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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인트로 화면.

“도스 시절에 [울펜슈타인]을 하다가 [둠]이 나왔는데, 당시에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FPS 원조인 최강 게임 [둠]과 id소프트웨어를 영원히 좋아한다.”

한 게임 사이트에 한 유저가 올린 [둠(Doom)]의 찬사 글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FPS(First Person Shooter)라는 용어보다는 ‘둠 같은 게임’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일 정도로, [둠]은 1인칭 슈팅게임(FPS) 장르를 개척한 게임이다. 또한, 각종 언론에서 “게임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둠]은 그래픽과 속도, 3차원 묘사, 네트워크 플레이 등 앞선 기술로 ‘컴퓨터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두 명의 존’ id소프트웨어 설립하다
[둠]을 개발한 id소프트웨어는 ‘두 명의 존’의 손에 1991년 설립됐다. ‘두 명의 존’은 바로 존 카맥(John Carmack)과 존 로메로(John Romero)다. 모두 게임 [던전 앤 드래곤]에 열광한 게임 광이었고, 부모가 이혼을 한 후 집을 도망쳐 나온 악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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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존 카맥<출처: (CC)Official GDC at flickr.com>, 존 로메로.<출처: (CC)John Romero at Wikipedia.org>



특히, 존 카맥은 컴퓨터가 갖고 싶어서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려다가 발각돼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했던 악동 중의 악동이었다. 그는 게임 [울티마]에 감동해 개발자 길을 결심, 오로지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 그런 그를 영입한 사람이 당시 소프트디스크사 게임 개발 책임으로 있던 존 로메로다. 로메로가 세 살 연상이었지만 둘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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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맨더 킨5] 인트로 화면.



그러다 카맥이 짬짬이 개발한 한 게임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꿨다. 이 게임은 카맥이 개발한 PC에서의 횡 스크롤 그래픽 기술을 적용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3]를 PC로 구현한 게임이었다. 카맥과 로메로는 닌텐도에 PC 컨버전 게임 제안을 했지만, 닌텐도는 ‘콘솔 게임기에 집중하기 위해’라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후에 인터넷에 게임을 배포-판매하는 셰어웨어 회사 어포지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개된 그 게임이 바로 [코맨더 킨]이다. 횡스크롤 액션게임 [코맨더 킨]은 인터넷에 업로드되자마자 인기 폭발이었다. 3~5%만 유료결제를 했지만 몇 달 안에 무려 15만달러 수익을 냈다.

이때 로메로는 카맥에 창업을 제안한다. 이렇게 ‘두 명의 존’을 주축으로 id소프트웨어가 1991년 탄생된다.


FPS 교과서 [둠]이 탄생하기까지
id소프트는 1991년 3D 그래픽 기술을 적용한 [호버탱크 3D]와 [카타콤3D]를 내놓았지만, [코맨더 킨]의 성공에 미치지 못했다. ‘두 명의 존’은 실패 이유를 그래픽과 기획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생체 실험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무스 소프트웨어의 1981년 액션 어드벤처 게임 [울펜슈타인성]을 3D로 리메이크하기로 하고 부도난 무스 소프트웨어에서 판권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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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타인성3D] 1인칭 슈팅 장르를 전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1992년 도스 버전으로 출시된 [울펜슈타인성 3D(Wolfenstein 3D)]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이 게임만 한다”고 일반 회사에서까지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또한, 한 셰어웨어 잡지로부터 “이 게임은 전자오락을 제치고 쌍방향 영화에 한발 더 접근했다”고 격찬을 받을 정도로, 1인칭 슈팅 장르를 전세계에 알린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울펜슈타인성 3D]는 세상을 놀라게 할 [둠]의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둠]은 1993년 공개된다. [둠]은 북미와 유럽에서만 1,500만장 이상이 판매되며 FPS 대중화 시대를 활짝 피웠다. 다른 FPS게임 전체를 ‘둠 같은 게임’ 또는 ‘둠을 따라한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전설의 게임으로 등극했다.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FPS하면 [둠]을 떠올릴 정도로 ‘FPS 교과서’가 되었다.


[둠]은 어떤 게임인가?
[둠]은 게이머가 1인칭 시점으로 지옥으로부터 온 악마들을 처치하는 공상 과학 호러를 주제로 한 FPS 게임이다. 무자비한 학살을 모토로 게이머들의 악마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해괴망측한 괴물들이 달려들어 게이머의 총에 맞고 선혈을 온 화면에 튀기며 죽는 장면들은 공포 영화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둠] 이전에도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던 게임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게임도 [둠]처럼 빠른 속도와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FPS 장르의 몰입감은 카메라 시점과 인물 시점의 일치에서 비롯된다. 이를 통해 FPS는 게임공간을 모니터 너머의 세계까지 확장시킨다.”
- 이상우 게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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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게임 화면.



