픽의 고전적 탑뷰 시점으로 제작됐다.>


GTA는 흥행여부를 떠나, 폭력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GTA에 묘사된 폭력은 이전 게임과는 차원이 달랐다. 폭력의 동기가 반사회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둠]이나 [모탈컴뱃]처럼 이전에도 폭력적인 게임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폭력이다. GTA처럼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게임은 없었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내용도 ‘폭력게임’으로 낙인찍힌 원인이다. 자유라는 명목 하에 경찰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게임내용은 정치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GTA의 폭력은 당시 사회의 가치관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용서 받지 못할 게임!

먼저 고향인 영국에서 난리가 났다. 이어 독일, 프랑스에서도 게임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호주나 브라질에서는 판매금지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제도권의 비판과는 달리, 실제 게임을 해본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그래픽은 별로지만, 자유도 하나만은 다른 어떤 게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정해진 시나리오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때부터 GTA는 마니아게임으로 입지를 굳혔다. 하우저 형제는 GTA의 확장팩 [GTA: 런던 1969]를 발매했다. 1969년 런던을 배경으로 당시 차량과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무대를 런던으로 옮긴 이유는 아무래도 하우저 형제의 고향이 영국이기 때문일 것이다(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은 고국인 영국 정부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두 번째 확장팩인 [GTA: 런던 1961]은 무료로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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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시민을 죽일 수 있다는 설정은 당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전작을 넘지 못한 후속작! GTA의 위기

1편에서 자신감을 얻은 하우저 형제는 후속작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2편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GTA의 골격을 만든 ‘데이비드 존스’가 프로젝트에서 손을 땐 것이다. 회사의 잦은 인수합병에 피로감이 쌓였고, 외부의 비난도 부담이었다. 폭력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는 타이틀은 아무래도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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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2, 세세한 부분 콘텐츠가 추가됐지만 전작을 뛰어넘진 못했다.>


결국 그는 GTA2 기획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났다(이후 데이비드 존스는 한국 게임사 웹젠과 GTA의 온라인판 ‘APB’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한다). 회사에 남은 하우저 형제는 본사를 뉴욕으로 옮기고, 회사 이름도 ‘락스타 게임즈’로 바꾸었다. 1999년, GTA2가 발매됐다. 2편은 신뢰도 개념이 도입되어, 조직의 신뢰를 쌓을수록 보상도 높아진다. 또한 낮과 밤의 개념을 도입했고, 다른 범죄조직과 전쟁을 치루는 등 전략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참신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2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단 전작에 비해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픽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1편의 탑뷰 시점은 그대로였다. GTA2는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 후속작으로 남게 됐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샘은 게임의 총괄 디자인을 맡고 동생 댄은 스토리와 시나리오, 대사, 심지어 성우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게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GTA3’는 그렇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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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드림캐스트용으로 발매된 GTA2 패키지 커버.>



희대의 명작 GTA3와 911테러


“우리는 영국에서 게임을 처음 만들어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시장은 달랐죠. 세계 제일의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형태의 GTA가 필요했죠.”
-댄 하우저

GTA3가 출시된 2001년은 게임사 50년을 포함해, 세계사적으로 잊지 못할 한해다. GTA3은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그래픽부터 3D로 환골탈태했다. 마치 실제 도시를 돌아다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GTA3는 ‘리버티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리버티 시티’는 실제 뉴욕을 그대로 압축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거대한 도시를 로딩 하나 없이 표현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놀랄만한 일이었다. GTA 시리즈는 3편에 이르러서 오픈월드의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밤낮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날씨의 변화도 표현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행인들과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 등 NPC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있는 도시를 표현했다. 은행털이 도중 애인에게 배신당해 감방 신세를 지게 된 ‘클라우드’라는 범죄자의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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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게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GTA3. 게임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GTA3는 2001년 9월 발매될 예정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발매 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911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뉴욕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리면서 세계역사는 소용돌이 쳤다(사실 락스타 사무실도 테러 발생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락스타는 고민에 빠졌다. 전 세계가 애도의 물결로 가득 찬 이때, 게임 하나 잘못 내놓으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된다. 샘은 게임발매를 3주 연기하고, 콘텐츠를 꼼꼼히 재검토했다. 특히 문제될 소지가 있는 내용들을 전부 수정했다. 예를 들어 게임 속 경찰(LCPD)이 실제 뉴욕경찰(NYPD)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데, 이를 모두 수정했다. 원래 GTA3에도 비행기가 있었으나, 911 이후 비행기 관련 콘텐츠는 모두 제외시켰다. 비행기가 빌딩에 부딪히는 끔찍한 장면을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어린아이와 노인에게 폭력을 가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과도한 신체훼손을 자제하고, 폭력장면도 순화시켰다. 정치인의 온갖 비난에도 꿈쩍 안했던 GTA가 911의 비극 앞에서는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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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도 제도권을 향한 무차별 폭력은 여전하다.>


