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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맨'과 '아이루'

 

대부분의 게이머가 알고 있는 캡콤의 인기 캐릭터입니다. '록맨'이 과거 캡콤을 대표하는 마스코트였다면, 요즘은 [몬스터 헌터]에서 플레이어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고양이형 수인 '아이루'가 요즘 캡콤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어요.

 

'록맨'과 '아이루'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록맨 아이루 방어구'로 만남을 갖곤 합니다. [몬스터 헌터 4G]부터 [몬스터 헌터 크로스], 그리고 가장 최신 작품이자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최신작 [몬스터 헌터: 월드]까지, 총 세 번의 만남이 이뤄졌죠.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만남은 단연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까지는 '록맨의 옷을 입은 아이루'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는 그냥 록맨이 되어버렸거든요. 그것도 패미컴 시절 '록맨'을 그대로 따온 모습이라 여러가지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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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몬스터 헌터 4G], [몬스터 헌터 크로스], [몬스터 헌터: 월드]의 록맨 아이루 방어구. 아이루에 록맨 옷을 입히다가, 이제는 그냥 록맨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냥 마인크래프트처럼 대충 만든 거 아님?'이라고요. 당연하게도 아니었습니다. 2019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2019)에서 [<Monster Hunter: World> 동반자 아이루 방어구 제작기]를 주제로 강연한 캡콤의 손석민 3D 캐릭터 디자이너(모델러)는 상당한 고충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몬스터 헌터: 월드]의 하이엔드 그래픽에 걸맞은 실사풍의 방어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5]에 들어간 네로의 록 버스터처럼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디렉터가 제시한 건 패미컴 느낌의 록맨 아이루 장비였으니까요. 정말 엄청 고민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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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의 손석민 3D 캐릭터 디자이너. 모델링이 주 업무라고 합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몬스터 헌터: 월드]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은 미공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고 합니다.

 

 

지시를 받은 손석민 디자이너는 도트 느낌의 모델링을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손에 쥐는 형태가 아닌 무기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요청이 있었던 외곽선은 어떻게 표현할지, 얼굴은 어떻게 만들지, 도트 이미지이면서도 [몬스터 헌터: 월드] 답게 만드는 게 가능할지, 실루엣의 밸런스는 아이루에 맞춰야 하는지 록맨에 맞춰야 하는지 등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 안에 최고의 퀄리티를 내야하는 상황, 손석민 디자이너는 일단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크기의 큐브를 쌓아본 것이죠. 큐브의 크기에 따라서 캐릭터의 인상이 달라지는데요, 너무 작으면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디렉터 콘셉트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있어서 적당한 크기를 찾아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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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쌓아 본 록맨 아이루 방어구. 우측으로 갈수록 보다 작은 크기의 큐브가 사용됐는데요, 큐브가 작아질수록 패미컴 느낌과 많이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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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만들어 보기도 했다는데요, 디렉터의 반응은 "귀엽네"였다고 합니다. 다시 하라는 뜻이죠.

 

 

이어 손석민 디자이너는 "단순히 보이는 겉모습 외에도 록맨 아이루 방어구 만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머리와 가슴이 한 세트인 '원세트 방어구'라는 점, 독자적인 공격 이펙트가 필요한 점, 특별 사운드 및 퀘스트 진행 시 배경음악이 추가되는 점, 록맨 테마의 전용 길드카드가 있어 이를 위한 전용 모션을 제작해야 하는 점, 회복 수단으로 E캔을 사용한다는 점, 다른 방어구와 다른 특수한 쉐이더를 사용한다는 점 등 상당히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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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을 고려하며 세 번의 테스트 모델링을 진행했다고 해요. 록맨보다는 개구리 같은 느낌의 첫 번째 모델링, 손석민 디자이너에 따르면 '턱돌이' 떠오르는 얼굴이 긴 두 번째 모델링을 거쳐 우리가 아는 형태와 비슷한 록맨 아이루 방어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록맨 아이루 방어구를 착용했을 때는 아이루의 회복약이 [록맨] 시리즈의 회복약인 'E캔'으로 바뀌는데요, 만드는 것 자체는 30분 만에 만들었지만, 사이즈를 결정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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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민 디자이너가 공개한 테스트 모델링. 제가 록맨 팬이라서 그런지 셋 다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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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보고 빵 터졌던 'E캔'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하네요.

 

 

한편, 손석민 디자이너는 록맨 아이루 방어구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표정을 넣어보면 어떨까?'하는 것도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한 영상과 이미지에는 지금까지의 록맨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었죠. 디렉터는 "귀엽다."라고 했지만, 결국 본편에서는 입이랑 눈만 움직이는 원작에 가까운 형태로 적용됐다고 합니다.

 

▶결국 적용되지는 못한 표정 변화. 외부 공개는 이번 NDC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모델링이 어느 정도 제작되고 실루엣이 나오면 실제 게임에 적용해서 살펴보는 '필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죠. 플레이어 시점에서는 아이루가 잘 보이지도 않고 시선이 향하는 우선순위도 낮기 때문에 테스트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모델러로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봤다고 합니다.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루 시점. [몬스터 헌터 크로스]에서도 냥터로 주로 플레이해서 그런지 괜히 반가웠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아이루의 다양한 움직임에도 어색함이 없는지, 다른 장비와 조합해도 괜찮게 보이는지, 길드 카드에서 포즈를 취했을 때 특이사항은 없는지, 텍스쳐가 필요한 곳에 잘 들어가 있는지, 필드 테스트에서도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완성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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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손석민 디자이너는 "이전에 만든 '제노 아이루 방어구'는 게임의 하이엔드 퀄리티에 어울리는 모델링을 만드는 게 어려울 수는 있지만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록맨 아이루 방어구'는 처음 접하는 일이 많아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영상이나 스크린샷 같은 자료는 많이 남았지만요."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델러는 제노 아이루 방어구와 록맨 아이루 방어구 같은 콘셉트의 온도차가 큰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어야 하니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또, 제작 데이터를 꼼꼼히 관리해 제작이 되는 과정에서, 제작 이후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이번 강연을 통해 모델러로서 프로젝트에 소속돼 원화와 기획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해 멋진 모델링을 만들며, 실제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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