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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크던 작던 꿈을 갖고 있다. 어릴 적 커서 무엇이 되겠다는 장래희망도 꿈이고, 지금 필자가 다음 주 월급날에 담당 아이돌의 의상을 사주겠다는 것도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꿈을 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역시 그랬다. 듀랑고는 어떤 꿈에서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은 어땠는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넥슨 왓스튜디오 양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강연 [꿈을 현실화하기 - '야생의 땅: 듀랑고'의 게임디자인 역사]에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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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왓스튜디오 양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임을 만들 때는 꿈을 갖고 시작한다. 흥행을 통해 유명 개발자로 소문나 명예를 얻는 게 꿈일 수도 있고, 게임으로 이루고 싶은 신념이나 자아 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게 꿈일 수도 있다. 또,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을 재현해보는 게 꿈일 수도 있고, 매출 역시 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꿈을 갖고 게임을 만들다 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가장 큰 것은 비용이고, 기술적 어려움이나 팀원과의 불화, 트렌드의 변화도 벽이 될 수 있다. 또, '나'의 변화로 인해 꿈을 이루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고,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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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명 디렉터는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듀랑고 런칭 뒤 인터뷰에서 '듀랑고는 당신이 꿈꾸던 게임이냐'는 고마운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은석 디렉터의 꿈이 훨씬 많이 반영됐지만, '듀랑고가 다른 게임에 비해 꿈과 로망을 많이 담은 게임이라는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듀랑고도 큰 꿈을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번 강연을 통해 처음에 어떤 꿈을 갖고 시작했는지 돌아봤다."라며 듀랑고의 꿈을 소개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화했는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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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머넌트한 MMO 월드
듀랑고의 첫 번째 꿈은 채널로 분리되지 않은 하나로 연결된 세계였다. 유저들이 어디나 개척할 수 있고, 정착촌과 도시가 생기고, 서로 영역 다툼을 하는 MMO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도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그래서 처음 시작은 '거대 대륙'이었다. 모두 한 대륙에서 플레이하는 것이었지만, 인구 밀도의 문제가 있어 유저 유입에 따라 신대륙을 출현시키는 '여러 대륙 모델'이 고안됐다. 하지만 '여러 대륙 모델' 역시 처음 생성된 대륙과 나중에 생성된 대륙의 차이에 따른 문제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야생에 조난당했다는 분위기를 깨는 것, 그리고 탐험에 필요한 땅이 부족해지는 현상이었다. 탐험하는 경험을 위해 땅을 계속 만들기에는 인구 밀도 제어가 힘들어지고, 오래된 대륙을 없애는 것은 유저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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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명 디렉터는 오래된 대륙을 없애는 것을 동물원에서 비버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댐을 허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유저의 표정도 저 비버처럼 될 것이라면서.

 

 

여기서 나온 게 정착지와 탐험지를 분리하는 개념인 '안정섬', '불안정섬'이었다. 이러면 사라지지 않는 안정섬에서 사유지를 만들어 정착하는 경험을, 주기적으로 생성됐다 사라지는 불안정섬에서는 탐험하는 경험을 줄 수 있었다.

 

'안정섬'과 '불안정섬'을 만들고나니 사유지 선점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다. 기존 유저가 좋은 땅을 모두 선점할 경우, 후발 유저들은 좋은 자리를 잡을 기회 자체를 가질 수 없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신규 유저가 처음부터 어떤 땅이 좋은 지 알 수 없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마을섬'에서 사유지와 관련된 게임 규칙을 배우고, '도시섬'에서는 마을섬에서 이사해 본격적으로 정착하는 경험을 주고자 했다.

 

이외에 '사유지 쟁탈전' 개념은 정착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PVP 지역 '무법섬'으로 풀었다. 영역 다툼을 통해 새로운 지도가 만들어지는 걸 원했지만, 정착지를 빼앗기는 경험을 잘 풀어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승명 디렉터는 "무법섬 외에도 정착지를 빼앗지 않는 선에서 유저간 상호작용으로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변화하는 환경
듀랑고는 '변화하는 환경'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요소를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생각을 그대로 구현해 인과율적인 환경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타일 단위로 비옥도를 계산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이나 식물과 동물, 동물과 동물 간의 먹이 사슬 등이 그대로 구현됐다. 또, 유저의 행동에 따라 숲이 사라지거나 동물들이 이동하는 등 생태계가 영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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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입에서는 티라노가 초식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식수원으로 가는 길목을 막는다거나, 먹이가 부족해진 랩터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타일 단위로 시뮬레이션하다보니 처리 속도가 느렸고, 실제 서비스에서는 땅이 더 넓어져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기 위해 식물을 비롯한 자연물을 아름답게 배치하기 위한 요구 조건이 늘어나며 로직도 복잡해졌다.

