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초비상이다. 현재의 ‘셧다운제’보다 강한 규제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은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과 치유 지원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밤 12시~오전 6시 사이 적용되는 셧다운제(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 차단) 시간을 밤 10시~오전 7시로 늘리고, 국내 게임사 매출액의 일부를 게임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걷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게임 개발 때 ‘중독유발 지수’ 측정을 받도록 하고, 게임사가 이를 거부하면 5억원 이내에 과징금을 물게 했다. 청소년의 게임 결제시 보호자 동의 의무화, 게임 아이템 거래 전면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런 강력한 규제 법안 발의에 게임 업계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지 못할뿐더러 청소년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부작용만 초래했다. 이런 식의 규제는 게임 산업 환경만 나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행사장에 방문해 “셧다운제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단점을 전향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게임을 5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삼아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규제 법안을 들고 나온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계다.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000억원이 넘는다는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한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를 따랐던 게임사들도 이제는 할 말을 해야겠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였던 게임사 위메이드는 법안 상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해 부산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해운대 지역구 서병수 의원까지 법안 상정에 참여한 참담한 상황 속에서 지스타에 참가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는다. 올해 지스타 행사를 원천 진행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고 썼다. 다른 게임사들도 제안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손인춘 의원실 쪽은 “게임산업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둔 법안이며, 사전에 이해관계자들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선 반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셧다운제 시행 뒤 청소년 심야게임 이용은 고작 0.3% 줄어드는데 그쳤다.

 

차기 정부가 실효성 없는 규제를 남발하는 대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현 정부의 게임규제가 워낙 심해 차기 정부에 나름 기대를 했는데 이건 첫단추부터 어긋나버렸다. 게임을 배척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해 과몰입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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