그렇게 GTA3는 2001년 10월 세상에 나왔다.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3편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게임에 대한 평가도 극찬이었다. 완성도, 독창성, 흥행성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GTA3는 단 두 달 만에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엄청난 인기에 비례해 비난도 만만찮았다. 시리즈 특유의 폭력성은 여전히 문제가 됐다. 3편은 폭력과 성에 대해서도 과감한 입장을 취했다. 독일, 한국, 호주 등의 여러 국가에서 발매금지됐고 언론에서도 게임의 폭력성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닥칠 고난의 시작에 불과했다.


바이스 시티와 총기사고

911이 GTA3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후 미국의 사회문제로 떠오른 총기난사사건에서 GTA는 항상 원인제공자의 오명을 받아왔다. 2002년 락스타는 GTA3의 확장팩 개념인 [GTA: 바이스시티]를 내놓았다. 우중충한 뉴욕 거리를 벗어나 밝고 화사한 마이애미가 배경이다. 기본적으로 GTA3의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추가됐다. 전작에서 뺄 수밖에 없었던 헬리콥터와 오토바이가 추가됐다. 80년대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보다 자연스럽고 화사하게 업그레이드 됐다. 3편이 영화 ‘대부’ 같은 고전 갱스터 무비의 느낌이라면, 바이스시티는 ‘카지노’, ‘좋은 친구들’, ‘스카페이스’ 같은 현대 갱스터무비와 비슷한 분위기다. 실제로 개발자들은 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갱스터 영화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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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GTA: 바이스시티’>


바이스 시티는 무난히 흥행에 성공했다. 2002년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게임에 올랐고, 2006년 북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중 최다 판매타이틀로 선정됐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2003년 미국 테네시주 뉴포트에 사는 미성년자 형제가 차를 타고 다니면서 행인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GTA를 흉내 낸 모방범죄라고 발표하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출신이자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힐러리클린턴’은 언론을 통해 GTA를 맹비난했다. 그는 “아이들이 매춘부와 성관계를 맺고 살인하는 비윤리적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미국이 지켜왔던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GTA는 단순한 ‘폭력게임’의 차원을 넘어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살인게임’으로 낙인찍혔다. 곧이어 미국에서 다양한 소송에 휘말렸다. 매스컴은 GTA를 동네북처럼 두들겨 댔고, 게임출시를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폭력성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미국도 이 정도인데 보수적인 독일이나 한국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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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시티에는 오토바이와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됐다.>



나쁜 놈도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GTA: 산안드레아스

락스타는 게임에 대한 세간의 비난을 뒤로하고, 후속작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4년 새로운 시리즈인 [GTA: 산안드레아스]가 세상에 나왔다. 전작 ‘바이스 시티’에서 6년 후의 이야기로,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갱단 조직원인 주인공은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리버티 시티(3편의 배경)에서 로스 산토스로 돌아온다. 그는 옛 친구들을 모아 갱단을 구성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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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산안드레아스.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


게임의 배경인 ‘로스 산토스’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을 모델로 제작된 가상의 도시다.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만큼 맵의 크기도 전작에 비해 3배 이상 넓어졌다. 시리즈 최초로 수영이 가능해졌고(전작들은 물에 빠지면 무조건 사망), 캐릭터 꾸미기 기능이 도입되어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식사와 운동량에 따라 캐릭터의 외모가 바뀐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을 다양으로 먹으면 캐릭터가 뚱뚱해 진다. 뚱뚱한 캐릭터는 이동속도가 느리고 능력에 제한을 받는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통해 살을 빼야 한다. 페스트 푸드로 인해 비만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미국사회를 교묘히 반영했다. 이 게임은 2천만장 이상 판매된 메가 히트를 기록했으며, 지금도 GTA 팬들에겐 중 최고의 시리즈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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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흑인 갱단 간의 전쟁을 다뤘다. 자전거도 탈 수 있고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산안드레아스’는 하우저 형제의 고국인 영국에서 대박을 쳤다. 영국 게임시장 최초로 200만장을 팔아치우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폭력게임’이라 비난했던 영국도 그들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GTA 시리즈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GTA: 어드밴스(GBA)’가 발매됐고, PSP용 ‘GTA: 리버티 시티 스토리즈(PSP)’와 ‘GTA: 바이스시티 스토리즈(PSP)가 출시됐다. GTA는 마니아용이 아닌, 대중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GTA 시리즈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풍자와 패러디, 더 강한 자극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GTA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빗나간 아메리칸 드림! GTA4 시리즈