 

여기에 콘텐츠 디자인적으로 특정 자원이 멸종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좋은 자원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없도록 난관도 넣어야했다. 이런 요구 조건에 만족하기 위해 자원 스팟 '크레이터'가 도입되고, 기존의 엄밀한 인과율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의 꿈도 타협해야 했다. 유저 플레이에 따른 환경 변화를 포기하는 대신, 아름답고 그럴싸한 자연물을 배치하고, 콘텐츠 디자인 의도가 반영된 자원 수급이 가능한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 실제 같은 체험
듀랑고는 처음에 NPC도 없고 퀘스트도 없었다. 유저에게 실제로 야생에 조난당한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난당한다면 정해진 스토리가 있을 리도 없고, 정해진 NPC가 정해진 퀘스트를 주는 일도 없다.

 

하지만 퀘스트 없이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어려웠다. 유저가 게임을 계속 하게 할만한 적절한 자극이 필요했다. 양승명 디렉터는 "보통은 이를 퀘스트로 풀어내는데, 퀘스트 없이 하려니까 손발이 묶인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듀랑고가 동기로 내세운 건 '생존'과 '협력'이었다. 생존 본능은 인간의 본성이고, 비록 게임이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또, 나한테 필요한 걸 하는 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필요한 걸 해주는 건 훨씬 보람찬 경험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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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존 관련 영상물에서 생존과 관련된 키워드를 추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식량과 식수, 쉘터와 휴식처, 체온 유지, 질병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모든 요소를 전부 게임에 넣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생존 게이지'를 넣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존 게이지'가 변화하고,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식이다. 초기 빌드에서는 생존 관련 아이콘을 추가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는 직관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전달하기 어렵고,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서 죽는 일이 많아져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또, 생존은 죽지 않으면서도 발전한다는 느낌이 있어야했는데, 그저 생존만 하는 느낌이라 재미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돈 스타브를 시작으로 수많은 생존 게임이 나왔다. '생존'은 더이상 듀랑고만의 유니크한 특성이 될 수 없었고, 생존과 관련된 수많은 파라매터들은 피로도로 단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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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존의 또 다른 테마인 '한정된 자원의 기상천외한 활용'에 집중했다. 생존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유리병을 단순히 무언가 담는데 사용하지 않고 유리를 갈아 화살촉을 만드는 등의 활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듀랑고는 이런 테마를 게임에서 살리기 위해 '속성 기반 제작 시스템'을 고안했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속성 기반 제작 시스템'은 또 하나의 중요한 동기인 '협력'의 활성화에 좋은 단초가 됐다.


속성 기반 제작 시스템의 가장 큰 이슈는 복잡도와 생산성이었다. 속성이 너무 많으면 디자이너가 관리하기 어렵고, 조합에 있어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한다. 또, 조금만 실수해도 비정상적인 아이템이 나올 수 있었다. 수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쳤고, 적절한 자유도와 현실성을 가지면서도 콘텐츠 디자인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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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은 속성 기반 제작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면서 검증됐지만, 솔로 플레이어에 대한 동기부여가 문제였다. 장터를 통한 느슨한 협업을 장려하기도 했지만, 유저들이 이를 잘 몰랐고, 알더라도 치트처럼 받아들이는 유저도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신규 유저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때까지 돕는 '온보딩(onboarding)'의 과정이 필요했다.

