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모바일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1등게임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시선

2012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애니팡’의 성공 이후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은 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년여간, 여러 모바일 게임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모바일 게임이 새로 게임 시장에 등장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이면에서 게이머들의 논쟁 역시 격화되고 있다.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모바일 게임 시장에 언젠가 ‘아타리 쇼크’와 같은 대재앙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언자(?)적 시각에서부터,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 질을 의문시하는 시각, 반면 모바일 게임이야말로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이 뒤섞여 모바일 게임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을 바라보는 두 시각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지금 모바일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1등게임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시선이다. 어떻게 보면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 여기, 2014년 현재의 모바일 게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 첫 타자(?)는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액션게임, ‘블레이드’다.

 

 

 


보수 패널 소개
- 가브리엘
게임어바웃 편집장. 40줄을 바라보는 노땅 게이머. 게이머 나이로 환산하면 환갑 정도 될 것이다. 고전 어드벤처게임 가브리엘나이트, 도스박스 켜놓고 플레이하는 고전게임 마니아. 발더스게이트, 울티마 시리즈를 광적으로 좋아하며 “MMORPG는 과거 쿼터뷰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PC방에서 음성 채팅하는 젊은것들(?)을 싫어한다.

 

 


진보 패널 소개
- 잼아줌마
자칭 30대 가정주부.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에서 처음 즐긴 타이토의 ‘파라솔 아일랜드’로 게임에 입문, 게임 경력 18년. “게임은 혁신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게임은 결국 도태될 뿐이다.” 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PC통신 시절 ‘울티마6’과 ‘또 다른 지식의 성전’ 시리즈를 체험했고, 온라인 게임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마비노기’, ‘아이온’, ‘테라’ 등을 즐겼다.

 

 

<이 정도면 훌륭한 그래픽이다>

 


논쟁 1. 블레이드 게임성에 대한 엇갈린 시선
- 가브리엘 “아직 모바일 게임은 멀었다”
우연히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들어갔다가, 최고 매출 1위에 ‘블레이드’가 있어서 해 보게 되었다. 본래 모바일 게임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깔아서 해보니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스타일리시 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서 좋았다.


그러나 ‘블레이드’를 즐기면 즐길수록 아직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 아니 휴대용 게임기 조차도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블레이드’의 때깔은 좋다. 그래픽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꽤 볼만하다. 사운드도 적어도 다른 어지간한 액션게임만큼은 하고 있다.


문제는 손맛이다. 터치스크린에 가상패드로 하는 조작은 확실히 ‘진짜 패드’를 따라갈 수 없고, 내가 몬스터를 때리는지 아닌지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묵직한 놈(?)을 때리면 진동이 좀 오면 좋을 것 같은데, 보스 몬스터를 처치할 때 잠깐 진동이 오고 마는 수준이라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래서야 몇 년 전 PSP로 했던 ‘몬스터헌터2’만도 못하지 않은가. 결국 이게 아직까지는 모바일 게임의 한계인 것 같다.

 


- 잼아줌마 “모바일 게임의 본연에 충실한 게임. 모바일 게임은 전진하고 있다.”
친구가 권해줘서 ‘블레이드’를 하게 되었다. 참 깔끔한 모바일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은 훌륭하다. 이 정도면 PC게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PSP보단 훨씬 좋은 그래픽이다. 휴대용 게임기가 아닌 이상, 조작 문제는 가상 패드 외에 솔직히 다른 방법이 없다. 액션 게임을 할 것인데 자이로센서를 이용해서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런 점을 감안하면, ‘블레이드’는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이 정도 액션을 뽑아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대검을 팍팍 휘두르며 적을 썰어버리는 액션이 시원하다. ‘블레이드’ 이전에도 액션을 강조한 게임은 많았지만, 출시 한 달도 안되어 매출순위 1위에 올라선 게임은 드물었다. 게이머들이 많이 선택하고, 매출을 올려주는 게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은 지금 이 순간도 전진하고 있고, ‘블레이드’는 그 전진과정 중 하나다.


