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업체 반발과 담합에 캡슐아이템 규제 난색…방법론 고심 중

<키리의 믿음과 황금 증폭서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지난 8월 25일 <던전앤파이터>는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를 강행하며 유저들에게 빈축을 샀다. 강화 실패 시 페널티를 막아주는 1회성 아이템은 그 자체로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무기의 강화 효과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15까지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종래 던파의 최종 콘텐츠라 불리며 한 부위마다 2억 골드 이상을 요구했던 ‘증폭’을 골드 소모 없이 자유롭게 해결해주는 아이템 ‘황금 증폭서’의 투입은 키리 이벤트와 맞물려 더욱 큰 사행성을 조장했다. 증폭서로 원하는 아이템에 능력치를 인챈트 한 뒤, 키리의 약속·믿음을 통해 증폭을 하면서 소모되는 현금이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한 까닭이다.

 

게임 내 캐시박스 ‘봉인된 자물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황금 증폭서는 아이템에 원하는 능력치를 인챈트하는 아이템으로, 종래 능력치를 아이템에 인챈트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게임 플레이와 게임 머니를 요구했다.

 

<강화 효과가 매우 강력해 필수품 아닌 필수품이 된 ‘약속과 믿음’ >

 

일정 금액의 캐시로 구매해서 무작위 아이템을 뽑는 ‘캡슐형 아이템(캐시박스, 확률형 아이템, 가챠폰 아이템)’ 문제는 비단 던전앤파이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비노기>, <아바(A.V.A.)>, <SD건담 캡슐파이터>, <마비노기 영웅전> 등 2008년 이후 다양한 게임에서 등장한 캡슐 아이템은 이제 부분 유료화 게임의 대표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게임 이용으로 획득이 어려운 희귀 아이템이나 성능이 매우 높은 아이템을 제공하고 확률 데이터를 변조하거나 소위 ‘잭팟’을 터트린 유저를 게임 내에서 타 유저에게 공지하면서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문제는 커져만 가고 있다.

 

 

업계, 캡슐 아이템 제재 불가토록 ‘담합 중’

 

게임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7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등급분류 기준 연구를 위한 현황조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NHN,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등 주요 10개 게임사를 초청하였으나 모두 불참했다.

 

8월에는 캡슐 아이템의 종류와 당첨 아이템의 기능과 금액 가치·확률, 유저 이용수 등에 관한 자료 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정작 게임사들은 종류와 이미지에 대해서만 기재하고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했다. 공동 대응을 취한 것이다.

 

게임협회 측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과 1인당 최대 이용 건수는 로그 기록과 연계되어 있어 회사 고유의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자율준수 규약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자체적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클릭하면 확대된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업계가 내세운 <‘캡슐형 유료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은 지난 2008년 제출된것으로, 캡슐형 아이템의 결과값에 현금, 현물, 유가증권, 캐시아이템을 포함시키지 않으며 게임의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정 아이템을 넣지 않고, 결과값으로 0 또는 판매가에 비해 현저히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넣지 않는 등의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스스로 지키겠다던 규약은 허울 뿐이었다. 내용수정신고 후 등급 재분류 결정 기간이 2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이벤트 기간을 의도적으로 짧게 잡거나 내용을 계속 변경하는 등 제재를 피하고, 가치가 0에 가깝지만 0은 아닌 아이템을 결과물로 설정하거나, 게임 진행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필수에 가깝게 만드는 등 다양한 악용 사례가 제기되고 있다.

 

게임위는 주요 게임을 상시 모니터링 중이고, 꾸준한 민원과 신고를 접수받는 등 충분히 문제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규약을 실행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아이템의 가치를 업체 임의로 바꾸는 등의 악용이 지속되면서 즉각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2009년 ‘내용수정 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재분류 대상과 문제 대상에 대해 제정하려 하였으나, 업계측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과도한 행정 규제라는 점을 이유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게임위 이수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강화 실패 보호 아이템이나 유료 아이템 할인·묶음 판매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바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게임 업계에서 유저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하면서 견해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9년 김정호 게임협회 회장은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게임위가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위, 바다이야기에서 해법을 찾다

 

게임위는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의 주된 논란거리였던 ‘자동진행’을 벤치마킹하여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자동 진행 캐시 아이템을 허용한 것처럼 전면 규제는 하지 않지만, 바다이야기와 같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주는 범위의 상식선에서 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분명 캡슐 아이템에 대한 게임 사용자들의 달라진 인식과 신고 제기는 게임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행성을 배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 루트의 다변화와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의 발매, 무엇보다 유저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상실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업계의 배려가 게임 산업의 발전에 보다 기여하는 올바른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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