 

초기의 가이드는 퀘스트와 NPC가 없는 상태로 규칙을 알려줘야 했다. 도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날과 손잡이를 만들도록 하고, 건설에 있어서는 통나무를 패보라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필요한 정보만 딱 전달하고 퀘스트처럼 되지 않도록하는데 신경썼다. 하지만 실패했다. FGT 설문지에는 "이 고통스러운 생을 굳이 이어가야 할 삶의 궁극적 목표를 찾을 수 없었슴다."와 같은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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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규모 테스트 직전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초반 리텐션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일단은 일직선 가이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약간의 스토리가 포함된 수십분 분량의 가이드였다. 초기에는 반응형으로 필요한 것만 가르쳐줬지만, 여기서는 처음부터 친절하게 다 알려줬다.

 

일직선 가이드 도입 이후의 테스트 결과를, 양승명 디렉터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테스트에서는 별 감흥이 없던 테스터들이 일직선 가이드가 도입되지 밥도 안 먹고 게임을 즐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퀘스트를 넣지 말자던 이은석 디렉터조차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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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입된 일직선 가이드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일직선 가이드 이후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고, 유저들의 이탈하는 지점을 살펴봐도 일직선 가이드가 끝난 직후가 많았다. 그래서 '퀘스트'를 넣기로 했다. 양승명 디렉터는 "한 번 양보했으니, 두 번 양보도 못할 건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각 섬의 지형과 자원 분포가 절차적으로 형성되는 만큼, 퀘스트 역시 생성된 지형 데이터를 근거로 자동 생성되도록 했다.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뛰어난 시나리오 라이터가 합류해 스토리와 캐릭터를 부여했다. 여기서 각 단체가 임무를 부여하는 식의 퀘스트가 탄생했다.


퀘스트와 NPC가 없는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의 듀랑고는 퀘스트와 NPC가 있는 게임이다. 양승명 디렉터는 "다른 게임과 똑같은 게임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퀘스트의 동기부여 위력을 재발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처음부터 퀘스트가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면 협력과 생존을 동기로 내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퀘스트와 NPC를 피했던 개발 기간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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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성장 모델
다음으로 추구한 것은 '특별한 성장 모델'이었다. 처음 이은석 디렉터는 '전투', '생활', '사회'의 세 가지 레벨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3레벨 기반 성장모델'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프로그래머였던 양승명 디렉터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왜 하자는 건지 물어봤지만, 이은석 디렉터는 꼭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MMO의 성장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스킬트리는 복잡하고 배워야할 것도 많은데다가 유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하지만 성장 자유도가 높은 '샌드박스 성장모델', 그리고 스킬트리가 단순해 자유도는 제한되지만, 진입장벽이 낮고 동기부여가 직관적인 '캐주얼 성장모델'이 그것이다.

 

양승명 디렉터는 당시 이은석 디렉터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원하는 '3레벨 기반 성장 모델'이 '샌드박스 성장모델의 자유도 높은 스킬트리를 지향하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장래희망 개념의 3개의 라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해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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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당시 유행했던 행동 카운트 기반의 스킬 성장을 도입했다. 유저 행동을 유도하고 동기부여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또, 하드코어 유저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걸 제한하기 위해 스킬 연구 시간을 도입했으며, 어떤 루트로 성장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길고 꽝 없는 성장'을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든 분야를 섭렵할 수 없도록 해 자연스럽게 협업을 유도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스킬 트리도 복잡해지고, 배워야할 것도 많아졌다. FGT 중간에는 테스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공지를 올렸을 정도다. 성장 동기 부여를 위해 이은석 디렉터는 '단일 레벨 성장'을 제안했다. 그랬더니 예상했던 부작용이 생겼다. 콘텐츠간 레벨업 효율이 달랐고, 성장 내러티브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전투만으로 레벨을 올렸지만 스킬은 대장장이에만 투자해 장인 대장장이가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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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디자이너들도 이런저런 성장 모델을 제안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단일 레벨 성장과 계열별 레벨이 공존하는 형태가 됐다. 샌드박스 RPG의 자유도 높은 성장을 추구하면서 생소하지 않은 대중적인 학습 곡선이라는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한 결과다.