물론 아직까지는 모바일 게임인 만큼, ‘블레이드’가 온라인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온라인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를 지하철 승강장에서 잠깐 지하철 기다리는 사이에 꺼내서 한다던가, 업무 도중 잠깐의 시간에 즐기기는 어렵지 않은가. ‘블레이드’는 그렇게 ‘짬짬히 즐기는’ 게임으로 제격이다. 1분 내외의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몬스터를 두들겨 패면 한 스테이지가 끝나니까. 손맛 등등은 부차적인 옵션일 따름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요구되는 미덕을 생각하면 ‘블레이드’는 훌륭한 모바일 게임으로서 손색이 없다.

 

<호쾌한 액션이 인상적이다>

 


논쟁 2. 블레이드,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3개월 천하’로 끝날 것인가?
- 가브리엘 “모바일 시장에서 액션 게임의 장을 연 만큼, 어느 정도는 갈 것이다”
앞서 ‘블레이드’에 대해서 혹평을 좀 했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블레이드’ 같은 호쾌한 액션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꽤 고무적인 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액션 게임이 1위를 차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그보다 더 조건이 열악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올리고 있다는 점은 높이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블레이드’라는 게임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액션의 장을 연 만큼 어느 정도 오래 갈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꺼려지지만, 요즘 모바일 게임 유저들이 좋아하는 자동 사냥까지 탑재되어 있으니까 나름대로 즐기던 사람들은 계속 즐길 것 같다. 아이템 파밍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더 오래 붙잡고 있지 않을까?

 


- 잼아줌마 “부침이 심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아무리 잘났어도 3개월 이상은 힘들어”
‘블레이드’가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이고, 출시 후 한달 내로 매출 순위 1위에 안착했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은 너무나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곳이다. 오늘 매출 순위 1위를 달리던 게임이, 다음주가 되면 몇 계단 아래로 내려가버리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운영 실수 한 번이 게임의 운명을 갈라버리는 잔혹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블레이드’의 롱런에 대해서는 뭐라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의 ‘징조’를 찾아 볼 수는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블레이드’에 대한 불만이 담긴 리뷰를 보면 미래가 순탄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단순한 불만이 아닌, 전반적인 ‘블레이드’의 운영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게임 자체의 안정성에 대해서 화를 내는 유저도 있다. 출시 1개월도 되지 않아 1등의 자리에 오른 것 까진 좋았지만,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글쎄. ‘화무십일홍’의 원리가 모바일 게임 시장보다 더 빡빡한 곳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일 당장 왕좌에서 추락해버린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논쟁 3. ‘블레이드’를 통해 본 2014년 현재의 모바일 게임
- 가브리엘 “액션 게임에 자동사냥? 어불성설. 이게 모바일 게임의 현실이다!”
나는 ‘블레이드’를 해보고 나서 좀 할 말이 많다. 일단은 액션RPG 딱지가 붙어 있고, 또 액션 자체는 아직 좀 부족한 감은 있지만 모바일 치고는 그럭저럭 볼만하니 굳이 더 채찍질을 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내가 진정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아무리 근본 없는(?) 모바일 시장이라도 ‘블레이드’ 같은 게임이 용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블레이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노가다’ 게임이다. 그것도 온라인게임에선 금지목록 1호인 오토까지 곁들여서 ‘자동사냥 노가다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던전을 계속 깨면서 레벨업을 하고, 장비를 모은다. 무한 던전이나 PvP존 등 다른 콘텐츠가 조금 있긴 하지만, 기본은 노가다를 통한 장비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이 시점에서 액션은 주가 아니라 부로 떨어진다. 노골적인 자동사냥 시스템과 유료 아이템 구입 유도는 이 부분에서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


일단 캐시를 질러서 프리미엄 아이템 세트를 왕창 사놓고, 스펙을 갖춘 다음 자동사냥으로 뺑뺑이 돌리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다. 이것이 과연 ‘게임으로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분명히 ‘액션RPG’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동사냥을 통해 액션의 재미도 RPG의 맛도 소멸해버린다. 그냥 자동사냥 돌려놓고 나중에 결과 창만 보고 아이템만 고르면 된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무한반복. 이것이 과연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자동사냥은 국산온라인게임에서 그렇게 막고자 했던 금단의 영역이다. 그러나 모바일로 오면서 유저들에게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자동사냥이 보편화 되는 추세다.