게이머를 단숨에 몰입시키는 [둠]의 우수한 게임성은 카맥이 직접 개발해 게임 제작에 도입한 ‘둠 엔진’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둠 엔진’은 [울펜슈타인 3D]의 엔진보다 3D 구현력이 뛰어나 더 실감나는 1인칭 화면을 구축했고, 게이머들은 보다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둠]의 매력은 많다. 샷건, 로켓 런처 등을 추가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확립했다. 복잡한 미로로 구성된 레벨 디자인과 네트워크 대전 시스템은 게이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데스매치’로 명명된 네트워크 플레이는 게임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게이머들이 인터넷에 접속해 4명까지 대전할 수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찍기 위해 유럽에 가 있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국에 있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매일 네트워크 연결해 게임을 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둠]은 영화 [에일리언]과 [이블데드2]에서 게임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와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는 [둠]의 제목에 대한 것이다. 카맥은 “[둠]은 영화 [컬러 오브 머니](1986)에서 당구 노름꾼 톰 크루즈 대사를 듣고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자신이 즐겨 쓰는 큐대를 검은 통에 챙겨 당구장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게이머가 묻는다. “거긴 뭐가 들었지?” 이때 크루즈가 통을 열면서 악마 같은 미소를 짓는다. “여기? 운명(Doom)이지.


[둠] 시리즈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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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시리즈 연대기. 기타 [둠] RPG와 휴대폰용 RPG, [둠] 보드게임이 있다.



[둠] 시리즈는 크게 3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1993년 빅히트를 기록한 [둠]이 있다. 배경은 화성의 위성 ‘데이모스’와 ‘포보스’다. 한 익명의 병사(둠가이)가 파병해 간다. 그곳에서 지옥에서 풀려난 악마들과 좀비들에 맞서 싸운다.

1994년 출시된 [둠2]는 배경이 지구다. 익명의 병사(둠가이)는 악마들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에서 싸운다. 하지만 [둠2]는 [둠] 엔진에 몇 개의 레벨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도 받았다.

2004년 출시된 [둠3]는 [둠]의 리메이크작이다. 하지만 차이점이 꽤 많다. [둠]은 원래 한 명의 사람이 적들을 대량 학살하는 게임이다. [둠3]은 호러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둠3]에는 PDA라는 기능이 있다. 배경은 ‘데이모스’와 ‘포보스’가 아닌 화성이다. 맵이 매우 어두워서 플래시라이트가 없으면 진행을 하기 쉽지 않아 팬들에게 조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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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둠2] 게임 화면. [둠3] 게임 화면.



카맥의 ‘해커윤리’
카맥은 고교시절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이라는 책을 만났다. 빌 게이츠, 리처드 게리엇, 스티브 잡스 등 컴퓨터광 ‘영웅’을 다루며 해커 윤리를 다룬 이 책은 카맥에게 “나도 이 사람들처럼 돼야지”라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훗날 게임 개발을 할 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id소프트웨어에서 존 카맥의 그래픽 기술들을 특허로 내려했는데, 이를 알아챈 카맥이 “특허를 낼 거면 회사를 관두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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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라이프]는 [둠] 개조툴로 게임을 개발하다 모인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다.



프로그래머로서 카맥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이처럼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공유하자”는 진정한 해커의 모습을 실천을 해서다. 그는 수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원천 기술 특허 등록을 포기했다. 또한 엔진과 함께 게임 개발 툴 소스도 공개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그의 게임 소스를 보며 3D 프로게이밍에 눈을 떴다”. 누구나 그 소스에 접근해 게임 캐릭터, 아이템, 배경과 스테이지 등을 자유자재로 변형(Modification, MOD)해 개발할 수 있었다. [하프라이프]는 [둠] 개조툴로 게임을 개발하다 모인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다.

