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이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발매 직후 벌어졌던 ‘Error 37 서버 대란’에서 한 숨 돌렸나 했더니, 이번에는 ‘아이템 복사’까지 나왔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모 인터넷 방송 사이트 BJ의 버그 방송으로 촉발된 이번 아이템 복사 파문은, 아직까지도 불안정한 ‘디아블로3’ 아시아 서버 운영 문제와 맞물려 게이머들의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주말 내내 서버 점검에 시달린 일부 게이머들은 ‘블리자드를 약관 위반으로 제소하겠다’며 나선 상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업계 안팎에서는 ‘디아블로3’ 사태가 서버 그 자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블리자드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의 격한 반응도 서버 점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서버 점검을 2시간 하기로 해놓고서 계속 연장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라는 식의 반응이 많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실제로 이번 ‘디아블로3’ 주말 서버 점검 사태에서 블리자드가 보인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로 크게 퍼져버린 ‘아이템 복사’ 파문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던 것도 그렇다. 뒤늦게 서버 점검 후 ‘아이템 복사 비중은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라는 요지의 공지를 올렸다지만, 이미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이키기는 힘들었다.

 


더 큰 문제는 서버 점검 약속의 잦은 파기다. 서버 점검 초기에 2시간 정도의 서버 점검을 예고한 것 까지는 좋았다. 게이머들은 좀 실망스럽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2시간 정도 참고 더 쾌적한 서버에서 즐기는 게 낫지 않겠냐는 우호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점검 연장’의 또 ‘점검 연장’ 조치는 많은 게이머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계속 점검 시간을 슬금슬금 늘려가다 아예 기약 없는 무한 점검에 돌입하는 ‘디아블로3’의 어처구니 없는 운영에 많은 게이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아예 ‘디아블로3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의 마음이 완전히 떠나 버린 것이다.


진짜 문제는 서버가 아니다. 2시간 남짓으로 시작된 점검이 황금 같은 주말 내내 이어진 24시간짜리 대형 점검이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가장 큰 문제는 슬금슬금 점검 시간을 늘려가는 잘못된 전략이다. ‘서버를 이 시점에 열겠다’는 게이머와의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버리는 최악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서버 점검 도중 어느 시점에서든지 해당 점검이 2시간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을 파악했다면, 아예 대규모 점검으로 전환해 사태의 심각성을 게이머들에게 알리고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황금 같은 주말 접속자를 날리는 한이 있어도, 그랬어야 옳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까지 ‘디아블로3’의 점검에 대해 게이머들은, ‘짜증은 나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한 점검이라면 어쩔 수 없다’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버 점검을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점검 연장 사태와 ‘아이템 복사’ 파문에 블리자드가 대처한 방식은 너무나 안일했다. 게이머들이 ‘디아블로3’과 블리자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인내심과 신뢰마저 부숴놓는 최악의 자충수를 둔 것이다.


이번 서버 점검 사태 이후 ‘디아블로3’의 진정한 문제는 서버 문제나 버그가 아니라 게이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행보에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어떤 연애서의 말처럼 사람의 신뢰라는 것은 유리와 같아서 깨뜨리는 것은 정말 쉽지만, 다시 회복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 동안 ‘친한파’로 일컬어지던 블리자드가 향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반성하고, 한국 게이머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시 돌려놓을런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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