위메이드의 신작RPG ‘드래곤 헌터’도 자동사냥은 기본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앞으로 모바일RPG가 나오면 한국유저들은 가장 먼저 자동사냥 아이콘부터 찾을 것이다. ‘몬스터길들이기’에서 시작해 ‘블레이드’에서 완성된 자동사냥의 원죄를 후배 RPG들에게 물려줄 셈인가

 


<자, 사라고! 사란 말야!>

 


<자동사냥이 나보다 더 빨리 깰 때도 있다>

 


모바일 게임에 많은 독립 개발사와 개발자들이 난립하면서 각자 “우리 게임은 색다르다”를 외쳐서 눈길을 끌어왔다. ‘블레이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게임의 대부분은 ‘색다른’ 점이 없는 서로가 서로를 베낀 게임이거나, 유명 게임의 잡탕 수준에 머무른 것도 사실이다. ‘블레이드’가 딱히 표절을 했다고 태클을 걸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기존(PC나 콘솔) 액션 게임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게임에 천연덕스럽게 자동사냥을 삽입해놓고, 노가다와 현질을 유도한다면 어디에서 게임에 대한 의미를 찾아야 하냐는 것이다.


나는 ‘블레이드’가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바로 모바일 게임의 현주소, 아니 어두운 부분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게임을 즐겨온 올드 게이머의 입장에서, 자동사냥이 버젓이 들어간 액션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해 가지 않는다. 게임에 자동사냥이라는 시스템이 들어가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게이머에게 일단 프리미엄 아이템을 왕창 지른 다음 자동사냥을 켜놓고 게임 대신 다른 일에 신경 쓰게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대부분이 이런 수준이다. 게이머가 무언가를 조작해서 재미를 얻는다는 게임의 본질적인 면 보다, 돈을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이 노가다를 하도록 되어 있는 ‘작업장’ 레벨의 게임들이다. 아니, 게임이라 불러야 할지도 의문인 것들이다. 이러한 게임들이 흥행한다는 것이 결국 모바일 게임 장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우려된다. 이러한 게임을 들고 글로벌로 가서 평가 받는다는 것도 아찔하다. 해외 게이머들은 과연 ‘블레이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액션 게임에 자동사냥이 있고, 그걸 뺑뺑이 돌리는 것을 게임이라고 취급은 해 줄까?


유명 모바일게임 ‘인피니티블레이드’도 같은 전투를 연속해서 치르는 극악의 단순함 속에서도 자동사냥만큼은 배제했다.

 


<아예 대놓고 튜토리얼부터 자동사냥을 가르쳐준다.>

 

 

- 잼아줌마 “고리타분한 기준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모바일 게임에는 모바일 게임만의 미덕이 있는 법이다. “PC게임이나 콘솔게임에서 이렇게 했으니, 모바일 게임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플랫폼이 다르면 당연히 요구되는 게임성도 다르고, 실제로 나오는 결과물과 성공하는 게임도 당연히 다르다는 것은 게임의 역사가 증명해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폄하하는 게이머들은, PC게임이나 콘솔게임의 기준에 매몰되어 새로운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하고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바하무트’나 ‘확산성 밀리언 아서’같은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게이머들의 반응은 “이딴 것도 게임이냐?” 였다. 지금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 비난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 두 게임은 나름 성공을 거두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카드수집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출해 냈다. 자신이 무언가를 조작해 거기에서 재미를 얻고, 또 그게 게임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게이머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조작 대신 그저 무언가를 모으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을 위한 게임도 있는 법이다.

 


<해당 스테이지를 직접 클리어하지 않으면 자동사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블레이드’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별 이상할 것이 없는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도 최근 게임 내에 자동사냥을 아예 시스템으로 탑재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가볍게 즐기고 싶은 모바일 게임을 PC MMORPG처럼 붙잡고 몇 시간씩 터치질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생각과는 달리, ‘블레이드’에서 자동사냥만 돌려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어느 정도는 사람이 반드시 조작을 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이런 점에서 보면 여전히 ‘클래식한’ 게임의 조건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자동사냥이라는 것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악’이었을지 몰라도, 모바일 게임에서는 새로운 플랫폼과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솔직히 요즘 나오는 게임 중 어지간한 게임에는 다 자동사냥이 탑재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게이머가 원하고,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존 게임 플랫폼의 기준에서 바라보고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고리타분한 기준을 고수하는’ 사람으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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