구소련 어느 국가에서 밀입국선을 타고 몰래 입국한 한 불법이민자. 전쟁에 찌든 그는 과거를 버리고, 미국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부와 자유의 도시 미국. 리버티시티의 화려한 불빛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선 다른 삶을 살 수 있겠지...’ 항구에 도착한 그는 아메리카 드림의 첫발을 내딛는다. GTA4의 첫 장면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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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미국에 밀 입국한 불법체류자가 주인공이다. 사회비판적 요소는 더욱 강해졌다.>


2008년 출시된 GTA4는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전작의 성공으로 4편은 발매 전부터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성이다. 게임은 뉴욕 시내를 철저하게 재현해 놓았다. 뉴욕의 거리나 상가는 물론 건물 하나하나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게임을 하다보면 마치 실제 맨하탄 거리를 돌아다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벽이나 주변 사물에 몸을 숨겨야 하며, 자동차 운전도 사실적으로 디자인 됐다. 때문에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어려워 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4편의 장점은 스토리다. 범죄자의 이야기를 그린 전작과는 달리 불법 체류자인 주인공을 통해 미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시리즈 최초로 PC방이 등장해 게임 내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전작에선 공중전화로 미션을 받았다면 4편엔 휴대폰이 도입되어 쉽게 미션을 받을 수 있다. 당구장, 볼링장, 주점 같은 각종 유흥업소를 찾아다닐 수 있으며, 여자 친구도 사귈수 있다. 규모면에선 산안드레아스보다 작지만 디테일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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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자극적이고 사실적인 연출로 시리즈의 액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GTA4는 1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가,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들어간 게임으로 기록됐다. 그에 못지않고 흥행도 대박을 쳤다. 발매 첫날 360만장이 팔려 3억 1천만 달러의 수입을 벌었다. 첫날에 개발비를 완전 회수한 셈이다. 이는 헤일로3(1억 7천만 달러),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억 2천만 달러)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기록됐다(이 기록은 최근 출시된 GTA5가 갈아치운다). GTA4는 작년까지 총 2,500만장 이상 팔렸다.

GTA4는 두 개의 확장팩이 출시됐다. 첫 번째 확장팩 ‘더 로스트 앤 댐드’는 리버티 시티를 활보하는 오토바이 폭주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본편에서 서브 캐릭터로 등장하는 폭주족 보스 ‘죠니’가 주인공이다. 폭주족을 다룬 게임답게 강렬한 헤비메탈 음악이 압권이다. ‘딥퍼블’, ‘섹스피스톨’, ‘너바나’ 등 전설적인 록그룹의 음악을 원 없이 들을 수 있다. 뒷골목 양아치들의 일상을 다소 거친 화면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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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첫 확장팩, 더 로스트 앤 댐드. 빈민가 폭주족 갱단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두 번째 확장팩 ‘더 발라드 오브 게이 토니’는 밤거리를 배경으로 환락가의 다양한 사건들을 다뤘다. 주인공은 거대 나이트클럽 운영주 ‘토니’를 보좌하는 보디가드 역할을 맡게 된다. GTA4는 본편의 주인공과 확장팩의 주인공들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세 주인공들의 사연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 진다. GTA4의 성공으로 하우저 형제는 2009년 타임지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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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확장팩, 더 발라드 오브 게이토니. 도시의 환락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다뤘다.>



흥행성, 작품성 모두를 건져 올린, GTA5

2013년 9월 17일, 5번째 정식시리즈 GTA5가 나왔다. 5편은 하나의 세상을 통째로 모니터 속에 넣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임은 작정한 듯 엄청난 규모의 콘텐츠를 게이머 앞에 내밀었다. 일단 맵의 크기는 전작의 5배가 넘는다. 게이머는 주 무대인 ‘로스 산토스(산안드레아스의 배경)’에서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 골프, 테스트 등 각종 스포츠는 물론, 스카이다이빙, 스킨스쿠버 같은 레저 활동도 즐길 수 있다. 부동산 거래, 주식투자 같은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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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시된 GTA5. 게임사의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인공도 3명으로 늘었다. 각각의 주인공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캐릭터마다 특수한 능력이 있으며, 이들은 서로 협동해 은행털이 같은 미션들을 깰 수 있다. 시리즈 특유의 풍자와 유머는 더욱 빛을 발한다. GTA5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오픈월드게임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싱글미션을 클리어 하면 다시 온라인으로 로그인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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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이 워낙 방대해, 비행기를 타고 공중전까지 펼칠 수 있다. 경찰과의 추격전이 더욱 실감나게 표현됐다.>