이러한 카맥의 ‘해커정신’은 이후 [퀘이크]에서도 이어진다. 카맥은 진정한 3D 게임엔진의 시작을 알린 [퀘이크]의 게임툴과 소스 역시 공개해 역시 찬사를 받았다. id소프트웨어는 ‘게임엔진 판매’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도 선보였다. [퀘이크] 엔진으로 상용게임을 만들 경우 로열티를 받는 식이었다. 최고 기술 엔진을 구입한 개발사가 자신만의 재미 요소를 추가하는 ‘윈-윈’ 모델이었다. 만약 카맥이 3D 그래픽 기술을 특허로 걸어놓았다면 전 세계 게임 그래픽 기술은 어쩌면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과 재미 놓고 티격태격 ‘두 명의 존’ 결별
[둠] 성공 이후 세계 게임업계는 id소프트웨어와 ‘두 명의 존’에 주목했다. 둘은 모두 페라리를 타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그들은 반바지와 긴머리 차림에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오직 게임 개발에 미쳐있는 천재로, 마치 ‘록스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두 명의 존’의 행복도 오래가지는 못했는데, [퀘이크2]를 제작할 무렵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카맥의 지휘 아래 개발됐던 FPS 게임들은 하나같이 전체적인 완성도와 기술력 면에서는 최고다. 하지만 스토리는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했다. 신동 프로그래머로 유명했지만 그는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당시, 카맥에게 스토리는 그저 게임의 설정을 위한 구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동업자였던 존 로메로는 생각이 달랐다. 게임 디자이너였던 그는, 게임 디자인과 스토리에 힘을 기울여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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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크] 커버.



이런 갈등은 요즘도 여러 게임 제작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로메로는 화려함을 추구했고, 카맥은 속도를 지향했다. 카맥은 속도를 떨어뜨리는 화려함은 거부했다. 더구나 로메로는 ‘게임 디자인은 법’이니 프로그래머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의였다. 이런 식으로 카맥과 반목하던 로메로는 [퀘이크2] 발매 후 퇴사한다.

이후 로메로는 아이언 스톰이란 회사를 다른 사람과 공동 창업해 야심작 [다이카타나]를 출시했지만 ‘최악의 게임 베스트10’에 선정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몽키스톤게임, 미드웨이게임, 쉽게이트 등에서 슈팅, 액션, 퍼즐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지만 번번이 무너지고 만다. 카맥은 [퀘이크3]로 성공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11년 15년 만에 직접 개발을 맡은 게임 [레이지(RAGE)]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물론 ‘두 사람의 존’ 나중에 화해했다.


논란 빚은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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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은 게임의 폭력성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둠]은 1인칭 시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방식이 게임의 폭력성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1999년 콜럼바인 고교에서 한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자신을 포함, 열다섯 명을 죽게 만들었다. 언론들은 용의자 관련 물건 속에 [둠] 로고가 있는 것을 발견 [둠]에 대해 융단폭격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게임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내용을 연설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 즈음 id소프트웨어는 그동안 셰어웨어 업체로만 유통을 고수하다 [둠2]를 월마트 유통도 같이 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월마트는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내용을 들어 주저했다. 이때 1994년 연방청문회가 열려 IDSA(쌍방향디지털소프트웨어협회, 현재 ESA)가 등장한다. 정부의 개입 여지를 없애고, 대형 기획사들이 전부 참여하는 게임 자율 규제기구였다. 이를 통해 영화업계와 유사한 등급제로 T를 십대(Teen), M을 성인(Mature)으로 하는 두 개의 등급이 마련되었다(후에 등급제는 좀더 세분화 된다).

사법부는 콜럼바인 사건에 [둠]이 영향이 컸다고 주장한 대형 소송 사건에 “이는 비극적인 상황이나, 이러한 비극들은 그 원인을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둠] 나온 지 20년 “[둠4]는 언제 나오나”
[스페이스인베이더]로 대표되는 전자오락 시대를 밀어내고 컴퓨터 게임시대를 열어젖힌 [둠]이 나온 지 올해 20년이 되었다. “두 명의 아웃사이더가 밑바닥에서 백만장자로 도약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상징인 [둠]은 개발자 ‘두 명의 존’에게 “너무 젊은 나이에 얻은 명성과 너무 빨라 찾아온 부 때문에 망가지게 되는 천재 일벌레들의 전형”으로 냉혹한 엇갈린 평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수식을 따라붙는 [둠]의 평가는 시간이 달라져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FPS는 그래픽이나 게임 플레이 방식이나 모두 [둠]에서 나왔고, 어떤 FPS라도 [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빌 게이츠가 꼽은 몇 안되는 천재인 존 카맥은 [둠]을 개발한 공로로 스물아홉 살에 게임 산업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쌍방향 예술-과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둠] 광신도를 자처하는 열혈마니아들은 예나 제나 “[둠4]는 언제 나오나”라고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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