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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이전에는, 게임은 일단 사기만 하면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OS가 맞지 않으면 가상 OS 구동 프로그램을 돌리기도 하고, 피처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도 기기를 어떻게든 잘 간수하면 그대로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온라인에 연결하는 게 기본이 된 요즘은, 게임의 서비스 종료나 지원 종료가 그 게임을 곧 즐길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접하면 '에라이 망겜 잘 망했다!'라며 미련없이 떠나는 유저들도 있지만, '그래도 접지는 말지...'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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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누군가의 열정, 노력으로 부활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활얍카가 대표적이겠네요. 아직도 서비스 중입니다.

 

최근에는 그런 유저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서비스를 종료한 뒤에도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남겨두는 개발사의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업데이트나 이벤트는 없지만 혼자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메모리얼 앱'이라는 형태로 게임의 각종 설정과 스토리, 점수 내기 형태지만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도 있죠.

 

 

"레슨은 계속된다...!" 코나미 '도키메키 아이돌'

 

도키메키 아이돌은 코나미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도키메키 메모리얼 시리즈'에서 파생된 모바일 리듬 게임입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미소녀(혹은 미소년)과의 교류를 그린 전작들과 달리,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아이돌을 꿈꾸는 15명의 소녀와 교류하는 게 특징이죠.

 

아마 모바일로 큰 성공을 거둔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게임으로, 시네마 모드, VR 모드,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포토모드 등을 나름의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게임 자체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아이돌'이라는 요소는 원작 시리즈의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소수의 팬들만 즐기다가 결국 2019년 1월 15일 서비스를 종료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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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키메키 아이돌. 한 번 플레이한 곡은 플레이 시점 기준 일주일 동안 자동 플레이가 가능한 것도 독특했습니다. 플레이 성적에 따라 자동 플레이의 실력이 결정되므로 플레이어의 실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코나미는 모바일 게임 서비스사로서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을 합니다. 서비스를 종료한 뒤에도 즐길 수 있도록 오프라인 버전을 남겨둔 것이죠.

 

신규 음원 업데이트는 없지만 게임의 모든 요소를 무료로 즐길 수 있었어요. 가챠 확률도 크게 높아져서 꾸준히 즐긴다면 모든 복장을 모으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여기에 가끔씩 업데이트(!)를 통해 불편점을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프라인 버전으로 갑자기 게임이 유명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도키메키 아이돌을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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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일 실행한 도키메키 아이돌. 타이틀 화면은 시즌에 맞춰 변경하는 듯 합니다.

 

 

"논란은 많았지만..." 케이브 '삼극 저스티스'

 

삼극 저스티스는 '고딕은 마법소녀'로 모바일에서 제 2의 전성기를 가진 케이브(CAVE)가 개발한 신작 모바일 3D 슈팅 게임입니다.

 

로봇과 탄막이 더해진 뜨거운 작품이 될까 싶었지만, 세계관 감수와 시나리오 담당으로 과거 '대동아공영권' 같은 극우 발언을 일삼아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됐던 시바무라 유리를 내세우며 기대치를 확 낮춰버렸죠. 게임 자체도 미묘한 점이 많아 고딕은 마법소녀 같은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결국 서비스 개시 6개월 만인 2019년 2월 28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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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얼 앱의 스코어 어택의 플레이 스크린 샷입니다. 재미가 없진 않은데 조금 미묘한 느낌이에요.

 

논란이 있던 게임이었지만, 케이브는 서비스 종료 공지에서 마지막까지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을 위한 오프라인 업데이트를 예고하고, 1개월 뒤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삼극 저스티스 메모리얼 앱'으로, 게임의 전체 스토리 캐릭터별 스토리, 설정, 음악이나 일러스트, 동영상은 물론, '스코어 어택' 메뉴를 통해 게임 플레이도 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얼 앱을 보면 케이브가 삼극 저스티스를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iOS 업데이트에 대응하지 않아서 플레이할 수 없게 방치 중인 이전 모바일 게임의 전례와 달리 메모리얼 앱이라는 형태로 계속 남겨두는 걸 보면 '아까워서 남겨뒀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뭐 팬들은 좋아할 만한 방향이라 나쁘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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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하기만 가능한 건 아쉽지만..." 넥슨 '어센던트 원'

 

2월 14일 넥슨의 데브캣 스튜디오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온라인 MOBA '어센던트 원'이 오는 8월 14일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SF로 각색한 세계관, 밤과 낮의 구분, 평면이 아닌 구(球) 형태의 전장, 커스터마이징 등을 특징으로 내세웠던 게임이지만, 게임 외적으로 불거진 여러 이슈,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선점한 시장 상황 등 여러 사정이 겹쳐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죠.

 

▶ [어센던트 원] 제 1회 GM방송 대회 1경기 1세트. 꾸준히 공식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

 

어센던트 원은 클라이언트 단독 실행 형태로 게임을 남겨둔다는 계획입니다. 어센던트 원의 설치 폴더 내의 실행 파일을 직접 실행하면, 서버 연결 없이 클라이언트를 실행할 수 있는 식이죠. 다만, 5:5 멀티 플레이 게임이었던 만큼 '체험하기'만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게임들보다는 상당히 제한적인 형태지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남겨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없진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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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센던트 원이 온라인 게임 최초의 사례는 아닙니다. 엑스엘게임즈의 첫 온라인게임 'XL1'은 서비스 종료 후 '클리핑 포인트'라는 부제를 붙여 싱글 플레이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거든요. 2018년엔 스팀에도 출시됐고 여전히 무료이니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서비스 종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게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남긴 스크린샷이나 감상으로만 만나볼 수 있죠. 특히, 온라인 게임이 주가 됐던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 종료 후 게임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그대로 잊혀지는 일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주가 된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는 일이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이렇게 게임을 남겨두는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팬들을 위해서도 좋고, 앞으로의 게임계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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