GTA5는 역대 게임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물량이 모자라 팔수가 없을 정도다. 발매 3일 만에 전 세계 매출 10억 달러(약 1조 745억원)를 돌파하며 게임의 역사를 다시 썼다. 5년 전 GTA4의 기록을 새로 경신한 것이다. 반갑게도 GTA5는 국내에도 한글화 되어 동시발매 됐다. 과거, 폭력게임으로 낙인찍혀 심의조차 받기 어려웠던 엄혹한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위선적인 세상, 마음껏 비웃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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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5 트레일러에 묘사된 미국 정치인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게임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말초신경만 자극하진 않는다. 깨알 같은 풍자와 패러디로, 자신을 비난한 사회를 오히려 비웃는다. 게임에는 미국 사회의 각종 문제의식들이 담겨있다. ‘바이스 시티’는 미국 상류층들의 부패와 타락상을 다뤘다. ‘산안드레아스’는 흑인 슬럼가를 배경으로 미국사회의 뿌리 깊은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뤘다.

4편은 미국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불법 체류자 문제를 다뤘다. 구소련 국가에서 불법 입국한 주인공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깨닫는 과정에서 빈부격차, 총기소유 합법화 논란, 무능한 경찰과 탐욕스러운 무기상 같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꼬집었다. 최근 출시된 5편은 대놓고 정치인들을 비꼬는 장면이 나온다. 게임에서 전직 스턴트맨 배우 출신의 주지사 후보가 우스꽝스러운 공약으로 자신을 뽑아달라고 하는데, 얼마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맡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그는 주지사 시절, 폭력게임을 근절하기 위해 비디오게임 유통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게임을 하면서 이런 깨알 같은 패러디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류인생들을 삶을 대변하다


“GTA 시리즈는 시대마다 다른 미국의 문화상을 담았습니다. 주로 상류층이 아닌 중하류 층의 인간상을 그렸죠.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락스타게임즈 대표 샘 하우저

GTA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탁월하다. 주인공들은 범죄자, 흑인, 불법체류자 등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인간들이다. 그들의 통해 미국 중하류 층의 힘겨운 일상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산안드레아스’의 주인공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들에게 강제 연행되어 고초를 겪는다. 4편의 화법은 더 직설적이다. 이민자를 등쳐먹는 사채업자들, 그 위에서 돈을 갈취하는 범죄 집단, 또 이들을 조종하는 부패한 관료까지, 현재 미국사회의 문제를 직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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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5의 세 주인공. 사이코 패스 트래버(오른쪽), 순진한 흑인청년 프랭클린(가운데), 중년의 가장 마이클(왼쪽)>


5편에선 미국 중산층 가족들의 해체를 다뤘다. 주인공 마이클은 미국의 전형적인 중년 가장이다. 평생 가족들을 부양했지만 남은 건 그들의 외면과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 없다. 바람난 아내와 철없는 딸, 사고뭉치 아들을 말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이 코믹하게 묘사됐다. 게임은 스트레스에 찌든 마이클이 정신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GTA 시리즈에선 멋지고 잘생긴 주인공이 없다. 세상을 구원하는 히어로도 더더욱 없다. 우리 주변의 하류인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무지막지한 폭력이 연출되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정서는 시대의 아픔을 아우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GTA의 폭력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회가 깨끗하다면, 게임에 돌을 던져라!

요즘도 우리 사회는 폭력성, 중독성 들먹이며 게임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GTA는 자신에게 돌팔매질 하는 사회를 향해 이렇게 질문한다. “현실이 더 폭력적일까? 아니면 게임 속에 비친 현실이 더 폭력적일까?”. 게임은 우리 사회의 이면을 마치 거울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점점 잔인해지고 있는 강력범죄, 이웃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이주 노동자들을 배척하는 이기주의, 다른 사람의 사생활마저 파괴하는 인터넷 폭력까지, 어쩌면 우리는 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현실에 길들여져 있는지 모른다. 과연 우리가 GTA에 돌팔매질 할 자격이 있을까? 게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만약 거울에 추한 모습이 비추었다면, 거울을 깨기보다 그 속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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