 

그랬더니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 성장 모델에 대한 이해가 쉬워지고, 레벨업으로 동기부여도 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3개의 장래희망만 보여주고 유도하는 식이었지만, 새로운 성장 모델에서는 계열 레벨이 학습 곡선을 잡아줘 다양한 스킬 조합이 가능해졌다. 또, 게이머가 스스로에게 역할을 부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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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듀랑고는 처음에는 '전투'에 큰 꿈을 갖지 않았다. 양승명 디렉터는 "앞에 이야기한 꿈만 이루면 그럴싸한 수렵 경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듀랑고의 초기 개발 멤버는 액션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었다. 수렵 경험만 주면 된다는 전투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칼질만 하는 전투는 안 되고, 모바일이라 지연이 있더라도 합이 맞아야 했다. 모션은 자연스러워야했고, 동물 추격 플레이도 넣고자 했다. 많은 꿈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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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방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듀랑고의 기술적인 꿈인 '글로벌 단일 서버'를 만들기 위한 극단적인 분산 아키텍처와 잘 맞지 않았다. 전투 중 이동이 많아지면 여러 노드에 걸쳐 동기화에 부하가 걸렸고, 합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전투 담당자의 고생 끝에 쫓고 쫓기는 추격 수렵 대신 동물과의 대치를 기반으로 한 전투를 구현하고, 거리가 멀어지면 다시 돌아오게 해 전투 시야를 제한했다. 또, 함정 플레이는 제거됐고, 평시/전투 조작계는 이원화됐다. 서버 이슈 해결을 위한 노력의 결과였고, 현실의 벽에 막혀 타협한 결과이기도 했다.

 

양승명 디렉터는 "전투는 다른 분야에 비해 더디게 개발됐다. 아쉬운 부분도 많아서 현재도 계속 개발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 듀랑고의 꿈과 현실
양승명 디렉터는 "발표 준비를 하며 돌아보니 아쉬움도 많지만,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외부인 대상 테스트'다. 듀랑고는 외부인 대상 테스트를 수시로 진행했다. 넥슨 내 다른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테스트나 외부 테스터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테스트를 매 빌드마다 진행했다. 대규모 테스트도 진행하고, 해외에서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도 했다. 어떤 마일스톤도 내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런 외부인 대상 테스트는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내부 목표 마일스톤은 의무감에 플레이하고 재미없다고 말도 못하지만, 외부인들은 흥미가 떨어지면 바로 이탈한다.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동기부여와 학습 곡선에 대한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외부인 대상 테스트를 통해 나왔고, 외부인 대상 테스트로만 검증이 가능했다.

 

다만, 테스트 편향에는 주의해야 한다. FGT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대학생이나 업계 지망생이 많고, 수고비도 지급되기 때문에 재미없어도 열심히 피드백을 해준다. 그래서 듀랑고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솔직한 의견을 받고, 로그 분석을 통한 교차 검증도 실시했다. 또, 개인 기계에 깔아 장기간 FGT를 진행하는 것도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에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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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생산적인 토론 문화'다. 장르 문법에 충실한 게임이 아니면 불확실성이 높다. 또, 게이머들도 개발자이다보니 불확실성에 대해 각자 좋아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디렉터의 비전이 있더라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의문이 있을 때 자신의 시각을 내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양승명 디렉터는 "나는 앞장 서서 디렉터에 반론하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토론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팀원들이 같은 비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생산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중재 또는 정리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승명 디렉터는 "팀원이 토론에서 트롤링을 하면 안 된다. 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채용 및 평가에서도 중요한 잣대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토론이 길어지면 다수결이 아니라 디렉터에게 결정권을 주고, 결정된 뒤에는 그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게임 개발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후 비전 동일화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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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꿈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모든 꿈을 다 이룰 수는 없다. 현실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자택일을 해야할 때도 있고, 왜 그런 꿈을 꿨는지 의도를 파악해 대안을 내기도 해야한다. 그리고 정말로 포기해야할 때는 왜 포기하게 됐는지 근거를 명확하게 남겨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는 장르 문법을 부정해보는 것이다. 듀랑고는 기존의 클리셰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기존 클리셰에 의존하지 않는 게임 디자인이 가능했다. 장르 문법을 부정하는 것을 통해 뻔하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었고, 생각지 못한 타협점을 도출하기도 했다. 양승명 디렉터는 "그런 변증법적 접근을 통해 왜 그런 클리셰가 생기는 지도 잘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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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양승명 디렉터는 "앞으로 게임업계에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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